“입속 미생물이 장내 염증질환 일으킬수도”

장내 미생물군 균형 깨진 틈타, 장내에 머물며 증식

면역반응 유발 염증 초래..항생제 강한 내성도 지녀


Klebsiella.jpg » 최근 연구에서 장질환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된 입속 박테리아 클레브시엘라(Klebsiella). 출처/ https://microbewiki.kenyon.edu/index.php/Klebsiella_pneumoniae_pathogenesis


질환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장 관리와 더불어 양치질에도 좀 더 신경쓰는 게 좋을 듯하다. 입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장질환을 일으키는 데 중요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됐다.


일본 게이오대학을 비롯해 일본·미국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입 안에 흔히 서식하는 특정 미생물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 균형이 깨진 환경에서는 장내에서 번식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최근 보고했다. 연구진은 일부 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배설물에서 구강 박테리아들이 높은 비율로 발견된다는 점을 주시해, 구강 박테리아와 장질환 간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메디컬 프레스>).


연구진은 장질환 환자의 타액(침) 시료에서 장질환과 관련된 구강 박테리아 2종을 찾아냈다. 염증성 장질환(IBD)이나 크론병처럼 치료하기 까다로운 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타액을 실험용 ‘무균’ 쥐의 장내에 집어넣어 장내 염증 반응을 관찰했으며, 이런 실험을 통해 장질환을 일으키는 클레브시엘라(Klebsiella) 속 박테리아 2종을 찾아냈다고 보고했다. 무균 쥐가 아니라 건강한 쥐에서는 구강 박테리아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흔히 입속에 살면서, 사람들이 침을 삼킬 때 침에 섞여 장내로 들어가는 구강 박테리아들은 어떻게 장내에 머물며 염증을 촉발하는 것일까?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쉽게 깨지는 장질환 환자의 장내 환경에서 이런 구강 박테리아가 유해균으로서 장내에 정착하고 증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강 박테리아의 장내 번식은 면역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곧 염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음은 하버드대학의 매체인 <하버드 매거진>이 전한,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한다. ‘아마도 이럴 가능성이 큽니다. 클레브시엘라를 비롯해 구강 박테리아들은 우리가 삼키는 침에 섞여 모든 사람들의 내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보통은 아무 해를 끼치지 않고서 그냥 지나가죠. 그렇지만 유전적으로 염증성 장질환(IBD)에 취약한 사람들에서는 장내 미생물군집의 구성도 다른데, 이런 환경에서 클레브시엘라 박테리아는 장내에 머물며 증식할 기회를 얻습니다. 이로 인해 면역 반응이 유발되고, 그래서 장질환이 초래되는 것이죠.’ 연구진은 ‘유전자와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문제는 더 있다. 클레브시엘라 박테리아가 종종 여러 가지 항생제들에 대해 강한 내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그래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한테서 항생제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박테리아들이 점점 더 강한 항생제 내성을 획득할수록 장내에서 더 버티면서 이런 면역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더 커진다’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하버드 매거진>)


클레브시엘라 박테리아가 장내에 자리를 잡고 증식하는 경우에는 항생제 처방이 때로는 장질환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 초록에서 “우리 연구결과는 구강이 장내 질환을 악화할 수 있는 잠재적 장내 유해균의 저장소 구실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이 논문을 소개하는 저널 편집위원의 짧은 안내 글을 “이를 닦아야 하는, 장과 관련한 이유(Gut reasons to brush your teeth)”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 저널 편집위원의 안내글

brushteeth.jpg » 출처 / pixabay.com 이를 닦아야 하는, 장과 관련한 이유: 염증성 장질환(IBD),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CD) 같은 일부 장내 상태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치료하기 까다로운 이런 질병의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 아타라시(Atarashi) 연구진은 염증성 장질환과 크론병 환자의 입에서 시료를 채취하고서, 거기에서 추출한 박테리아를 무균 쥐에 접종했다. 접종 된 쥐의 일부에서는 T-헬퍼 1(TH 1) 세포의 강한 증식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런 현상은 대장 내에 구축된 클레브시엘라(Klebsiella) 박테리아 종들과 연관된다. 클레브시엘라 박테리아 종은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낼 수 있으며, 항생제 치료 이후에 통상적인 대장 미생물들을 대체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박테리아들이 입에서 왔으며 잠재적으로 장질환에 관여할 수 있음을 안다.

  ■ 논문 초록

입속에서 유래한 박테리아의 장내 서식은 염증성 장질환을 포함해 몇 가지 부정적인 건강 문제와 상관성을 지녀왔다. 그렇지만 입속 박테리아 장내 서식의 인과적 역할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무균 기법(gnotobiotic technique)을 사용하여, 우리는 타액의 미생물군에서 분리한 클레브시엘라(Klebsiella) 박테리아 종들이 장내에 구축될 때 T-헬퍼 1 (TH 1) 세포를 유도하는 강한 인자임을 밝혀냈다. 이 클레브시엘라 균주들은 여러 항생제들에 내성을 나타내며, 장내 미생물군의 균형이 깨질 때(dysbiotic) 거기에 서식처를 마련하고서 유전학적으로 취약한 숙주의 환경에서 심각한 장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연구결과는 구강이 장내 질환을 악화할 수 있는 잠재적인 장내 유해균(pathobiont)의 저장소 구실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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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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