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속도 99.999999%’ 우주비행, 에너지는 얼마나 필요할까
[14]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하는 우주여행
» 그림 1. 마지막 달탐사선인 아폴로 17호를 보낸 새턴 5형 로켓. 출발할 때의 총 질량은 약 3000톤에 이른다. 달을 향해 날아갈 때 최고 속도는 초속 11.1km에 이르렀다. (출처: NASA)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우주선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우주선을 타고 아주 먼 외계 행성에 갔다가 돌아오면 미래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지구에 가만히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빛 속도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시간 지연’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우주선이 우주여행을 하고서 지구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구시간으로는 길지만 우주선의 시간으로는 짧다. 움직이는 물체는 움직이는 방향으로 길이가 짧아진다. 특수상대성 이론의 ‘길이 축소’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우주선을 타고 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주선 밖의 모든 것이 우주선이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길이 축소’ 현상 때문에 지구와 목적지 사이의 거리를 포함한 우주선 밖의 모든 길이가 짧아진다. 우주선의 입장에서는 거리가 짧아진 만큼 더 짧은 시간 만에 목적지에 갔다 올 수 있다.
» 그림 2. 우주선이 빛 속도의 80%로 날아갈 때 나타나는 ‘길이 축소’와 ‘시간 지연’
결과적으로 지구 시간으로는 우주여행 시간이 길지만, 우주선 안의 시간으로는 우주여행 시간이 짧다. 우주선을 타고 갔다오는 사람에게는 짧은 시간의 우주 여행으로 긴 시간이 흐른 지구에 돌아오기 때문에, 결국 미래로 시간여행 하는 효과가 생긴다. 한편 우주선을 타고 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지구가 상대적으로 움직여서 지구의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 이 때문에 우주선을 타고 갔다온 사람의 시간으로 잰 우주여행 시간이 더 길다는 모순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위 ‘쌍둥이 역설’로 알려진 내용이다. 우주선은 목적지에 도달한 다음에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움직이는 방향을 반대로 바꿔야 한다. 이런 방향 전환으로 인해 우주인의 우주여행 시간이 더 짧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져 모순은 해소되었다.
☞ [참조: 쌍둥이 역설에 대한 이전글]
우주여행과 특수상대성이론: 아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http://scienceon.hani.co.kr/150916
‘길이 축소’나 ‘시간 지연’이 제대로 일어나려면 물체의 속도가 빛 속도인 초속 30만km에 견줄 만한 속도여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우주선은 빛 속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느리다. 시간 지연과 길이 축소도 그만큼 미미해, 정밀한 측정을 하지 않고는 알 수 없을 정도다. 빛 속도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우주선을 만든다는 것은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먼 미래를 가정하는 공상과학 이야기에서나 해볼 법한 상상이다.
그래도 그런 우주선이 아주 먼 미래에 가능할지는 한번 따져볼 만하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과학기술로 낼 수 있는 속도와 이와 관련된 기초적인 물리 지식을 알아보고,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드는 데 어떤 원리를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현대 과학기술의 우주선 속도
적어도 100km 이상의 고도를 ‘우주’라고 부르고, 이곳에 도달할 수 있는 비행체를 ‘우주선’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첫 유인 우주선은 단순히 187km의 고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탄도 비행(준궤도 비행) 방식을 택했다. 당시 우주선의 최고 속도는 초속 2300m(시속 8300km)였다.[1] 미국보다 몇 개월 앞서서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유인 우주선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2] 궤도 비행 방식으로 탄도 비행 방식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우주비행 방식이다. 궤도 비행을 하려면 적어도 초속 8km(시속 29000km) 정도 되어야 한다.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거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는 우주선이 내는 속도다. 최초로 달에 인간을 보낸 아폴로 11호는 초속 11.1km(시속 4만km)에 이르렀다. 지구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는 데 필요한 속도인 초속 11.2km에 거의 근접하는 속도다.[3]
아폴로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에서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는 데 사용됐던 새턴 5형 로켓을 보자. 높이는 110m에 이르고 총 질량이 3000톤에 육박할 만큼 엄청난 크기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을 향하는 우주선 부분은 50톤 정도로 총 질량의 1.7%에 불과하다. 나머지 98.3%의 질량은 속도를 내기 위해 소모되는 연료와 로켓이다. 그중에 연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4]
달보다 훨씬 먼 태양계 밖을 향하는 보이저 1호는 지구 중력뿐 아니라 태양 중력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그러면 새턴 5형보다 더 크고 강력한 로켓이 필요할까? 그렇지는 않다. 보이저 1호는 새턴 5형 로켓 질량의 5분의 1정도인 로켓에 실려 날아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의 질량은 733kg로 승용차 질량 정도이기 때문이다. 달에 갔다온 우주선 모듈의 50분의 1도 안 된다. 여기에 더해 우주비행 도중에 행성 근처를 스쳐지나가면서 소위 ‘중력 도움’의 방식으로 ‘행성의 공전 속도 일부를 훔쳐 속도를 늘리는 항법’도 사용했다. 태양이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속도가 줄어들어야 하지만, 보이저 1호는 이런 중력 도움 항법을 여러 번 시행해 현재는 초속 17km(시속 6만2천km)의 속도로 태양에서 멀어지고 있다.[5]
보이저 1호가 날아가는 속도에 상대성이론을 적용해보자. 지구도 태양 주위를 초속 30km로 돌고 있기 때문에 지구를 기준으로 보면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멀어지는 최대 속도는 초속 47km다. 이 최대 속도에 특수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을 적용하면 보이저 1호의 시간은 1년에 약 0.4초씩 느려진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에 의해서도 시간 지연이 생겨, 중력이 클수록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6] 태양 중력만 고려해서 계산하면 오히려 지구에서 시간이 1년에 0.3초 더 천천히 흐른다. 상대속도에 의한 시간 지연이나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 모두 아주 미미한 수준이어서, 보이저 1호의 속도로는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LHC의 양성자 속도: 빛 속도의 99.999999%
빛을 제외하고, 현대 과학기술로 낼 수 있는 빠른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입자가속기로 가속한 입자의 속도를 보자. 입자가속기의 성능은 입자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얼마 만큼 가까운가로 말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 지역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Conseil Europeenne pour la Recherche Nucleaire)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 Large Hadron Collider)이다.[7] 최근 성능의 LHC로는 양성자를 빛 속도의 99.999999%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이 속도로 날아가는 양성자의 시간은 특수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으로 인해 우리의 시간보다 약 7000배 느리게 흐른다. 우리의 시간이 7000초 흐르는 동안 양성자의 시간은 고작 1초 흐른다는 얘기다.
» 그림 3.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강입자 충돌기(LHC)가 설치된 곳의 항공 사진. 지름 27km의 노란색 원이 표시된 곳의 지하 175m에 건설되었다. 이곳에서 가속된 양성자의 속도는 빛 속도의 99.999999%에 이른다. (출처: CERN)
만약에 LHC에서 양성자가 낼 수 있는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우주선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우주선으로 7만 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계의 반대편에 있는 외계 행성을 갔다오면 지구에서는 최소 14만 년의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우주선 안의 시간은 7000배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특수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 총 20년 정도밖에 안 흐른다 (문제를 간단히 하기 위해 우주선이 가속하고 감속하는 것은 일단 고려하지 않았다). 날아가는 우주선의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바깥 세상의 길이는 우주선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7000배 줄어들어(특수상대성 이론의 거리 축소) 7만 광년의 거리가 10광년 줄어든다. 결국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이 20년 동안 왕복여행 하는 동안 지구의 시간은 무려 14만년이 흘러, 14만 년 후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는 셈이 된다. 이 만한 속도를 내려면 에너지는 얼마나 필요할까?
운동에너지로 계산하기
움직이는 물체는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운동에너지는 더 커진다. LHC에서 가속되어 날아가는 양성자의 운동에너지는 6조 5000억 전자볼트(eV)이다 (전자볼트는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단위의 하나다). 1조에 해당하는 접두어 테라(Tera)를 써서 6.5테라전자볼트(6.5TeV)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를 음식 열량으로 환산하면 40억 분의 1 칼로리에 불과하다. 성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이 2000칼로리이고 식용유 1g의 열량이 9칼로리임을 생각하면 매우 적은 에너지다. 하지만 이 에너지가 양성자 하나의 운동에너지라는 것이 문제다.
양성자 하나의 질량은 1.67×10-24 그램(g)이다. 1g을 6조로 나누고 다시 1000억으로 나눈 값이다. 반대로 질량이 1g이 되려면 6조 곱하기 1000억(6×1023) 개의 양성자가 있어야 한다. 1g이 빛 속도의 99.999999%로 날아가면 운동에너지는 40억 분의 1칼로리에 6×1023을 곱한 값이 된다. 무려 150조 칼로리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휘발유 200억 리터를 태워야 나오는 에너지다.[8] 부피로 따지면 한 변의 길이가 270m에 이르는 입방체를 꽉 채운 부피로, 2015년에 대한민국에서 1년 동안 소비한 휘발유의 1.5배보다 많은 분량이다.[9] 더 적은 부피나 질량의 연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 그림 4. 빛 속도의 99.999999%로 날아갈 때 운동에너지.
질량이 곧 에너지(E=mc2): 핵분열의 경우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E=mc2라는 공식으로 잘 알려진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가 있다. 질량 자체가 에너지여서, 질량이 사라지면 위의 공식에 해당하는 만큼 에너지가 생긴다는 원리다.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생기는지는 핵폭탄의 위력으로 알 수 있다. 1945년 8월 6일에 일본 히로시마에 터진 핵폭탄은 폭발 당시 무려 6만 6000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핵폭탄의 에너지는 고작 0.7g의 질량이 사라지면서 생긴 에너지다.[10] 3일 후 일본 나가사키에 터진 핵폭탄의 위력은 더 커서 거의 1g의 질량이 사라져 생긴 에너지를 방출했다.[11] 에너지 생산 방식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의 원자핵이 깨지면서 사라지는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핵분열’ 방식이다. 핵발전소도 같은 핵분열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핵폭탄은 많은 에너지를 단시간에 만드는 반면, 핵발전은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에너지를 만들도록 에너지 변환 속도를 늦춘 것이 차이점이다.
E=mc2라는 공식으로 양성자 하나의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다. 약 9억 3800만 전자볼트(eV)다. 100만에 해당하는 접두어 메가(M: mega)를 붙여 938메가전자볼트(MeV)라고도 한다. LHC에서 빛 속도의 99.999999%로 날아가는 양성자 하나의 운동에너지 6.5TeV는 약 7000개의 양성자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마찬가지로 1g의 질량이 빛 속도의 99.999999%로 날아갈 때의 운동에너지는 1g의 7000배인 7000g = 7kg의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나가사키 핵폭탄 7000개가 터졌을 때 만드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사람이 타야 하는 우주선이라면 적어도 자동차의 크기와 질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럼 대략 1톤(1000kg = 100만g)쯤 될 것이다. 이 만한 질량의 우주선이 빛 속도의 99.999999%로 날아갈 때의 운동에너지는 우주선 질량의 7000배인 7000톤(70억 g)의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나가사키 핵폭탄으로는 70억개가 터졌을 때 만드는 에너지다. 실제 나가사키 핵폭탄에 실은 플루토늄 질량은 6.4kg이었고, 그중 1kg정도만 핵분열을 했다. 핵분열 효율은 16% 정도다. 만약에 100%의 효율로 핵분열을 한다면, 플루토늄 1kg으로도 나가사키 핵폭탄과 같은 에너지(1g)를 만든다. 1톤짜리 우주선이 빛 속도의 99.999999%로 날아갈때 운동에너지는 결국 700만톤(7조 g=1000x70억톤)의 플루토늄이 핵분열해서 만드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질량이 곧 에너지(E=mc2): 핵융합과 반물질의 경우
핵과 핵을 융합해 더 큰 원자핵을 만들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핵융합인데, 이런 핵융합은 질량손실 비율로 볼 때 핵분열보다 더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이다. 태양에서는 수소가 합쳐져 헬륨이 되는 핵융합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줄어드는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된다.[12] 1kg의 수소(양성자)가 핵융합을 하면 그중 7g 정도의 질량이 사라지면서 에너지로 변환된다. 나가사키 핵폭탄 7개가 터질 때 만드는 에너지다. 1톤의 우주선이 빛 속도 99.999999%로 날아갈 때의 운동에너지는 약 100만 톤의 수소가 핵융합으로 만드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 그림 5.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 (E=mc2)로 다시 계산한 운동에너지.
수소폭탄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실험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계산한 에너지도 1톤의 우주선이 빛 속도 99.999999%로 날아갈 때 운동에너지일 뿐이다. 만약에 연료를 우주선에 실어야 한다면 우주선의 전체 질량도 훨씬 더 늘어난다. 질량이 늘어난 만큼 같은 속도를 내려면 훨씬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날아가면서 사용된 연료의 부산물을 버린다고 해도 연료의 질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연료의 질량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경우, 수소에서 에너지로 전환되는 질량의 비율은 약 0.7%이다. 처음 질량의 99.3%는 그대로 남는다. 핵융합으로는 철(Fe)이 될 때까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소 질량의 0.9%까지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 나머지 99.1%의 질량은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 모든 질량이 다 에너지로 전환되는 방법으로, ‘반물질’(antimatter)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13]
‘반입자’(antiparticle: 반전자, 반양성자 등등)로 만들어진 반물질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질과 만나면 소멸하면서 에너지를 만든다. 부수적으로 나오는 입자들까지 모두 소멸하면 거의 모든 질량이 100% 빛 에너지로 바뀐다. 수소 1kg으로 핵융합 과정을 거쳐 만들 수 있는 나가사키 핵폭탄 7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물질-반물질 7g으로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반물질을 많이 만드는 것도 어렵고 생산 비용도 엄청난데다, 소멸되지 않게 하면서 반물질을 오랫동안 저장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만들어 가속해야 하는 우주선에 반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수준이다.
E=mc2를 이용한 완벽한 광자로켓의 경우
이제부터는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이 아닌 먼 미래의 훨씬 발전된 과학기술을 전제하고서 문제를 다뤄보자. 먼저 아무때나 필요한 만큼의 질량을 100% 소멸시켜 모두 빛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가정하자. 현재의 반물질 생산과 저장 기술이 발전된 것일 수도 있고, 일반 물질을 100% 빛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미지의 미래 과학기술일 수도 있다. 두 번째로 빛을 낭비 없이 100% 효율로 우주선이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쏘아 우주선을 가속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빛을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완벽한 효율의 ‘광자 로켓’(photon rocket)을 의미한다.[14]
» 그림 6. e=mc2를 이용한 완벽한 광자 로켓
이런 두 가지 가정에 에너지보존 법칙과 운동량보존 법칙을 적용하면, 우주선이 목표 속도까지 가속하는 데 필요한 질량(=에너지)을 계산할 수 있다(연료에 사용하는 물질의 질량을 ‘연료질량’이라고 부르자). 우주선이 빛 속도의 99.999999%까지 가속하려면 우주선 질량보다 14000배 많은 연료질량을 에너지 공급원으로 싣고 떠나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우주선 본체의 질량이 1톤이라면 출발할 때는 연료질량을 포함해 총 질량이 14000톤인 상태로 출발해야 한다. 이중에 99.993%의 질량이 소멸되어 빛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이를 광자로켓이 완벽한 효율로 사용해야 우주선의 속도가 빛 속도의 99.999999%에 이른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최종 목적지에서 속도를 완전히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움직이는 방향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다시 돌아 올 수 없다. 이렇게 감속하는 것은 처음에 가속할 때와 비교하면 가속의 방향만 바뀌고 나머지는 모두 같아서, 감속에 필요한 우주선 질량 대비 연료질량(=에너지) 비율도 같다. 그렇다고 단순히 우주선 질량 14000배의 연료질량을 추가로 더 싣는 것으로 가속과 감속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면서 감속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보자. 목적지에 도달하는 우주선의 질량이 1톤이라고 하고 감속하기 전의 우주선 속도를 빛 속도의 99.999999%라고 하면, 감속을 시작하기 바로 전의 (우주선 질량) + (연료 질량)은 최종 우주선 질량의 14000배인 14000톤이 되어야 한다. 이제 지구를 출발해서 가속할 때를 생각해 보자. 가속후 최종 우주선의 질량은 감속하기 바로 전의 질량인 14000톤이다. 14000톤이 빛 속도의 99.999999%로 가속되려면 14000톤의 14000배의 ‘연료질량’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약 2억톤의 질량으로 지구를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 그림 7. 빛 속도의 99.999999%로 가속했다가 감속하는 완벽한 광자로켓. 도착하는 우주선의 질량이 1톤일 때 연료질량을 포함한 초기 우주선의 질량은 2억톤이어야 한다. 소멸된 질량은 모두 광자로켓에 쓰이는 빛 에너지로 변환된다.
2억톤을 콘크리트로 채운다면 한 변의 길이가 440m인 입방체의 부피이고, 철로 채운다면 한변의 길이가 300m인 부피이다. 이런 크기의 우주선이 지구를 출발해 빛 속도의 99.999999%로 가속하고 감속하는 단계를 거쳐 7만광년 떨어진 곳에 도착할때는 1톤의 우주선만 남는다. 여기에다 지구에 다시 돌아오려면 그곳에서 다시 2억톤의 연료질량을 우주선에 다시 장착한 다음에 출발해야 한다. 무려 4억톤의 질량을 모두 에너지로 전환해야 몇십 년 동안 7만광년 떨어진 곳에 왕복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지구의 시간은 우주선이 출발했을 때보다 14만년 더 흐른 미래다.
은하계 여행에 필요한 연료질량은
마지막으로 다른 은하계로의 여행을 살펴보자.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계는 안드로메다 은하계다.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우주선의 속도가 빛 속도의 99.999999999%에 이르러야 우주선의 시간으로 안드로메다에 가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 가속과 감속에 필요한 시간은 별도다. 지구의 시간으로 이 우주선은 250만 년에 걸쳐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다. 지구에 다시 돌아온다면 지구 시간은 500만년이 흐른 뒤다. 반면 우주선의 시간으로는 가속과 감속을 고려해도 몇십 년 만에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갔다올 수 있다. 몇십 년 동안의 우주여행으로 무려 500만년 후의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이다.
E=mc2를 이용한 완벽한 광자로켓으로 빛 속도의 99.9999999992%인 속도를 내려면 우주선 질량보다 50만 배 많은 연료 질량이 필요하다. 다시 감속까지 하려면 우주선 질량의 2500억 배되는 연료질량을 싣고 지구를 떠나야 한다. 우주선의 질량이 1톤이라면 무려 2500억톤의 연료 질량이 필요하다.(표 1 참조) 이는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 4만개 이상에 해당하는 질량이다.[15] 다시 지구에 돌아오려면 안드로메다의 목적지에서 다시 2500억톤의 연료질량을 다시 싣고 출발해야 한다.
» 표 1. 우주선 속도, 시간지연 (길이축소) 배수, 우주선 질량을 정리한 표 : 최종 우주선 질량은 1톤이라고 가정했다. (수정 2017년 2월6일 오후 7시30분)
빛 속도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때 생기는 일, 예를 들면 불가능할거라고 생각했던 아주 먼 우주까지 도달하고 덤으로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 등을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따져보면 우주선이 이런 속도를 내기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엄청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우주선의 크기(또는 질량)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먼 훗날의 미래에라도 우주선 제작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칫 상상의 즐거움에 김이 빠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걸림돌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과학 원리를 이해하는 소득도 있다. ◑
[주]
[1] 40th anniversary of the Mercury 7,
https://history.nasa.gov/40thmerc7/shepard.htm
[2] NASA Space Science Data Coordinated Archive,
http://nssdc.gsfc.nasa.gov/nmc/spacecraftOrbit.do?id=1961-012A
[3] The Cosmic Velocities,
http://dsp.agh.edu.pl/_media/en:dydaktyka:cosmic_velocities.pdf
[4] Ground Ignition Weights,
https://history.nasa.gov/SP-4029/Apollo_18-19_Ground_Ignition_Weights.htm
[5] NASA - Voyager Facts,
https://www.nasa.gov/centers/goddard/news/topstory/2003/1105voyager_facts.html ;
Voyager to the Outer Planets and Into Interstellar Space,
http://www.jpl.nasa.gov/news/fact_sheets/voyager-fact-sheet-091213.pdf
[6] Gravitational time dilation,
https://en.wikipedia.org/wiki/Gravitational_time_dilation
[7] Large Hadron Collider,
http://home.cern/topics/large-hadron-collider
[8] Energy density,
https://en.wikipedia.org/wiki/Energy_density
[9] 연합뉴스 기사, "8월, 휴가철 맞아 휘발유·경유 소비량 사상최대 기록",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30/0200000000AKR20160930164900003.HTML?input=1195m
[10] 리틀보이, https://ko.wikipedia.org/wiki/리틀_보이
[11] 팻맨, https://ko.wikipedia.org/wiki/팻_맨 ;
Plutonium-239, https://en.wikipedia.org/wiki/Plutonium-239
[12] 양성자-양성자 연쇄 반응,
https://ko.wikipedia.org/wiki/양성자-양성자_연쇄_반응
[13] 반물질, https://ko.wikipedia.org/wiki/반물질
[14] Transparent Derivation of the Relativistic Rocket Equation,
http://www.relativitycalculator.com/images/rocket_equations/AIAA.pdf
[15] 기자의 대피라미드, https://ko.wikipedia.org/wiki/기자의_대피라미드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고침] 몇 가지 수치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수정합니다. (1)'운동에너지로 계산하기' 제목 글의 두번째 문단에서, "휘발유 1800억 리터" → "휘발유 200억 리터" / "한 변의 길이가 560m에 이르는 입방체" → "한 변의 길이가 270m에 이르는 입방체" / "1년 동안 소비한 휘발유의 15배 분량이다" → "1년 동안 소비한 휘발유의 1.5배보다 많은 분량이다"로 고칩니다. 또 (2) '질량이 곧 에너지(E=mc2): 핵융합과 반물질의 경우' 제목 글의 세번째 문단에서, "전체 수소 질량의 1.1%까지" → "전체 수소 질량의 0.9%까지" / "나머지 98.9%의 질량은" → "나머지 99.1%의 질량은"으로 수정합니다. -사이언스온, 2017년 7월11일 오전 11시30분.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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