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의 뉴스 보도, 오해의 확대재생산 사이클

  투고  


글쓴이: 류성희, 김남국


※ 아래 글은 울산대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가 보내온 것입니다. 김 교수는 “2012년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서 당시에 두 사람이 함께 쓴 글인데 여기에서 지적한 과학 보도의 메커니즘이 지금도 계속되어, 예전 글이지만 투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이언스온은 이 글이 주로 다룬 소재가 2012년의 것이지만 글의 주제는 여전히 비슷한 지금의 세태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므로, 지금 읽어도 가치 있는 글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이 글을 투고 형식으로 싣습니다. -사이언스온



즘은 과학 지식의 홍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역할을 언론이 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방법론의 특성에서 보면, 과학적 지식이라고 해도 그것은 가설의 지식, 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 논쟁 중인 지식, 과학적으로 증명된 지식(과학적 증명과 수학적 증명은 매우 다르다. 특히 의학에서는 주로 대조군을 사용하고 랜덤[random]과 블라인드[blind]의 연구방법론을 사용하여 바이어스[bias]를 최소화 하는 방법을 주로 인정한다)처럼 다양한 근거 수준(evidence level)을 지니게 된다.



연구비, 홍보, 보도의 삼각관계

00dot.jpg

심지어 이렇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지식이어서 몇백 년 동안 객관적 진실이라 믿어왔던 과학적 지식도 과학의 발전에 따라서 수정되거나 폐기되는 경우조차 생긴다. 특히 좋은 학술지에 논문이 실렸더라도, 가설로 제안되었거나 논쟁 중인 과학 지식의 경우, 또는 실험하기 어려운 조건이어서 (주로 의학에서 그런 것처럼) 많은 가정을 전제하며 연구된 과학 지식의 경우, 대중매체에서 다룰 때 언론매체의 역할은 특별히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전체 출판 논문 중에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의해 출판되는 논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2009년 62.5%, 국가연구개발사업 SCI 논문 실적 조사 분석). 우리나라 과학 분야를 육성하여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고,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고 있어 2013년의 경우에는 6.2% 증가한 17조 219억 원(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보도자료)을 요구했다고 한다.


국내 대부분 연구자들은 이런 국가 연구비를 기반으로 자신의 연구를 수행한다. 이 연구비 지원 기관들은 기관들 간의 경쟁의 심화 등으로 인하여 자신의 연구비를 받는 연구자들에게 연구성과를 언론을 통해 홍보하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이는 자신의 연구를 알려 안정적인 연구비를 확보하려는 연구자들의 목적과 일치하여 연구 성과를 언론화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근거 수준(evidence level)으로 과학계에서 신중하게 다루어지는 과학적 사실은 언론매체와 일반인이 ‘좋은 과학 학술저널의 권위’나 ‘과학의 절대적 객관성’ 같은 이미지에 기대어 때로는 오해되거나 그 오해가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왜곡되고 많은 논란 거리를 불러 일으키는 언론 보도가 이루어지곤 한다.



고양이 키우는 여성 자살위험 높다고?

00dot.jpg

지난 2012년에 몇몇 국내 인터넷 신문 등이 보도한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 자살 위험 1.5배 높다”라는 제목과 내용의 자극적인 기사를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통해 보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시에 자살에 대해 개인적, 학술적 관심이 있어 이 뉴스를 읽던 중에 이 뉴스의 근거인 논문이 <일반 정신병학회보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JCR 2010, 5년 인용지수 14.179)>라는 권위 있는 학술저널에 실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보통 출처도 없이 보도하는 과학 기사에 비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너무 선정적이고 어떻게 보면 본말이 전도된 기사인지라 원래의 영문 기사를 찾아보게 되었다. 국내 기사의 모태가 된 영국 일간 <더 텔레그래프> 기사의 원제는 한국 기사와 비슷하게 “과학자가 말하길,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은 자살하는 경향이 높다 (Cat ladies may be more likely to attempt suicide, scientists say)”였다. 텔레그래프는 타블로이드급의 옐로페이퍼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에도 “외계인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불가리아 과학자들의 주장(Aliens ’already exist on earth‘, Bulgarian scientists claim)”과 같은 의심스러운 기사를 실곤 하는 매체이다.


다른 매체의 보도도 찾아보았다. 미국의 공영라디오 방송인 <엔피아르(NPR)>도 같은 내용을 보도를 했다. 개인적으로 엔피아르는 굉장히 크게 신뢰하는 매체인데, 그 보도 내용을 보니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이 기사는 이 이슈가 어떻게 호도될 수 있는지를 잘 아는 기자가 쓴 것으로 보였고, 제목도 “고양이에 있는 기생충이 인간의 정신을 공격할 수 있다 (A Parasite Carried By Cats Could Hurt Humans’ Sanity)”로 덜 선정적이었다. 이쯤 되면 원문을 찾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에 논문을 찾아 읽어 보았다. 출판된 논문은 “어머니의 톡소포자충 감염과 자해폭력(Toxoplasma gondii Infection and Self-directed Violence in Mothers)”이었다.



여러 요소 고려해 읽어야 하는 연구결과

00dot.jpg

이 논란에서 재미있는 점은 논문 어디에도 연구 대상자들이 직접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조사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은 주로 고양이를 숙주로 삼지만, 새나 사람을 포함한 기타 포유류 등의 온혈동물에 의해서 전달되는 기생충이다. 감염 경로는 흔히 의심하는 것과 달리, 애완동물로 키우는 고양이의 배설물에 의해 감염되는 것보다도 감염된 흙을 접촉한 뒤에 손을 씻지 않았거나 그 흙에서 자란 채소를 제대로 씻지 않고 먹었거나 감염된 고기를 덜 익혀 먹었거나 감염된 고기를 썬 칼을 씻지 않고 사용한 경우가 더 많다. 또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인구는 많지만 톡소포플라즈마증이 심각한 건강상 위협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연구 대상자들이 여성, 특히 출산을 한 엄마인 이유는 모체를 통한 톡소포자충 태아 감염 전파에 관한 연구를 한 기존 연구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 임산부의 신생아들의 항체 수치가 쓰였기 때문이다. 사용된 데이터의 신생아 수는 45,788명이므로 대규모 조사연구이며, 이중 약 4분의 1 정도가 산모의 항체 수치도 함께 잰 것이 있어서, 이 두 값의 상관계수가 0.76이므로 모체의 태반을 통해 항체를 받은 태아의 항체지수가 산모의 항체 수치를 대변한다고 가정하였다.


이 연구는 관련 연구 중 가장 큰 코호트(질병 조사·연구 대상이 되는 특정 인구집단)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며, 단일 연구집단과 14년 동안 거의 완벽한 추적 관찰을 한 연구로서 매우 가치가 크다. 또한 몇 가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설 메카니즘을 제시하고 있다.


지만 논문 저자들도 코멘트에서 밝혔다시피, 고양이 톡소포자충과 감염 환자의 자해폭력 간의 상관관계(correlation)를 밝힌 것이지 인과관계 (cause-effect)를 밝힌 것은 아니었다.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원인을 영향력 또는 정도 등을 바꾸어서, 실제로 결과가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인과관계 연구를 더 해야 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관찰 연구는 대부분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워서 정확한 메카니즘 밝히기 어려우며, 연구자 자신도 알 수 없는 가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논문에도 나오지만, 노르웨이 산모 연구에서 이 감염이 특정 음식이나 행위와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이 연구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 남자와 폐경후 여성군과 비교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 상관관계의 원인이 되는 제 3의 암묵적 원인이 따로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역학적인 연구로 추후 이 분야를 더 연구해서 매카니즘을 밝히고 인과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A와 B는 상관관계→A는 B의 원인 ‘둔갑’

00dot.jpg

이 글을 쓰면서 흥미로운 그림 하나를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꽤 있는 만평 사이트인 <피에이치디 코믹스(PhD Comics)>에서 찾았다. “과학 뉴스의 사이클(The Science News Cycle)”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을 한번 보시라.

00phdcartoon.jpg » "The Science News Cycle" by Jorge Cham. www.phdcomics.com (phdcomics.com의 저작권 정책을 준수하여 그림을 사용합니다)

그림에 잘 나와 있듯이, 요즘 과학 지식을 다루는 언론매체의 뉴스를 보면, 연구자가 “E 조건 하에 D를 가정하고, C기반 하에 연구해보니 A와 B는 상관관계가 조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내면, 대학 홍보실은 “과학자들이 특정 조건 하에 연구해보니 A와 B가 잠재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홍보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회사에서는 “과학자가 말하길, A가 B의 원인이다”라는 기사로 둔갑해 뿌려지며 인터넷에서 확대 재생산되어, 인터넷 신문이나 케이블 뉴스에서는 “A가 항상 B의 원인이다”라는 식으로 바뀌고, 결국 또 다른 뉴스에서는 “A가 당신을 죽일수 있다” 식으로 과학적 지식은 오해에 오해를 거듭해 증폭하며 확대 재생산된다.


이런 기사가 해외 언론에 게재된 이후로 독자들의 코멘트를 읽어본다면 이런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가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를 금방 알 수 있으며(고양이 주인의 자살위험률이 높아진다는 공포심 조장), 특히 특정 인구집단에 피해를 끼치는(연구와 전혀 무관하게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에 대한 나쁜 인상과 사회적 편견을 가중시키는 점), 그런 보도에 대해 지각 있는 독자들이 무척 분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식이 있는 기자라면 관련 연구 논문을 직접 읽고 이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엔피아르>의 뉴스 보도처럼 원저자가 아닌 제3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적어도 자신이 인용하는 기사가 일반 독자들에게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 예상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런 책임과 의무가 있다. 연구자, 언론, 연구비 집행기관들의 이해가 맞아서, 이런 과학 지식이 언론 보도를 거치면서 오해가 확대 재생산하는 사이클이 작동하고 있다.


이 사이클에서는 결국 과학의 신뢰성을 갉아먹게 되고, 우리 스스로 과학을 정치의 장으로 끌고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과학이 가치 중립적이 되기는 어려우나, 과학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도 수많은 논문이 출간되고 언론화되나 이런 사이클은 반복되고 있다.


00RSH_KNK.jpg    글쓴이


   류성희 아이오와대학교 통계학과 박사과정
   김남국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학과 조교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과학기술인의 ‘대화’와 정치활동과학기술인의 ‘대화’와 정치활동

    전망대강연실 | 2017. 02. 28

    - 과학기술 지원정책 타운미팅 참관기 - 과학자의 정치활동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행사가 끝난 뒤 나에게 남은 질문이다. 많은 이들은 과학계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 그리고 아주 최근에 각광...

  • 우리가 실험실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한 이유우리가 실험실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한 이유

    전망대김준 | 2016. 12. 29

      내가 보낸 2016년  ‘더 좋은 사회에서 자라날 더 좋은 연구실문화’“으아, 실험하기 싫다.”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면 이불 밖으로 한 발짝 벗어나기가 그렇게나 힘들다. 크리스마스 하루 전 날은 고단함이 더해져서 더욱 출근하...

  • 과학자와 ‘자유’과학자와 ‘자유’

    전망대사이언스온 | 2016. 04. 25

      기 고   글쓴이: 김태신 생명과학 박사, 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대학원생 낡은 문이나 창문만을 그리는 한 화가의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낡은 문고리를 표현한 것이 있었는데, 문고리 주변의 패인 홈이 어떻...

  •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존중 사회를 생각하며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존중 사회를 생각하며

    전망대사이언스온 | 2016. 03. 23

     기 고  글쓴이: 임종관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 박사후연구원(로봇공학) 서구 인공지능 로봇 기술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요구를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인공지능 로봇 연구의 토양에는 오히려 인간적인 삶에 대한 갈구도 놓여...

  • 알파고의 계산성능알파고의 계산성능

    전망대사이언스온 | 2016. 03. 16

      기 고   글쓴이: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알파고를 더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직 10년은 더 필요했을 것이라 전망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세계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