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 하나 바꾸는 유전자가위, 안전·효율성 높이기 지속과제”

일문일답- 염기편집기법 개발한 데이비드 리우 교수

기초과학연구원-네이처, ‘유전체교정 콘퍼런스’개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기법을 써서 디엔에이(DNA) 염기 하나만을 표적으로 삼아 바꾸는 염기편집(base editing) 기법의 연구개발자인 데이비드 리우(David Liu)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는 “단일 염기의 돌연변이로 생기는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염기편집 기술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에 적용하는 데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이 필요하고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의 유전체교정연구단(단장 김진수)과 과학저널 <네이처>, 그리고 중국과학기술원(CAS)이 27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함께 연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하러 한국을 방문했다. 이 학술행사엔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낸 국내외 과학자 18명와 젊은 과학자 6명이 참여해 최근 연구 동향을 발표했다.


염기편집 기법은 유전체 편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크리스퍼/카스9’ 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서, 디엔에이의 표적 지점에 있는 염기 시토신(C)을 티민(T, 실제론 우라실/U)로 변환함으로써 단일 염기 돌연변이(“점 돌연변이”)를 교정하려는 기법으로 지난해 리우 교수 연구진이 개발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국내에선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진이 이 기법을 처음으로 동물에 적용해서 생쥐의 특정 유전자 염기를 바꾸는 데 성공해 지난 2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보고한 바 있다.

28일 오전에 발표한 리우 교수는 잠깐 시간을 내어 몇몇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통역사와 김상규 박사가 도움을 주었다.

 

 Liu.jpg » 데이비드 리우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오늘 발표한 내용의 요지를 다시 한번 정리해주세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유전체 편집 기술을 보완하는 염기 편집 기술입니다. 이 기술에서 중요한 점은 디엔에이 가닥을 자르지 않으면서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유전체 편집 기술은 디엔에이 이중가닥을 절단하고서 세포가 지닌 재생력에 의존해 원하는 변화를 집어넣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의 문제는 염기를 바꿀 때에 절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표적이 되는 돌연변이를 고치지만 이밖에도 과도한 삽입·절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비교해 염기 편집 기법은 특정 염기 하나를 다른 염기로 바로 전환하기 때문에 디엔에이 절단 없이도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규 박사의 보충설명: 기존의 방법은 디엔에이 두 가닥을 끊어놓고서 교정 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돌연변이도 일어날 수 있다. 리우 박사의 기법은 디엔에이 두 가닥을 절단하지 않고 살짝 벌려서 그 안에서 염기를 바꾸는 방법이다.]

 “중요한 점은 단일 염기의 돌연변이로 생기는 수많은 유전병을 치료하는 데에 염기 편집 기법을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전 질환은 완치가 어려운데, 염기 편집 기법을 쓸 수 있다면 치료 가능성도 높아지리라고 기대합니다. 염기 편집 기법이 안전성과 효율성을 더 높여 임상에 이용할 수 있다면 수많은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단일 염기의 문제인 ‘점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데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무작위의 삽입·결손이 이뤄져 점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데에는 비효율적입니다. 디엔에이 두 가닥을 절단하는 방법을 쓴다면 변이가 5% 일어나고 무작위의 삽입·제거가 50%나 일어납니다. 염기 편집 기법을 쓰면 무작위의 삽입·제거는 1%에 불과합니다. 다른 유전자치료 기법과 비교할 때 점 돌연변이 치료의 효과는 크게 증가합니다. 물론 디엔에이 두 가닥을 절단하는 방법이나 절단하지 않는 방법이나 모두 다 우리의 미래 자산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디엔에이를 절단할 필요가 없으며 점 돌연변이에는 염기 편집 기법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BaseEditing_IBS.jpg »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개념 및 작동 원리. 출처/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가이드RNA(guide RNA)와 카스9(Cas9)의 복합체로서 현재 널리 쓰이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위)와 달리 크리스퍼 염기편집 유전자 가위(아래)는 시토신 탈아미노 효소를 더 붙이고서 세포 안에서 DNA 서열 중 표적이 되는 지점의 시토신(C)만 찾아 그것을 티민(T)으로 교체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서는 가이드RNA가 표적 DNA 지점에 달라붙고 절단효소 카스9이 DNA 두 가닥을 절단함으로써 유전자 편집 작업을 시작한다.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에서는 가이드RNA가 표적 DNA 지점에 결합하고 한가닥만 자르도록 변형된 카스9(nCas9)이 DNA의 한 가닥만 자르고 나면, 그 사이에 탈아미노효소가 표적 DNA 지점에서 시토신(C)만을 찾아 탈아민화함으로써 결국에는 티민(T, 실제론 우라실/U)으로 바꾼다. [김상규 박사의 설명 참조]



이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과정에 많은 이야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발 동기와 과정에 관해 말씀해주십시오.

 “물론 연구개발 과정에 기억나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저는 화학자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생물학을 하고 있지요. 젊을 때에 실험실에서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석학 아래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화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염기 편집도 결국에는 시작점에서 출발해 결과물까지 어떻게 도달할 것이냐의 문제가 중요합니다. 염기 C-G를 T-A로 바꾸는데, 디엔에이의 길이는 다 같습니다. 그러니 바꿔치기 하는 게 더 효율적이겠지요. 바로 변환하면 되는데 굳이 디엔에이 두 가닥을 절단하고서 세포 재생력의 효소 작용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에는 과연 될까 의문도 많았습니다. 표적이 되는 염기 하나를 변환하는데, 어떻게 그 주변엔느 변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을 많이 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세포를 속이는 일입니다. 염기를 변환할 때 세포가 이것을 손상이라 여긴다면 변환된 것을 다시 폐기해버릴 테니까요. 따라서 세포가 자연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알렉시스라는 뛰어난 연구자가 우리 연구진에서 함께한 덕분에 이런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많은 과정이 있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함께하며 기여했습니다. 우리는 계속 의심하고 또 증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력과 헌신, 그리고 또한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일 염기 편집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다른 유전자 편집 기술과 마찬가지로, 염기 편빕 기술에도 (표적으로 삼은 단일 염기뿐 아니라 다른 곳의 염기도 바꾸는) 표적이탈(off-target)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개발한 기법은 크리스퍼/카스9의 기법과 비교해 표적이탈 효과는 낮은 편입니다. 정확도를 높이고 다른 변이를 줄이는 기법들을 많은 연구자들이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진수 단장 연구진은 표적 정확도를 측정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또한 염기 편집 기법을 직접 적용해 여러 성과를 냈으며, 예를 들면 세계 처음으로 이 기술을 쥐의 배아에 적용한 바도 있습니다. 지금도 여러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간 치료를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와 관련한 분야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염기 편집 기법에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하고, 앞으로 서로 협업연구를 통해서 서로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 대략적인 연구 방향은 무엇인지요?

 “연구결과를 과장하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유전질환 환자의 부모들한테서 가슴 아픈 사연을 듣기도 합니다. 그래서 균형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염기 핀집 기법을 적용한 임상시험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고, 큰  가능성 있다고도 생각하며 우리도 그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연구 목표는 효과적이면서 안전성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수많은 연구실들이 이런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임상시험에서도 효과가 나도록 노력하고, 책임감을 갖고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임상시험까지 성공해서 환자들이 혜택을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기술 개발에는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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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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