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천의 "자연사로 둘러보는 우리 세상"

자연사(Natural History) 연구는 자연보존과 생태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종종 박물학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손재천 님이 우리 삶과 환경에 닿아 있는 자연사 이야기를 풀어낸다.

게놈 분석으로 다시 그리는 생물진화 ‘생명의 나무’

[10] 자연사 연구도 이제 빅데이터 시대


00genome_Evo1.jpg » 2014년, 새와 곤충의 진화계통 연구를 소개한 <사이언스>의 표지. 출처/ sciencemag.org


난 12월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 자연사 연구의 새 지평을 열 만한 논문이 출판되었다.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도 간략하게 소개된 ‘새의 진화계통’에 관한 논문이다.[1]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는 12월 12일 출판된 특별판에다 유전체(게놈) 분석을 통해 조류 진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8편의 주옥 같은 논문을 실었다. 이 야심찬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재미있다. 한 인터뷰에서 프로젝트의 주요 기획자 중 한 사람인 덴마크 자연사박물관의 토머스 길버트(Thomas Gilbert) 박사는 “머리 위에서 나에게 똥을 싼 비둘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2]


이보다 조금 앞선 11월에는 같은 저널인 <사이언스>에 게놈 수준의 전사체( transcriptome, 발현된 모든 RNA를 말한다) 분석을 이용해 곤충의 계통 관계를 규명한 논문[3]이 비중있게 실렸다. 이 논문은 2011년에 기획된 ‘1000종 곤충 전사체 진화(1K Insect Transcriptome Evolution, 줄여 IKITE)’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4]



‘생명의 나무’에 부는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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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논문들은 조류학이나 곤충학 차원의 의미보다는 자연사 연구 자체에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바로 자연사 연구에서도 이제 게놈 수준의 접근법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박사과정에 있을 때 연구실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며 “생물 계통진화 연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 빅데이터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던 전망이 현실화한 셈이다. 바야흐로, 첨단 과학 분야에서나 나올 법한 ‘슈퍼컴퓨터’, ‘국제 연구 컨소시엄’, ‘차세대 시퀀싱(sequencing, 염기서열 해독)’ 같은 단어가 생물 계통진화 연구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 박사학위 논문을 위한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계통 분류를 위한 유전자 데이터는 ‘생어 시퀀싱(Sanger sequencing)’이라고 불린 염기서열 해독 기법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일반인한테는 도움이 안 되는 설명이겠지만 대략 그 원리와 과정을 소개하면, 생어 시퀀싱은 분석 대상인 유전자의 디엔에이(DNA)를 단일가닥으로 만든 다음에 짧은 합성 염기서열인 프라이머(primer)를 붙이고서, 이어 DNA중합효소를 이용해 ‘3인산 뉴클레오사이드’와 염기 종류별로 다른 형광색소로 표시한 ‘디데옥시뉴클레오티드’를 붙인 다음에 모세관 전기영동(capillary electrophoresis) 장치를 통과시키면서, 레이저 빔을 이용해 이 형광색소를 염기서열 정보로 읽어내는 방식이다.[5] 한번에 읽을 수 있는 염기서열의 양이 제한되고 시퀀싱 가격도 비싼 편이다. 그래서 내 박사학위 논문에서 사용한 29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얻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과 연구자금이 필요했다.


가까스로 유전자 데이터를 얻어 분석에 들어갈 즈음인 2008년에 새로운 방식의 시퀀싱 기법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새로운 기법은 생어 시퀀싱으로 13년이 걸린 인간 게놈 해독을 단 4개월 반만에 해치우면서 화려하게 등장했고,[6]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유전자 분석 연구에서 생어 시퀀싱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 새로운 기술을 ‘차세대 시퀀싱(NGS)’이라 부르겠는가? <사이언스>에 실린 새와 곤충의 계통도를 그리는 데 사용한 데이터도 이 차세대 염기서열 해독 기법을 활용하였다.


☞ 차세대 시퀀싱이란…



차세대 시퀀싱은, 산출하는 데이터의 양 대비 비용을 기존 생어 시퀀싱에 비해 상당히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게놈 수준의 데이터가 필요한 연구에는 필수 기술이 되고 있다. 차세대 시퀀싱은 생어 시퀀싱 이후에 대규모 유전 정보를 산출하는 새로운 시퀀싱 기술을 통틀어 일컫는 다소 모호한 명칭이다. ‘최초의 차세대 시퀀싱 기술’이라 불리는 ‘454’를 비롯해, ‘일루미나(Illumina)’, ‘아이온 토렌트(Ion Torrent)’ 등등 서로 다른 기술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단일 분자 수준도 읽어낼 수 있는 3세대 시퀀싱(Third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이 패시픽 바이오사이언스(Pacific BioScience)에서 개발되어 있다.


 이 기술들에 대해 분자 수준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소개한 영상을 각 회사가 제공하고 있다. 이 영상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차세대 시퀀싱의 기본 개념은, 게놈을 증폭 가능한 크기로 잘게 자르고 이 절편을 증폭한 뒤에 형광 표식한 염기서열을 읽어낸다는 것이다. 절편을 증폭하는 방법이 각 기술마다 다르다. 먼저 ‘454’는 현미경으로나 관찰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구슬 표면에 절편을 붙여서 피씨아르(PCR)를 통해 증폭한다. ‘454’ 기술은 비교적 길이가 긴 DNA 절편을 산출하기 때문에 절편 조립이 쉽지만, 전체적으로 산출하는 유전 정보의 양이 적어 시장성이 떨어진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기술은 ‘일루미나(Illumina)’ 시퀀싱이다. ‘일루미나’는 슬라이드 위에 DNA 절편을 고정한 뒤 ‘브릿지 증폭’을 통해 집단(cluster)을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일루미나’는 주로 작은 DNA 절편을 산출하지만, 전체적인 데이터 양이 다른 기술을 압도한다.

00genome_Evo2.jpg » 위: 일루미나 시퀀싱에서 브릿지 증폭(bridge amplication)을 보여주는 개념도. 아래: 옥스포드 나노포어 테크놀로지(Oxford Nanopore Technologies)에서 개발한 미니온(Oxford Minlon) 장치. 센서칩에서 단일분자 수준의 물질도 감지한다. 미래에는 별도의 과정 없이 시료를 직접 투입해 염기서열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출처/ cornell.edu, nonoporetech.com

 3세대 시퀀싱이라 일컬어지는 패시픽 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은 제트엠더블류(ZMW: Zero-Mode Waveguide)라 부르는데, 시퀀싱 판에 난 작은 구멍의 바닥에 고정된 DNA중합효소에 대상 DNA 가닥을 통과시키면서,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염기의 형광을 인식해 서열을 결정한다.




진화의 속임수를 들춰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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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이언스>에 발표된 새와 곤충의 계통수(phylogeny)에서는 형태 관찰만으로는 알 수 없던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생물의 형태는 유전자의 표현형일 뿐, 유전자 수준에서 전개되는 진화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생활 방식이나 생태적 지위가 비슷하면 계통 관계와 상관없이 형태도 비슷하게 닮아가는 ‘수렴(convergence)’ 현상이다.


그래서 형태 연구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 자체에서 진화의 흔적을 찾는 것이 최근 계통진화 연구의 주요 흐름이 되었다. 그동안 생어 시퀀싱을 통해 얻은 단편적인 유전 정보로 어렴풋이 짐작했던 생물 진화의 역사를 이번 게놈 수준의 연구를 통해 더 명확하게 알게 됐다.


롭게 작성된 새의 계통도를 보면 기존의 형태적 증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계통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플라밍고 혹은 홍학이라고 알려진 무리가, 비슷하게 생긴 두루미나 저어새보다 형태가 완전히 다른 논병아리에 가깝다는 결과이다. 맹금류의 두 축을 이루는 매와 독수리가 단순히 형태적인 수렴일 뿐 서로 다른 계통이라는 결과도 흥미롭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동안 계통학적 위치가 불확실했던 올빼미 무리와 원시적인 형태를 간직한 독특한 새인 호아친(Hoatzin)의 친척을 찾는 데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00genome_Evo3.jpg » 왼쪽 위와 아래: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논문에서, 가까운 친척으로 판명된 홍학목(Phoenicopteriformes)의 홍학(Phoenicopterus ruber)과 논병아리목(Podicipediformes)의 논병아리(Tachtbaptus ruficollis). 윗열 가운데와 세번째: 모양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계통인 매목(Falconiformes)의 매(Falco peregrinus)와 수리목(Accipitriformes)의 검독수리(Aquila chrysaetos). 아랫열 가운데: 올빼미목(Strigiformes)의 수리부엉이(Bubo bubo). 최근 연구에서 쥐새목(Coliiformes)과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아랫열 세번째: 아마존 밀림에 사는 호아친목(Opisthocomiformes)의 유일한 종 호아친(Opisthocomus hoazin). 최근 연구에서 두루미와 물떼새가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밝혀졌다.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현생 곤충의 모든 ‘목(order)’ 그룹을 아우르는 103종의 곤충에서 추려낸 2.5 기가베이스(gigabases) 규모의 전사체를 이용해  계통 관계를 밝힌 한 연구[3]에서도 새에 못지 않은 진화의 요지경이 펼쳐진다. 다만, 새의 계통수 연구와는 달리 기존의 소규모 유전자 데이터에 의해 이미 제기된 가설들을 다시 확인하는 결과가 주를 이룬다. 사체는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보를 단백질 합성 공정으로 전달하는 ‘메신저 RNA’를 말한다. 전사체는 단백질을 지정하는 유전자의 느린 진화 속도 특성상, 오랜 진화 기간에 걸쳐 형성된 ‘과(family)’나 ‘목’ 그룹 이상의 분화를 연구하는 데 적합하다.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소개하자면, 우선 곤충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해수동굴에 사는 독특한 갑각류인 요지강(Remipedia)이라는 점이다. 이 결과는 곤충과 갑각류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곤충은 육지에 특화된 갑각류의 일종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게를 먹으면서, “벌레를 씹는 기분”을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목재를 갉아먹는 흰개미와 누구나 싫어하는 바퀴벌레가 한 집안이라는 사실도 이번에 명확해졌다. 따라서 앞으로 흰개미는 특수하게 진화된 바퀴벌레의 한 무리로 보아야 한다.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수수께끼의 곤충으로 남아있던 부채벌레(Strepsiptera)는 그 가까운 친척이 파리냐 딱정벌레냐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번 연구는 후자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00genome_Evo4.jpg » 왼쪽: 요지강(Remipedia)의 일종(Speleonectes tanumekes). 지네같이 생긴 갑각류로 곤충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밝혀졌다. 가운데 위와 아래: <사이언스>지 연구에서 한 집안으로 밝혀진 흰개미목(Isoptera)의 흰개미(Reticulitermes speratus)와 바퀴목(Blattodea)의 일종(Ectobius vittiventris). 오른쪽 위와 아래: 최근 딱정벌레목(Coleoptera)의 친척으로 밝혀진 부채벌레목(Strepsiptera). 수컷(위)은 뒷날개만 가지고, 암컷(아래)은 벌 등의 곤충의 배에 외부 기생하기 때문에 날개가 없다.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앞으로 남은 도전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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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로 인해 자연해설서에 담긴 새와 곤충 부분에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논문이 나오자마자 관련 연구자들이 그 파장을 가늠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도 논문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우선 계통진화를 규명할 데이터가 방대해진 만큼, 이 데이터를 분석할 컴퓨터 성능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하는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실제로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서는 새 계통도 완성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슈퍼컴퓨터의 힘을 빌렸다. 단일 프로세서 컴퓨터로는 40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전례가 없는 자금과 자원을 동원한 이번 기념비적인 논문에 대해 대부분 참석자들이 찬사를 보냈지만, 선뜻 이해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학자도 몇몇 있었다. 새에 대한 연구에서 단백질을 지정하는 유전자 부분보다 비기능성인 ‘인트론(intron)’에서 더 많은 계통 정보를 얻었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보통 비기능성인 인트론은 자연선택 등 억제기작이 없기 때문에 염기서열상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다른 말로, 염기서열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 때문에 ‘목’ 그룹 이상의 진화 관계를 규명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곤충 연구에서는 각 곤충 무리가 언제 지구상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측정치가 비중 있게 나왔지만, 정작 이 측정치를 구하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정당한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그밖에 게놈 수준의 유전자 데이터 자체에 도사린 문제들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우선 거론되는 것으로 분자적 상동성(orthology)의 문제가 있다. 유전자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자주 복사(duplication)가 일어난다. 각각의 복사본은 그 후 각자의 진화 경로를 거친다. 그래서 진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같은 진화 경로를 거친 복사본끼리 비교해야 한다.


00genome_Evo5.jpg » '불완전 계통 분립'의 문제. 그림에서 사람(Human), 침팬지(Chimpanzee), 고릴라(Gorilla)의 종간 관계는, ‘(사람+침팬지)+고릴라’ 순으로 가깝다. 이 진화 과정에서 사람, 침팬지, 고릴라의 공통조상에서 유전자가 2번의 복사과정을 거쳐 3개의 복사본(노랑, 빨강, 파랑)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공통조상에서 고릴라가 갈라지고, 다음으로 사람과 침팬지가 갈라지면서 3개의 복사본이 서로 다르게 전달되면서 사람에게는 노랑 복사본, 침팬지에는 파랑 복사본, 고릴라에는 빨강 복사본만 남았다. 유전자의 본래 유연관계는 ‘(빨강+파랑)+노랑’이지만 종간 유연관계에서는 ‘(노랑+파랑)+빨강’으로 서로 불일치 하고 있다. 출처/ Venema [7] 제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진화의 결과물인 여러 권의 복사본일 뿐, 각각이 어떤 진화 경로를 거쳤는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갑’과 ‘을’ 두 학생이 보고서를 쓴다고 치자. 편법으로 두 학생이 같은 인터넷 자료를 통째로 베낀다고 했을 때, 각각이 오탈자를 만들면서 약간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두 학생의 보고서를 각각 다른 학생들이 베끼면서 오탈자가 교정이 되던가, 새로운 오탈자가 첨가되고, 이런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고 치자. 이렇게 제출된 보고서들을 ‘갑’ 혹은 ‘을’ 학생의 보고서를 직간접으로 베낀 두 무리로 나누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분자적 상동성 문제 때문에, 차세대 시퀀싱을 통해 대량의 유전자 데이터를 얻었어도, 전체를 다 계통진화 연구에 이용할 수 없다. 최근 진화적인 유래가 같은 병렬상동 유전자(orthologous gene)를 추려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분자적 상동성을 완벽하게 보장해주지는 못한다고 한다.


유전자의 계통 관계와 종의 계통 관계가 서로 어긋나는 ‘불완전 계통 분립(incomplete lineage sorting)’ 현상(오른쪽 그림)은 또 다른 주요 도전 과제이다. 이번 새와 곤충의 계통 연구에서도 드러났지만, 생물은 갑자기 생긴 생태적 공백을 메우거나 기존에 없던 획기적인 생존법(key innovation)을 터득하게 되면 폭발적으로 분화가 일어나는 ‘생물종 분화의 빅뱅(big bang)’ 현상을 거친다. 이런 시기에는 유전자의 복사와 돌연변이가 왕성해지고, 높은 멸종률에 따라 특정 유전자 복사본이 사라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유전자마다 생물의 진화관계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전하게 된다.[7]


이렇게 여러 버전의 진화 스토리가 존재할 경우, 최근 연구들은 대다수 유전자가 뒷받침하는 버전을 진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정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차세대 시퀀싱으로 얻은 데이터의 신빙성에 있다. 보통 연구자는 시료만 시퀀싱 회사에 넘길 뿐, 시퀀싱 과정 자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차세대 시퀀싱은 보통 표식을 한 여러 시료를 한꺼번에 함께 시퀀싱 하는 방식(multiplexing)이기 때문에 시료 간 오염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기존의 생어 시퀀싱에서도 오염 문제가 있었지만, 생산하는 데이터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 오류를 발견할 가능성이 컸던 데 비해 차세대 시퀀싱으로 얻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에서는 오염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기는 간단하지 않다.


이번 <사이언스>에 출판된 논문에서 이런 여러 문제를 부분적으로 극복하고자 한 노력이 보이지만 관련 연구자들은 하나 같이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주가 멀다 하고 계속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더욱 튼실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를 보게 되리라 감히 희망한다.



[참고문헌]



[1] 사이언스온. “‘1억년 간 새들은 어떻게 진화했나’..방대한 진화계통도 작성”. 2014년 12월 12월 게재. http://scienceon.hani.co.kr/221802

[2] Callaway, E., 2014. Flocks of geneticists redraws bird family tree. Nature News 11 December 2014. http://www.nature.com/news/flock-of-geneticists-redraws-bird-family-tree-1.16536

[3] Misof, B. et al., 2014. Phylogenomics resolves the timing and pattern of insect evolution. Science 346: 763-767. http://www.sciencemag.org/content/346/6210/763

[4] Yandell, K., 2014. Genetic data clarify insect evolution. The Scienctist 6 November 2014. http://www.the-scientist.com/?articles.view/articleNo/41396/title/Genetic-Data-Clarify-Insect-Evolution/

[5] Wikipedia. Sanger Sequencing. http://en.wikipedia.org/wiki/Sanger_sequencing

[6] 박근준, 2012. NGS (Next Generation Sequencer) 기법 소개. 생화학분자생물학회소식 6월호. http://www.ksbmb.or.kr/webzine3/index.php?CatNo=1407

[7] Venema, D., 2013. Evolution basics: Species trees, gene trees and incomplete lineage sorting. http://biologos.org/blog/evolution-basics-species-trees-gene-trees-and-incomplete-lineage-sorting


손재천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연구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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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천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박사후연구원
곤충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다. 나비목 곤충과 식물과의 관계를 DNA와 화석 수준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메일 : ptera2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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