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제어공학자가 보는 ‘핵발전 복잡계와 안전성’


이 글은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지난 2월27일 연 ‘핵발전 기술의 파탄: 복합기술의 시스템 취약성’이란 제목의 세미나에서 토론자로서 발표한 윤태웅 교수가 나중에 그 내용을 다듬어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의 축약문을 <한겨레> 3월8일치 ‘시론’에서 볼 수 있다. -사이언스온

00fukushima일본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20킬로미터 떨어진 후쿠시마현 다무라시 미야코지마치에서 경찰들이 출입하는 차량들을 검문하고 있다. 2012년 2월29일 촬영. 한겨레 사진자료/ 김명진 기자



안전한 핵발전은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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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대해 강인하게 설계된 제어시스템이

막상 제어장치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주 연약하게 돼 버린 게 원인이었다.

...이렇게 작은 양적인 차이가

안정성과 불안정성이라는 질적인 차이를 낳았던 것이다.

의도했던 (제어대상에 대한) 강인성과

의도하지 않았던 (제어장치에 대한) 연약함,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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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한 지 이제 1년이 돼 간다. 텔레비전에 비친 그 충격적인 영상이 아직도 내겐 생생하다. 어떤 경우에도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하게 안전한 핵발전소를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우선 제어공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불확실하게 변하는 제어대상이 안정하게 제어될 때, 공학자들은 그런 제어시스템을 강인하다고 일컫는다. 강인한 제어시스템을 설계하려면, 제어대상의 불확실성이나 변화에 대해 그 민감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어떤 제어공학자가 이런 방식으로 강인하게 설계된 제어장치의 변수들을 동료공학자에게 전자메일로 전했다. 이 변수들을 전달받은 공학자는 확인 삼아 똑같은 조건에서 다시 모의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어시스템이 불안정하게 작동했던 것이다. 모의실험의 대상이 그리 복잡하지도 않았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이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아니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제어대상의 불확실성에 대해 강인하게 설계된 제어시스템이 막상 제어장치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주 연약하게 돼 버린 게 원인이었다. 변수들이 전자메일로 전달되면서 컴퓨터에 원래 저장돼 있던 값들과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는데, 이렇게 작은 양적인 차이가 안정성과 불안정성이라는 질적인 차이를 낳았던 것이다. 의도했던 (제어대상에 대한) 강인성과 의도하지 않았던 (제어장치에 대한) 연약함,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는 것을 과학기술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겪는다.

 

 

발전 시스템은 복잡계다. 복잡계란 단순히 그 구성요소가 많은 시스템을 뜻하지 않는다. 아무리 구성요소가 많아도 부분의 합이 전체인 선형 시스템은 복잡계가 아니다. 구성요소 그 자체보다 그것들 간의 상호작용이 더 중요한 비선형 시스템이 바로 복잡계다. 따라서 복잡계에선 전체를 요소로 환원하는 분석적 방법론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전체가 단순히 부분의 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예로 든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제어시스템은 심지어는 복잡계도 아니었다. 선형 시스템이었다. 그런데도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생기게 되었는데, 하물며 복잡계는 어떻겠는가. 복잡계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하거나 그런 복잡계를 설계할 수 있다고 하는 건 형용모순이다. 복잡계를 복잡계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에서와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후쿠시마 같은 사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난 사고는 모두 다른 유형의 원자로에서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다. 문제가 생기면 그 해법으로 안전장치를 강화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보강된 안전망은 시스템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 결과, 요소 간의 결합력과 상호작용이 더 커진 복잡계가 구성된다.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더욱 복잡해진 복잡계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괴델이 증명한 불완정성의 정리로, 우리는 모순이 없는 완전한 공리계가 존재할 수 없음을 안다. 이렇듯 수학의 영역에서도 완전함은 닿을 수 없는 곳에나 있는데, 더군다나 인간이 만든 기계 시스템은 어떻겠는가. 과학자건 공학자건 과학기술 영역의 밖에 있는 사람이건, 사실 기계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 건 다들 일상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기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한 핵발전 시스템이 어떻게 완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는 건 필연이다. 이런 문제를 확률로 우회하는 건 옳지 않다. 정확한 확률은 계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핵발전 옹호론자들이 제시하는 확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그 확률이 0은 아니기 때문이다. 핵발전 관련 사고 발생 확률을, 이를테면, 비행기 사고 발생 확률에 견줘, 핵발전이 안전하다는 식으로 말하면 곤란하다. 비행기 사고가 나면 그 안에 있는 탑승객들과 추락 지점의 사람들만 다치지만,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그 피해 규모는 전 지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력은 결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우라늄의 매장량이 제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라는 엄청남 부담을 미래 세대에 지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험하다. 이 모든 비용을 고려하면, 핵발전은 경제성도 크지 않다.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해도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안전성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보장하는 일이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핵발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설득력이 없다. 독일은 2022년까지, 스위스는 2034년까지 모든 원자로를 폐쇄하기로 한 바 있다. 독일은 핵발전 국가인 프랑스에 전기를 수출하기도 한다. 일본도 2050년까지는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며, 지금은 핵발전소 54기 가운데 단 2기만 운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핵에너지의 경제성은 작아지고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커질 것이다. 길게 봐도 5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차분히 준비하면 탈핵은 가능하다. 탈핵 말고는 대안이 없다.


인간은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 다만, 실수를 통해 배우는 현명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을 뿐이다. 독일은 현명하다. 일본도 현명해지려고 애쓴다. 유독 한국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전 르네상스를 외치며 시대를 거꾸로 가려 한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단순히 무지의 탓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지 싶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일부의 이익을 위해 밀어붙인다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무지의 소산이든 악의의 결과든 이런 역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탈핵을 생명의 문제로 인식하는 시민의 힘뿐이다. 3월 10일 토요일 오후 서울시청과 부산역에서 탈핵의 광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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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윤태웅 고려대학교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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