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의 타운미팅에 연인원 183명의 과학기술인과 시민들이 모여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많은 의견과 대안들이 모아졌습니다. 먼저 문제점들을 모은 다음, 이를 정리/분류하여 10개의 분과가 구성되었고, 분과별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타운미팅과 온라인 토론장에 모인 의견들이 정리되었습니다. 아래에 이 분과들의 성격을 간략히 설명하고, 온라인 설문조사와 타운미팅에서의 공감도 조사에서 상위를 차지한 의제와 의견/대안을 분과별로 소개했습니다. 여기에 소개한 것은 타운미팅에서 다루어진 의제와 의견/대안의 일부이며, 전체는 이 문서의 후반부 “분과토론 현장 정책 제안”에 있습니다.
이처럼 10개의 분과로 나누어서 다루어진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풀어야 할 문제들은 모두 중요한 것들이지만, 마지막 3차 타운미팅의 참여자들에게 굳이 우선권을 둔다면 어느 분과일지 선택하도록 한 조사에서 “5. 과학기술 정책구조 개선과 의사결정의 민주화” 분과가 31%로 압도적이었으며, “7. 이공계 연구환경 개선과 직업안정성 확보” 분과가 19%로 그 뒤를 따랐습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는 조사에서는 과학기술인이 31%, 정부가 28%로 나왔습니다. 따라서 본 타운미팅의 최종 결론을 굳이 하나의 문장으로 줄인다면, “과학기술인과 새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과학기술 정책구조의 개선과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이뤄내고, 이공계 연구환경을 개선하며 직업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입니다.
그러나 본 문서에는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긴 시간에 걸쳐서 함께 토론한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담은 본 문서의 후반부 “분과토론 현장 정책 제안”은 분과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분과별 내용은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앞부분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한 “정리”이며, 뒷부분은 이의 바탕이 된 현장의 목소리를 기록한 “발언록”입니다. 이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공청회에서 잠깐 들어볼” 필요가 더 이상 없습니다. 본 타운미팅을 시발점으로 하여,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며 또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로 당연시 하는 때가 속히 오게 되기를 바랍니다.
1분과: 과학기술 정책 방향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가의 나아갈 방향까지 고려한 과학기술 정책은 고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몇몇 사람에 의해 흔들리는 과학기술 정책, 당장의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강조하는 틀 속에서 기초과학도 잘 되기를 바라는, 안일한 것인지 생각이 모자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이런 것들을 모두 바꿔내야 합니다.
주요 논의 의제 |
기초과학 육성 |
중장기적 과학기술 국가전략 수립 |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과학기술 |
주요 의견/대안 |
과학기술 분야의 중장기적 국가전략은 교육정책과 더불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수립되어야 하며, 정권의 교체에 따라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직제개편, 순환보직제 등으로 인해 지속성이 저해되는 폐단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
지속가능한 국가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에너지와 식량 수급에 대한 철저한 문제인식이 필요합니다. 특히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 식량안보 문제에 대한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합니다. |
연구과제 수행 시 명백한 횡령 등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영구퇴출이 이루어지는 수준의 제재가 가능한 강력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
2분과: 사회와 과학기술의 소통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고 향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문화가 국민계몽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한쪽 면인 경제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면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이를 고치기 위해 ‘과학기술 풍토 조성’이라는 넓은 개념 하에, 사회와 과학기술 사이의 건강하고 상호적인 관계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주요 논의 의제 |
사회와 과학기술계 간의 밀접하고 지속적인 소통 |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인식 확대 |
과학콘텐츠 개발 및 지원의 제도화 |
주요 의견/대안 |
시민들에게 양질의 과학문화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과 보강해야 합니다. |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합니다. |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 방송, 만화, 영화, 온라인 콘텐츠 등, 양질의 과학기술 자료 개발/제작을 지원해야 합니다. |
3분과: 정출연 거버넌스
정출연(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국가 R&D 예산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는 중요한 존재이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아무런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면서 뒤흔들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 역할의 재정립, 기관장 선출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주요 논의 의제 |
정출연 역할 재정립 |
정출연 운영 방식 개선 |
정출연 연구 환경 개선 |
주요 의견/대안 |
정출연의 주된 역할은 당장 돈이 되는 연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초연구와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으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
정출연의 비정규직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이나, 연구직의 특수한 면도 함께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합니다. |
정출연 기관장 선출은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고 연구자들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
4분과: 이공계 교육 정상화
건물을 짓는 건축에도 문화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과학 또한 단순히 지식과 기능이 아닙니다. 생각의 방식이자 문화입니다. 과학의 이러한 면이 바탕이 되는 방향으로 과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 대학원 교육을 내실화하여 장차 더 이상 유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영재교육과 영어강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졌고, 많은 의견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주요 논의 의제 |
과학교육 커리큘럼 개선 |
이공계 대학/대학원 교육 개선 |
과학기술 영재 교육 개선 |
주요 의견/대안 |
지식이 아니라 생각의 과정을 학습하도록 과학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
이공계 대학/대학원 교육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박사과정 커리큘럼를 내실화해야 하며, 논문 편수나 외국인 학생수 등과 같은 양적 지표로 평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하며, TA/RA의 적절한 임금과 확실한 지위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
영재교육의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기능주의적이고 선행학습 위주의 영재교육은 큰 개선이 필요합니다. |
5분과: 과학기술 정책구조 개선과 의사결정의 민주화
현 정부 들어와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없애고 독일을 모델로 하여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새로 설치했으나, 이곳저곳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는 소리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으며 다시 예전의 부처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타운미팅에서 표출된 현장 과학기술인들의 주된 의견은,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핵심이 “정부 부처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와 같은 외형적인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 정책의 수립, 연구 과제의 생성 및 평가 과정에 좀 더 민주적인 절차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나아가 과학기술인의 자율성이 확보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요 논의 의제 |
공무원 주도 탈피 |
의사결정 과정 민주화 |
연구비 관리 시스템 개선 |
주요 의견/대안 |
과학기술부의 단순한 부활에는 반대하며, 과학기술인의 자율성이 담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체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개편되어야 합니다. |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현장의 과학기술인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
연구비 관리 시스템은 현재의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방식을 끝내고, 대다수의 올바른 연구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맞추어져야 합니다. |
6분과: 과학기술자 사회의 소통과 윤리
최근 몇 년간 연구부정행위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과학기술계의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연구부정행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부정 행위 발생의 근본적 이유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정책적인 해결책을 논의하였습니다. 또한 과학기술자 사회 내부의 불합리한 소통 문화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논의되었습니다.
주요 논의 의제 |
권위적인 연구실 문화 개선 |
과학자 사회 내부의 민주적 절차와 제도 마련 |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연구 문화와 의식의 개선 |
주요 의견/대안 |
과학기술인 내부의 비합리적인 권위주위를 타파하고, 합리적인 연구실 운영을 위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
과학기술 분야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의 장을 선발하는 과정과 절차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
연구윤리 심의과정과 결과는 공개되어야 하며, 제보자 신원보호 프로그램이 기관별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
7분과: 이공계 연구환경 개선과 직업 안정성 확보
이공계 기피 혹은 위기가 왜 발생하는 것인지 그 본질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에 의해 과학기술 정책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이공계 기피는, “오랜 세월 공부해서 심지어 박사 학위까지 따봐야 그에 응당하는 대우는 받기 힘들며, 운좋게 대기업에 등에 취직을 해도 40대 초중반이면 대부분 퇴출당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므로, 직업 안정성의 확보 없이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또한 학생 및 임시직 신분을 긴 기간 거치게 되는데, 이 시기에 놓인 인력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포함된 정책도 필요합니다.
주요 논의 의제 |
연구직의 비정규직 문제, 정년 개선 |
이공계 연구인력의 연구환경 개선 |
전문기술인 우대 |
주요 의견/대안 |
과학기술인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 사실상 40대 초중반인 정년 등은 우선 해결되어야 할 점입니다. |
육아·출산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경력 단절이 발생하는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며, 연구소 내에 만연한 남성 중심 문화를 개선하고 성평등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
이공계 분야 대학원생은 연구 과제를 실제로 수행하는 주체이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
8분과: 헌법 내 과학기술의 지위 검토
현행 헌법 123조 1항에는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표현이 들어 있고, 과학기술 지원을 위한 한 법률에는 “국가경쟁력 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표현들이 결국에 과학과 기술을 경제발전의 도구로만 한정하는, 그래서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실용적 목적의 연구만이 강조되는 우리사회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주요 논의 의제 |
헌법과 법률 내의 과학기술 지위 |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주도, 경제성장 위주 정책 |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전환 |
주요 의견/대안 |
경제성장을 위한 과학기술 = 연구개발 예산투입이라는 좁은 의미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자연에 대한 이해와 공존, 사회의 다양성과 기술의 접목, 나아가 저소득층과 저개발국의 빈곤타파를 위한 과학기술의 적정화를 통해 과학기술이 갖는 의미를 극대화시켜야 할 때이다. |
헌법의 경제조항에 과학기술을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 |
9분과: 기술의 사용과 공정한 시장
이공계 기피의 또 다른 요인이 “직접 회사를 차려 사장이 되기 전에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모두 회사를 하나씩 차릴 수는 없는 일이니, 조직에 소속된 연구원이 창의적으로 해낸 연구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을 반드시 해주는 사회적 합의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공계 전직제한법 또한, 회사의 주인이 아닌 다른 모든 이공계인들에게는 기가 막힌 악법입니다. 이러한 이공계 기피를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앞날도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요 논의 의제 |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들 |
정보보호 관련 법규 강화 |
정보획득 불평등 해소 |
주요 의견/대안 |
현장 과학기술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이공계 관련 법규들이, 혜택은커녕 오히려 불이익을 안기고 있습니다. 특히 이공계 전직제한법은 반드시 폐지해야 하며, 직무발명 보상제도의 보완도 시급합니다. |
기업 종사자의 지식재산에 대한 보상을 명시한 직무발명 보상제는, 개인의 권리로 규정된 지식재산에 대해 개인의 권리 행사를 현실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식재산이 창출한 이익에 대한 조직과 개인 간의 형평성 있는 분배가 필요합니다. |
신속하고 투명한 특허출원과 획득을 위해, 특허의 출원과 심사를 위한 인력을 보강하고 전문화해야 합니다. |
10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
타운미팅 참여자들은 같은 과학기술인으로서 대개는 생각의 공유가 쉽게 이루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분과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는 소수와 그렇지 않은 다수로 나누어졌습니다. 심지어는 과학기술인들조차 선진국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볼 때, 우리나라는 현재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수십 년 뒤를 준비하는 것이란 점은 있지만, 과학기술인들이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숙제와 같은 것입니다. 이 숙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며, 이 숙제를 풀기 위한 시간으로 수십 년이 충분할지조차 불확실합니다. 이럴 때는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주요 논의 의제 |
국민과 과학계의 인식 전환 |
국가적 차원의 대비 전략 |
과학기술의 가치 |
주요 의견/대안 |
지속가능한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일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
성장에 가치를 두는 것에서, 지속가능성과 안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과학기술로의 인식변화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