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언제까지 괴담 타령이나 할 건가

[endo의 편지] (15)




'의인성CJD 발병 사례' 국내 첫 확인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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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사례가 공중보건 측면에서 주는 교훈과 의미보다는 광우병과 연관된 정치적 측면으로 ‘괴담’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더 많이 등장하는 데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투명한 자료를 바탕으로 온전한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는데 이미 수없이 실패한 정부와 언론들이 사소한 대중의 오류와 반응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심리적 반응이기도 합니다. 떳떳하지 못할수록 심리적 불안에 의해 타인을 많이 의식하고 민감한 과잉반응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극소수의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돈다고 해서 국민 전체가 괴담을 만들고 괴담에 유혹을 당하는것처럼 보는 것은, 그렇게 보는 사람이 어떤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어느 수준까지 자극은 통증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이것이 잘못되어 사소한 자극도 통증으로 인식할 만큼 통증 인식 기준이 낮아져 만성적인 신경병성 통증을 앓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신경병성 통증이 과민성 대장이나 입이 타는 증상과 같이 전혀 다른 모습의 갖가지 증상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듯이 이것 또한 언론보도의 왜곡이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과 같은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광우병이라는 말에  전전긍긍하는 정부와 언론

 

국내에서 발생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사례는 영리를 위해서는 부도덕한 일도 서슴치 않던 독일의 한 의약품 회사가 만들어 낸 인재로서 그 결과가 현재까지 치명적인 인명 손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병으로 사망한 주검인지조차 상관하지 않고 취득한 라이오듀라(Lyodura)를 1969년부터 세계 각국에 팔고 이것을 가지고 수술을 한 결과인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987년 1월 미국 예일대학의 의사가 최초로 이로 인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을 보고함으로써 치명적인 문제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line » ■ endo는? 미국에서 현업 의사이자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는 의학자 ‘endo’(필명) 님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온라인 게시판에 유익한 글을 올려 주목받아왔습니다. 사이언스온의 독자이기도 한 endo 님은 생의학의 쟁점들에 관한 글을 부정기적으로 사이언스온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온

계적으로 광범위한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이 수술 재료를 확산시키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였습니다. 1987년 예일대학의 보고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조사를 통해 라이오듀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보고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만일 한국에서 그러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미국 인구 가운데 단 1명한테서 발생한 극히 희박한 확률일 뿐이라고 넘어갔다면 많은 세계인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1997년 자국의 인간광우병(vCJD)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수술 재료로 인한 43건의 피해 사례를 찾아내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2005년 영국의 신경과 의사가 이 병의 잠복기를 22년으로 결론 내렸지만  일본은 1979~2008년에 국내 발병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잠복기가 24.8년까지도 되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현재 최초 사례가 발생하고 나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내용이라는 게 고작 ‘이 질병이 인간광우병과는 무관하며 일상생활에서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리고 언제 사용금지가 내려졌으며, 사용금지 이전의 수술환자에 대하여 어떠한 역학조사나 대책이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나 설명도 없이 이제 와서 역학조사와 대책 마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이것이 인간광우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설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문제조차 정치적으로 민감한 극히 제한적인 사안에만 관심을 가지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온 결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대국민 발표와 언론 보도 내용인 것입니다. 캐나다의 한 방송은 2002년에 이미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보도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광우병 문제에 대해 유래 없이 큰 국민적 관심을 경험했던 나라에서 아직도 자국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된 기초자료도 없이 질병이 발생해야만 그때 가서 준비되지 않은 설명과 향후 대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임기응변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중보건의 후진성을 먼저 자성하고 논해야 할 상황


번 사례가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아니라 인간광우병일 수도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극히 일부에서라도 나올 수 있고, 또한 전혀 다른 병인이지만 “광우병”이라는 용어로 불러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국내의  투명한 기초자료를 가지고 관련 질병을 명백히 설명하지 못해 왔던 정부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지 그러한 정보를 접해 보지 못한 대중이 혼동하는 것을 탓할 일은 결코 아닌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정부와 언론이 모든 것을 대중의 탓으로 돌리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습성화되어 있다는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초자료로 현황 분석이 되어 있는 현재의 일본에서 의인성 크로이트펠트-야코프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인간광우병과 혼동을 해서 괴담이라는 용어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중이 필요로 할 때 기초자료를 근거로 준비된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 과학적인 것이지 한국 정부나 언론들의 지금과 같은 대답은 결코 과학적인 것이 아니며, 과학을 논할 자격조차 없다고 할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호응하는 학자들을 골라 정책 홍보를 위한 연구 지원은 하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정말 필요하고 기본적인 연구 지원에는 소홀한 결과는 항상 준비되지 않은 임기응변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공중보건 자체에 대한 후진성을 자성하고 논해야 할 상황에서 대중의 괴담 타령이나 하고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정부와 언론들의 정치적 놀음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가 잘 제공되면 대중은 정부에 신뢰를 가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대중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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