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라디오, 무선통신, 레이더…전자기파 파동 이해하기
[12] 빛의 파동, 파장, 주파수 기본개념들
» 수면의 파동. 출처/ Wikimedia Commons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열차 건널목 앞에서 차단기가 내려와 멈춘 적이 있다. 그것도 맨 앞에 서게 되어서 지나가는 화물열차를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됐다. 미국의 화물열차는 상당히 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몇 대 차량이 열차 하나에 연결되어 있는지 세어본 적이 그전에는 한번도 없었다. 기다리는 지루함도 달랠 겸 맨 앞의 차량부터 소리내어 세기 시작했다. 일정한 시간 차이로 지나가는 열차의 차량을 박자에 맞춰 흥겹게 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지막 차량에서 세는 숫자가 100으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순간 신이 났는지 박수를 쳤다.
» 그림 1. 화물열차가 멈춰선 자동차 앞에서 지나가는 상황
» 그림 2. 열차 차량의 길이와 지나가는 차량을 세는 위치
지나가는 긴 열차차량 세어 속도 알아내기
화물차량의 길이가 눈짐작으로 대략 20m 정도였으니, 열차 전체의 길이는 20m × 100 = 2000m 정도임을 알 수 있었다. 항상 100개의 화물차량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궁금했던 것 하나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열차의 차량이 얼마나 자주 지나가는지를 셀 수 있으면 열차의 속도도 알 수 있다. 어떻게 속도를 계산하는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차량 길이가 20m이고 지나가는 열차의 차량을 셀 때 1초에 차량 한 대씩 지나가는 것으로 셌다고 가정해보자. 이 말은 곧 차량의 길이 20m가 1초만에 지나갔다는 말이다. 열차의 속도는 초속 20m임을 알 수 있다. 1분은 60초이고 1시간은 60분이니 1시간은 60 × 60 = 3600초이다. 같은 속도를 1시간 동안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1시간 동안 20m × 3600초 = 72000m = 72km의 거리를 움직인 것이 된다. 즉 열차의 속도는 시속 72km이다.
만약에 2초에 열차 차량 하나가 지나간다면 1초 동안에는 차량 반 개만 지나가는 셈이다. 1초에 차량 길이의 반인 10m가 지나가는 것이니 초속 10m임을 알 수 있다. 1시간 동안은 10m × 3600초 = 36000m = 36km의 거리를 달리니 속도는 시속 36km가 된다.
이와 같이 열차의 속도를 계산하는 과정을 간단한 공식으로 표현하면
(열차 속도) = (차량 길이) ×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
가 된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측정하는 경우는 좀 다르다. 속도를 측정하는 레이더 기기가 있으면 그냥 한 위치에 서서 달리는 자동차에 레이더 기기를 조준해 간단하게 속도를 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비가 없는 경우에는 가만히 서서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잰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자동차로 그 자동차의 뒤를 따라가면서 자동차 계기판의 속도계에 나오는 속도로 상대 자동차의 속도를 재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열차의 경우에는 굳이 열차를 따라가며 속도를 잴 필요가 없다. 이미 앞에서 계산한 바와 같이, 열차 건널목 앞에 가만히 서서 열차의 차량이 얼마나 자주 자나가는지를 세어 열차의 속도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열차를 구성하는 차량의 길이를 알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런 방법이 가능한 이유는 같은 길이의 차량 여러 개가 열차에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반복적으로 지나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고속열차, 케이티엑스의 경우
이번에는 한국에서 운행하는 가장 빠른 열차인 케이티엑스(KTX)의 경우를 보자. KTX의 원조 격인 프랑스의 테제베(TGV)는 Train a Grande vitesse라는 프랑스 말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고속열차’라는 뜻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300km에 이른다. 만약에 서울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KTX가 쉼없이 전 구간을 최고 속도로 달린다면 1시간 30분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제약 조건 때문에 부분적으로만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KTX가 최고 속도로 달리는 구간에서 눈앞에 지나가는 KTX의 차량을 센다고 하자. 이때 얼마나 빨리 열차 차량을 세야 할까? 이 문제는 ‘열차의 속도’를 아는 상태에서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를 미리 알아내는 문제다.
같은 속도로 달린다고 해서 차량을 세는 것이 항상 똑같지는 않다. 열차를 구성하는 차량의 길이가 길면 더 천천히 세고, 차량의 길이가 짧으면 더 빨리 세기 때문이다. 차량의 길이를 먼저 알아야지만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KTX 열차는 기관차, 동력객차, 객차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기관차의 길이는 22.5m , 동력객차의 길이는 21.8m, 객차의 길이는 18.7m라고 한다.[1] 총 20개의 열차 차량 중 80%인 16개의 차량이 객차라고 하니, 객차의 길이를 차량의 길이로 보고 문제를 풀어보겠다.
‘열차 속도’와 ‘차량 길이’를 알고서,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를 알아내려면 ‘(열차속도) = (차량 길이) ×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를 아래와 같이 변형한 공식을 써야 한다.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 = (열차 속도) ÷ (차량 길이)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에 사용된 시간은 초 단위다. 그런데 ‘열차 속도’는 ‘1시간 동안 움직이는 거리’를 나타내는 ‘시속’으로 표현됐다. 둘 다 같은 시간 단위로 변환할 필요가 있다. 이번 문제에서는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를 알아내는 것이므로 열차 속도에서 사용한 시속을 ‘1초에 움직인 거리’ 인 ‘초속’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여기에다 ‘열차 속도’에서는 거리를 km로 표현했지만, ‘차량 길이’는 m로 표현했다. 이 둘도 같은 길이 단위로 변환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는 km대신 m로 바꿔보도록 하겠다.
시속 300km는 1시간에 300km를 움직이는 속도다. 1시간이 3600초이고, 1km는 1000m이니 3600초 동안 300000m를 움직인 속도가 된다. 300000m를 3600으로 나누면 1초 동안 움직인 거리 300000m ÷ 3600 = 83.3m가 나온다. 이 값이 바로 초속으로 나타낸 ‘열차 속도’, 즉 초속 83.3m가 된다.
이 두 숫자를 위의 공식에 넣어 계산해보자. 83.3 ÷ 18.7(객차의 길이) = 4.45라는 계산 결과가 나온다. 1초에 숫자 4를 세는 것보다 더 빨리 5를 세는 것보다는 더 느리게 세어야 한다. 이렇게 열차의 차량을 센다면, 차량 20대가 열결된 KTX 열차의 열차 맨 앞 차량부터 맨 뒤 차량까지 세는 데 불과 5초도 안 걸린다. 상당히 빨리 세어야 하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고 세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만약에 ‘열차의 속도’와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를 알고 있다면 ‘차량의 길이’를 알아낼 수 있다. 이 계산은 다음과 같은 변형된 공식을 쓰면 된다.
(차량 길이) = (열차속도) ÷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
결과적으로 세 개의 공식이 가능하고, ‘열차 속도’, ‘차량 길이’,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 이 셋 중에 둘만 알면 나머지 하나를 계산할 수 있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이해하자: 열차의 사례에서 물결의 사례로
아래 그림과 같이 순간 정지된 물결 모양을 보자. 물결 모양의 가장 높은 곳을 ‘마루’라고 부르고 가장 낮은 곳을 ‘골’이라고 부른다. 골을 열차의 경우에서 차량과 차량이 연결된 부분이라고 하면, 마루는 차량의 중간 부분에 해당한다. 만약 물결 모양 전체에 걸쳐 인접한 골과 골 사이의 길이가 변하지 않는다면, 열차에서의 ‘차량 길이’와 같이 반복되는 기본 모양의 길이를 잴 수 있다. 마루와 마루 사이의 길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인접한 골 사이의 거리 또는 마루 사이의 거리를 ‘물결 사이의 길이’를 의미하는 ‘파장’이라고 부른다.
» 그림 3. 물결 모양과 화물열차 비교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결 모양을 생각해 보자. 파장은 물결 모양 전체에서 같다고 가정하자. 한 지점에서 물결 모양의 마루가(또는 골이) 1초에 몇 번씩 지나가는지를 잴 수 있다. 이렇게 한 지점에서, 정해진 시간에 물결이 몇 번 반복되느냐(또는 지나가느냐)를 ‘진동수’ 또는 ‘주파수’라고 부른다. 보통 1초에 몇 번 반복되는 횟수를 ‘헤르츠(Hz)’라는 단위를 써서 나타낸다.
» 그림 4. 물결 모양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경우: 마루는 초록색 점으로 골은 빨간색 점으로 표시했다. 위치 한 곳을 정해서 1초 동안 지나가는 마루(또는 골)의 갯수를 센 것이 ‘진동수’다.
한 예로 물결 모양의 마루 사이 거리가 1m라고 하고, 한 지점에서 1초 동안에 물결 모양이 하나씩 지나가는 경우를 보자. 1초에 1m가 하나씩 지나가니 속도는 초속 1m가 된다. 다시 말하면 파장이 1m이고 진동수가 1Hz여서, 물결 모양이 움직이는 속도는 초속 1m인 경우다.
마루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2m고 마루가 1초 동안에 2개씩 지나가는 경우는 1초에 2m가 2개씩 지나가므로 물결 모양이 움직이는 속도는 초속 4m가 된다. 파장이 2m이고 진동수가 2Hz여서 물결 모양이 움직이는 속도가 초속 4m인 경우다.
위의 예를 통해서, 우리는 파장, 진동수, 속도 사이에 다음과 같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속도 = 파장 × 진동수
표현에 사용된 단어만 바뀌었을 뿐, 열차의 속도를 계산하는 데 사용한 ‘(열차속도) = (차량 길이) × (1초에 지나가는 차량의 수)’ 공식과 사실상 같다. 위의 공식을 이용하면 더 복잡한 경우에도 속도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파장이 0.17m(=17cm)이고 진동수가 2000Hz (1초에 2000번 반복됨)인 물결 모양 움직임의 속도는 초속 0.17 × 2000 = 340m가 됨을 알 수 있다.
물결 모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파장, 속도, 진동수 중에 둘만 알면 나머지 하나를 계산할 수 있다. 속도와 진동수를 가지고 파장을 알아내려면,
파장 = 속도 ÷ 진동수
이런 관계식을 사용하면 되고, 속도와 파장을 가지고 진동수를 알아내려면,
진동수 = 속도 ÷ 파장
이런 관계식을 사용하면 된다.
빛의 파동 ①: 가시광선
움직이는 물결 모양을 우리는 ‘파동’이라고 부른다. 무엇이 물결 모양을 만들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의 파동이 있다.
파동의 대표적인 예가 빛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물결 모양을 이루어 퍼져 나가는 ‘전자가파’(electromagnetic wave)의 한 종류다.[2] 빛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파는 진공에서 가장 빠르다. 그 속도는 초속 30만 km (초속 3억m)에 이른다. 진공에서는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전자기파가 같은 속도로 날아간다. 이 때문에 진공에서 전자기파는 속도가 변하지 않는 상수로 보고, 파장과 진동수를 얘기한다. 둘중 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도 알 수 있는 관계다.
» 그림 5. 파동의 하나인 전자기파: 전기장(파란색)과 자기장(빨간색)의 물결 모양이 서로 직각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 중에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가시광선이라고 부른다. 가시광선은 여러 가지 색깔을 띌 수 있다. 그중에 무지개에서 볼수 있는 색깔의 빛에는 고유의 파장이 있다. 그런데 파장이 너무 작아 미터(m)로 쓰려면 소수점 아래로 0이 6개나 붙는다. 이 때문에 가시광선의 파장은 미터(m)대신 마이크로미터(μm: 100만 분의 1 미터)나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 미터)를 쓴다. 마이크로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 분의 1, 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다.
진공에서 가시광선의 파장은 빨간색 빛의 파장인 0.65μm(=650nm)과 보라색의 파장인 0.4μm(=400nm), 그 사이에 있다. 머리카락 굵기가 100μm(=0.1mm)정도이니, 대략 머라카락 굵기의 200 분의 1정도다. ‘진동수 = 속도 ÷ 파장’ 공식을 사용하면 진동수도 계산할 수 있다. 빛의 속도를 파장으로 나누어 계산하기 때문에 파장이 길면 진동수는 작고 파장이 짧으면 진동수가 크다. 이렇게 계산한 기사광선의 진동수는 460조 Hz (빨간색 빛)에서 750조 Hz (보라색 빛)에 이른다. 1조는 0이 12개가 붙는 아주 큰 숫자다. 보통은 1조을 의미하는 테라(T: Tera)를 붙여 460 THz, 750 THz 등으로 표시한다.
빛의 파동 ②: 전파
라디오나 지상파 텔레비전, 휴대폰, 무선 인터넷 공유기 등 통신에 사용되는 전파도 빛과 마찬가지로 전자기파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훨씬 길고, 진동수가 그만큼 작다. 전파에서는 주파수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데 진동수와 같은 의미다.
AM라디오에 사용하는 전파는 1000 kHz 근처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1000을 의미하는 kilo(킬로)의 약자인 k가 Hz앞에 쓰였으므로 AM주파수는 대략 100만 헤르츠 근처다. ‘파장 = 속도 ÷ 진동수’ 공식을 사용해 계산한 파장은 300m 정도다. 좀더 좋은 음질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FM라디오 전파의 주파수는 100 MHz 정도다. 여기에 사용된 Mega(메가)의 약자인 M은 100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파수는 약 1억 헤르츠 정도에 파장은 3m 정도다. 휴대폰이 사용하는 전파의 주파수는 700MHz에서 2100MHz에 이른다.
무선 인터넷 공유기는 2.4 GHz에서 5.9 GHz 사이에 있는 높은 주파수의 전파를 사용한다. 여기에서 G는 10억을 의미하는 Giga(기가)의 약자다. 따라서 24억 Hz에서 59억 Hz 사이의 주파수를 가진 전파다. 이에 해당하는 파장은 대략 5cm에서 12.5cm 사이다.
빛의 파동 ③: 전자레인지와 ‘유전가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도 전자기파를 사용한다. 전자기파를 사용하는 목적이 통신이 아닌 음식을 데우는 데 있다.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는 2.45GHz여서 무선공유기에 사용하는 전파의 주파수와 비슷하다. 진동수(주파수)가 300MHz에서 300GHz사이인 ‘마이크로파’ 영역 안에 있어서, 영어권에서 전자레인지를 마이크로파 오븐(microwave oven)으로 부른다.
마이크로파가 음식물을 데우는 구체적인 원리는 무엇일까?
음식물을 구성하는 많은 분자들은 전자가 한쪽으로 몰려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위 ‘극성분자’라고 불리는 분자들이다. 음식물뿐만아니라 다른 많은 물질들이 이런 극성분자들을 포함하고 있다. 극성분자가 전기장에 노출되면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 분자도 일정한 방향으로 자리잡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물 분자가 대표적인 경우다. 전기장의 방향이 바뀌면 한쪽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던 이들 분자들이 다른 방향으로 자리를 잡으려고 회전한다.
» 그림 6. 전자가 한쪽으로 몰려 있는 분자(그림에서는 물 분자)는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자리잡으려고 한다. 전기장의 방향이 바뀌면 분자도 다른 방향으로 자리잡으려고 회전한다. 변하는 전기장으로 분자를 움직여 가열하는 ‘유전가열’ 방식에서 사용하는 기본 원리다.
그림 5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자기파의 전기장은 방향이 번갈아가며 바뀌는 물결 모양이다. 적절한 진동수와 충분히 큰 강도의 전자기파에 극성분자는 회전한다.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가 그런 전자기파에 해당한다. 액체나 부드러운 물질안에서 이렇게 회전하는 극성분자들의 움직임은 주위의 분자들에도 영향을 끼쳐 다른 분자들도 덩달아 움직이게 만든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분자의 운동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온도가 올라간다. 전문적인 용어로 유전가열(dielectric heating)이라고 불리는 가열 방식이다.[3]
마이크로파는 금속을 깊게 뚥고 지나가지 못하고 반사되는 반면, 금속이 아닌 물질은 내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도 음식물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외부를 먼저 데우고 열기가 안으로 퍼져나가는 전통적인 가열방식과는 달리, 마이크로파를 사용한 ‘유전가열’ 방식은 처음부터 음식물 내부도 데울 수 있는 가열 방식이다.
빛의 파동 ④: 레이더와 사드
항공 또는 선박 관제나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레이더도 마이크로파를 사용한다. 레이다는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마이크로파를 탐지해 항공기, 선박, 또는 미사일의 위치와 속도를 알아낸다.
최근 한국 배치 문제로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의 레이더도 마이크로파를 사용한다.[4] 진동수는 ‘엑스(X)-밴드”로 불리는 8GHz에서 12GHz까지 대역의 마이크로파로 10GHz를 기준으로 대략 3cm 파장을 지닌 전자기파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의 진동수보다 4배 정도 크다.
측정 거리가 1000km가 넘는 사드의 레이더는 강력한 출력의 마이크로파를 발사한다. 이런 마이크로파를 발사할 때 레이더 바로 앞에 서 있으면 어떻게 될까? 전지레인지로 음식물을 데우둣이, 레이더의 마이크로파로 인한 ‘유전가열’이 일어나 사람의 경우 인체 내부가 가열될 수도 있다. 레이더에서 멀어지면 이런 위험성은 줄어든다. 발생한 곳에서 멀어질수록 전자기파의 강도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같은 마이크로파로 분류되는 휴대폰 전파와 무선공유기의 전파는 우리 주위를 일상적으로 날아다닌다. 그런 환경 속에서 우리는 별 문제없이 살고 있다. 전파로 인한 유전가열은 일어나지 않고, 인체에 끼칠 수 있는 전파의 다른 영향도 미미하다. 가정에 설치된 제품은 출력 자체가 작아서 전파의 강도가 약하고, 출력이 큰 장치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설치되어 전파가 일상 생활 공간에 도달할 때는 강도가 충분히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자기파가 인체와 자연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주]
[1] KTX-I https://ko.wikipedia.org/wiki/KTX-I
[2] The Electromagnetic Spectrum
http://www.davidterr.com/science-articles/electromagnetic_spectrum.html
[3] Dielectric heating https://en.wikipedia.org/wiki/Dielectric_heating
[4] Ballistic Missile Defense: Power of X-Band Radars (June 4, 2012) https://mostlymissiledefense.com/2012/06/04/ballistic-missile-defense-power-of-x-band-radars-june-4-2012/
AN/TPY-2: America’s Portable Missile Defense Radar http://www.defenseindustrydaily.com/antpy-2-ground-radar-07533/
AN/TPY-2 http://www.radartutorial.eu/19.kartei/karte119.en.html
THAAD BMDS http://www.bga-aeroweb.com/Defense/THAAD.html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07&contents_id=84767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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