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휴대폰 발암' 경고: 불확실성과 사전예방 다루기

[endo의 편지] (10)

WHO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가능' 판정 의미 되짚기


위험사회에서, 불확실성 문제는 어떻게 다뤄지는가?



 

 

00phone3 » 한겨레 자료사진

 


얼마 전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금까지 모인 제한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비이온화 방사선(non-ionizing radiation)인 전자파를 ‘뇌종양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는 등급’(2B 등급)으로 판정했습니다. 이는 술을 마신 뒤 숙취를 느끼게 하는 주 원인이며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흔하게 있는 유해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나 , 석면이 포함되지 않은 탈크(Talc)를 원료로 한 파우더, 그리고 살충제 디디티(DDT), 자동차 연료, 납, 또한 소금에 절인 음식 등의 암 유발 가능성과 같은 등급입니다. 또한 많은 언론들이 언급하듯이 커피와 같은 등급에 속해 있습니다.


이 판정의 근거가 되는 증거는 아직 불충분한 걸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일반화한 휴대전화 사용이 나중에라도 암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실하게 밝혀질 경우에 공중보건 차원에서 예상되는 광범위하고도 심각한 결과에 중점을 두어 ‘사전예방 원칙’을 적용한 판정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암 유발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예방 행동은 각자 개인의 몫이 됩니다. 즉, 이런 정보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어떤 예방 노력을 할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맡기는 것입니다.

 

 

 


증거 불충분해도 부작용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line » ■ endo는? 미국에서 현업 의사이자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는 의학자 ‘endo’(필명) 님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온라인 게시판에 유익한 글을 올려 주목받아왔습니다. 사이언스온의 독자이기도 한 endo 님은 생의학의 쟁점들에 관한 글을 부정기적으로 사이언스온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온

1970년대에 전력선에서 발생되는 비이온화 방사선이 어린이한테 백혈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이래, 비이온화 방사선의 건강 위험에 대한 관심이 증가됐는데 이와 동시에 과학자들 사이의 논란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휴대전화의 비이온화 방사선에 관한 것도 이런 논란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또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될 정도로 대중화한 휴대전화의 비이온화 방사선 문제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더 이상 변방의 논란이 아니라 심각한 공중보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번에 세계보건기구의 이런 판정이 나온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으로는 비이온화 방사선의 전반적인 열 효과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미국 식약청(FDA) 등이 권고하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을 제시할 때 휴대전화 산업의 상업적 이해관계를 일부 반영한 것과는 다르게, 오로지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정부의 허용기준치 또는 안전기준치가 실제적인 안전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판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도 인식하듯이, 휴대전화에 ‘확인된 발암물질’이라는 판정이 내려지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적 증거와 동물실험의 증거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 없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비이온화 방사선이 유전자(DNA) 손상을 직접 일으킬 만큼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과학계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또한 뇌세포 조직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는 비이온화 방사선에 의한 열 발생 뿐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비이온화 방사선이 암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발견된 것도 아니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른의 경우에, 하루 평균 30분씩 10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때 위험은 40%가량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바와 같이, 이번 판정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삼아 휴대전화의 장기적인 부작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약점 때문에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비이온화 방사선의 흡수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물들에 대한 비판들은, 주로 연구 결과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판을 조금이나마 비껴가는 견해가 종양 유발의 직접 원인이라기보다는 종양이 발생했을 때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00phone2 » 한겨레 자료그림

 

 

 


계속되는 휴대전화 위험 가능성 논란들


 

그러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비이온화 방사선의 부작용 가능성이 장기적인 암 유발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논란의 촛점을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판정에 국한해 바라보는 것도 역시 제한된 정보에 의존하는 잘못된 판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인한 단기적인 건강 위험 논란도 이미 제시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2월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에는 50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때의 두뇌를 찰영해보니 휴대전화 안테나에 가까이 닿았던 두뇌 부위에서 뇌 포도당 대사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현재 휴대전화의 사용으로 인한 뇌 포도당 대사의 증가 수준이 두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으므로, 이것을 바탕으로 어떠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지만 뇌 포도당 대사 자체는 뇌가 정상 기능을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므로 장기적인 영향 이외에 비교적 단기적인 측면에서도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널에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이런 연구 자체에 허점이 있다는 반론들이 같은 저널에 즉시 제기되었듯이, 이와 관련한 논란은 앞으로 장기적인 논란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또 한편으로 우려되는 현실은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인지는 몰라도 휴대전화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판정 결과에 부정적인 시각을 강조하기 위하여 같은 등급에 있는 커피와 휴대전화를 무작정 비교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입니다. 커피와 암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5월에는 하루 다섯 잔 이상의 커피가 여성의 유방암 위험을 낮출지도 모른다는 스웨덴의 연구결과가 나왔고 남성의 악성 전립선암의 위험을 낮출지도 모른다는 하버드대학의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듯이 커피의 긍정적인 효과는 꾸준히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커피의 이런 긍정적인 측면과 휴대전화를 무작정 비교하는 것은 세계보건기구가 왜 커피를 암 유발 가능성 물질에 포함시켰는지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없는 단순한 비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판정을 과소평가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단순한 비교를 제시한다면, 이는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커피와 단순비교는 휴대전화 고유의 문제 놓칠 우려


 

세계보건기구의 커피에 대한 발암 가능성 물질 판정은 방광암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방광암을 제외한 어떠한 암에 대해서도 발암 가능성 물질로 커피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커피가 대장암이나 직장암에 대한 예방 기능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커피의 ‘방광암 유발 가능성’과 휴대전화의 ‘뇌종양 유발 가능성’이 같은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입니다. 유방암이나 악성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 다섯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것과 방광암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커피를 하루 다섯 잔 이하로 마시는 선택 중에 어느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하여 과학은 아직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각자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몫인 것입니다.


따라서 불충분한 증거에 기반을 두고 사전예방의 원칙에 바탕을 둔 판정이라 하더라도, 세계보건기구는 현재의 과학적 증거 수준이 유해성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판정은 휴대전화가 신체에 전혀 무해하다는 명백한 결론이 나기 이전까지는 유효할 것입니다. 직간접의 상업적 이해관계나 그밖의 이해관계로 인해 대중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판단을 내리는 데 방해를 받지 않도록 이런 사실들이 오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요 참고자료]


Jingmei Li, et al.,  Coffee consumption modifies risk of estrogen-receptor negative breast cancer. Breast Cancer Research, 2011.

http://www.medpagetoday.com/upload/2011/5/13/bcr2879.pdf


Kathryn M.  et al., Coffee Consumption and Prostate Cancer Risk and Progression in the 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 JNCI J Natl Cancer Inst  2011.

http://jnci.oxfordjournals.org/content/103/11/876.abstract


Nora D. Volkow, et al., Effects of Cell Phone Radiofrequency Signal Exposure on Brain Glucose Metabolism, JAMA 2011.

http://jama.ama-assn.org/content/305/8/808


Cell Phone Activation and Brain Glucose Metabolism__Reply (관련 논쟁)

http://jama.ama-assn.org/content/305/20/2067.2.extract


WHO/IARC Classifies Radiofrequency Electromagnetic Fields as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2011.

http://www.iarc.fr/en/media-centre/pr/2011/pdfs/pr208_E.pdf


WHO/IARC, Coffee, Tea, Mate, Methylxanthines and Methylglyoxal: Summary of Data Reported and Evaluation.

http://monographs.iarc.fr/ENG/Monographs/vol51/volume5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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