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라미드 문명의 코드

1.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전세계에서 신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역사적인 탐험가이자 개척의 영웅으로 기려져 왔다. 특히 미국에서 10월12일은 ‘콜럼버스의 날(Columbus Day)’로 주요 국경일이다. 이를 기념하여 미국 주요 도시에서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그런데 요즘 그의 업적이 재평가 받고 있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콜럼버스를 피고로 해서 모의재판을 열어 그에게 "스페인 왕실을 빙자하여 강도 행위를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한다. 도대체 위대한 영웅으로 알려진 그가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이런 신세로 전락한 것일까?

»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

사실 콜럼버스는 순수한 동기에서 탐험을 한 것이 아니었으며, 부를 축적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그리고 스페인 왕실을 설득하는 데 가장 주효했던 것은 그가 인도로 가는 새로운 지름길을 개발함으로써 그동안 인도의 값비싼 물품 조달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통해 알고 있듯이 콜럼버스가 도달한 곳은 인도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중남미 지역이었다. 이처럼 비록 순수한 탐험가적 동기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원래 콜럼버스가 내세운 명분은 인도와의 교역 루트를 개척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오늘날에 그가 ‘날강도’로 재평가 받게 된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려면 콜럼버스의 대서양 항해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검토해봐야 한다. 

145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출생한 콜럼버스가 1477년에 포르투갈 리스본에 나타날 때까지의 행적은 명백하지 않지만 상당한 학식을 지녔으며, 일찍부터 항해에 종사하였다고 전해진다. 리스본에서 해도(海圖) 제작에 종사했던 그는 수학자 P.토스카넬리에게서 여러 가지 지도(地圖)를 구해 연구한 결과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그때까지 동쪽으로 가는 루트만 알려져 있던 인도를 서쪽으로 가도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확신을 갖고 1484년 포르투갈 왕 주앙 2세에게 대서양 항해탐험을 제안했으나 희망봉 루트를 준비 중이던 왕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해도 제작자 컬럼버스, 지도를 집중 연구하다

1486년 콜럼버스는 에스파냐(스페인)로 건너가 후원자를 찾았다. 그는 에스파냐 카스티야 왕조의 이사벨 여왕을 만나 그의 항해 계획을 설명하면서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왕실에서 거절하여 그의 항해 계획이 또 실패하였다. 그는 영국, 포르투갈, 프랑스에 재차 후원을 요청하였다가 번번히 거절만 당했다. 하지만, 그의 집요한 노력으로 마침내 에스파냐의 후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에스파냐는 카스티야와 아라곤으로 구분되어 있어, 카스티야 여왕 이사벨 1세와 아라곤 왕 페르난도 2세가 카스티야를 공동 통치하고 페르난도 2세가 아라곤을 단독 통치하는 상태였다. 이사벨과 페르난도 부부는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이사벨 여왕이 마침내 콜럼버스를 등용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 학자들 간에 논쟁이 되고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이사벨 여왕은 콜럼버스가 제시한 계약 조건을 승인하였는데 계약 내용은 ‘새로 개척한 식민지에 콜럼버스가 부왕(副王)으로 임명될 것이며, 이 직책과 특권이 자손에게 전승된다’는 것이었다. 이 계약을 산타페 협약이라고 부른다. 이사벨은 자금을 제공한 외에도 팔로스 시로 하여금 선박 2척(핀타호와 니냐호)를 내주게 하고, 과거의 모든 죄를 면죄하여 준다는 조건으로 승무원 모집에도 협력하여 주었다. 또한 팔로스항에 사는 핀손이라는 부유하고 유능한 선장이 자기 소유 선박인 산타마리아호와 함께 참가하였다.

첫 항해는 1492년 8월 3일에 시작되었다. 이어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10월12일에 현재 바하마 제도의 와틀링 섬(추정)을 발견했다. 이어, 쿠바·히스파니올라(아이티)에 도달해 이 곳을 인도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히스파니올라에다 약 40명을 남겨 식민시켰다. 1493년 3월, 에스파냐로 돌아온 콜럼버스는  왕 부부에 의해 ‘신세계’의 부왕으로 임명되었다. 같은 해 말경 두 번째 대서양 횡단 탐험이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는 1500명이 참가하여 17척의 배가 동원된 대선단이 구성되었다.  콜럼버스가 1차 탐험에서 가져온 금 제품이 전 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금을 캐러 가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수탈과 살륙, 노예 매매..'콜럼버스 재평가' 움직임

히스파니올라에 남겨 두었던 식민지는 전멸해 버렸으나, 콜럼버스는 식민지 행정관으로서 여기에 다시 이사벨라 시를 건설하는 한편, 토지를 에스파냐인 경영자에게 분할해주고 인디언들에게는 공납과 부역(경작과 금 채굴)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금의 산출량이 보잘것없자, 항해자들은 인디언을 학대 ·살육하고 노예화하였다. 이 때 에스파냐로 보낸 산물은 처음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주로 노예였으며, 이 때문에 1496년 에스파냐로 돌아온 콜럼버스는 문책을 당했다.

제3차 항해(1498~1500)에서는 트리니다드와 오리노코 하구를 발견하였으나, 히스파니올라에서 발생한 내부 반란으로 그의 행정적 무능이 제기되어 에스파냐로 송환됐다. 제4차 항해(1502~1504)의 허가는 바스쿠 다 가마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때문인 것으로 보이나, 그 사정은 명백하지 않다. 이 항해에서 그는 온두라스와 파나마 지협을 발견하고 가장 고생스러운 항해를 마치고 귀국하였다. 1504년에 이사벨이 죽은 뒤 그의 지위가 크게 추락했으며 그가 맡은 부왕 직책의 세습도 불허되었다.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콜럼버스는 1506년에 쓸쓸히 죽었는데, 죽을 때까지 자기가 발견한 지역을 인도라고 믿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 콜럼버스가 불명예를 남긴 가장 큰 이유는 그와 그의 일행이 신대륙을 발견한 뒤 개척한 식민지에서 정당한 교역이 아닌 수탈과 살륙을 일삼았으며, 기대했던 충분한 생산물을 확보하지 못하자 원주민을  노예로 팔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제 콜럼버스가 오늘날 지탄의 대상이 된 정황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가 시도한 최초의 대서양 항해에 대한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있다. 

최초 대서양 항해에 관한 미스터리는 계속 남다

도대체 콜럼버스는 어떻게 지구가 둥글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인가? 또, 왜 서쪽으로 항해하면 동쪽으로 갈 때보다 훨씬 빠르게 인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일까? 당대의 뛰어난 학자들로부터 조언을 받았을 것이 분명한 에스파냐 왕실이 왜 콜럼버스와 같은 보잘 것없는 인물에게 설득당한 것일까?

지금부터 이런 의문에 대해 하나하나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