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한미FTA와 영리병원 만나면, 국민 의료혜택 위협

[endo의 편지] (14)




00FTAhealth한겨레 자료 사진





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의 내용에는 경제자유구역에서 미국 자본을 끌어들여 영리병원을 설립했을 때 그 영리병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가 제한되어 결과적으로 한국 내 영리병원의 안착을 도와주는 협상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일부 국내 자본가들이 그들의 영리사업을 외국 자본의 힘을 빌려 보호 받으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장기적으로 이는 한국 내 의료 서비스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 분명합니다.


영리병원은 의료 서비스 고유의 혜택보다는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상업적 이익에 우선을 두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떠한 장점을 내세우더라도 그로 인한 폐해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 영리병원과 의료 민영화입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의료 민영화가 잘 되어 있는 미국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일 뿐만 아니라 수없이 발생하는 직접적인 사례들에 의해서 눈으로 확인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참조기사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제주와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설립되고 나면, 추후에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영리법인 허용 방침을 철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 방침 철회를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에 따른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대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건·안전·환경 등 공공복지와 관련한 비차별적 조처는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아 제소 대상이 아니라던 정부의 기존 설명과도 어긋난다.

8월9일 외교통상부가 박주선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자료를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보건의료서비스는 개방하지 않았지만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은 예외“라며 ”영리병원을 제주 등에 설립해 운영하다가 별도의 보상 없이 (정부가) 폐쇄하는 경우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심대한 침해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돼 있다.

예컨대 영리병원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돼 제주 등에 영리병원이 설립될 경우, 의료비 과다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보상금을 주지 않는 한 영리병원을 다시 규제하거나 철회하는 정책을 펼 수 없다는 얘기다. 영리법원의 투자자가 정부의 정책 때문에 손실을 입었다며 우리나라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제소를 청구할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리병원을 제주와 경제자유구역에 시범 실시한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영리병원의 축소는 불가능하고 확대만 가능해진다“며 ”영리병원 탓에 의료비가 올라가도 정부가 이를 제재하는 보건의료정책을 더는 펼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정은주 기자, <한겨레> 8월10일치]

 

[참조기사2] 미 의료계 "FTA로 영리병원 장애물 제거될 것" (<한겨레> 11월14일치) "미국 의료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미국식 영리병원 설립의 걸림돌들이 제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더보기]"




이미 드러난 미국 영리병원의 폐해들



지난 2005년, 암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미국 텍사스대학의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가 양성자치료센터를 영리 목적의 투자를 받아 설립하고자 했을 때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지역의 관심은 양성자 치료의 효과·혜택과 더불어, 텍사스대학과 연계된 비영리병원이지만 비영리병원으로 간주될 수 없는 영리병원이 된 앤더슨 암센터의 미래에 대한 염려였습니다.


line » ■ endo는? 미국에서 현업 의사이자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는 의학자 ‘endo’(필명) 님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온라인 게시판에 유익한 글을 올려 주목받아왔습니다. 사이언스온의 독자이기도 한 endo 님은 생의학의 쟁점들에 관한 글을 부정기적으로 사이언스온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온

런 염려가 막연한 추측이 아니었음은 2006년 양성자 치료를 시작하던 해에 <월 스트리트 저널>에 보도된, 앤더슨 암센터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으로 분명해졌습니다. 주치의로부터 응급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어느 백혈병 환자가 앤더슨 암센터에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갔지만 이 환자의 보험으로는 치료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당했습니다. 병원은 10만 달러가 넘는 고액의 현금을 선불로 요구했습니다. 앤더슨 암센터는 이렇게 당장 지불 능력이 없는 저소득 계층의 치료를 거부하는 같은 방법으로 그 다음해에 상당한 재정적 호전을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들이 미국 전역에 걸쳐서 위급한 인간의 생명을 더 많이 구하고자 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인간 생명보다는 눈앞의 상업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 올해 5월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에 발표된 연구결과에서도 다시 확인된 바가 있습니다. 1998년부터 2007년 사이 18년 동안 미국 도시 지역들에서 응급 환자수는 증가했는데도 이 지역의 많은 병원들에서는 반대로 응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응급부(emergency department)가 폐쇄되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급 서비스를 중단한 병원을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으로 구분하면, 응급부를 폐쇄한 병원은 대부분 영리병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유시장 경쟁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과는 다르게 병원의 시장 경쟁이 심한 지역일수록 응급부가 많이 폐쇄되었습니다. 이로부터 병원의 경쟁이 심한 지역이고 영리병원일수록 앞으로도 응급부가 폐쇄될 위험성이 높게 예상된다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히 이 연구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응급부를 폐쇄한 병원들이 소수 인종이 많이 사는 지역, 가난한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연방법에 의해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응급환자일 경우에는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치료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영리병원들이 이런 지역에서 응급부를 많이 폐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은 영리병원이 어떠한 주장으로 포장을 하더라도 상업적 이익을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의 생명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연구의 결론은 병원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시장 중심 의료 서비스와 영리병원은 국민에게 공평한 의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며, 또한 절대로 불평등한 의료 혜택 문제의 해결 방안도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적 의료혜택, 의료 시장경쟁 체제엔 결코 없다



이렇게 볼때 국내에서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자유로운 의료 서비스의 경쟁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거나 혹은 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인구의 고령화나 그밖의 이유로 증가 가능성이 높은 응급환자들이 시기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부작용을 증가시킬 위험이 충분히 예상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학협회 저널>의 연구에서 폐쇄된 응급부의 숫자 중에는 병원 자체가 문을 닫으면서 응급부가 폐쇄된 경우도 많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영리병원이 수익성에 따라 병원 자체를 쉽게 포기하는 폐해까지도 더불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이런 부작용을 경험한 뒤에 다시 근본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려고 해도 한미 FTA 협정에 따라 외국 투자가 보호받을 경우에는 정부 규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예 문제 해결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 될 것입니다. 결국에는 미국에서 명백히 실패로 입증된 의료 시스템이 한미 FTA 협정으로 인해 한국 내에 고착화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미 FTA 협정 내용은 실패한 의료 시스템에서 오히려 이익을 보는 극히 일부 세력을 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실패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기위한 의료 개혁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실패한 의료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는 오바마 정부로부터 그 실패한 의료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는 이성적인 판단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바마로부터 자국의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자유구역에만 허용한다는 조건 자체도 장기적으로는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입니다.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 자본을 등에 업고 의료 민영화로 인한 상업적 이익을 보는 세력에 위해서 앞으로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해 나가면 결과적으로 전국의 주요 지역이 모두 의료 민영화 지역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에만 허용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전국의 주요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면 된다는 의도가 제거되었음을 제도적으로 확실히 보장받을 때에만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료 민영화는 미국에서 성공한 것으로 입증된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실패한 정책으로서 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된 정책을, 그것도 실패한 정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입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국민에게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주장을 요구하는 정부라면 스스로 먼저 과학적인 사실에 충실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을 것입니다.


영리병원과 각종 의료 민영화에 의해 상업적 이득을 꾀하는 극히 소수의 세력을 위한 정책 도입은 사회적 소외 계층이나 저소득 계층의 인명을 경시하는 반윤리적인 것이며,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도입하는 정부는 반윤리적인 정부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가장 이성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사람들로 구성된 정부가 이성을 잃고 있으면서 국민에게 이성을 찾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에게 정부와 똑같이 이성을 잃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참고자료]



Renee Y. Hsia, Arthur L. Kellermann, Yu-Chu Shen, PhD. Factors Associated With Closures of Emergency Departments in the United States. JAMA 2011.
http://jama.ama-assn.org/content/305/19/1978.short


The Wall Street Journal. Cash Before Chemo: Hospitals Get Tough. 2008
http://online.wsj.com/article/SB120934207044648511.html?mod=hpp_us_pageone


Proton-therapy costs vs. benefits debated. 2005
http://www.chron.com/news/houston-texas/article/Proton-therapy-costs-vs-benefits-debated-1920064.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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