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 제도’, 연구인력 정책 틀에서도 논의해야

제도 시행 40여 년 거치며, 병역 정책은 이제 기초 과학기술 연구에도 영향

국방 정책 울타리 넘어 연구인력 육성수급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논의 필요


00mil_service6.jpg » 10개 대학에서 29개 학생회(지금은 30개 학생회)가 참여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는 5월19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함께 제도 폐지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 오철우


1973년 이래 시행된 ‘전문연구요원(‘전문연’)의 대체복무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국방부의 방침이 이공계 대학가와 과학/기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방부의 계획이 이공계 대학 졸업 뒤 취업이나 다른 길로 나아가는 현역 입영 대상자들한테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과정을 거쳐 전문 연구자의 길로 나아가려는 이들한테는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과 이공계 대학의 학생회들은 곧바로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국방부의 제도 폐지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당장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원이나 일반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연구인력의 수가 줄고 대신에 해외 유학과 인력 유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그래서 대학원 연구·실험실에서 연구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학자·공학자를 꿈꾸는 남학생들한테는 장기적인 진로 설계에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자료와 의견을 모아 논란의 배경을 정리해보았다.



국방부 “인구감소로 불가피”…논란의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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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5월17일 인구 감소로 군병력 충원에 어려움이 생겨 대체복무와 전환복무 제도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인구 감소로 현역 입영이 줄어들기 때문에 2020년부터 현역 입영 대상자의 대체복무제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2023년부터는 아예 폐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기자들한테 배포한 ‘참고자료’를 보면, 실제로 인구 감소는 뚜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아래 표). 2016년 35만 명 수준인 20세 남자 인구는 2020년 무렵부터 급격히 줄어 2022년엔 25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후엔 추가 감소 추세가 나타난다. 군은 현재 63만여 명의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 2000명으로 줄이더라도 연간 2만~3만 명의 현역 입영자가 부족해져,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하는 ‘대체복무제도’를 없애고 의무경찰·해양경찰·의무소방원 등으로 병역을 대신하는 ‘전환복무제도’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00mil_service3.jpg » 출처 / 국방부, '전환/대체복무 관련 참고자료'


국방부의 계획은 5월16일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뒤이어 대체복무제도를 통해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중소기업계와 과학기술계 등에서는 갑작스런 제도 폐지 추진에 반발 움직임이 나타났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들 사이에서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도 폐지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발이 커지자 국방부는 관련 부처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00mil_service4.jpg » 출처 /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 (웹화면을 마우스로 클릭 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가와 과학/기술계에서는 반발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계획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당일에, 이공계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즉시 반발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날 바로 이공계 대학 학생회들은 연대체를 구성했다. 10개 대학에서 29개 학생회(지금은 30개 학생회)가 참여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는 5월19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함께 제도 폐지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현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성명의 일부 대목이다.


“대한민국 과학기술계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국방부가 계획 중인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안 때문입니다. 폐지안에 따르면 2018년부터 전문연구요원 선발 인원은 단계적으로 줄어 2023년까지 전면 폐지되고, 특히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2019년부터 완전히 중단됩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연구기관에서 3년간 연구, 개발 활동을 의무 수행해 현역 복무를 대신하는 제도로, 1970년대부터 국가 과학기술과 학문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왔습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밝힌 폐지안대로라면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연구개발은 크게 퇴보할 위기를 맞게 됩니다.”


대책위는 이어 성명에서 “미국, 영국, 독일 등을 포함한 선진국 대부분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군의 현대화, 고급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때, 병사 수를 이유로 핵심 인력의 연구를 중단시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폐지 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김상수 포스텍(포항공대) 총학생회장은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 의견도 있지만 현재로선 현행 제도의 폐지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서명운동은 이공계 학생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존속 필요성의 공감대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연 제도 40여 년 역사…첫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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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어떤 성격의 대체복무제일까? 현역 복무를 대신하게 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석사 이상 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지정 업체로 선정된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 △지정업체로 선정된 자연계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수학 중인 사람을 선발해 3년 동안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 병무청 관계자는 “2016년 올해 기준으로 말하면 전체 2500명을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900명 조금 넘는 인원이 대학원 박사과정생에 배정되며 나머지 1600명 가까운 인원은 대부분이 기업 연구소, 일부가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에 배정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현재 과학기술계에서 논란이 되는 대학원 박사과정 배정 인원인 900여 명은 다시 “일반 대학 박사과정생 600명, 그리고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의 박사과정생 300여 명”으로 나뉘어 배정된다. 일반 대학원 박사과정생을 대상으로 한 전문연구요원 선발 과정은 한국연구재단이 맡는데, 올해 전·후기에 영어(TEPS), 석사과정 학점, 한국사 시험을 거쳐 600명을 선발한다 (600명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배정 비율 7 대 3).


00mil_service2.jpg » 출처 / 한국연구재단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역사는 길다. 이 제도는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한짝을 이루어 시행되어 왔다. 두 제도가 처음 생긴 건 1973년이었다. 병무청 관계자가 2011년 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국가산업발전을 위한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제도 발전방안>)를 보면, 1970년대 초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 “우수한 과학기술인력 및 기능인력의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잉여 병역자원을 방위산업체 등에 지원하여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 제도가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함께 도입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병역법’에서 각각의 제도로 운용되고 있으나 최초 도입 당시에는 ‘병역의무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특례보충역이라는 하나의 제도로 도입되었으며 한국과학기술원생의 병역특례를 통한 지속적인 과학기술 연구활동 지원을 위해 출발하여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각종 정책 변화 등에 따라 지원 대상을 확대 또는 축소하고 현역병 복무기간 단축에 따라 복무기간을 단축하였으며 병역자원 수급 상황에 따라 지원인력 규모도 증감하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하였다.”


편입 대상을 자연계 분야 대학 또는 기업부설 연구기관 종사자로 넓혀, 현재와 비슷한 전문연구요원 제도 체제가 마련된 것은 1981년이었다.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이라는 지금의 이름은 1993년에 만들어졌다.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기간은 애초 5년이었으나 2003년에 4년, 2004년에 3년으로 단축되었다.


그런데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병역면탈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폐지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2002년 9월엔 2005년에 폐지한다는 계획이 발표됐으나, 2004년에 수정되어 폐지 시기가 2013년으로 늦추어졌으며, 다시 2007년엔 2012년 폐지 계획이 발표되었고, 2011년에는 2016년 폐지 계획이 발표되었으나 늦추어져, 이번에 다시 폐지 계획의 대상이 되었다. 이와 비교해,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폐지 논의는 이번에 처음 제시되었다.


이 자료가 발표된 2011년 당시만 해도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발전 방안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병무청 관계자가 발표한 <발전방안> 자료를 보면, 국방부(병무청) 내에서도 전문연 제도가 이공계 연구인력 양성을 돕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공계의 전문 연구자(과학자·공학자)라는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 그리고 이 제도가 이공계 기피 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를 이 자료에서 읽을 수 있다. 다음은 이 자료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 발전을 위한 고려사항” 항목에 실린 내용이다.


“(가) 이공계 연구인력 양성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


첫째,이공계 연구인력 양성은 장기간 소요됨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공계 석사학위 이상의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연계 대학 진학을 준비하여야 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석.박사 통합과정 포함)을 진학한 후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데는 6~ 8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따라서 짧게는 6년,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전문연구요원제도와 관련된 개선 방안을 마련할 때에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한 근시안적 정책결정은 지양되어야 한다.


둘째,이공계 기피현상을 고려하여야 한다.

전문연구요원제도가 더욱 발전되려면 우수한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이공계에 도전하여야 한다.특히,세계적 수준의 박사급 우수 연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이공계에 도전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일부 유명 대학의 박사과정 입학생이 정원에 미달하고 있으며, 우수대학교 자연계 입학자들이 입학과 동시에 각종 고시공부에 전념하거나 의과대학 진학을 위하여 재수를 하는 등 이공계 기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연구인력의 지속적 공급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이러한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응하여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부터 이공계를 선호할 수 있도록 병역문제를 포함한 장래 진로 등에 대한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발전 방안은 병역자원의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자료는 여러 대목에서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잉여 병역자원을 전제로 운영되는 대체복무제도로서 병역자원의 수급 전망에 따라 그 존속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인력 양성’의 한 축, 전문연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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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국방부의 논의에서 잉여 병역자원을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대체복무 제도로 인식되는 데 비해, 과학/기술계에서는 지난 40여 년 동안 대학원 연구·실험실의 연구인력을 충원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로서 자리를 잡았다. 현역 입영 대상자인 남학생이 전문 연구인력으로 성장하면서 연구 지속성을 보장받으면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제도는 현실적으로 대학원의 연구인력을 흡인하는 중요한 동기가 되어 왔다.


특히 ‘절반은 학생, 절반은 직장인’처럼 생활하기에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이공계 대학원생의 연구·실험실 생활과 처우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상황에서, 과학자·공학자를 지망하는 남자 박사과정생이 누릴 수 있는 병역특례는 국내 대학원 진학을 유도하는 이점으로 작용해왔다. 이런 상황은 수십 년 동안 뿌리를 내린 국내 대학원 연구·실험실의 현실이 되었다.


[참고 기사]


실험실 대학원생 “우리는 반학생-반직장인, 합당한 처우를”

 http://scienceon.hani.co.kr/120606


“너흰 학생이니까…학생 아니니까…이중잣대 괴로워요”

 http://scienceon.hani.co.kr/120789


이 때문에 남학생 연구인력 유인 요인으로 기여해왔던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된다면, 대학원생 처우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며 대학원의 연구인력 확보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국에 좋은 연구인력을 국내 대학원에 끌어들이는 유인 효과는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며, 상대적으로 처우가 나은 해외 대학원을 찾아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연구인력의 해외 유출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한 박사과정생은 “전문연 제도가 폐지되면 이공계 대학원 지원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 될 것”며 “뻔히 예상되는 이런 결과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현재 (남자 연구생) 인력 유인의 한 축인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기가 높지 않은 기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런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특히나 박사과정생들이 시험 없이 전문연구요원이 되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KAIST, GIST, DGIST, UNIST)에서는 이런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특성화 대학의 한 교수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 들어오는 남학생들의 경우에 병역특례는 아주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좋은 연구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곧 연구중심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현실에서, 석박사 연구생들의 지원이 지금보다 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이공계 대학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우려인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전문연 제도가 전문 연구자가 되려는 이공계 남학생들한테는 인생 진로 설계에서 이미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점도 반발의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나 박사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공계 대학교 4학년생이나 석사과정 신입생은 이 제도의 변화에 의해 진로 계획을 크게 수정해야 하는 대상자이다.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대상자들이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시행될 때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이 제도의 대상자들이 이에 적응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런 고려 없이 제도 변화가 일방적으로 시행된다면 이들의 진로 계획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브릭 설문조사] 사흘만에 4천명 참여 폐지 반대 강해, 대안·개선안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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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브릭 과학기술인 회원’을 대상으로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지난 5월 17일~19일 기간에 벌였다. 사흘 간의 짧은 조사기간에 4194명이나 설문 응답에 참여해, 이 문제가 과학기술계의 뜨거운 관심사임을 보여주었다.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에 참여한 ‘과학기술인 회원’ 4194명 가운데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계 연구 활동 전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92%에 달했다. 이 제도의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도 89%나 되었다. 이 설문조사에 응답한 이들이 주로 과학기술이며, 대학생(40%), 대학원생(27%)이 67%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런 응답 결과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폐지를 반대하는 과학기술인들의 의견이 매우 강하며 넓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답 참여자 가운데 남성은 82%(3453명), 여성은 18%(740명)였다.


00mil_service5.jpg » BRIC 설문조사 결과. 출처/ http://www.ibric.org/scion/survey/result_ing.php?PID=275&STA=1

 

설문 응답자들 가운데 3999명은 설문 응답에 자유로운 개인 의견 글도 남겼는데, 에이4(A4) 용지 기준으로 200페이지가 훨씬 넘을 만한 방대한 답변 자료들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많은 이들은 이 제도가 폐지된다면 가장 먼저 나타날 여파로 국내 이공계 대학원 진학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많은 응답자들이 이 제도가 폐지되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지원자들이 줄고, 대학원생의 처우가 더 나은 해외 대학원 연구실을 찾아나서는 해외 유학이 늘어, 결국에 연구인력의 해외 유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장래 이공계의 전문 연구자를 꿈꾸는 남학생들은 대학 생활 때부터 군복무 문제를 국내 대학원 진학과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으로 해결하려는 구상을 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갑작스럽게 제도 폐지 계획이 알려지면서 진로 설계를 크게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도 많았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인 과학기술원의 존속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담겼다.


1. 본인이 박사 학위 중 군복무를 한 경험자임. 대학원 연구기간중 2년이란 기간은 현재 급변하는 연구 환경에서 상당한 연구 기간의 낭비이며, 본인도 군복무 전 연구주제를 지속하지 못하고 전역후 박사학위 연구 주제를 변경하여 학위를 취득하였음. 2. 현재 연구인력의 90%이상이 연구비 과제 종료 후 연구 지속 불가 및 인건비 지급 불가한 비정규직 대우를 받는 이공계 연구 환경에서 남성 연구인력(대학원생 포함)의 감소 추세에 있음. 여성 연구자(대학원생)의 비중이 증가하여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해당 사업의 중단은 국내 이공계 남성 연구자들의 수를 급감시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생각함. 3. 이공계 연구를 지속하고자 하는 그나마 남아 있는 남성 연구자들에게 최소한 대체복무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는 것이 국가인력 관리 차원에서 유익할 것으로 판단됨.


재 4학년에 재학 중인 지방국립대 학생입니다. 2학년 2학기 때부터 생물학 실험에 관심이 있어 관련 교수님 방에서 실험보조 및 실험을 하며 지내던 학생입니다. 원래 군대를 가려고 2014년 4월 육군훈련소 입영을 신청하였으나, 교수님의 제의로 병역특례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교수님과 논의, 부모님과 갈등을 겪으면서까지 석박사에 진학함과 동시에 이 사업에 신청하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재학생 입영 연기를 신청하였고 2년 동안 실험실에 샘플링(sampling)도 하러 다니고, 주말에도 나와 랩미팅(lab meeting)에 참석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등 석박사통합과정을 진학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노력 끝에 현재는 학부 4학년 과정인 이번 년도 중 SCI급 논문작성 및 등록 예정이며, 특허 또한 학교 내 산학협력단, 변리사분과 함께 특허출원 진행 작업 중에 있습니다. 이 사업이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4학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서 해외로 대학원을 가야 하는 생각까지 들었고, 교수님 역시도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군대 다녀와서 석사 마치고 난 뒤 해외 대학원에서 박사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하셨습니다. 병역특례 사업폐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학부 때부터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의 인생과 걸려 있는 문제가 있는 동시에, 고급 인력의 경우 국내 중소/벤처 기업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이 제도를 통해 그나마 고급 인력의 중소/벤처 기업 인력배당이 가능했습니다. 박사전문요원 때문에 국내 열악한 환경에서 실험하고 연구하는 국내 대학원생들 또한 특례 사업이 중단된다면 우수인력의 해외반출 등 국가 과학경쟁력 또한 낮아질 것이 뻔합니다. 병역인원의 감소 등 말도 안되는 이유로 대한민국 병역 남성의 1%도 안 되는 전문연구요원 선발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학부 3, 4학년에 대한 대책도 없으면서 제도를 바꾸려 하는 탁상행정식 국방부의 태도가 정말 아쉽습니다.


리나라는 안타깝게 분단국가입니다. 하지만 전쟁을 치른 지도 5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국가 기술, 과학분야 등 이공계 분야들이 엄청나게 발달을 했습니다. 분단국가라서 군대는 무조건 있어야 하지만 군대를 가게 되어버리면 박사과정 학위 동안에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공계 관련에서 박사과정으로 학위를 받는 학생들이 병역특례로 인해서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병역특례를 없애버리게 된다면 이공계 분야 쪽에서 고급 인력들이 군대라는 문제로 인해서 박사과정에 문제가 생겨버리니까 해외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되고, 우리나라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이 고급 인력인데 이러한 장점이 없어지게 되면 지금 우리나라에게 있어서는 이공계 관련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살아남기가 힘들다고 보여집니다.


가장 많은 이들이 현행 제도의 폐지에 반대했으나, 일부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제도 폐지에 반대하지만 불가피하다면 제도 축소를 받아들일 여지를 보인 의견이나, 선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론 현행 제도를 개선하고 오히려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공계 과학/기술 연구인력의 양성 정책에서 중요하게 자리를 잡았던 이 제도의 폐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급작스럽게 국방부의 일방적 계획으로 알려진 데 대한 비판 의견도 상당수에 달했다. 또한 다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군병력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진정한 국방력인지를 묻는 반대 의견들도 꽤 있었다.


한편,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은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방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묻는 메일을 보내어 국내 이공계 대학 교수들 4명한테서 개인 견해를 담은 메일을 받았다(맨아래 상자 글 참조). 이들은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계획을 비판하면서 국방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방향의 논의가 더 충분하게 이뤄져야 하며, 오히려 현행 제도에 있는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등의 의견을 전했다. 



전문연 제도, 과기정책의 틀에서도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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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국방부가 주관하는 병역자원 수급관리 사업으로 시행되어 왔으나, 지난 40여 년 동안 대학가의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경로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왔다. 전문연 제도라는 이점은, 대학원생의 처우 문제가 논란이 되는 현실에서도 그나마 연구인력의 유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처럼 전문연 제도는 기초 과학/기술 연구를 수행하며 전문 연구자를 양성하는 대학원 연구·실험실에서 다른 여러 요인들과 얼기설기 이어져 뿌리를 내린 지 오래된 제도가 되었다.


그러므로 전문연 제도의 변화를 논의하는 것은 이제 병역 정책이라는 틀에서만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과학/기술 연구논문의 생산량이 세계 10위권 안팎의 순위로 성장한 한국 과학/기술계에서, 이미 연구인력 양성 정책의 요소가 된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제 병역 정책이라는 틀만이 아니라 대학원 연구인력 확보와 전문 연구자 양성 정책이라는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정책의 틀에서도 이 문제가 다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73년 이래 40여 년 동안 과학/기술 연구 환경도 그만큼 변화하며,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긴밀하게 결합해 왔기 때문이다.


군병력 감소는 우리 국방의 현실에 닥친 큰 문제이다. 또한 대학원 연구실의 연구인력 유입 감소 우려는 이공계 대학에 닥친 현실 문제이다. 이 제도와 얽혀 있는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에서 묘안을 짜내고 적절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병역특례는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혜택’으로 인식되어 비판을 받는 민감한 문제이기에, 그렇지만 과학/기술 연구인력 정책의 변화와 개인들의 인생 진로 혼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현실 문제이기에, 세세한 사항들은 병역 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넓은 논의의 틀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미옥 국회의원 당선자는 “지금은 국방부가 다른 부처들과 협의를 하고 있어 그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더 넓은 차원에서 보면 이번 논란이 대체복무제도라는 틀에서만 다뤄질 게 아니라 우리나라 연구개발 인력의 공공부문 수급 문제라는 차원에서 다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교수 4인의 견해


다음은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방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여쭙는 <사이언스온>의 물음에 대해 답장을 보내준 이공계 교수들의 의견이다. 질의 메일은 10분한테 보냈으며 4분한테서 답장이 왔다. 소수의 개인 의견이므로 현재 논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참고자료 정도로 읽으면 좋을 듯하다.

수도권 대학 교수 (물리)

기초 과학기술 연구에 기여…제도 지속 마땅


저도 최근에 뉴스를 통하여 병역특례제도폐지에 따른 영향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에 한 학회에 참여하였는데 카이스트(KAIST)의 한 교수님과 이 건과 관련하여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실제 병역 특례 제도 폐지는 될 수가 없겠지만 현재 군 복무 기간이 3개월 정도 연장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신다고 하시네요. 병역특례 제도 폐지를 통한 군 병력과 군 복무 연장으로 얻게 될 군병력이 비슷하다고 하시면서.


대학 이공계(물리) 연구자로서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병역특례제도폐지)에 전적으로 반대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대학교 물리학과는 과기특성화대-출연연에 비하면 그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우수 과학기술 인재 양성 측면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병역특례제도)는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되리라 봅니다.


질문하신 ‘어떠한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영향’은 제 연구실에서는 솔직히 미미합니다. 현재 박사과정생 중 한 명이 전문연구요원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올해 말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국가 전체로 볼 때, 기초 과학기술 연구에서 창의적인 연구의 시작점이 20-25세임을 감안할 때, 기초 과학기술 연구에서 우리는 병역 복무에 따른 시간으로 전세계 연구자들에 비해 2-3년이 늦은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이 됩니다. 이는 출발선상의 시간적 늦음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지식습득, 학습에서 가장 활발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손실은 더 크리라 봅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최소한 성실히 노력하는, 기본이 갖추어진 젊은 과학기술 연구자만이라도 병역에 따른 시간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병역특례제도)임을 감안할 때 지속됨이 마땅합니다. 이는 선진국 연구자와 비교할 때 국가가 보태주는 혜택이 아니라, 최소한 시작점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맞춰주는 제도라고 판단됩니다. 우리나라가 과학강국이 되길 기대합니다.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교수

“충분한 논의 필요한데 일방적으로…” 집단소송 대상 될 수도


제 의견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이슈와 관련해서 논의할 주제는 두 가지라고 생각됩니다.

(1) 이공계 인재 육성전략으로서의 병역특례: 관점의 문제

(2) 폐지 절차상의 문제


(1): 병역특례를 특혜로 접근하는 것은 민심으로 이용하여 밀어부치는 저열한 수법입니다. 이공계 병역특례는 도입시부터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폐지를 하는 상황을 십분 공감한다 할지라도 이전 주창되었던 전략을 어떤 전략으로 대체할지 아무런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 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전 전략에 대한 자기부정이자 장기적 안목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일입니다. 대체 전략을 제시하고 여기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으로 논의는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방위력 축소가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은 공감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논의를 시작해야 할 마당에 마치 다 정해진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군 입대에 대한 민심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너무도 수준 낮은 군행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 (1)과 관련해 다 포기한다 하더라도 지금 폐지를 결정하여 과기특성화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병역특례에서 배제된다면 너무 큰 절차의 문제를 갖게 됩니다. 과기특성화 대학에 들어오는 남학생들의 경우 병역특례는 아주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이러한 폐지 상황이 적용된다면 이는 분명한 소송감입니다. 그리고 실제 이러한 결정이 이뤄질 경우 집단소송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상황이 어려워 폐지가 되더라도 2017년도에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수도권 대학 교수(생물)

폐지에 반대…이참에 현행 제도 불합리 개선·대안 마련 노력을


“큰 파장을 불러온 만큼 백지화를 한다든지 아니면 그대로 끝까지 밀고 나간다든지 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귀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이번을 기회로 이공계 인력과 병역제도와 관련해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대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잘 아시겠지만, 병역전문요원 제도는 중단없는 연구활동을 장려하여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기본 취지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어 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2500명의 전문요원 중에서 대학에는 1000명이 배정되는데 그 중 IST 대학 (카이스트, 지스트, 디지스트, 유니스트 등)에 400명이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600명으로 7:3으로 수도권과 지방이 나누어 배정됩니다. 그러다 보니 미래부 산하 대학으로 박사과정을 진학하면 자동으로 군면제, 지방에 있는 포스텍 등으로 진학하면 거의 경쟁 없이 합격하는 반면에, 수도권 일반 대학원의 박사과정에 진학을 하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 속에서 영어시험 공부를 연구 대신에 훨씬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전문요원을 뽑는데 TEPS 점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그 커트라인이 놀라운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들었습니다. 이공계 연구 잘하는 박사과정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가 영어 시험에 몰입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요. 중단 없은 연구가 아니라 영어공부 시키는 제도인 셈이지요.


이러한 상당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재들이 일단 합격을 하면 박사과정 수료 후 3년간 연구를 하고 병역을 필한 것으로 해 주기 때문에 박사과정 동안의 연구 주기와 잘 맞아서 유학을 선택하는 대신 국내에서 박사를 하고 그 이후 과정을 국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이공계 대학원 박사과정생에 대한 병역 특례 조치는 여건이 허락하고 가능하다면 시행하는 것이 국가 과학 경쟁력 향상에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제도대로 원상복귀 하는 것은 별로 개선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밝혀드린 바와 같이 이미 수도권 일반 대학원의 이공계 박사과정은 이 제도로 인하여 왜곡된 제도의 영향(“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 속에서 영어시험 공부를 연구 대신에 훨씬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을 너무 크게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가 이번 발표를 그대로 밀고 나가서 전문요원제도를 다 폐지해 버리면 이공계 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은 명확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국방부가 물러서서 백지화를 하게 되면 현재의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형평성만 잃은 구제도를 답습하는 상황이 될 겁니다. 따라서 대안이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으면서 이공계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안이 만들어져야 하겠지요. 제가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는 모든 이공계 박사과정 (또는 경쟁을 통해 선정된?) 학생들은 병역을 이행하되 그 기간을 단축해 주는 방안 (10개월 또는 1년 정도?) + 대신 예비군 기간을 더 길게 하도록 하는 보완책 같은 것을 같이 시행한다면 국민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병력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취지를 가진 사업을 접기보다는 군의 선진화를 꾀해서 첨단 군사력을 강화하고 재래군사력을 일부 억제해 가는 방안도 장기적으로는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수도권 대학 교수(물리)

제도 폐지가 인구감소 근본대책 될까…진정한 국방력 높이려면…


물론 저도 제 주변의 우수한 대학원생을 생각하면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현재도 전문연구요원으로 선정되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대학원에서의 학점이 거의 다 만점을 받아야하고 영어 점수도 아주 높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희 학과 학부생 중에 병역을 학부 때 마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학부에서 가장 성적이 우수한 아주 소수 학생들입니다. 만약 전문연구요원제도가 폐지되면, 이 학생들은 학부 때 군 입대를 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을 제가 지도해본 경험을 돌이켜보면 군대에 다녀온 학생 중에는 자기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을 교수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몸에 밴 학생들이 많습니다. 군대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학문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죠.


현대의 군사적인 대치상황에서 단순히 군장병의 ‘수’를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해, 이를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전문연구요원제도를 없앴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인구가 고령화되는 현실과 현재 젊은 세대의 낮은 출산율을 생각하면 몇천 명 규모의 전문연구요원을 없앤다고 해서 군 장병 수의 부족문제가 장기적으로  해결될 수는 결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군 장병 수는 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얘기가 좀 길어지지만,  제 생각을 좀 더 적습니다.


1. 군 장병의 수를 대규모로 감축하고 이로부터 사용 가능해진 군 예산으로 군 장비와 무기체계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늘리는 방법이라 봅니다.


2. 굳이 이공계뿐 아니라 모든 학문 분야의 우수 박사과정생에게 적절한 심사를 거쳐,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는 것을 조건으로 병역특례의 혜택을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대학원 등의 학문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군대에 가서 군인으로 복무하는 것보다, 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젊은 후속 세대에게도 적절한 기준과 심사를 거쳐 병역특례의 혜택을 주는 것이 국익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3. 장기적으로는 징병제를 지원병제로 바꾸면 사실 모두 해결될 문제입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다고 해도, 위의 1을 통해 국방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2를 통해 우리나라의 제한된 인력자원을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병역특례를 확대하면 좋겠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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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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