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발전소...입고다니면 전화 충전되는 '스마트 옷' 연구

미래과학의 산실, 융합연구 현장을 가다 (4)



00title2.jpg 2011년부터 고등학생들은 ‘융합과학’ 교과서로 과학을 공부한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으로 엄격하게 구분된 개념 위주로 공부해온 학생들은 낯설고 어렵게 느끼기도 하지만 우주·자연·생명에 대한 현대과학적 해석과 인류 문명에 대한 현대기술의 기여를 융합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가히 현대는 ‘융합의 시대’라 할 만큼 융합이 유행이다. 정부는 2008년 ‘국가융합기술발전 기본방침’을 세우고 융합형 기초·원천 과학기술 연구에 정책의 방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추격형·모방형에서 창조형·창의형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서 있다. 그 근간의 하나가 융합 연구다. 융합 연구 현장을 4차례에 걸쳐 찾아가본다.

00LEK.jpg » 김은경 ‘인체에너지변환 융합파이오니어 연구단’ 단장(왼쪽)이 압전소자와 열전소자가 내장된 ‘스마트 옷’을 입은 연구원의 움직임에 따라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근영


본 도쿄 지하철 역사의 개찰구는 사람들이 바닥을 디디면 밑에 심어진 압전소자들에서 발생하는 전기로 여닫는다. 압전소자는 압력을 가하면 진동이나 충격 등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특수한 물질로 이뤄져 있다. 독일 자동차회사 베엠베(BMW)와 벤츠는 자동차 머플러에 열전소자를 장착해 폐열을 전기로 바꿔 엔진 보조전기나 시트 냉·난방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열전소자는 두 금속의 온도차에 의해 전류가 생기는 ‘제베크효과’를 이용해 전기를 얻는 소자다. 이렇듯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유용한 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 수확 기술’을 사람 몸에 적용하면 어떨까? 연세대에 둥지를 튼 ‘인체에너지변환 융합파이오니어 연구단’은 이 아이디어 하나로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의류환경학과, 운동생리학을 다루는 체육교육과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만들어졌다.


연구단의 목표는 단순히 옷을 입고 활동하는 것만으로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비상시 위치정보 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는 수준의 전기를 생산하는 ‘자가발전 스마트 의류’를 생산하는 것이다. 사실 인체의 움직임을 이용한 에너지 수확 기술은 상당한 연구 성과가 이미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은 신발 뒤축에 압전물질을 붙여 사람이 걸을 때 발생하는 충격으로 1.3㎷의 전기를 얻었다.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에너지 수확 배낭을 개발해 보행시 진동으로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으며, 캐나다의 한 벤처회사는 무릎 관절에 압전소자를 붙여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할 때 전기가 발생하도록 했다.


00a3.jpg 연구단 출범 초기 2년 동안 단장을 맡은 김용준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개발된 기술들은 신발 착용감을 나쁘게 하거나 배낭을 메고 관절에 불필요한 힘이 추가로 걸리게 하는 불편함을 주었다. 연구단은 나노·마이크로기술을 이용해 소형화한 에너지 수확 소자를 평상복처럼 편한 옷에 장착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들 연구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정보통신(IT) 기술을 옷에 적용하는 연구를 해 엠피3와 발광다이오드(LED)가 내장된 스키복을 만들어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김 교수한테서 연구단 단장을 넘겨받은 김은경 화학공학과 교수는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해 착용감에 전혀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열전 효과가 높은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이 에너지 수확 기술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저장 기술이다. 김용준 교수는 “그동안 에너지는 무한대로 생산해 어떻게 손실이 적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는지가 연구대상이었다. 그러나 인체에너지 변환기술로 얻는 전기는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모아 저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 등이나 가슴에 열전소자를 붙여 체온과 바깥 온도의 차이를 이용한 열전효과나 무릎, 팔꿈치 등에 부착한 소자에서 발생하는 압전효과로 얻을 수 있는 전기는 수 마이크로와트(㎼)에서 수 밀리와트(㎽)에 불과하다. 


이렇게 발생한 전기를 회로를 통해 모으려면 회로를 작동하는 에너지가 또 필요하다. 더욱이 에너지 수확 기술로 얻는 전류는 교류(AC)이다. 전자장치에 쓰기 위해서는 직류(DC)로 변환해야 하는데 이때도 에너지가 들어간다.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이다. 물이 많을 때는 파이프로 흘려보낼 때 파이프 자체에 물이 묻어 약간 손실이 발생해도 끝단에서는 물이 나오지만, 물이 적을 때 물을 보내면 파이프에 다 달라붙어 말라버리는 이치와 같다. 연구팀은 중간저장장치를 만들어 에너지를 수확하는 아이디어로 회로를 만들어 특허를 출원했다. 이 에너지관리시스템은 한국과학기술원(키스트)의 김재헌 박사 연구팀이 맡고 있다.


김용준 교수는 “연구단 활동이 마무리되는 2016년께면 직물형 에너지 수확 소자, 저진동 에너지 수확 소자, 체열 에너지 수확 소자 등을 개발하고 저손실 에너지 전달 및 저장 회로 개발을 완료해 완전한 형태의 옷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재 끝]



인간 지능의 비밀, 융합연구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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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토마소 포지오 교수 인터뷰


00a2.jpg  “인간 지능 연구는 생명이나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일과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하버드와 엠아이티(MIT) 교수들이 함께 연구를 할 겁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엠아이티) 안에는 회색톤의 네모난 여느 건물들과 달리 눈에 띄는 총천연색에 예술적 모양을 한 현대 빌딩이 하나 있다. ‘스타타센터’로 불리는 이 ‘빌딩32’의 7층에는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가 있다. 2004년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전기공학, 컴퓨터과학, 수학, 인지과학, 기계공학 등 7개과 교수와 연구원, 학생 등 800명이 모여 만들었다. 이 연구소에 속한 토마소 포지오 뇌·인지과학과(BCS) 교수를 지난달 초 만나 인공지능 융합연구에 대해 물었다.


-인간의 시각 작용 원리를 기계에 적용하는 연구를 한다고 들었다. 어떤 연구인가?

“뇌과학과 컴퓨터과학을 바탕으로 사람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뇌가 어떻게 물체를 시각적으로 인식하는지, 어떻게 기계로 하여금 물체를 인식하도록 할지를 연구한다. 학습은 지능 문제에 접근하는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뇌에서 시각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원리를 알아내 기계에 적용하려 한다.”


-유형화(카테고라이제이션)를 연구의 핵심 요소로 꼽고 있는데.

“어린 아이에게 개와 말 이미지를 한장씩 보여주고 난 뒤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개인지 말인지 분간하라면 잘 골라낸다. 컴퓨터가 이런 일을 하려면 아주 많은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 아이는 훨씬 적은 이미지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그런지 단초를 발견했다. 우리 뇌는 물체가 3차원 상에서 움직일 때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대칭성을 배우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유형화를 쉽게 학습하는 것이다. 현재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기계를 만들고 있다.”


00MIT.jpg -이런 연구를 하려면 어떤 분야 사람들이 공동연구를 해야 하나?

“인간만큼 똑똑한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컴퓨터과학과 뇌신경과학이 결합해야 한다. 50~60년 전에 인공지능 연구가 시작됐지만 처음에는 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컴퓨터과학만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람이 보는 것과 똑같은 수준으로 컴퓨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지능 문제는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다. 생명의 비밀을 밝히거나 우주의 기원을 찾는 일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지능 문제를 풀 수 있으면 우리 자신을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고 기계를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으며 기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도와주고 우리가 다른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체스 챔피언 ‘딥 블루’나 인기 퀴즈쇼 제오파디 우승기계 ‘왓슨’, 구글의 ‘시리’ 등이 사례이다. 나도 얼굴을 식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보행자가 나타날 경우 운전자에게 멈추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어떻게 기계를 인간처럼 지능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인간이 기계와 같을 수는 없으며 지능의 원리를 이해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엠아이티와 하버드대 18개 학과의 교수진을 한데 모아 미국과학재단(NSF) 차원의 ‘뇌·정신·기계센터’(CBMM)를 만들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은 여러 과학분야 사람들의 협력연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버드 컴퓨터과학과 의대, 엠아이티의 컴퓨터공학과 인지과학 연구진이 인체 및 동물실험과 이론 연구를 할 것이다.”


-협력연구의 바람직한 형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융합을 강조하다 보면 기존 학문(학과)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는데.

“학과가 없어질지는 모르겠다. 단지 항상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엠아이티 물리학과의 경우 10~15년 전에는 많은 학자들이 가속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그 수가 훨씬 줄고 지금은 몇몇 물리학자는 생물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엠아이티 전체로 보아도 150년 전 설립 당시에는 농업 연구가 주요 분야였고 그 뒤엔 도시공학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전에는 기계공학이, 1차와 2차 대전 사이에는 전기공학, 2차 대전 뒤에는 컴퓨터공학이, 최근 30년은 생물학이 연구를 주도했다. 뇌과학은 생물학에서 가장 최근에 주목받는 분야이다. 세상은 계속 변하며 다음은 뇌과학의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 위 기사는 <한겨레> 2월5일치 22면에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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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선임기자
때론 현미경으로 과학, 과학자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때론 멀리서 망원경으로 방관하는 문과 출신 과학기자. 과학과 대중의 소통과 과학기자의 역할에 관해 연구 중.
이메일 :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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