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경쟁-개발 시대에 울림 커진 '지속가능한 공생'

_올해의 과학책 - 11월 서평___

문지문화원 사이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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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심비우스

-이기적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최재천 지음 | 이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생태학 내부에서는 새로운 경향의 연구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공생, 기생과 같은 상호작용은 예외적 현상으로 간주되었지만, 이제는 생태계에서 이런 관계의 새로운 예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또 이런 관계가 단순히 새로운 종의 탄생이나 생물체 간의 관계를 형성할 뿐 아니라 생물 진화의 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최근 정설이다.


간들에게는 명칭도 많다.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지만,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호모 파베르(Homo faber), 유희할 줄 안다고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백세까지 수명이 연장된다고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억지 이름까지도 붙이고 있다. 이제 이 긴 목록에 하나를 덧붙여야 한다. 바로 이 책의 제목, 공생할 줄 아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 (Homo symbious)’이다.

 

다윈은 인간과 자연에 대해 혁명적인 이론을 제시한 학자이면서, 후세에 가장 잘못 이해된 이론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윈의 여러 이론들을 잘못 이해하거나 해석하면서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이고, 강한 자들은 약한 자들을 잡아먹고 정복할 권리가 있다고 이해했다. 이런 오해는 인종 차별, 세계 대전, 제국의 침략, 환경 파괴 등의 이론적 배경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기실 다윈의 이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한 자의 승리’가 아니라 ‘잘 적응한 자의 승리’이다. 이런 점에서 ‘적자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표현이 다윈의 이론을 가장 잘 표현한다. 지구의 긴 역사 동안 환경은 끊임없이 변해왔고, 따라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영원히 강한 자란 존재할 수가 없다. 공룡을 포함한 수많은 생물종들의 절멸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경쟁, 기생, 공생 그리고 진화

 

러한 배경에서, 생태학자들의 연구 주제는 주로 ‘경쟁 (Competition)’에 집중되어 왔다. 생태학의 주요 연구 세 분야인 ‘개체군 생태학(Population ecology)’에서는 하나의 종 안에서 경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군집 생태학(Community ecology)’에서는 서로 다른 종들 간의 경쟁에 대해 집중한다. 즉 생태학의 주 연구 테마는 생물들이 서로 어떻게 경쟁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에 집중되어 왔다. 적어도 지난 몇 십년 동안은 말이다. 그러나 현대의 생태학 연구 결과물들은 자연이 그렇게 잔혹한 정글 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 ‘호모 심비우스’도 이런 현대 생태학의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재천 교수의 글은 항상 읽기가 편하다. 이공계 전공자 중 보기 드물게 ‘글발’이 수려하다는 점만이 그 이유는 아니다. 만일 그런 글이 좋은 과학책이라면 과학의 내용을 쉬운 말로 요약해서 글 잘 쓰는 문필가에게 책을 쓰게 하는 방법도 있으리라. 최 교수 책의 장점은 자신이 직접 연구하여 과학자들 사이에 토의되고 있는 살아 있는 내용들을 대중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같은 저자의 수많은 다른 저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생태학 서적들은 다른 과학 서적들에 비해 좀 더 ‘유연한’ 내용을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사실 널리 읽히는 생태학 책의 대부분은 자연을 관찰하거나 그에 대한 작가의 감성을 표현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특이한 생태계에서 발견되는 희귀한 생물들에 대한 문학적 묘사나 정감의 표현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부드러움과 쉽게 읽혀지는 문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생태학 연구의 주요한 ‘과학적’ 발견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생태학 내부에서는 새로운 경향의 연구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전에는 ‘공생 (symbiosis)’, ‘기생 (parasitism)’과 같은 상호 작용은 예외적인 현상으로 간주되었지만, 이제는 생태계 내에서 이러한 관계의 새로운 예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또 이러한 관계가 단순히 새로운 종의 탄생이나 생물체 간의 관계를 형성할 뿐 아니라, 생물 진화의 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최근의 정설이다.

 

예를 들어, 생물학자들은 왜 ‘유성생식(sexual reproduction)’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 자손을 남기는 것이 한 생물체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라면 ‘무성생식 (asexual reproduction)’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생식이 나타나게 된 이유도 기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현대 진화생물학의 주요한 가설 중 하나이다. 또 ‘공진화(Co-evolution)‘나 ’이타성(Altruism)’과 같은 단어들이 현대 진화생물학의 혁신적 논문에 등장하고 있는 것도 생태학의 주요한 관계가 단순히 ‘경쟁’이 아니라 ‘협력’ 혹은 ‘공생’일 수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은 아직도 문제의 제기 수준에 머무를 뿐 최종적인 대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생하는 인간‘이라는 이상적인 선언에 불구하고, ‘공생하는 인간’의 태도가 다른 개체나 종과의 공생에 꼭 필수적인가? 만일 이 책의 주장처럼 공생이 필수적이라면 어떠한 방법으로 이런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통령의 ‘공생발전’이라는 멋진 레토릭이 현실에서는 하나도 실현되고 있지 못한 우리 사회를 보면서, 호모 사피엔스 전체가 전지구적인 수준에서 자연에 대한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명제를 실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지 회의가 든다. 그렇지만 처음에 그렇게 단순한 생명체에서 다양한 종들이 진화해 온 것처럼, 언젠가는 호모 사피엔스나 그 이후에 나올 후손 종들이 밟아야만 할 길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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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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