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단신: '이것이 힉스다' '사회 속의 과학'

  새책 단신 


#1.

힉스 메커니즘, 힉스 장, 힉스 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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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힉스다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김연중·이민재 옮김/ 사이언스북스/ 9000원





힉스 보손(Higgs boson)은 흔히 "신의 입자"로 불리며 그 검출실험 소식이 대중매체에서도 떠들썩한 화제가 되곤 하지만, 사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 차지하는 힉스의 이론적 지위는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 ‘우주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라는 알쏭달쏭한 문구(제대로 따지면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 한다, 아래 책 인용 참조)는 궁금증을 달구고 갈증을 키운다.


중력의 수수께끼와 여분 차원의 문제를 다룬 <숨겨진 우주>(2008년 국내 번역)의 지은이인 여성 물리학자 리사 랜들 교수(미국 하버드대학)의 글을 묶은 <이것이 힉스다>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 “힉스 입자의 사실상 발견” 소식으로 다시 관심사가 된 힉스를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지난해 7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힉스 보손으로 보이는 새로운 입자 검출’ 발표 직후에 랜들 교수의 책 <숨겨진 우주(Warped Passages)>와 <천국의 문을 두들기며(Knocking on Heaven’s Door, 번역 예정)>에 실린 관련 내용을 전자책으로 묶어 펴낸 것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랜들은 힉스 입자가 왜 중요한지 알려면 기본 입자들(광자와 글루온은 예외)에 질량이 생기는 힉스 메커니즘, 그리고 그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힉스 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면서 왜 힉스 보손이 표준모형의 힉스 메커니즘 이론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는지 설명한다. 역시 이 책에서도 ‘약력 대칭성’, ‘자발적 대칭성 깨짐’ 같은 난해한 개념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랜들은 갖가지 비유와 설명을 동원해 우주 진공은 사실 힉스 장으로 차 있으며, 이런 힉스 장이 기본입자들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질량이 생겨난다는 점을 이해시키고자 무진 애를 쓴다. 다음은 힉스 메커니즘, 힉스 장, 힉스 보손, 그리고 질량의 기원에 관한 간명한 설명 대목을 책에서 발췌한 것이다.


"힉스 메커니즘과 질량의 기원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진공에 퍼져 있는 힉스 장이 진공을 약력 전하를 가진 끈적끈적한 유체처럼 행동하도록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약력 게이지 보손이나 표준모형의 쿼크와 렙톤처럼 이 약력 전하를 가진 입자는 유체와 상호 작용을 하고, 이 상호 작용은 입자들의 속도를 늦춘다. 질량이 없는 입자는 진공 속을 빛의 속도로 달릴 것이고, 속도가 느려지는 입자는 그만큼 질량을 얻게 될 것이다.

  기본 입자가 질량을 얻는 이 기묘한 과정을 우리는 힉스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힉스 메커니즘은 우리에게 기본 입자가 어떻게 질량을 얻는지뿐만 아니라 질량의 성질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이 메커니즘은 왜 어떤 입자는 무겁고 어떤 입자는 가벼운지를 설명해준다. 그것은 단순하다. 힉스 장과 더 많이 상호 작용하는 입자는 질량을 더 많이 가지게 되고, 더 적게 상호 작용하는 입자는 질량을 더 적게 가지게 된다."(102~103쪽)


"힉스 보손은 실제 입자이다. 정해진 질량을 가지고 정해진 대로 상호 작용을 하는 기본 입자이다. 힉스 장 자체는 아니지만, 이 입자 역시 힉스 장과 관계가 있다. 본질적으로 힉스 장을 살짝 흔들어주면, 즉 에너지를 조금 주면 진짜 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나의 장이 진공, 즉 빈 공간 전체에 0이 아닌 값으로 퍼져 있으면서 동시에 입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본 입자가 힉스 메커니즘을 통해 질량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힉스 보손 자체는 부차적인 입자이다. 힉스 보손 자체는 다른 기본 입자의 질량과 특별한 상관이 없다. …질량을 부여하는 것은 힉스 보손이 아니라 힉스 장이다."(22쪽)


#2.

과학과 기술의 역사, 철학, 그리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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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속의 사회

나카지마 히데토 지음, 김성근 옮김/ 오래/  1만2000원




애초에 일본 방송대학의 강의 교재로 저술된 나카지마 히데토 교수(일본 도쿄공업대학 사회이공학연구과)의 책 <사회 속의 과학>은 과학과 기술에 관한 역사와 철학, 그리고 과학사회학의 주제를 한데 모아 과학기술학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학습교재답게 15개 장마다 학습 목표와 핵심, 주제어를 정리해두어, 이 분야에서 자주 논의되는 얘기들의 요점을 두루 훑으며 살펴볼 수 있게 도와준다.


과학사 통사를 다룬 책은 이미 몇 권 있는데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지은이는 17세기와 비교할 때 현대 과학이 큰 영향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과학과 기술이 상호 연관성을 키우며 결합했기 때문이라는 관점을 유지하며 과학의 역사와 기술의 역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따로 발전해온 과학과 기술은 고대와 중세, 근세를 거치며 조금씩 가까워지다가 현대에 이르러 밀접한 연관을 맺는 과정이 책의 목차 구성에 반영돼 있다.


책이 다루는 시대의 구성을 보면, 고대와 중세는 간략하게 4개 장에서 요약되었으나, 과학의 제도화와 전문직업화가 이뤄진 19세기 후반 이후의 역사와 철학, 사회 쟁점들은 9개 장에 걸쳐 비교적 폭넓게 다뤄졌다. 과학철학의 논쟁적 이론들과 현대 사회가 직면한 과학기술 쟁점들, 냉전형 과학기술 연구 시스템의 형성, 기업 내 과학기술자, 국가와 과학기술 등 주제를 각각의 장에서 다룬다. 이 책의 우리말 번역은 동아시아 과학기술학 연구자들이 오랜 동안 교류하며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되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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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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