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의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

병을 치유하는 약물의 모양은 단순하지만 그것을 만들기까지 신약 연구개발 현장에선 분투가 이어집니다. 신약 연구자인 윤태진 님이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개념의 약물, 새로운 방법론, 그리고 신약에 관한 오해와 사실을 최근 연구소식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노화 현상, 그 원인들

[3] 세포 노화의 여러 원인들


aging3.jpg » 그림1. 노화란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신체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https://pixabay.com/photo-845225/


간을 대상으로 노화 현상을 연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간 노화 연구는 대단히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올해 6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는 인종과 지역이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100세 수명 그룹과 그 대조군을 비교한 흥미로운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1] 연구진은 성장 호르몬 수용체 기능이 변형돼 오히려 남성의 수명 증가로 이어지는 유전적 변이를 처음 발견했다고 합니다(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성장 호르몬 및 인슐린 유사성장인자-1(IGF-1)과 연관된 생물학적 경로의 특별한 기능 장애가 장수에 오히려 기여한다는 내용입니다).


자연계에서는 난장이 개체가 보통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예를 들어, 조랑말은 말보다 오래 살고 작은 품종의 개는 더 큰 품종보다 수명이 길며 같은 현상이 다양한 설치류와 곤충에서 발견됩니다), 이 때문에 성장 호르몬/인슐린 유사성장인자-1의 축(Growth hormone/IGF-1 axis)이 노화와 수명 연장에 관여한다고 추정해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다양한 지역과 인종의 100세 이상 그룹들에서 모두 성장 호르몬 수용체 유전자 중 엑손 3 부위의 결실(deletion of exon 3)이 70세의 대조군과 비교하여 유의하게 더 많이 발견되었는데, 오직 남자의 경우에만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성장 호르몬 수용체의 변형으로 인해 세포는 성장 호르몬을 덜 흡수하지만 호르몬 흡수로 발현하는 단백질의 발현은 몇 배 더 높았으며(호르몬 흡수율은 감소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세포의 반응은 크도록 변형됨), 분석결과에서 이런 변형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수용체 변형 없이 태어난 사람들보다 수명이 약 10년 정도 더 길었으며 키가 3cm 더 컸다고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난장이 개체의 현상과 비교하면, 인간에게 이 변형은 자연계와는 다른 특별한 영향을 끼친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연구 참여자 중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변형 없이 100세 이상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 변형의 차이가 장수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이유는 분명히 아닙니다. 워낙 여러 요인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노화이기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어렵고도 복잡한데, 이번 결과는 인간을 대상으로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노화의 원인들은 무엇일까요?



세포 노화의 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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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신체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시간에 따른 “세포 손상의 축적”이 노화의 일반적인 원인으로 간주됩니다. 그런데, 세포의 손상은 때때로 암을 생성할 수 있는 특정 세포에게 비정상적으로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암과 노화는 “세포 손상의 축적”이라는 동일한 기본 과정의 두 가지 다른 징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2]


히나 암은 세포의 건강함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고(사멸되지 않고 계속 증식함), 반면에 노화는 건강함의 상실로 설명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하면 암과 노화는 정반대의 과정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2] 그러나 암과 노화는 위에서 언급한 시간에 따른 ”세포 손상의 축적”이라는 공통적인 기원을 공유하며, 삶과 질병에 대한 분자 및 세포 기작에 대한 오랜 연구들을 바탕으로 노화 연구가 시작되었기에 그 연구는 암 연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서로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포 수준에서 노화를 살펴보면, 노화는 정상적이지 못한 세포들이 쉽게 제거되지 못한 채 비정상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고, 각 세포의 비정상성은 “세포의 손상”에 그 근본 원인을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화의 일반적인 원인을 “세포의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에서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각 세포는 정상의 범위 안에서 세포 활동을 하며 그 활동 범위에는 세포분열도 포함됩니다. 세포분열의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모든 유전정보가 새로운 세포로 전달된다면 세포의 비정상성은 나타내지 않겠죠. 하지만 모든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디엔에이(DNA)에 어떤 변형이 생긴다면 이로 인하여 세포 손상을 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1)유전체(게놈)의 불안정성, (2)텔로미어의 감소, (3)후성유전학적 변화, 이 세 가지를 DNA와 관련된 노화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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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왼쪽] 염색체(Chromosome)의 구조. 염색체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3])

히스톤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히스톤은 유전정보를 보유한 DNA가 좁은 공간에 보관되도록

DNA의 응축에 도움을 주는데, DNA라는 실을 팽팽하게 감은 실패에 비유되곤 한다. 인간은

총 23개 염색체를 각 세포 안에 지니는데 23개 염색체를 총칭하여 유전체(게놈)이라고 한다.[4]

[오른쪽] 유전체의 불안정성이란 각종 자극(DNA 복제 오류, 자외선, 화학반응 등으로 DNA에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과 반응)에 의해 부분적으로 비정상적인 DNA 복제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보통은 DNA 복구 작동에 의해 정상으로 고쳐지지만(3명의 과학자들이 DNA 복구 메카니즘과

관련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5]), 지나친 자극에 의해 큰 변화가

생길 때에는 비정상적 부분을 보유한 채 DNA 복제가 일어나 암과 노화의 원인이 된다.[6]


[1] 유전체의 불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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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의 불안정성이란, 정상적인 돌연변이 비율보다 높게 발생하는 돌연변이 비율을 의미하며, DNA 손상 복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유전체의 불안정성은 양날의 칼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유전체의 불안정성, 즉 돌연변이는 유전적 다양성과 자연선택의 원천이 되며 진화에 유익합니다. 하지만 이 유전체의 불안정성은 암을 비롯해 노화에 따른 질병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전체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며 (X-선[1946년 노벨 생리의학상][7], 자외선, 각종 화합물, 활성산소, DNA 복제 과정의 실수 등등), 이로 인한 유전체의 손상은 노화를 수반한다는 많은 증거들이 있습니다(그림 2). 반면에 세포분열 과정에서 유전체 변형 없이 충실하게 염색체들이 분리되는 경우에 포유동물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유전적인 증거도 있습니다.


쉽게 다시 말하면, 더운 여름날 야외 활동으로 직사광선을 직접 쏘였다면 DNA에 손상을 줄 수 있는데 일상 수준의 DNA 손상이라면, 그리고 정상적인 조건의 세포라면 DNA 손상 복구가 이뤄져 변형을 바로잡기 때문에 유전체의 불안정성은 제거됩니다. 하지만 과다한 DNA 손상이나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문제가 있다면 변형된 DNA는 그대로 유지되며, 따라서 정상적인 세포와는 다른 (유전체의 불안정성을 내포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유전체의 불안정성은 세포의 변형을 유발하는, 노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2] 텔로미어의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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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Telomere)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 묶음의 끝에 있는 부위를 말하는데 특정 서열이 반복되는 특징을 지닙니다. 그런데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노화가 진행됨(세포분열의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점차로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텔로미어는 마치 신발 끈의 끝에 있는 코팅 된 부분과 같은데, 이것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신발 끈이 쉽게 해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텔로미어는 DNA 묶음의 끝에 존재하여 DNA 묶음 전체를 보호하지만 세포분열 과정이 반복되면(시간이 흘러가면) 그 길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일반적인 DNA 복제효소(DNA polymerase)는 텔로미어가 있는 DNA의 선형 말단을 복제할 수는 없으며, 그것은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특수한 DNA 복제효소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체세포들은 이 텔로머라아제를 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텔로미어 서열들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누적되어 손실됩니다. 이 때문에 텔로미어의 길이(텔로머라아제의 기능)와 노화는 대단히 밀접한 관계로 나타나는 것입니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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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의 염기서열 부위를 말하는데 6개의 뉴클레오티드(AATCCC,

TTAGGG 등)가 수천번 반복해 배열된다. 이 부분은 세포분열이 진행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져

나중에는 매듭만 남게 되고 세포복제가 멈추어 세포도 결국 사멸한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이것이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8] 한편 체세포를 제외한 생식세포와

암세포는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아 무한증식이 가능한데, 이는 암세포가 증식할 때마다

텔로미어를 계속 생성해내는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와 관련된 연구 공로로 3명의 과학자들이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 했다.[9]


DNA 손상과 노화의 관점에서 보면, 위에서 설명한 유전체의 불안정성은 불규칙적으로 작용하는 데 비해 텔로미어의 감소는 노화에 대단히 민감하게(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예가 복제양 돌리(Dolly)입니다.[10]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복제된 동물인 돌리는 평균적인 양들의 수명인 11-12년의 절반인 6.5년 만에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돌리에게 체세포의 DNA를 전달한 양의 나이가 6세쯤인 것을 생각하면, 체세포 복제를 하더라도 이미 채취된 세포의 나이 만큼의 노화가 진행됐을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체세포는 텔로머라아제를 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돌리 복제에 이용된 DNA의 텔로미어는 이미 6세 만큼 짧아진 까닭에 6.5년(채취 당시 나이를 더하면 평균적인 수명인 총 12.5년) 밖에 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11]


[3] 후성유전학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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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전적 정보를 가진 쌍둥이의 경우를 살펴보면, 어릴적에는 똑같이 생겨서 구분하기 어렵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차이가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머리 모양이나 패션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뚜렷하게 구분되는 모습의 차이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같은 유전적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 외부 요인에 의하여 특정 유전정보가 한쪽은 확대 재생산되고 다른 한쪽은 생산되지 않는 경우에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런 원인들에 의한 변화를 후성유전학적 변화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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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후성유전적 변화란 DNA 염기서열의 직접적인 변화가 아닌 방법으로 유전적 변형(유전자의 발현 패턴과

활성 여부 변화)을 일으키고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환경, 식습관, 운동, 감정 등의

영향을 받는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DNA 메틸화와 같은 변형인데, 그 결과로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한다. 또한 히스톤 단백질에도 변형이 가능한데 (음식이나 약에서 유입된 화합물, 중금속이

결합하여), 이를 통하여 유전자의 발현 패턴이 조절/변형된다.[12]


쉬운 예로, 우리가 처방 받아 먹는 약들도 DNA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유전정보가 해석되는 과정에 원치 않는 관여를 할 수 있으며, 특히 태아 초기에 세포분열들은 한 인간이 개체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주기에 임신 중 감기약조차 삼가는 것이라 하겠습니다(그림 4).


한 환경오염(특히 미세먼지에 있는 많은 양의 중금속의 영향)의 결과로 후성유전학적인 변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형은 DNA가 동일한 쌍둥이의 경우라도 각 유전자들의 발현 여부와 정도 차이(유전자 발현 패턴의 변화) 때문에 표현형의 변화와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반대로 다른 유전정보를 가진 부부가 같은 생활 환경에서 같은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이 오래되면 닮아가는 것처럼 각 유전자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발현되는 결과의 누적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과정에서 대단히 비정상적인 유전자 발현 또는 미발현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면 단순한 닮음이나 차이를 벗어나 심각한 세포의 변형을 유도할 수 있고 그 변형은 바로 세포 노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세포 손상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DNA와 관련된 손상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포를 구성하는 많은 구성원들 중 단백질의 역할도 또한 간과할 수 없겠죠. DNA를 복사하고 손상을 복구하는 모든 일을 단백질들이 하니까요. 이런 까닭으로 세포 손상에 원인이 되는 또 하나가 단백질 균형의 상실입니다.


[4] 단백질 균형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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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범위에서 세포 활동이 지속하려면 각 단백질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일정한 수준의 농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백질들은 열에 의한 변형이나, 스트레스 혹은 활성산소와 같은 영향으로 인해 구조가 변형되기도 하고, 적절했던 단백질 구조 유지를 위한 접힘이 풀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세포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하여 모든 단백질들의 기능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 방법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를 들어, 단백질이 정상적인 구조와 형태를 이루도록, 샤페론(chaperon)이라는 단백질들이 세포에서 활동하는 방법의 경우도 있습니다(그림 5). 불안정한 단백질들이 생길 때에는 그 구조가 안정되도록 샤페론이 결합하여 부축해주고, 안정적인 구조의 접힘이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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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세포 내 단백질 균형. 샤페론(Chaperone)과 2가지 단백질 분해 시스템인 유비퀴틴 프로테아좀 시스템

(UPS: ubiquitin proteasome system)과 자가포식(autophagy)이 세포내 단백질 균형유지를 담당한다.[13]


러나 단백질이 잘못 만들어진 경우에는 빠르게 분쇄하여 새로운 단백질의 재료로 쓰도록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방법이 유비퀴틴을 붙여 프로테아좀을 통해 전체 단백질을 분쇄하는 방법입니다(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14]). 단백질이 잘못 만들어진(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유비퀴틴이라는 일종의 분리수거 스티커를 붙여서, 이 스티커를 인식하는 쓰레기 분쇄함(프로테아좀)을 통해서 제거하고, 분쇄된 단백질의 재료들을 새로운 단백질로 만드는 방법(UPS)입니다.[15] 이를 통하여 비정상적인 혹은 기능을 할 수 없는 단백질들을 선별적으로 분쇄함으로써 세포의 비정상화(손상)를 막을 수 있는 것 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가포식(autophagy,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16])이라는 방법이 있는데, 위에서 설명한 유비퀴틴에 의한 분쇄법이 하나하나의 단백질을 선별하여 진행되는 과정이라면 자가포식의 방법은 좀 더 적극적으로 세포내의 소기관이나 세포들을 라이소좀이라는 소기관을 통해서 분쇄하는 방법입니다.


이 자가포식과 노화의 직접적인 관계를 연구한 최신 논문[17]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세포들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또는 손상된 세포 내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으로, 분쇄돼 만들어진 재료(빌딩블럭)들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집안 청소’를 하는데, 이런 기능을 하는 자가포식에 결함이 생기면 암, 심장병, 퇴행성 뇌질환 같은 노화 관련 질병의 발생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이런 자가포식의 빈도를 나이가 들어가는 개체에서 직접 관찰하였는데, 노화가 진행되면서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여러 조직에서 모두 자가포식의 정도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서 정상적인 구조와 형태를 가진 각 단백질들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데, 만일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잘못된 구조의 단백질들이 쌓여간다면 그 단백질들의 역할에 공백이 생겨, 세포 손상을 받게 되고, 그 결과 세포노화가 진행이 됩니다.


금까지 설명한 단백질의 항상성 유지와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이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사이언스(Science)> 게재 논문[18]에 의하면,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에이티피(ATP; adenosine triphosphate, 아데노신 삼인산)가 소수성 분자를 용해시키는 하이드로트로프(hydrotrope)라는 작은 분자의 역할도 직접 한다는 것입니다. ATP의 경우 삼인산 부분은 친수성(hydrophilic) 부분이고, 그 이외의 아데노신은 소수성(hydrophobic)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단백질과 결합을 하여 단백질들의 용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3-6.jpg » 그림 6. 열 변성 달걀 흰자의 안정화는 ATP-Mg 농도 의존적이다[18]. 우리가 세포의 에너지원으로만 알고 있는 ATP는 세포 내의 농도(1–10 mM)가 높지만, 세포 밖의 농도(10-100 nM)[19]는 월등히 낮아서, 세포손상이 일어난 경우에 세포 밖으로 ATP가 나오는 순간, 면역체계는 이것을 위험신호(외부침입자에 의한 세포손상)로 받아들여 면역세포들이 출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왜 세포 내의 ATP 농도가 외부보다 10만 배 이상 높은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세포 내의 높은 ATP 농도는 아마도 여러 단백질들의 안정성을 유지해주기 위한 “하이드로트로프”의 역할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세포 안에서 고농도로 유지되는 ATP는 수많은 수용성 단백질들의 (비정상적인) 응집을 저해하고, 이미 응집된 단백질들은 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흥미로운 내용입니다(그림 6). 단백질들의 항상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안인 듯합니다. [다음 편에 노화 원인 5가지를 추가로 소개합니다]


[참고문헌]


[1] Sci Adv. 2017 Jun 16;3(6):e1602025

[2] Cell. 2013 Jun 6; 153(6): 1194–1217

[3]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medicine/laureates/1962/

[4] https://www.nestacertified.com/hallmarks-of-aging-role-of-glycation-part-4-epigenetic-alterations/

[5]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chemistry/laureates/2015/press.html

[6] http://www.genomic-instability.org/

[7]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medicine/laureates/1946/

[8] Physics. 6, 129 (2013); DOI: 10.1103/Physics.6.129

[9]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medicine/laureates/2009/

[10] https://en.wikipedia.org/wiki/Dolly_(sheep)

[11] Science. 288(5466): 586-587

[12] http://www.josephmaroon.com/epigenetics-living-smarter/, http://www.eurekaselect.com/127444

[13] Nat Med. 2015 Dec;21(12):1406-15.

[14]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chemistry/laureates/2004/

[15] http://scienceon.hani.co.kr/507517

[16]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medicine/laureates/2016/

[17] eLife. 2017; 6 DOI: 10.7554/eLife.18459

[18] Science. 2017 May 19;356(6339):753-756

[19] Immunol Rev. 2017 Mar;276(1):121-144


윤태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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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 결과들이 우리가 속한 사회와 인류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는 신약 연구자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박사)와 스탠포드 의대(박사후과정)에서 연구했으며 귀국하여 연세대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유한양행에서 신약 개발 중이다.
이메일 : tjyoon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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