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령의 "뇌과학/인공지능과 우리"

인간의 과학과 기술인 뇌과학과 인공지능은 다시 ‘나, 너, 우리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뇌과학 박사과정 송민령 님이 생명과 기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의 모습을 전하면서 나, 너,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의 이야기를 독자와 나눈다.

뇌는 몸의 주인일까?

[17] 몸이 뇌에 끼치는 영향


17_1.jpg » 뇌와 몸.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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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몸의 주인일까? 삶에서 마음은 중요한 부분이고,

뇌가 마음의 작용에서 특별히 중요한 기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뇌는 에너지 대사를 전적으로 몸에 의존하고 있으며

몸이 전해주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와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동작한다. 먹이, 안전, 번식 등의 보상을 높이는 데 적절한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과 몸 상태를 모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의 활동은 몸의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받아야만 한다.

뇌가 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이기는 해도,

잘 이해하면 정신질환 치료나 건축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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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유지비가 비싼 기관이다. 뇌의 질량은 체중의 2%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몸이 사용하는 총 에너지의 20% 이상을 소모한다. 입맛도 까다로워서 포도당을 주된 연료로 사용하며(전체 포도당의 60%가량) 모든 에너지 대사를 전적으로 몸에 의존하고 있다.[1][2] 그래서인지 뇌는 몸의 주인처럼 여겨진다. 아프거나 피곤할 때가 아니면 내 몸은 대체로 내 마음대로 움직이며, 뇌는 마음과 밀접하게 관련된 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뇌가 몸의 주인일까?


우렁쉥이는 살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는 유생 시기에는 신경계를 갖지만, 한곳에 터를 잡은 이후에는 문자 그대로 ‘뇌를 소화해’버린다. 이는 뇌가 ‘움직이는 생물’의 전유물임을 보여준다.[3] 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은 먹이, 안전, 짝과 같은 보상을 획득해 그것을 바탕으로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움직임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무작위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감각 정보를 활용해서 보상과 위험을 예측하고 이 예측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뇌가 필요하다. 그래서 뇌 활동은 몸으로 들어오는 감각 정보의 영향을 받는다.


무엇이 적절한 움직임인지는 현재의 몸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동일한 자극도 몸 상태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예를 들어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 빵 한 조각의 가치는 다르다), 몸 상태에 따라 가능한 행동의 범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의 활동은 몸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받아야만 한다.



몸이 뇌에 끼치는 영향 (1): 외부 환경과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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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관한 정보는 몸을 통해 들어와 뇌의 작동 방식을 조율한다. 예컨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하루의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이 달라진다. 망막에서 들어온 시각 정보는 눈 뒤에서 좌우가 교차되어 후두부의 시각 뇌로 전해지는데 시각 정보가 교차되는 지점을 시교차(optic chiasm)라고 부른다. 이 시교차의 위(上)에 있는 시교차 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 빛의 양에 따라 하루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 (아래 그림).


17_2.jpg » 시교차 상핵은 시상하부 안에 있는 여러 핵 중의 하나이다. 시상하부는 호르몬과 자율신경계를 통해 혈압, 체온, 음식물 섭취와 수분 대사를 조절하고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부위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교차 상핵의 신경세포들은 빛의 양이 많은 낮에는 8~12헤르츠(Hz; 헤르츠는 빈도를 나타내는 단위. 1헤르츠는 1초당 1회의 빈도를 뜻한다)의 높은 주파수로 활동하다가, 밤이 되면 0~1헤르츠로 활동량이 뚝 떨어진다. 이 신경세포들의 활동량에 따라서 유전자의 발현과 에너지 대사, 호르몬과 신경조절물질의 분비량이 조절된다. 그에 따라 낮과 밤의 행동, 사고, 정서 패턴이 달라지므로,[4][5] 아침의 뇌는 오후의 뇌와 다른 뇌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하루 생체 리듬이 뇌와 몸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 때문인지, 올해 노벨 생리학상은 하루 생체 리듬의 분자 원리를 규명한 연구자들에게 주어졌다.[6]


몸으로 들어오는 환경 정보는 뇌 활동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수면을 예로 들어 보자. 잠이 들면 뇌파의 주파수가 점차 낮아지고 진폭이 커지면서 깊은 수면 단계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다시 뇌파의 주파수가 높아지면서 꿈을 꾸는 단계인 렘(REM) 수면 단계에 들어간다. 이 순환 과정이 자는 동안 여러 번 반복되며, 순환 과정이 반복될수록, 깊은 수면 단계는 짧아지고 렘 수면 단계는 점차 길어진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 뇌파의 주파수가 낮은 것은, 깊은 수면 단계에서는 신경 세포들의 활동이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깨어 있는 동안과 깊은 수면 단계 동안 신경세포의 활동과 뇌파를 나타낸다. 파란색 화살표로 표시된 파형이 뇌파이고, 빨간 화살표로 표시된 검은 점들은 신경세포의 활동전위가 일어난 시점을 나타낸다. 활동 전위들이 나열된 가로줄 하나하나가 각각의 신경세포를 나타내는데(검은 화살표) 이 그림에서는 40개 신경세포의 활동전위를 표시했으므로 이런 가로줄이 40개 있다.


17_3.jpg » 깨어 있는 동안과 깊은 수면 단계 동안 신경세포의 활동과 뇌파를 나타낸 그래프. 출처/ Wikimedia Commons


어 있는 동안에는 신체 안팎의 온갖 정보가 뇌 속으로 들어오고, 움직임도 활발하기 때문에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제각각이다. 활동전위(검은 점)들이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어서 주파수가 크고 진폭이 자잘한 뇌파가 생긴다. 반면, 깊은 수면 단계 동안에는 뇌 속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적고 신경세포들의 활동도 동기화된다. 그 결과 0.8헤르츠 정도의 느리고 진폭이 큰 뇌파가 생겨난다.[7]


그렇다면 깊은 수면 단계(아래 그림)의 뇌파와 같은 주파수를 가지는 메트로놈 소리를 잠잘 때 들려주면 어떻게 될까? 자려고 누운 시점부터 0.8헤르츠의 부드러운 메트로놈 소리를 들려주면, 12~15헤르츠의 빠른 주파수를 가지는 뇌파가 억제되는 반면 0.8헤르츠 주파수를 가지는 느린 뇌파는 진폭이 커진다고 한다. 메트로놈 소리와 주파수가 맞는 뇌파는 강해진 반면 주파수가 다른 뇌파는 억제된 것이다.[8]


17_4.jpg » 수면의 단계. 잠이 들면 뇌파의 주파수가 점차로 작아지고 진폭이 커지면서 깊은 수면 상태 (3-4단계)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다시 뇌파의 주파수가 높아지면서 꿈을 꾸는 단계인 렘 수면 단계에 들어간다. 렘 수면 단계에서는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꿈을 꾸는 동안 다치지 않도록 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수면의 1-4단계를 거쳐서 렘 수면에 이르는 순환 과정이 자는 동안 여러번 반복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깊은 수면은 점점 짧아지고, 렘 수면은 점차로 길어진다. 수면 순환의 주기는 처음에는 1시간 40여분이지만 점차 짧아진다. 수면의 각 단계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 깊은 수면은 구체적인 정보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 반면, 렘 수면 동안에는 기억 감정적인 요소와 일반화된 정보가 처리된다고 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런 성질을 깊은 수면의 양을 늘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수면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깊은 수면 단계 동안 뇌파와 위상이 맞는 1헤르츠의 메트로놈 소리를 들려주면 깊은 수면의 양이 늘어난다고 한다. 깊은 수면의 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수면의 각 단계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데 깊은 수면은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답-문제', '토끼-거북이' 같은 단어 묶음을 학습시킨 뒤, 깊은 수면 단계에 있는 동안 1헤르츠의 소리를 들려주었더니, 다음 날 단어 묶음을 더 잘 기억했다고 한다.[9][10]



몸이 뇌에 끼치는 영향 (2): 내부 상태와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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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동이 최선인지는 현재 몸 상태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뇌의 활동은 신체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넓은 방안 여기저기에 레버를 10번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장치를 여러 개 설치해둔 상황을 생각해보자. 10번 눌렀을 때 나오는 먹이의 양은 장치마다 다르다. 이제 이 방안에 배고픈 생쥐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먹이를 찾아 다니던 생쥐가 우연히 발견한 장치의 레버를 10번 눌렀더니 먹이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생쥐는 두 가지 전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1) 선택한 장치만을 계속 활용(exploitation)해서 먹이를 얻는 전략과, (2) 먹이를 더 많이 구할 수 있는 다른 장치를 탐색(exploration)하는 전략이다.


신이 생쥐라면 활용을 할지 탐색을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내가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 있는지, 가뭄에 콩 나듯이 먹이가 귀한 환경에 있는지 따져볼 것이다. 레버를 10번이나 누르기가 힘들더라도 먹이가 귀한 환경에 있다면 그냥 눈앞에 있는 장치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 지금보다 더 나은 장치를 발견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 있다고 판단되면, 주변을 탐색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주위 환경뿐 아니라 몸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배가 너무 고파서 앞뒤 가릴 겨를이 없다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레버를 열심히 눌러서 배를 채우는 편이 낫다(활용). 다른 장치를 발견하려면 얼마나 돌아다녀야 할지도 모르고 다른 장치가 눈앞의 장치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는데, 부족한 에너지를 불확실한 탐색에 투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가 심하게 고프지 않다면 눈앞에 있는 고만고만하지만 확실한 보상보다는 불확실하더라도 더 나은 보상을 탐색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이처럼 최선의 행동을 위해서는 주변 환경과 몸 상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신경조절물질인 도파민은 탐색-활용 행동의 균형과 관련되어 있다. 도파민 분비량이 풍부하면 불확실성을 탐색하는 행동이 많아지고, 도파민이 부족하면 확실한 것을 활용하는 행동이 늘어난다(이전 글 “사랑은 화학 작용일 뿐일까” 참고 http://scienceon.hani.co.kr/448396 ). 그래서 환경에 보상이 풍부할수록, 몸 안의 에너지가 넉넉할수록, 도파민의 분비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11][12]


그밖에 몸이 먹고 소화시키는 음식물도 뇌 활동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커피에 든 카페인은 뇌 속 아데노신 수용체(아데노신과 결합하여 세포 안쪽에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분자)와 도파민 수용체의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데, 이것이 각성 효과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13]



몸이 뇌에 끼치는 영향 (3):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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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감정에 끼치는 영향은 워낙 커서, 오죽했으면 심장의 두근거림, 눈물 같은 신체적 상태의 자각이 감정이라는 이론(제임스-랑게 이론; James-Lange theory)이 나오기도 했다.[14]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프다’라는 이론인데, 둘 다 맞다. 멀쩡히 있다가 우스운 기억을 떠올리는 바람에 웃기도 하지만, 웃다 보면 재미있어지기도 한다.


를 들어 어떤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슬픈 이야기를 읽게 하고 다음 날 그들을 다시 불렀다. 전날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는 동안, 한쪽 그룹의 피험자들은 이로 펜을 물어서 웃는 표정을 짓게 하고, 다른 두 그룹의 피험자들은 손으로 펜을 쥐거나 입술로 물어서 웃지 않는 표정을 짓게 했다. 그랬더니 웃는 표정을 지었던 그룹은 슬픈 감정을 덜 느꼈다. 이는 표정이 감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15][16]


그래서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보톡스나 젤은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공감하는 수준을 바꾼다고 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거의 자동적으로 상대방의 표정을 조금씩 따라하는데, 이런 따라하기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톡스를 맞으면 얼굴 근육이 살짝 마비되어 근육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가 뇌로 충분히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면 얼굴에 드러난 타인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반면에 표정 변화를 방해하는 젤을 얼굴에 바르면 근육을 움직이는 데 더 많은 힘이 들어서, 근육에서 뇌로 가는 신호가 증폭된다. 이 경우에는 상대방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지각할 수 있다고 한다.[17]


들숨이냐 날숨이냐도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18]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피험자들은 코로 숨을 들이마실 때 무서운 자극을 접하면 코로 숨을 내쉴 때보다 더 빨리 인지하고, 더 잘 기억했다. 신기하게도 이 효과는 입으로 숨을 들이마실 때나 내쉴 때는 없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무서운 상황에서 숨이 가빠지는 것은 위험한 자극을 더 잘 인지하고 기억하도록 돕는 작용을 추론했다. 이처럼 몸의 상태는 감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감정이라는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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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현명한 판단을 방해한다고 여겨지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이성에 따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일하기를 원한다. 차가운 도시 남자, 차가운 도시 여자를 향한 선망에는 몸과 마음이 고달픈 현대인들의 일상이 투영된 것 같아 짠하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이 없으면 기본적인 의사 선택도 어렵다. 선택이란 나의 현재 상태를 감안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나의 몸과 긴밀하게 연결된 감정은 나의 현재 상태를 요약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어떤 것을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아이오와 도박 과제(Iowa gambling task)’라는 잘 알려진 실험을 살펴보자.[19] 피험자들에게 네 개의 카드 묶음(Deck)을 제시하고, 매번 네 개의 묶음 중 하나를 골라 카드를 뒤집어 보게 한다. 뒤집은 카드의 내용에 따라서 피험자들은 돈을 얻거나 잃게 된다. 네 개 중 두 개의 카드 묶음은 고수익 고위험이고, 나머지 두 개의 묶음은 저수익 저위험인데 후자 쪽의 평균 이익이 약간 더 높다.


대개의 피험자들은 10번쯤 카드를 뒤집다 보면 어떤 카드 묶음이 나쁜 카드 묶음인지 ‘몸으로’ 알기 시작한다. 평균 이익이 낮은 묶음을 선택할 때면 땀 분비가 많아지는 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으로는 40~50번쯤 카드를 뒤집은 후에야 어떤 카드 묶음이 좋고 나쁜지 알게 된다. 아이오와 도박 과제는 몸으로 경험하는 감정 상태가 의사 결정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암시한다(이를 신체 표지 가설(somatic marker hypothesis)이라고 한다).


그래서 감정 및 감정과 연결된 몸의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amygdala)가 손상되면 아이오와 도박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한다. 편도체가 손상된 환자들들 나쁜 카드 묶음을 선택할 때도 땀 분비가 늘어나지 않으며, 100번이나 카드를 뒤집어도 어떤 카드 묶음이 더 좋은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비슷한 현상이 복측 안쪽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vmPFC)이 손상된 환자들에게서도 관찰되었다. 복측 안쪽 전전두엽은 몸의 반응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처리해서 이성적인 판단과 통합한다고 한다(아래 그림). 그래서 이 부위가 심하게 손상된 환자들에게는 아침으로 무슨 음식을 먹을지 고르는 것처럼 단순한 선택조차 힘겹다.[20]


17_5.jpg » 복측 안쪽 전전두엽과 해마. 측면에서 본 뇌(왼쪽). 아래쪽에서 위로 올려다본 뇌(중앙). 출처/ Wikimedia Commons



몸이 뇌에 끼치는 영향을 이용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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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몸과 마음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므로 마음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몸의 자세를 바꿔서 감정 상태와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아래 동영상에 소개된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을 실험실로 불러서 2분 동안 힘이 약한 사람처럼 보이는 자세나 힘이 센 사람처럼 보이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2분간 자세를 취하기 전후에 침(타액)을 채취해서 검사했더니, 힘센 자세를 취한 사람들은 불안한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25% 정도 감소한 반면, 약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은 15%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또 힘센 자세를 취한 사람들은 적극적이고 자신만만한 느낌과 관련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20% 증가한 반면, 힘이 약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은 테스토스테론이 10% 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 동영상 https://youtu.be/Ks-_Mh1QhMc ]


떤 자세를 취하는지에 따라 행동도 달라졌다. 2분간 자세를 취한 뒤에 도박을 권했더니 최고로 힘센 사람의 자세를 취했던 이들 중 86%가 도박에 참여한 반면, 가장 힘이 약한 사람의 자세를 취했던 이들은 60%만이 도박에 참여했다. 이는 힘센 자세를 취했던 이들이 자신만만해져서 위험에 도전한 반면, 약한 자세를 취했던 이들은 위축돼서 위험을 회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작 2분간 자세를 취한 것만으로 호르몬의 분비와 감정, 행동이 달라진 것이다. 이처럼 몸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약 대신 규칙적인 운동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정서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역이용해서 목적에 맞게 환경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예컨대 하루 생활리듬은 정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태양빛이 적고, 풍광이 삭막해지는 겨울에는 우울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계절성 정동 장애; seasonal affective disorder)). 우울증을 비롯한 정서 질환은 불규칙한 하루 생활리듬과 수면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21] 그래서 뇌로 전해지는 빛의 시기와 양을 조절해서 정서 질환을 치료하기도 한다.[22]


공간이 사고와 정서에 끼치는 영향을 활용해 작업 특성에 맞는 실내 환경을 구성할 수도 있다. 예컨대 천장이 높은 곳은 창의적인 사고에 유리하고, 천장이 낮은 곳은 정해진 범위의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데 유리하다고 한다. 이 점에 착안해 미국의 생명과학 연구소인 솔크 연구소(Salk Institute)는 층고가 3미터인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이처럼 건축에 뇌과학 지식을 접목하는 것을 신경건축(neuroarchitecture)이라고 한다.[23]


* * *


는 몸의 주인일까? 삶에서 마음은 중요한 부분이고, 뇌가 마음의 작용에서 특별히 중요한 기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뇌는 에너지 대사를 전적으로 몸에 의존하고 있으며 몸이 전해주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와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동작한다. 먹이, 안전, 번식 등의 보상을 높이는 데 적절한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과 몸 상태를 모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의 활동은 몸의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받아야만 한다. 뇌가 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이기는 해도, 잘 이해하면 정신질환 치료나 건축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번 글은 필자의 신간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동아시아)에 실린 것을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일부 수정한 뒤 실은 것입니다.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는 한겨레 사이언스온에 그동안 연재한 “송민령의 뇌과학/인공지능과 우리”를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고, 연재에는 미처 포함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해 다듬은 책입니다.


[주]



[1] Berg JM et al. Biochemistry. 5th edition. Section 30.2 Each Organ Has a Unique Metabolic Profile. WH Freeman (2002).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22436/

[2] Raichle ME & Gusnard DA (2002) Appraising the brain’s energy budget. PNAS 99:10237-9.

[3] 루돌포 R. 이나스. 꿈꾸는 기계의 진화: 뇌과학으로 부는 철학 명제. 북센스 (2007)

[4] Colwell CS (2011) Linking neural activity and molecular oscillations in the SCN. Nat Rev Neurosci. 12:553-69.

[5] Jones JR et al. (2015) Manipulating circadian clock neuron firing rate resets molecular circadian rhythms and behavior. Nat Neurosci.18:373-5.

[6] 오철우. 생체시계: “낮과 밤 따라 몸은 하루주기로 돌아간다”(한겨레 사이언스온 2017.10.10). http://scienceon.hani.co.kr/553479

[7] Connors BW et al. Neuroscience: Exploring the Brain, 3rd Edition. Lippincott Williams and Wilkins (2006)

[8] Ngo HV et al (2013) Induction of slow oscillations by rhythmic acoustic stimulation. J Sleep Res.22:22-31.

[9] Oudiette D et al. (2013) Reinforcing rhythms in the sleeping brain with a computerized metronome. Neuron 78:413-5.

[10] Stickgold R & Walker MP (2013) Sleep-dependent memory triage: evolving generalization through selective processing. Nat Neurosci. 16:139-45.

[11] Niv Y et al. (2007) Tonic dopamine: opportunity costs and the control of response vigor. Psychopharmacology 191:507–520.

[12] Beeler JA et al. (2012) Putting desire on a budget: dopamine and energy expenditure, reconciling reward and resources. Front Integr Neurosci. 6:49.

[13] Volkow ND et al. (2015) Caffeine increases striatal dopamine D2/D3 receptor availability in the human brain. Transl Psychiatry. 5:e549.

[14] 조지프 르두. 느끼는 뇌. 학지사 (2006).

[15] Arminjon M et al. (2015) Embodied memory: unconscious smiling modulates emotional evaluation of episodic memories. Front Psychol 6:650.

[16] Psychologists argue about whether smiling makes cartoons funnier (Nature News 2016.11.03)
  본문에서 인용한 실험보다는 1988년에 Fritz Strack이라는 연구자가 수행한 실험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실험에 따르면 피험자들에게 펜을 이로 물게 해서 웃는 표정을 짓게 했더니, 펜을 입술로 물게 해서 화난 표정을 짓게 했을 때보다 만화를 더 재미있게 평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속 연구에서 이 실험이 재현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기에 다른 실험을 인용하였다. 최근에는 유명한 심리학 실험들이 실제로 재현되는지 확인해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17] Neal DT & Chartrand TL (2011) Embodied Emotion Perception: Amplifying and Dampening Facial Feedback Modulates Emotion Perception Accuracy. Soc Psychol
Person Sci 2:673-678.

[18] Rhythm of breathing affects memory and fear (Northwestern Now 2016.12.07).

   https://news.northwestern.edu/stories/2016/12/rhythm-of-breathing-affects-memory-and-fear/

[19] Bechara A et al. (2003) Role of the amygdala in decision-making. Ann N Y Acad Sci 985:356-369.

[20] David Eagleman. The brain: the story of you. Pantheon (2015)

[21] LeGates TA et al. (2014) Light as a central modulator of circadian rhythms, sleep and affect. Nat Rev Neurosci. 15:443-54.

[22] Bhattacharjee Y (2007) Psychiatric research. Is internal timing key to mental health? Science 317:1488-90.

[23] 뇌가 느끼는 좋은 집짓기 ‘신경건축학’을 아시나요 (동아사이언스 2015.12.06).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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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빗소리를 좋아하고, 푸름이 터져나오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도파민과 학습 및 감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뇌과학이 나를 이해하고, 너를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 되기를, 우리가 이런 존재일 때,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문이기를 바랍니다.
이메일 : ryung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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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과학, 인공지능과 우리뇌과학, 인공지능과 우리

    뇌과학/인공지능과 우리송민령 | 2017. 11. 24

    [18] 연재를 마치며: 뇌과학은 어떤 학문인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과학과 인간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뤄지려면 시민과 소통하는 과학, 과학과 소통하는 시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뇌과학, 인공지능, 뇌과학이 현실과 부딪히며 생겨난 ...

  • 뇌영상 기술로 마음과 미래를 알 수 있을까?뇌영상 기술로 마음과 미래를 알 수 있을까?

    뇌과학/인공지능과 우리송민령 | 2017. 08. 31

    [16] 신경부호 해독과 ‘마음 읽기’ 뇌를 연구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신경 해독 기술은 사회적인 필요와 만나서 거짓말을 탐지하거나, 성향을 파악하거나,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고, 질병에 걸릴 위험을 예견하는 쪽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뇌의 구조적...

  • ‘의식’은 뇌속 어디에 있는가? -신경망의 관점에서 보면‘의식’은 뇌속 어디에 있는가? -신경망의 관점에서 보면

    뇌과학/인공지능과 우리송민령 | 2017. 07. 25

    [15] 뇌가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생겨난 특징들 ②       [ ①편 읽기 ] ‘뇌는 네트워크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한 말인데도 막상 이 말의 의미는 분명하지 않다. 뇌가 네트워크이면...

  • “내 탓 아닌 뇌 탓” 주장의 오류“내 탓 아닌 뇌 탓” 주장의 오류

    뇌과학/인공지능과 우리송민령 | 2017. 06. 26

    [14] 뇌가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생겨난 특징들 ① ‘뇌는 네트워크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한 말인데도 막상 이 말의 의미는 분명하지 않다. 뇌가 네트워크이면 어떤 특징들을 갖기에, 네트워크 네트워크 하는 걸까? 뇌가...

  • 기억의 일생: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변하는가기억의 일생: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변하는가

    뇌과학/인공지능과 우리송민령 | 2017. 05. 29

    [13] 기억의 형성, 변형, 회고 우리는 많은 것을 빨리 외우고 오래 기억하기를 바란다. 대개는 시험을 잘 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익과 취직 걱정이 없는 동물들도 기억을 한다. 기억은 왜 필요한 걸까?기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