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빛 내는 버섯의 ‘자체발광 매커니즘’ 밝혀

‘루시퍼라제’ 효소가 생물발광 과정 출발점 역할

효소 변형하면 파란색-오렌지색 등 여러 빛 발광


mushroomlightAAAS.jpg » 본래 옅은 녹색의 자연 빛을 스스로 내는 버섯의 생물발광 과정에서 루시퍼라제(luciferase)라는 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효소를 변형하면 여러 색깔을 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출처/ Cassius V. Stevani/IQ-USP, Brazil
 
둠이 깔린 숲속에서도 저홀로 빛을 내기에, 일명 ‘귀신버섯’이라는 무시무시한 대중적인 별명을 얻었을까?

어둠 속에서 연한 녹색 빛을 내는 생물발광 버섯 ‘네오토포누스 가드네리(Neonothopanus gardneri)’에서 빛을 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규명됐다. 브라질 상파울로대학 소속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 브라질-러시아-일본 공동연구진은 최근 지난 2011년 새로운 생물종으로 학계에 보고된 브라질의 네오토포누스 버섯이 스스로 빛을 내는 데에는 이 버섯에 있는 효소 분자인 루시퍼라제가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빛을 내는 생물발광 버섯 종들은 이전에도 여럿 보고됐는데, 이번에 분석 대상이 된 브라질 버섯은 1840년 영국 식물학자 조지 가드너(George Gardner: 1810–1849)가 자신의 책에서 그 존재를 처음 알린 이래 문헌으로만 전해지다가, 2009년 브라질에서 빛을 내는 버섯이 실제로 발견되고 2011년 ‘네오토포누스 가드네리’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보고되면서 주목받아 왔다.


mushroom_small.gif » 어둠 속에서 연한 녹색 빛을 스스로 내는 버섯종. 출처/ Cassius V. Stevani/IQ-USP, Brazil


이번 연구성과를 실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의 발행기관인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논문 소개자료를 보면, 생체 안에서 생물발광을 일으키는 데에 관여하는 화합물 루시페린과 효소 루시퍼라제가 빛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은 이전에도 곤충이나 바다동물 등에서 규명되었는데, 이번에 그동안 발광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알지 못했던 진균류에서도 빛 에너지를 발산하는 메커니즘이 처음으로 자세히 규명됐다고 한다.


mushroomlight2009.jpg » 2009년 학계에 보고된 자체 발광 버섯 종(Mycena silvaelucens). 출처/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09-10/sfsu-snl100109.php 다음은 이번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보도자료 일부이다.


“생물발광은 진화 과정에서 잘 보존되어 생물체들에서 폭넓게 존재하는 현상이다. 진균류(fungi, 버섯, 효모, 곰팡이 등)만을 따져 지금까지 대략 80종의 생물발광 진균류가 지구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대부분의 경우에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분자와 그 효소 파트너인 루시퍼라제(luciferase)가 에너지와 산소과 함께 결합함으로써 매우 들뜬(excited) 상태의 옥시루시페린(oxyluciferin)을 만들어 화학작용을 일으킬 때, 살아 있는 생물체에서 생물발광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에 옥시루시페린은 다시 안정적인 바닥 에너지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빛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루시페린-루시퍼라제 경로는 곤충, 박테리아와 다른 바다동물들에서 이미 잘 규명되어 왔지만 진균류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연구진은 진균류에서 일어나는 루시페린-루시퍼라제 경로에 관여하는 분자 성분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브라질 토착의 발광 생물인 네오토파누스 가드네리와 베트남 남부 숲 지대의 독버섯 네오노토파누스 남비(Neonothopanus nambi)의 추출물을 분석해 거기에서 진균류의 옥시루시페린 물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AAAS의 논문 소개자료에서)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의 보도를 보면, 연구진은 핵심 역할을 하는 이 효소의 기능을 조절하면 네오포토누스 버섯의 발광 색깔을 연한 녹색 외에도 파란색, 오렌지색 등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근 바다생물에 관한 기존의 연구 자료를 종합해 분석해보았더니 바다 동물의 76%가량이 스스로 빛을 내는 동물인 것으로 조사돼 생물발광이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일반적으로 지상 동물의 생태계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논문도 발표된 바 있다 [참조: 바다동물 넷 중 셋은 스스로 빛을 낸다, http://scienceon.hani.co.kr/510218 ].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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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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