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


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

aging.jpg » 노화. 출처/ pixabay.com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얘기는 당연해 보이는데, 이런 노화의 불가피성을 수학적 모형과 계산으로 증명하고 나선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두 진화생물학자가 수학적 모형을 이용해 최근 노화 이론들이 다루는 암묵적 전제들을 검증해보니 노화는 다세포 생명체가 지니는 피할 수 없는 속성으로 풀이된다며 이런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의 논문은 과학저널 <미국 과학아카데미회보(PNAS)>에 실렸다.


연구진은 다세포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세포간 경쟁과 선택, 그리고 노화와 암의 상호관계를 수학적인 모형과 방정식으로 풀었다. 여기에선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두 가지의 불가피한 현상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개별 세포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점점 떨어지거나 사라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일부 세포에서 왕성하게 성장 속도가 빨라져 암 세포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포간 경쟁'은 모형의 기반 요소로 중요하게 다뤄졌다. 세포 개체들 간에 경쟁이 작동해 기능이 약해진 세포들은 제거되고 건강한 세포들이 선택될 때 유기체는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진의 모형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세포의 전반적인 기능 저하와 일부 세포의 왕성한 성장 속도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데에 진퇴양난의 딜레마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보도자료에 담긴 연구진의 설명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세포들 대부분의 기능은 서서히 떨어지고 사라진다. 세포들은 성장도 멈추기도 한다. […] 그렇지만 일부 세포는 미친듯이 성장한다. 우리 연구가 보여주는 바는 이것이 이중구속(double bind,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굼뜬 세포들을 제거한다면, 그로 인해 암세포들이 번창할 수 있다. 만일 이런 암세포들을 제거하거나 그 속도를 늦추려 한다면, 그로 인해 굼뜬 세포들이 계속 쌓일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은 이런 굼뜬 세포들이 축적되도록 놔둘 것이냐 아니면 암세포들이 번성하도록 놔둘 것이냐 그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하나를 행한다면 다른 하나는 할 수 없다. 둘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세포간 경쟁에서 기능저하 세포들을 제거하고 건강한 세포들을 유지하도록 하는] 선택 기능을 더 강력하게 한다 해도 노화는 여전히 다세포 생명체의 피할 수 없는 속성으로 남을 것임을 보여준다”는 결론을 제시했다.연구진은 “우리는 이 두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게 왜 불가능한 일인지”, 즉 노화는 왜 다세포 생명체의 고유한 속성이며 불가피한 현상인지를 수학적으로 입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결론과 논문 초록 부분이다.

 

대부분 생물체가 지닌 성장과 재생 능력을 감안한다면, 언뜻 보기에 노화는 불가피한 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노화가 일종의 불완전한 선택(imperfect selection) 때문이라고, 즉 [세포간 경쟁에서 기능저하 세포들을 솎아내는] 선택 기능만 제대로 이뤄지면 잠재적으로 불멸의 유전형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유해한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그런 선택 기능이 없어지며 생긴다고 주장한다. 우리 연구진은 노화를 막는 선택 기능이 더 강력해진다 해도 노화는 여전히 다세포 생명체의 피할 수 없는 측면으로 남을 것임을 보여준다.


노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려면 한 유기체 내에서 이뤄지는 체세포 선택(somatic selection)의 역할을 살펴보아야 한다. 체세포간의 선택(즉, 세포간 경쟁)은 기능을 잃은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다세포 유기체의 건강성(fitness)은 그 개별 세포들의 기능성이 어떠한지에만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세포들이 얼마나 함께 잘 작동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세포간 경쟁으로 인해 기능 잃은 세포들이 제거되지만, 그로 인해 협력적이지 않는 세포들이 선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세포간 경쟁으로 인해, 다세포 생명체에서는 노화가 불가피해지는, 벗어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태가 생겨난다.


  ■ 논문 개요(significance)

우리는 세포간 경쟁과 노화, 암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일반 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한다. 우리 모형은은 노화가 다세포 생명의 근본적인 특징임을 보여준다. 노화의 진화에 대해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바에 의하면, 노화는 삶의 후반에 사망률 증가의 원인이 되는 대립유전자(alleles)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 모형은 현재의 이론과도 충분히 조화하면서도 더욱 강한 주장을 제시한다. 즉, 그런 선택 기능이 완벽하다 해도 다세포 유기체는 노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노화의 진화, 그리고 노화와 암에서 이뤄지는 세포간 경쟁의 역할에 관한 우리의 사유 방식에 새로운 정보를 준다.

  ■ 논문 초록

현재 이론들은 노화가 선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긴다고 여긴다. 즉, 재생산이 시작된 이래 나타나는 다원성의 제약 또는 선택 기능의 약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론들에서는, 노화를 일으키는 대립유전자(alleles)를 찾아낸다면 또는 길항적 다면발현(pleiotropy)을 막는다면 노화 효과를 개선하거나 무한정 늦출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암묵적으로 열어놓는다. 이런 이론들은 다세포 유기체들간의 선택 모형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노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려면 한 유기체 내에서 이뤄지는 체세포 선택(somatic selection)의 역할을 살펴보아야 한다. 체세포간의 선택(즉, 세포간 경쟁)은 기능을 잃은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다세포 유기체의 건강성(fitness)은 그 개별 세포들의 기능성이 어떠한지에만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세포들이 얼마나 함께 잘 작동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세포간 경쟁으로 인해 기능 잃은 세포들이 제거되지만, 그로 인해 협력적이지 않는 세포들이 선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세포간 경쟁으로 인해, 다세포 생명체에서는 노화가 불가피해지는, 벗어날 수 없는 이중구속(진퇴양난, double bind)의 상태가 생겨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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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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