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바쁘다, 날마다 커졌다 작아졌다” -쥐에서 관찰

스위스 제네바대학 연구진, 야행성 쥐의 하루주기 변화 관찰

활동시간대 음식 먹으니 간 크기 1.5배 커져 왕성한 간 기능


00mouseliver.jpg » 야행성 동물인 쥐의 간 세포가 휴식 시간대인 낮이 끝날 무렵에 가장 작고(왼쪽), 활동 시간대인 밤이 끝날 무렵에 가장 큰 것으로(오른쪽) 관찰됐다. 그 크기 차이는 1.5배가량 됐다. 쥐의 간 세포 크기는 활동시간대에 음식을 먹을 때 가장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스위스 제네바대학 연구진


“우리 몸 안에서 가장 큰 장기, 바로 간입니다. 무게 약 1.2kg의 간은 커다란 생김새만큼이나 하는 일도 참 많습니다. ‘인체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며 독소를 제거하는 해독기능과 함께 여러 조직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만드는 등, 간이 하는 일만 무려 500가지에 달한다고 합니다.”(서울아산병원 제공, 아래 유투브 동영상에서)


생명 유지를 위해 우리 간은 독소를 없애랴 음식물을 분해해 유용한 단백질과 생체 물질을 만들랴 바쁘다.


그런 간의 세포들이 낮과 밤이 있는 24시간 주기로 커졌다가 작아지는 생체 리듬을 지니고 있음이 쥐의 생체 간에서 처음 관찰됐다고 스위스 연구진이 최근 학계에 보고했다. 이런 발견은 사람 간이 아니라 쥐 간에서 이뤄졌지만, 사람 간도 이와 비슷하게 커졌다가 작아지는 리드미컬한 변화를 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 ‘내 몸 둘러보기: 간.’ 서울아산병원 제공 유투브 https://youtu.be/KmZcv1PMZRo ]


스위스 제네바대학교의 명예교수 율리 쉬블러(Ueli Schibler)의 연구진은 몇 해 전 쥐의 간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간 세포(hepatocyte) 크기 변화를 오랜 동안 다양한 기법으로 자세히 관찰하고 분석해 쥐 간 세포가 24시간 주기로 커졌다 줄어드는 생체 리듬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최근 생물학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밤중에 먹이 활동을 하는 야행성 동물인 쥐의 간 세포는 활동기인 밤에 음식물을 먹으면 1.5배가량 커졌다가 휴식기인 낮에는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의 개별 세포들이 변화하면서 간 전체의 크기도 변화했다.


연구진의 실험결과를 보면, 쥐의 간 세포는 활동 시간대인 밤중에 음식물을 먹은 뒤에만 커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낮 시간대에 음식물을 먹은 쥐의 간에서는 크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쥐의 간 세포가 활동기와 휴식기인 밤과 낮의 하루주기에 따라 변화하며, 그런 활동기에 먹이를 먹고난 뒤에 간 기능이 왕성해지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간 세포가 먹이활동 시간대에 커지는 것은 세포 내 소기관인 리보솜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진은 그런 추론의 근거가 되는 실험결과를 제시했다. 리보솜은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공장 구실을 하는데, 활동 시간대인 밤중에 음식물을 먹은 쥐의 간에서는 이런 리보솜 관련 물질이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휴식 시간대에는 반대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야행성 동물의 활동기인 밤중에 음식을 먹었을 때와 휴식기인 낮에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를 비교할 때에, 간 내의 단백질 수치는 1.6배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낮에 음식을 먹었을 때에는 간 내의 단백질 수치에 별차이는 없었다고 한다.


과학매체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는 뉴스 보도에서, “리보솜은 어디에나 있는 기제인데 리보솜 조립을 제어하면서 리보솜이 가장 활성화하는 때를 조절하는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발견”이라는 다른 연구자의 평을 전했다.


사람 간은 어떠할까? 연구진은 사람 간이 낮 동안에 크기 변화를 보여주었다는 다른 연구진의 1980년대 초음파 측정 연구의 결과를 제시하면서 사람 간도 이와 비슷한 생체 리듬을 지닐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이 야근이나 일정 변경, 잦은 해외여행 등으로 생체 리듬에 맞추어 살기 어렵다. 1986년 선행연구( (Leung et al., Journal of Hepatology, 1986)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6시간 동안 사람 간의 부피 변화를 측정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는 사람의 간도 [커졌다 줄어드는] 주기적인 변동을 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만일 마우스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메커니즘이 사람 간에도 있다면, 우리 생체리듬 규칙이 무너질 때 간의 기능에도 상당한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제네바대학교 보도자료에서)


  논문 초록

간은 신진대사와 이물질 해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나 활동 시간대에 음식을 섭취했을 때에 이런 간의 처리과정은 특히 효율적이어야 한다. 하루 주기의 변화에 간이 어떻게 생리학적으로 적응하느냐는 중요한 물음으로 남아 있다. 우리 연구진은 마우스에서 간 질량, 간세포 크기, 그리고 단백질 수준이 하루 주기 리듬을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변화의 진폭은 섭식과 절식, 그리고 밝음과 어둠의 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관계 있는 증거는, 전반적인 단백질 축적의 일일 진동이 리보솜(ribosome.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내 소기관) 숫자에 나타나는 유사한 변동에 의해 좌우됨을 보여준다. 낮 동안에 rRNA(리보솜 RNA, 리보솜을 구성하는 RNA로서 세포핵 속의 핵소체에서 전사된 뒤 단백질과 결합하여 리보솜으로 합성된다)의 유전자가 비슷한 속도로 전사되는데, 새로 합성되는 rRNA의 상당수는 리보솜 단백질 합성 단계에 정반대 되는 단계를 이루면서 강건한 하루주기 방식으로(in a robustly diurnal fashion) 핵 내에서 폴리아데닐레이션 과정을 거쳐(polyadenylated) 분해된다. 배양된 섬유아세포(fibroblast)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우리는 리보솜의 완전한 기본단위들(subunits)로 꾸러미를 이루지 못한 리보솜RNA가 폴리(A) 폴리머라제 PAPD5에 의해 폴리아데닐레이션 과정을 거쳐 핵내 엑소좀(exosome)에 의해 분해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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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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