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의 사회적 행동"..경쟁 노출 수컷, 더 오래 짝짓기

'경쟁자 수컷 존재' 시각자극 때 “사회환경 인지 행동 조절”

제1저자 김우재 박사 참여 미국대학 연구팀 신경유전학 연구


00DrosophilaM.jpg »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수컷. 출처/ Wikimedia Commons


파리도 남들의 존재를 의식해 반응하는 사회적 행동을 할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초파리 행동유전학 연구에서 제시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유넝젠(Yhh Nung Jan) 연구팀은 지난해 5월 ‘수컷 초파리는 경쟁자의 시각 정보를 감지할 때 더 오랜 시간 교미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낸 데 이어, 최근 이런 행동에 관여하는 주요한 신경회로 일부를 찾아내 '셀'의 자매저널 <뉴런(Neuron)> 이달치에 발표했다. 두 논문의 제1저자는 국내 여러 매체에 글을 쓰며 '초파리 박사'로 알려진 김우재 연구원이다.


연구팀은 지난 5월 논문에서 ‘짝짓기의 잠재적 경쟁자들한테 둘러싸인 초파리 수컷은 그렇지 않은 수컷보다 더 오래 교미를 한다’는 독특한 행동양식을 찾아내고 그런 행동이 오로지 시각 자극만으로도 유발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어 ‘더 오랜 교미(LMD)’ 행동이 시각적 기억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특정 신경회로와 연관돼 있으며, 경쟁에 노출돼 있다는 기억이 이런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뉴런> 이달치에 실린 논문에선 초파리 수컷의 이런 교미 행동을 조절하는 최소 단위의 신경회로를 밝히는 데까지 나아갔다. 김 연구원은 “연구진은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뉴로펩티드라는 단백질 조각과 그 수용체들의 조합에 의해 복잡한 행동양식이 조절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확인 방법을 거쳐) 두 종류의 뉴로펩티드(PDF, NPF)와 그 수용체들의 조합에 의해 ‘더 오랜 교미’ 행동이 조절됨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연구의 의미는 하등동물이라고만 생각하던 초파리가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을 인지하고 행동을 조절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초파리를 이용해 사회성 행동양식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논문 초록(일부)


“많은 생물종들에서 수컷의 주된 기능은 번식을 위해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일과 관련돼 있다.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수컷은 다른 수컷들이 있을 때에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할 기회를 증진하기 위해 교미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이런 복잡한 행동의 기초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경쟁이 유도하는 더 오랜 교미(LMD, Longer-Mating-Duration) 행동을 조절할 만한 유전자 연결망과 신경회로를 살폈다. 이번에 우리 연구팀은 수컷 초파리의 뇌에서 뉴로펩티아드 신호를 통해서 LMD를 조절하는 시계 뉴런(clock neurons)의 작은 부분(subset)을 찾아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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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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