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불안’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시 각   

글· 정준호 (과학저술가, 기생충애호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던 정준호 님이 최근 서부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병 사태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함께 나눌 만한 생각을 글로 써서 보내왔다. 그는 2010년 6월부터 사이언스온 연재물(아프리카에서, 살며 배우며)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며 현지의 이야기를 부지런히 써서 국내 독자들에게 들려준 바 있다. 단행본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의 저자이다. -사이언스온
00ebola_3.jpg » 에볼라에 감염된 기니 어린이. 출처/ WHO



#1. 위기대응의 방식

00dot.jpg

 

2014년 3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모두 매년 발생해온 에볼라가 다시 유행한 것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3월 말이 되자 기니 남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이베리아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했고, 5월에는 두 나라의 사이에 있는 시에라리온에도 유행이 퍼져나갔다.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유행이 심각한 수준이며, 주변 국가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망률이 높고 증상이 매우 참혹하다는 이유 때문인지 전 세계는 에볼라 공포에 빠졌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대학에서 진행했던 국제대회에서 감염 의심 환자가 확인된 나이지리아 학생들의 참가와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고, 그래서인지 이들은 감염 우려가 없는데도 별도 식기를 사용하게 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차별을 겪었다고 한다.


00ebola0_CDC2.jpg »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관측 영상. 출처/ CDC 이렇듯 특정 감염성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면, 2009년 영국에서 겪었던 신종플루(H1N1) 대유행이 생각난다. 전세계에 대유행(판데믹)이라는 개념을 심어주고, 복잡성과 이동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질병의 전파 속도가 얼마나 빠를 수 있는지를 뼛속 깊이 새겨준 사건이었다.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확인된 독감은 북미 대륙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까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6월 11일 WHO는 전 세계적인 대유행임을 공표했다.


당시 나는 영국에 있었는데 다른 무엇보다 영국의 초동 대처가 내게는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영국에서 신종플루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 그해 4월 27일이었다. 멕시코에서 돌아온 두 명의 여행객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5월 1일에는 영국 내에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5월 2일에는 일부 학교에서 임시 휴교가 이루어졌고, 5월 17일에는 100건 이상의 감염 확진이 이루어졌다. 6월에는 환자가 1000여 명을 넘어섰고, 7월 16일에는 누적 감염 인원이 8만5000명에 달했다.


이러스의 영국 내 유입이 확인된 지 불과 이틀 후인 4월 29일, 정부에서는 홍보용 전단지를 제작하기 시작해 5월 1일부터 전국의 모든 가정에 전단지가 배포되었다. 집집마다 질병 정보, 개인 위생법, 고위험 그룹 및 치료법, 감염 의심시 대처법에 대한 정보가 담긴 전단지가 직접 배달되어 왔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 독감에 대한 이야기를 막 들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왜곡된 언론 보도나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유포될 틈도 없이 국가에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직접 전달해 준다는 것은 공포를 잠재우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특히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막 논란이 되기 시작했던 문제인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예방이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답변도 시의적절하게 적혀 있었다.


00ebolaphoto3.jpg »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지난 9월30일 에볼라 방역활동 요원이 주민들 사이에 방역제를 뿌리고 있다. 출처/AP연합 2007년 11월 개정된 영국 보건국의 대유행 대처 계획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되면 집집마다 직접 방문하여 홍보 활동을 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국민에게 정보 전달을 하도록 되어 있다. 당시 영국 내 감염이 확인된 지 사흘 후인 4월 30일에는 신종플루 핫라인이 개설되어 감염이 의심되거나 관련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들이 무료로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담 부서가 설치되었다. 같은 날 모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홍보자료가 흘러나왔고, 보건국 홈페이지에는 일간과 주간으로 역학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다.


병의 대유행에 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약품이나 백신 재고량을 얼마나 쌓아두느냐의 문제가 아니며, 불필요한 공포를 잠재우고 사람들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정책과 위기 대응 능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언론에 에볼라 관련 뉴스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이 7월 29일의 일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7월 31일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홍보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8월 3일에 한 언론 보도에서 ‘공기 전염 에볼라 바이러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는 에볼라와 관련해 정부가 조기에 불필요한 공포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는데도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아닐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재난이나 위기 대응에 발전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우리는 위험 사회에 살고 있다.




#2. '불안과 편견'

00dot.jpg

 

00ebolaphoto2.jpg »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루는 연구자는 감염을 차단하는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출처/ Wikimedia Commnos 흔히 과학은 숫자로 말한다고 한다. 과학의 한 분과인 의학도 마찬가지다. 에볼라 유행을 이야기할 때에도 많은 숫자들이 쓰인다. 감염자 수, 생존률 같은 역학적 숫자들이나 현재 에볼라 유행을 설명하는 말들도 숫자들이다. 숫자는 상황을 명료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그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어 현재의 측정 도구들로 계측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과 낙인, 남아 있는 사람들과 생존자들의 고통 같은 부분은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에볼라 그 이후를 생각해 보았을 때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숫자보다도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거에 내가 의료봉사 활동을 했던 스와질랜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사이에 있는 인구 90만 명의 소국이지만, 전체 성인 인구 중 26%가 HIV(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 여기서는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지만, 에이즈는 여전히 감염자들에게 심각한 낙인과 차별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일종의 천형으로 생각하여 가족한테서 버림받고, 감염을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등 일상적인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 에이즈가 주는 공포감,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뒤집어 씌운 낙인은 에이즈 자체보다도 더욱 심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 한센병(나병) 환자들은 격리·강제 수용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근거 없는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어왔다. 최근 한센병 차별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보상이 일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일반 대중이 지닌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잘 감염되지도 않고, 확실한 치료제가 존재하는 병인데도 한센병 감염자들은 여전히 피해야 할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일단 한 번 각인된 정보는 쉽게 바꾸기가 어려운 탓이다. 그리고 이런 ‘위험 집단’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사회 내부의 불만과 불안을 이런 소수 집단에게 돌리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즉 질병은 낙인 찍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질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 무지가 낳은 공포는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에서도 확인된다. 에볼라바이러스병은 발병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과 직접 접촉하여 감염된다. 공기, 음식물 등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서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감염된 사람들은 감염 환자와 자주 접촉하는 파견 의료진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치사율에 집중하는 자극적인 기사들과 정부의 부족한 홍보는 사람들의 오해를 낳았고, 결국 오해는 편견이 되었다.


근 영국 방송 <비비시(BBC)>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에볼라바이러스병의 생존자들이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극심한 차별과 낙인을 받고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에서 승차 거부를 당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일상적인 차별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거나 가족과 공동체에서 쫓겨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태원의 한 술집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출입금지라는 공지를 붙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으며,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서아프리카 참가자들을 강제출국시키라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또한 음식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도 서아프리카에서 수입된 수산물 때문에 불안감이 상승한다는 뉴스가 실리기도 했다. 심각한 차별과 편견이 한국에도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00ebolaphoto4.jpg » 공항에 설치된 열감지기. 출처/ 한겨레 자료사진(2014) 지역 사회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한 질병은 완치되거나 일상 생활이 가능해진 환자들에게도 그만큼 심각한 차별과 낙인을 안겨줬다. 질병에 대한 공포가 크면 클수록 그만큼 차별과 낙인도 심해진다. 또한 이런 감염성 질환이 이미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분쟁과 빈곤, 환경파괴, 기후변화에 고스란히 노출된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제대로된 의료서비스와 안전망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후에 안겨질 낙인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가족에서 내쳐지고, 자립 기반을 잃어버렸으며, 사회적 안전망도 없는 이들이 어떻게 생존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에이즈나 한센병 환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후 이들은 심각한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내에서도 질병에 대한 공포감이 지나치게 커져가고 있다. 이런 공포심은 차별과 낙인으로 이어지며, 그 피해는 이주 노동자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이미 인종 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낙인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에볼라를 빌미로 인종차별적 인식이 더 굳어져 가는 결과가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에볼라 그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왜 특정 질병이나 출신 지역을 바탕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가져오는 것인지. 또한 유행성 질환의 대처가 단순히 생물학적 방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식을 개선하고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 볼 때가 아닐까.


정준호 과학저술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정준호 기생충 애호가,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저자
영국 런던대학 위생열대의학대학원에서 기생충학 석사학위를 받았다(2008).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에서 자원봉사자로 1년간 기생충 관리 사업과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했으며(2010-2011), 다시 1년 간 굿네이버스 탄자니아에서 주혈흡충 관리사업 책임자로 있었다(2013-2014). 지은 책으로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2011)가 있으며,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말라리아의 씨앗>(2014), <바이러스 사냥꾼>(2015)이 있다. 2016년 현재는 소속 없이 독립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이메일 : byontae@gmail.com       트위터 : @byonta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우리는 '질환'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행자들: 질병의 은유 (4)우리는 '질환'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행자들: 질병의 은유 (4)

    시각김준혁 | 2017. 09. 19

      시 각   | 질병과 은유 ④ |☞ 먼저 읽기: 햄버거병, 전쟁, 춤: 질병과 은유 ①백신, 죽음, 의료화: 질병과 은유 ②영웅과 희생양: 질병의 은유 ③서른네 해, 평범하다면 평범할 삶을 살아가던 로체 서덜랜드의 인생은 그날 ...

  • 영웅과 희생양: 질병의 은유 (3)영웅과 희생양: 질병의 은유 (3)

    시각김준혁 | 2017. 08. 24

      시 각   | 질병과 은유 ③ |☞ 먼저 읽기: 햄버거병, 전쟁, 춤: 질병과 은유 ①백신, 죽음, 의료화: 질병과 은유 ②지난해, 의과대학에 막 입학한 신입생을 맡아 지도하면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눈 적이 있다. 갓 ...

  • 혁신본부장 사퇴 파문 그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혁신본부장 사퇴 파문 그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시각사이언스온 | 2017. 08. 18

      시 각    글쓴이: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생리학) “새로 만들어지는 혁신본부가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으로 이런 복잡한 일을 하나씩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과학기술계 사이의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 백신, 죽음, 의료화:  질병의 은유 (2)백신, 죽음, 의료화: 질병의 은유 (2)

    시각김준혁 | 2017. 08. 04

      시 각   | 질병과 은유 ② |☞ 먼저 읽기: 질병과 은유 ①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릴 때에는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다. 부모님이 영화관에 데려가주시거나 비디오 테이프를 사주시는 일은 드물었기에, 만화영화를 ...

  • 햄버거병, 전쟁, 춤: 질병의 은유 (1)햄버거병, 전쟁, 춤: 질병의 은유 (1)

    시각김준혁 | 2017. 07. 17

      시 각   | 질병과 은유 ① |7월 초, 가슴 아픈 소식을 하나 또 접했다. 4세 여아가 용혈성 요독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에 걸려 신장 기능의 90%를 상실했다는 것이다.[1] 아이는 현재 투석 중이며, 어머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