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

생물학 연구의 모델동물인 ‘예쁜꼬마선충(별칭 엘레강스)’을 연구하는 다섯 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발생과 진화를 비롯해 생물학의 굵직한 주제를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실험실 안과 밖의 진지하고 유쾌한 소통을 시작한다.

마음의 작동을 보는 '신경망 시각화 기법' 어디까지

'신경세포와 그 작동을 보다'


칼슘은 우리 몸에서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기본 원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칼슘의 중요한 쓰임새는 그뿐이 아닙니다. 칼슘은 신경망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매개 물질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경세포의 칼슘을 ‘볼 수’ 있다면, 직접적으로 신경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신경세포의 활성을 보여주는 영상기법들은 뇌와 신경을 이해하는 데 기여해 왔다.

   예쁜꼬마선충이 기어가기 동작을 할 때 머리, 배, 꼬리 등 온몸의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영상기법. 출처/ Nature Newsteam]


이번 글의 주제 논문

 

· White JG, Southgate E, Thomson JN, Brenner S. The structure of the nervous system of the nematode Caenorhabditis elegans. Philos Trans R Soc Lond B Biol Sci. 1986 Nov 12;314(1165):1-340. 

· Prevedel R, Yoon YG, Hoffmann M, Pak N, Wetzstein G, Kato S, Schrodel T, Raskar R, Zimmer M, Boyden ES, Vaziri A. Simultaneous whole-animal 3D imaging of neuronal activity using light-field microscopy. Nat Methods. 2014 Jul;11(7):727-30. doi: 10.1038/nmeth.2964. Epub 2014 May 18.



경계는 영혼의 육체이며, 우리의 뇌는 마음의 몸입니다. 인간의 정신활동은 오직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정신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까닭은 하나의 세포에 불과한 수정란이 분열과 분화로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를 빚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인간 정신의 궁극적 목표이자 근원적 욕망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요. 인간이라는 종은 끊임없이 ‘내가 누구이며 나는 어떤 존재인지’ 물어왔습니다. 어쩌면 신경과학이라는 학문은 ‘인간 영혼의 이해’라는 그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혼의 몸체인 신경계를 탐구하려는 신경계 스스로의 노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봐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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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음의 몸을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요. 모든 연구는 연구자의 ‘감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실험 결과는 오감을 통해서만 수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 신경과학자들이 뇌를 이해하려면 뇌 그 자체나 뇌에 대한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맡거나, 맛보거나, 만져야 하는 것입니다.


간의 감각기관 중에서 시각이 다른 감각보다 압도적으로 예민합니다. 그래서 시각적 동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만약 서울에서 뉴욕까지 가는 길에 단 하나의 감각만을 지닐 수 있다면, 대부분이 시각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연구 활동도 마찬가지 입니다. 많은 연구 분야에서 시각 자료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핵심 토대이며, 연구자들은 그렇게 얻어낸 지식을 다시 시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사실 현대 신경과학도 이처럼 신경계를 ‘보려는’ 노력 덕분에 성립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신경과학의 핵심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는 뉴런주의(neuron doctrine)는 신경계를 수많은 신경세포(뉴런)들이 접속하여 이룬 거대한 네트워크로 바라봅니다. 현대 신경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라몬 이 카할은 무려 100여년 전에 이 원리를 설파했는데, 이는 골지가 개발한 염색법을 통해 현미경으로 직접 신경조직을 관찰할 수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습니다. 라몬 이 카할과 골지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06년에 공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00Celegans_neuro1.jpg » 골지 염색법을 통해 관찰한 신경세포. 출처/ http://www.wikipremed.com

저희 연재 코너의 주인공인 예쁜꼬마선충이 연구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신경 시각화가 용이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예쁜꼬마선충 연구의 시조(始祖)이신 시드니 브레너 박사가 방한하였을 때 제가 닷새 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꼬마선충 연구를 시작할 무렵의 역사적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시드니 브레너 박사께서 발생과 신경 연구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자 꼬마선충을 선택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왜 하필 다른 선충들이 아니라 예쁜꼬마선충이었냐고 제가 직접 질문을 드리자 시드니 브레너 박사는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하기에 적합한 동물이었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하셨습니다.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사촌이라 할 수 있는 C. briggsae라는 꼬마선충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예쁜꼬마선충이 사촌에 비해 훨씬 전자현미경 시료로 잘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벌레의 마음'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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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현미경은 생명체의 아주 작은 구조들(nm 단위)까지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시각화 도구입니다. 시료에 전자를 투과시키는 투과전자현미경(TEM)이나 시료 표면에 반사되어 튀어나온 전자를 스캔하는 주사전자현미경(SEM)은 세포와 생명체의 구조를 밝혀내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해왔습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포의 구조는 전자현미경이 없었다면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드니 브레너 박사님이 예쁜꼬마선충에 주목한 이유 중 하나도 투명하고 비교적 단순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드니 브레너 박사는 작고 투명한 꼬마선충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세포의 구조를 넘어 개체 수준의 무엇을 보고자 하였습니다.


대한 과학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시드니 브레너 박사는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간 과학자였습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꼬마선충을 아주 자세히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자 원대한 프로젝트를 발주했습니다. 바로 예쁜꼬마선충의 신경 전체를 시각화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오늘날 ‘벌레의 마음(mind of worm)’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대장균이나 바이러스의 난제를 풀기에 여념이 없었던 1960년대 말에 시작되었고, 거의 20년 가까이 진행된 끝에 1986년에 340쪽짜리 논문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예쁜꼬마선충 신경계의 구조(The Structure of Nervous System of the Nematode Caenorhabditis elegans)”라는 굵직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논문은 꼬마선충이 가진 302개의 모든 신경세포와 그 신경세포들이 이루는 8000여 개의 접속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예쁜꼬마선충 신경계의 구조 전체를 기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꼬마선충의 모든 행동은 바로 이 8000여 개의 신경접속 네트워크의 작동을 통해 이루어지며, 바로 이 네트워크가 벌레의 마음의 물적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지도를 획득한 과학자들은 용감한 여행자처럼 지난 30여 년간 거침없이 꼬마선충의 신경과 행동을 탐구해왔고, 작은 벌레는 신경생물학 연구의 최첨단을 달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개별 신경세포를 연구하거나 뇌의 특정 ‘부위’들을 연구하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꼬마선충 신경과학자들은 개별 신경세포들이 서로 접속하여 이루는 ‘신경 회로(neural circuit)’에 대한 연구를 ‘벌레의 마음’ 프로젝트 덕분에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정 행동을 어떤 신경회로가 어떤 방식으로 조절하는 지를 연구한 사례들은 신경과학 분야의 선도적 연구사례로서 다른 모델 연구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00Celegans_neuro2.jpg » 302개의 신경세포가 8000개의 접속을 이룬 예쁜꼬마선충의 전체 신경계 지도. 출처/ http://www.wormatlas.org

‘벌레의 마음’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지난 30여년 간 형광유전자 등 시각화 도구가 놀랍도록 발달하고 기존의 전자현미경이나 새로운 형광현미경 등 관찰 기구 역시 끊임없이 발전하여 오늘날 우리는 신경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과학자 정광훈 박사가 실험용 쥐의 뇌를 투명화해 뇌 속을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해 신경과학계에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 위에서 미국과 유럽 정부는 각각 브레인 이니셔티브와 인간 뇌 프로젝트를 발주하며 인간 전체 뇌 지도를 그리려는 담대한 여정을 이미 시작하고 있습니다.



뇌는 어떻게 연주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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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에서 어떻게 그토록 아름다운 선율이 나올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바이올린을 잘 들여다보고 뜯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같은 바이올린이라 할지라도 어떤 연주자가 어떤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지에 따라 악기가 되기도 하고 소음기계가 되기도 합니다. 뇌를 이러한 바이올린에 비유하자면 ‘벌레의 마음’ 프로젝트는 바이올린의 구조를 섬세하게 해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뇌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시각화하는 ‘해부학적 접근’을 통해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신경계의 ‘구조’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계의 구조를 밝혀 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신경계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어떻게 신경계가 외부 자극을 받아 감각 정보를 생성하고, 몸 안팎의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마음은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지 탐구해왔습니다. 바이올린을 배운다고 할 때 그 목표가 단순히 바이올린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를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여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데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00Celegans_neuro3.jpg »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한 뇌의 신경활동 측정. 출처/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HCP) 실제로 오래 전부터 신경생리학자라 불리는 연구자들은 뇌가 어떻게 연주되는지를 말 그대로 ‘주목(注目)’해왔습니다. 신경계의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다양한 신경 반응을 탐구하기 위해 이들 역시 신경 활동을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대개 신경생리학자로 불리는 일군의 연구자들이 마찬가지로 열심히 보려고 노력한 신경해부학자들과 차이가 있다면 신경 그 자체의 ‘꼴’보다는 신경의 ‘활동’을 시각화하고자 했다는 사실입니다.


신경 활동은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입니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우리 신경계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기적 활동을 관측하는 것은 신경계의 모습을 직접 관찰하는 해부학적 작업보다는 훨씬 복잡한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경해부학자들은 잘 안보이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신경생리학자들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은 난제에 신경생리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소기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신경이 활동하면서 내놓는 전기신호나, 신경이 활동하면서 소모하는 에너지 등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신경의 활동을 눈에 보일 수 있게 변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신경에 전극을 꽂아 세포의 전기장 변화 패턴을 그래프로 변환하는 전기생리학을 개발하였고, 뇌파 측정을 통해 전체 신경계의 전기적 패턴을 시각화하기도 합니다. 요즘 널리 쓰이는 자기공명영상은 활성을 띠는 신경세포에는 혈류량이 증가한다는 점을 이용해 혈류량을 측정함으로써 활성을 띠는 뇌 부위가 어디인지 식별하는 시각화 기법을 써서 뇌 기능 연구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빛과 칼슘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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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통적인 신경생리학 기법은 몇 가지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직접 신경세포와 신경계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여 시각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전기생리학은 신경에 전극을 꽂아야만 한다는 ‘침습성(invasiveness)’이 문제가 됩니다. 반면 뇌파나 fMRI는 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비침습적인 기술이지만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1000억여 개의 신경세포들이 조밀하게 밀집한 인간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뭉뚱그려서 파악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슘 영상기법(Cacium imaging)은 이 두 가지 문제점, 즉 침습성과 해상도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칼슘을 보는’ 칼슘 영상기법은 최근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 신경계의 연주를 이해하는 핵심 도구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또 하필 칼슘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칼슘을 볼 수 있을까요.


칼슘은 우리 몸에서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기본 원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칼슘의 중요한 쓰임새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칼슘은 신경망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매개 물질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신경세포가 활성화할 때 칼슘이 신경세포로 쏟아져 들어가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 학습과 기억 같은 다양한 신경 활동 과정에서 신호 전달자로서 기능합니다. 신경 신호가 전달될 때엔 신경세포 안의 칼슘 농도가 순식간에 수십 배로 폭증하기도 합니다. 만약 신경의 칼슘을 ‘볼 수’ 있다면, 직접적으로 신경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 수단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신경 속의 칼슘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습니다. 칼슘을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자연에서 힌트를 얻어 칼슘의 변화를 빛의 변화로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해냈습니다. 50여년 전 시모무라 오사무는 해파리에서‘ 에쿼린(aequorin)’이라는 형광단백질을 발견했는데, 놀랍게도 이 단백질은 칼슘과 결합해야 빛을 낼 수 있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바로 이 에큐오린을 세포 내에 있는 칼슘 농도를 탐지하는데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00Celegans_neuro4.jpg » 다양한 칼슘 지시체들과 작동 원리. 출처/ http://www.cell.com/neuron/fulltext/S0896-6273%2812%2900172-9 연구자들은 에쿼린 외에도 칼슘 변동량을 빛의 변화로 바꾸어 눈으로 확인하는 다양한 형광 단백질(칼슘 지시체)을 개발해왔습니다. 이런 단백질은 흔히 ‘칼슘 결합 부분’과 ‘빛 발생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칼슘과 결합할 때 일어나는 화학구조의 변화가 형광을 발생시킨다는 게 작동의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유전공학을 통해 새로운 형광 단백질들이 만들어지고 개량됐습니다. 이런 개발과정은 오사무와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저 첸의 연구실이 주도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것 중 하나가 널리 쓰이는 ‘카멜레온’ 단백질입니다. 카멜레온은 서로 다른 색깔을 내는 두 가지 형광 단백질이 결합돼 있는데, 칼슘 결합 여부에 따라 색깔이 달라집니다. 마치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말입니다.


카멜레온 같은 형광 단백질을 신경계에 도입하게 되면 신경이 활동하면서 산출하는 칼슘의 변화를 ‘빛’을 통해 시각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방식은 우선 전기적 신호를 직접 검출하지 않아도 되기에 전극을 꽂지 않아도 되므로 비침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특정 신경세포에만 칼슘 지시체를 발현시키면 그 신경의 전기적 활동만을 특이적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뇌파 측정이나 자기공명영상기법에 비해 해상도가 월등히 높습니다. 칼슘 지시체를 이용한 이러한 칼슘 영상기법을 통해 신경과학자들이 개별 신경세포 단위의 신경활동을 비침습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벌레의 마음을 실시간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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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기어가는 투명한 몸에서 밤 하늘 별처럼 작은 빛이 반짝인다. 길이 1㎜ 남짓한 실험용 모델 동물인 예쁜꼬마선충의 몸에서 커졌다 꺼지는 빛들은 302개 신경세포들이 내는 활동 신호다.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작동이 반짝이는 빛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00Celegans_neuro5.jpg » 움직이는 꼬마선충의 전체 신경 활동을 칼슘 영상기법으로 촬영한 영상. 출처/ Nature 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연구팀이 과학저널 <네이처 메소즈>에 발표한 논문에 첨부된 동영상은 꼬마선충이 기어가는 동안 몸에서 어떤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눈에 보여줍니다. 꼬마선충의 모든 신경세포에서 칼슘지시체를 발현시키고 칼슘 영상기법으로 관찰한 이 연구결과는 개별 또는 일부 영역의 신경세포를 관찰하는 이전 연구들과 달리, 움직이는 작은 생물의 몸에 있는 전체 신경세포들의 연결된 활동을 시각화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사실 빛과 칼슘을 이용한 칼슘 영상기법은 치명적인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신경세포에서 내는 빛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배양 접시에서 키우는 투명한 신경세포의 활동은 관찰할 수 있어도, 인간의 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신경세포의 활동은 빛으로 탐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형광 빛이 머리 밖으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근 연구자들은 어두운 신경조직 속의 빛도 잘 검출해낼 수 있는 기술(‘2광자 현미경 기법’ 등)을 개발하고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일군의 연구자들이 빛이 잘 투과하는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를 연구해왔습니다. 투명한 꼬마선충의 몸 안에 위치한 300여개의 신경세포들이 내놓는 칼슘 빛 신호는 관찰하기가 매우 용이합니다. 꼬마선충 연구자들은 칼슘 지시체를 원하는 신경세포에 발현시킨 후 자극을 주거나 행동이 진행되는 동안 신경세포의 활동 변화를 관측하여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해왔습니다. 지난 5월, 움직이는 벌레에서 전체 신경세포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측한 연구결과는 이러한 최근 성과 중 정점을 찍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칼슘 영상기법으로 우리가 꼬마선충의 마음이 어떻게 연주되는지, 그 연주에 따라 몸이 어떻게 춤추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꼬마선충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형식의 신경계를 갖고 있는 인간의 정신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빛과 칼슘이라는 전혀 의외의 조합으로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주 작은 벌레가 지닌 302개 신경세포 전체의 작동을 관찰하는 데 성공한 인간이 과연 극도로 복잡한 다른 동물의 뇌, 그리고 우리의 불투명한 마음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는 날이 올까요? 신경계가 신경계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이 자기 이해의 노력에 어떤 앞날이 펼쳐져 있을까 몹시 궁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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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한겨레 지면에 실었던 글을 바탕으로 필자가 새로운 내용을 수정·추가하여 자세하게 다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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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과 발생 연구실, 박사과정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모델 생명체로 행동의 유전적 기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성공하는 과학자보다는 성찰하는 과학자를 지향합니다.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데서 큰 기쁨을 얻습니다. 말하는 연구자, 글쓰는 과학자를 꿈꿉니다.
이메일 : phman11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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