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사태’ 관련 박기영 혁신본부장에 비판·반대 잇따라

공공연구노조, 과학기술·시민단체 등 반대 목소리


* 과학기술인단체 ‘ESC’의 9일 성명을 기사에 추가했습니다. -2017.8.9. 오전 10시

00ParK&Hwang.jpg »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005년 5월25일 서울 순화동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열린 황 교수 연구지원 종합대책 회의가 끝난 후 관계자들과 악수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왼쪽은 박기영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연합뉴스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와 관련해 연구윤리 논란을 일으켰던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인 박기영 순천대 교수(식물분자생물학)가 8월7일 한국 과학기술 정책을 사실상 이끄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되자, 반발과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기영 신임 본부장은 노무현 전 정부에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서 황우석 전 교수 연구진의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원해 연구비 몰아주기뿐 아니라 논문 조작 사태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함께 그는 2004년에는 황 전 교수 연구진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해 ’저자 자격(authorship)의 적절성’과 관련한 연구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교수 시절인 2001~2004년 황 전 교수에게 연구비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것과 관련해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박 본부장은 국내외에 크나큰 충격을 준 이른바 ‘황우석 사태’와 연관된 공직자의 책임, 논문 공동저자 참여나 연구비와 관련한 연구윤리에 대한 책임을 뚜렷하게 지지 않은 채 국내 과학기술 정책을 이끄는 중요 자리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임명 소식이 전해진 7일 오후 이래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과학기술계 인사들 사이에서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8일엔 각계에서 비판과 반대의 성명서들이 잇따랐다.

건강과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단체들은 이날 “청와대는 박기영 전 보좌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을 철회하라”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어 “박기영 전 보좌관은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의 신뢰를 훼손할 인물”이라며 이번 본부장 임명은 “적폐 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 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 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런 인물이] 세금으로 조성된 연구개발 예산을 다루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의 담당자가 된다면 과학계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를 이뤄 낸 촛불 시민의 신뢰까지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소 등의 연구자들이 다수 참여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이날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 제목의 성명을 내어 “개혁의 대상인 자를 개혁의 주체에 임명했다”며 박 본부장 임명은 “한국사회 과학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공공연구노조는 “과학기술의 공공성은 사회가 결정한 공공선을 과학과 기술의 영역 내에서 실현하는 책무성과 과학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행위를 사회의 윤리적 기준에 부합되게 하는 윤리성을 그 전제 조건으로 한다”면서 “책무성과 윤리성을 갖추지 못한 자의 혁신본부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에 적극적으로 과학기술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폈던 과학기술인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도 박기영 본부장 임명을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의 발표를 9일 냈다. 이들은 “박기영 교수는 정말 아니다!” 제목의 성명을 내어 “오늘 우리는 긴 겨울 광장에서 촛불과 함께 변화를 꿈꾸던, 과학기술인들의 절망을 본다”면서 “황우석 사태의 최정점에서 그 비리를 책임져야 할 인물”인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를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새 정부에서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리더가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과학기술인들은 희망을 걸었다. 우리도 멋지고 새로운 리더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자와 책을 함께 쓴 기업가 출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되었을 때, 우린 인내했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철저한 인사의 수난을 본다”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황우석 사태라는 낙인을 찍어 한 과학자의 복귀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박기영 교수가 적합하지 않으며, 그 이유는 그에게서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정거래위원장과 외교부장관이 임명될 때, 과학기술인들은 희망을 걸었다. 우리도 멋지고 새로운 리더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자와 책을 함께 쓴 기업가 출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되었을 때, 우린 인내했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철저한 인사의 수난을 본다. 대통령이 과학기술을 모른다면, 현장에 겸손히 물었어야 했다. 우리는 탄핵된 대통령의 독단에 질렸다. 외교, 안보, 국방, 행정, 경제 관련 인사에선 했던 일을 과학기술계 인사엔 적용하지 않는 건, 과학기술계에 대한 무지 혹은 천대로밖에 볼 수 없다.”


이들은 “2016년 11월 4일, 우리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새누리당의 책임을 묻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촛불 시민혁명으로 들어선 새 정부에 대해 이런 비판의 글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면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를 심각하게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정당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어 “박기영 본부장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고 문 캠프에서 정책 자문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 요직에 다시 임명된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한 인사가 아니다”라며 “박 본부장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으로 볼 때 과연 그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서] 이런 역할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의 최석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국가과학기술 전략 수립·조정, 연구 예산 관리·투자 기획 및 성과 평가뿐 아니라 과학기술 혁신을 진두지휘 할 자리에 연구윤리와 연구비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인사를 앉히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진정 촛불민심에 따라 적폐청산과 혁신을 하려고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녹색당도 “청와대는 박기영 교수의 임명을 취소하라!” 제목의 성명을 내어 “박기영 교수가 청와대 내에서 황우석 교수 연구비 퍼주기를 이끌었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보고하지 않았다”며 과학 연구에 “묻지마 투자식 거품”을 만들었던 박 교수의 과기혁신본부장 임명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정책을 좌우하는 중요한 틀로서 새롭게 출범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신임 본부장 임명을 둘러싸고 과학기술계 등에서 따가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기혁신본부는 과학기술 연구계와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나가야 하는 무거운 짐을 출범 초기부터 안게 됐다. 또한 박 본부장 체제의 출범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향후에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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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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