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날씨 예보를 위한 전진기지, 파커 태양탐사선

00galaxy.jpg 이정환의 ‘우주★천문 뉴스 파일’

관측과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근원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우주와 천문학의 새로운 연구 소식들이 잇따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이정환 님이 우주·천문 분야의 흥미로운 최근 소식을 간추려 독자들께 전해줍니다.


NASA 내년 7월 발사...태양 대기와 태양풍 데이터 수집 활동




난달 21일, 미국의 낮 하늘에는 태양과 달이 만들어낸 최고의 우주쇼가 펼쳐졌습니.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에 놓여 달의 그림자가 태양을 가리는 개기 일식(total solar eclipse)이 일어났지요. 덕분에 낮 시간에도 온 하늘이 캄캄해지고 별을 볼 수 있는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그 날 미국에서는 태양을 연구하는 사람들부터 아마추어 사진가, 정치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우주쇼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장면이 일생에 꼭 한 번은 봐야 할 황홀한 광경이라고 묘사하기도 하더군요.


12-1.jpg » 지난 8월 21일에 있었던 개기 일식의 사진. 가려진 태양 바깥 부분에 밝게 빛나는 곳이 태양의 대기인 코로나(corona)이다. 그리고 태양 표면을 잘 보면 붉은 색으로 물질들이 솟구치는 홍염(prominence)을 볼 수 있다. 출처/ Derek Demeter



하늘의 절대자,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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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지금은 개기 일식이 천체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멋진 우주 이벤트이지만, 먼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낮 시간에 해가 가려지니 불안해진 사람들은 여러 이야기를 지어냈습니다. 고대 베트남인은 아주 커다란 개구리가 해를 먹어버리는 것이 일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전설에도 해를 먹는 개에 대한 이야기가 있죠. 아프리카 서부의 한 부족은 일식을 태양과 달이 싸우는 것이라고 표현하였고, 그 싸움을 멈추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어쨌든 모두 일식을 길조가 아닌 흉조로 생각했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매일 당연한 듯 비추고 계절의 순환을 돕던 태양이 갑자기 하늘에서 사라지고 온 세상이 어두컴컴해지니 그 시절의 사람들은 얼마나 더 놀랐을까요. 태양이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학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태양은 여전히 우리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적정 온도 유지, 대기 순환, 해류 순환, 식물의 광합성 등 태양과 관련이 있는 문제들은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할 수도 없습니다. 거의 모든 생물들이 태양 빛과 열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고, 태양이 조금만 변덕을 부려도 많은 생물들이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태양 활동은 다른 천문학 현상과는 달리 우리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나 지금이나 하늘의 절대자는 여전히 태양인 셈이지요.



우주의 ‘태양풍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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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활동과 관련해서 중요하게 떠오른 분야가 ‘우주 날씨(space weather)’입니다. 우주 날씨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우주 환경의 작용과 원리를 이해하는 분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 환경은 지구 대기와 지구 자기장, 그리고 지구 주변의 태양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주 날씨는 주로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solar wind)의 영향을 받습니다. 태양풍은 뜨거운 태양 표면과 태양 대기에서 생겨난 고(高)에너지의 빛과 입자들의 흐름입니다.


12-2.jpg »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의 관계를 나타낸 그림. 왼쪽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색의 흐름이 태양풍이다. 태양풍은 강한 전기적 성질을 띠고 있어 지구 자기장(파란색 선)의 모양을 왜곡시킨다. 출처/ NASA


양 표면은 온도가 약 6000도에 달하고, 태양의 대기 하층부에 속하는 채층(chromosphere)부터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여 상층부인 코로나(corona)는 온도가 약 수백만 도까지도 올라갑니다. 이렇게 뜨거운 영역에서는 기체를 이루는 원자들이 양(+) 전하를 띠는 양성자(proton)와 음(-) 전하를 띠는 전자(electron)로 분리되어 존재합니다. 이 상태를 ‘플라스마(plasma)’라고 합니다.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물질의 ‘제4의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전하와 음전하가 나누어졌기 때문에 전기적 성질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12-3.jpg » 태양 대기의 구조를 나타낸 그림. 태양 표면을 광구(photosphere)라고 하며, 광구로부터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채층(chromosphere), 코로나(corona) 등의 태양 대기층이 존재한다. 출처/ ESA


태양 플라스마는 태양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태양 표면에서는 플라스마 물질을 분수처럼 태양 대기권으로 쏟아내는 격렬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태양 플레어(flare)나 홍염(prominence)이 그 예이지요. 이 때 생겨난 플라스마의 ‘바람’이 태양풍입니다. 온도가 매우 높은 태양 대기에서는 태양풍과 함께 엑스선(X선)과 자외선 같은 고(高)에너지 방사선까지 덤으로 내놓습니다.


12-4.jpg » 태양 표면의 홍염(prominence)을 촬영한 사진. 태양 내부 또는 표면의 플라스마 물질들은 태양의 자기장 흐름에 따라 태양 대기로 분출된다. 그리고는 다시 태양 표면으로 떨어지면서 고리 모양의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 현상이 홍염이다. 플레어 역시 비슷한 현상이다. 이 때 플라스마 물질들이 매우 강하게 방출되면 고리 형태를 끊고 대량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코로나 질량 방출(coronal mass ejec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작들이 태양풍의 방출 원리이다. 출처/ SOHO-EIT Consortium, ESA, NASA


양풍은 그 전기적 성질 때문에 지구의 전자기장을 모두 교란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풍이 심하면 지구에서는 통신이 두절되거나 지구 자기장이 요동치기도 합니다. 전기 신호로 지구와 교신하는 인공위성도 오작동을 일으킬 확률이 평소보다 더 높아집니다. 또한 태양풍과 함께 오는 엑스선이나 자외선과 같은 방사선을 생명체가 직접 맞으면 세포에 치명적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원자폭탄 투하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겪었던 고생을 떠올리면 됩니다. 사실 태양의 방사선 자체는 그런 수준의 방사능 누출보다 훨씬 더 강력하지요.


다행스럽게도 지구는 오존층이나 자기장과 같은 자연 보호막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존층은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해주고,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 입자들을 극지방으로 끌어당겨 지구의 많은 생명체들을 보호합니다. 오존층이 충격을 흡수하는 스펀지라면 지구 자기장은 세찬 바람을 막아 옆으로 비껴나가게 하는 바람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보호막들 덕분에 태양풍은 평소에는 지구에 큰 피해를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태양이 플라스마를 폭발적으로 쏟아낼 때면 태양풍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우주 날씨에도 기상 특보 체계가 있다면 아마 ‘태양풍 주의보’가 발령되어야 할 때겠지요. 태양풍의 치명적인 영향을 고려해보더라도 우리는 태양 활동을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감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오존층 파괴가 심각한 문제가 되어 극지방에 수시로 오존 구멍이 생기는 지금 시점에서는 말이죠.



최초로 태양 대기에 뛰어들 파커 태양 탐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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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활동의 원리와 과정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태양으로 탐사선을 보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태양 탐사선을 통해 태양 플라스마의 방출이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 데이터가 이론적인 예측과 맞는지,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더 상세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보이저 1, 2호가 태양계 행성들의 관측 데이터를 수집했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태양의 대기권에 탐사선을 진입시킨 적이 없습니다. 보이저 1, 2호가 접근한 태양계의 행성들과는 달리 태양은 너무나도 뜨겁기 때문입니다. 태양보다 40배나 더 먼 거리에 있는 명왕성도 탐사한 바가 있는데 정작 태양에는 가보지 못한 셈입니다. 그래서 태양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태양에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 많은 궁리를 거듭했습니다.


리고 마침내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18년 7월 31일 발사를 목표로 하는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을 기획하였습니다. 파커 태양 탐사선은 태양의 대기 상층부인 코로나를 최초로 직접 탐사할 우주선입니다. 파커 태양 탐사선은 내년 발사 이후 약 7년 동안 태양 궤도를 돌면서 태양 대기의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는 약 620만 킬로미터로, 수성의 궤도보다도 더 안쪽이며 지금까지의 어떤 탐사선들보다도 태양에 7~8배 정도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합니다.


12-5.jpg » 내년 7월 31일에 발사될 파커 태양 탐사선의 모습. 출처/ NASA


12-6.jpg » 발사 이후 파커 태양 탐사선이 지나갈 궤적을 나타낸 그림. 중간에 추진력을 얻기 위해 금성(Venus) 근처를 지나가며, 이후 태양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며 태양 관측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태양과 가장 가까울 때는 수성의 궤도보다도 더 안쪽일 정도로 태양과 가깝다. 출처/ NASA,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연구소



파커 태양 탐사선의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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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태양 탐사선의 주요 목표는 태양 표면의 에너지가 어떻게 태양 대기로 전달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태양의 대기인 코로나는 태양의 표면보다도 온도가 200~300배 더 높습니다. 태양의 대기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도 높아진다는 뜻이죠. 즉, 무언가가 태양 표면에서 대기로 올라가는 플라스마 물질을 데운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 데우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12-7.jpg » 태양 표면 위의 고도(x축, height)에 따른 온도(왼쪽 y축, T)와 밀도(오른쪽 y축, ρ)를 나타낸 그래프. 가장 고도가 낮은 빨간색 영역이 광구 및 채층을 나타내고, 분홍색 영역은 채층과 코로나의 중간에 위치하는 전이층(transition region)을 나타내며, 노란색 영역이 코로나를 나타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코로나에서는 온도가 백만 도에 달한다. 출처/ Amari, T. et al. 2015, Nature, 522, 188-191


은 학자들은 태양의 자기장이 플라스마 물질을 데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 자기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태양 대기의 플라스마를 데우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태양 관측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등을 이용한 여러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아직 우리는 무엇이 플라스마를 데우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와 더불어, 태양 자기장의 작용과 태양풍 사이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태양 자기장은 코로나의 플라스마를 데우고, 이렇게 데워진 플라스마는 태양풍을 더욱 가속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태양 자기장은 우주 날씨와도 관련이 깊은 셈이죠.


그래서 파커 태양 탐사선은 태양 대기인 코로나에 진입하여 태양 자기장을 측정하고, 고에너지의 양성자와 이온, 전자 등 태양풍 입자에 대한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수집할 예정입니다. 이 탐사를 통해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태양의 물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단서들도 얻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주 날씨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가장 가까이에서 찍는 태양의 역동적인 사진들도 기대해볼 만하지요.



파커 태양 탐사선,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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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태양 탐사선의 원래 이름은 ‘태양 탐사선 플러스(Solar Probe Plus)’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5월 태양 물리학자 ‘유진 파커(Eugene Parker)’의 이름을 따서 탐사선 프로젝트의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사실 이름을 정말 잘 바꾸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전 이름은 멋이 없네요.


진 파커는 1958년 <천체 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태양풍의 존재를 예측한 학자입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우주 공간이 텅 빈 진공이라고 믿었던 당시 학자들은 유진 파커의 가설을 믿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태양풍이 우주 날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확실한 관측 증거가 없고 학계에서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주장을 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유진 파커는 태양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학자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지구 날씨 예측에도 번번이 실패하는 마당에 우주 날씨를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파커 태양 탐사선은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태양 탐사의 첫 걸음입니다. 게다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태양 탐사를 통한 우주 날씨 연구는 우리의 실생활에도 직접 영향을 주는 일이므로 결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유진 파커의 이름을 딴 파커 태양 탐사선이 태양 연구와 우주 날씨 예측에 어떤 혁명적인 성과를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참고]


NASA's Solar Probe Plus Mission Moves One Step Closer to Launch. NASA, 27 May 2017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16/nasa-s-solar-probe-plus-mission-moves-one-step-closer-to-launch

Cranmer, S. et al., 2017, arXiv:1708.07169v1

NASA's Parker Solar Probe to Touch the Sun. Sky & Telescope, 7 Jun 2017

http://www.skyandtelescope.com/astronomy-news/nasa-parker-solar-probe-touch-sun/

Parker Solar Probe, http://parkersolarprobe.jhuapl.edu/

Cranmer, S. et al. 2010, ApJ, 720:824-847

Browning, P., 1991, Plasma Physics and Controlled Fusion, 33, 539

Amari, T. et al. 2015, Nature, 522, 188-191

https://www.timeanddate.com/eclipse/solar-eclipse-myths.html


이정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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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천문학) 대학원생
이제 막 천문학의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 대학원생입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연구도 잘하고 싶고 글도 잘 써보고 싶은 욕심 많은 과학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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