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진의 "문학 즐기는 과학자의 요즘 과학 산책"

통계학을 통해 과학을 다루며 틈틈이 문학 활동도 즐기는 고대진 교수가 생물의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요즘 과학의 이야기를 찬찬히 전한다. 그의 이야기엔 간간이 문학 이야기가 섞인다. (예전에 틈틈이 썼던 글을 보강해 다시 쓰거나 새 글을 씁니다)

새소리로, 초음파로, 벤조가락으로…개구리의 의사소통

색다른 울음소리로 노래하는 개구리들


00frog1.jpg » 코키 개구리. (※ 화면을 클릭하면 노래소리 담긴 유뷰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youtu.be/KPuSAlgvxNM


경과학 학회에 참가하기 위해 푸에토리코에 머물 때였다. 밤에 바닷가를 거닐다 방에 들어가는데 아름다운 새소리가 호텔 주위의 나무에서 울렸다. 마치 멋있는 여자가 거리를 걸어갈 때 좀 불량끼가 있는 남정네들이 길거리에 앉아서 여자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감탄사를 연발하듯이 휘파람을 휘익~ 불듯이 유혹하는 그런 소리였다. 아마도 호텔에 앵무새나 훈련된 새가 있어 손님들이 오가면 나무 위에서 희롱이라도 하는 듯이 노래를 하는구나 싶었다.



새소리로… 코키~코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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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무를 아무리 찾아 보아도 새는 흔적도 보이지 않아 호텔 기념품점에 있는 종업원에게 밤에 나무에서 노래하던 새가 어떤 새냐고 물었더니 새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코키’라는 개구리가 노래하는 것이란다. 코키? 개구리? 정말 개구리가 아름다운 새소리를 낸단 말이지? 하고 돌아보니 작은 개구리가 그려져 있는 기념품들이 많았다. 책을 찾아 보았더니 코키는 푸에토리코에 사는 2.5 센티미터 정도의 나무에 사는 개구리로 해가 지면 높은 음으로 코키~코키~ 하며 노래를 시작하여 밤새 노래를 한단다. 내가 머물던 일주일 동안에도 어둑어둑 해가 지면 코키~코키~ 휘파람 불듯 노래를 시작하여 밤새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가 나중엔 자장가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 깊이 잠들게 했다.

[코키 세레나데]


코키도 다른 개구리들처럼 수컷만 노래하는데 암컷을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저녁 어둠에서는 코퀴~코퀴~ 하며 노래하다가 새벽이면 코키키키~ 코키키키~ 코키키키~ 하고 노랫말을 바꾼단다. 그리고 해가 뜨면 집에서 골아떨어져 자다가 다시 저녁이면 나와 노래하기 시작한다니, ‘저녁에 우는 개고리는 님이 그리워 운다’ 라고 노랫말을 바꾸어도 무방할 것 같다.


코키는 양서류에 속하지만 개구리와 달리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없고 발가락에 흡판이 있어 높은 나무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올챙이 시절을 거치지 않고 알에서 바로 코키가 된다는 것이 개구리와 다른 점이다. 모양은 우리가 아는 개구리와 똑같다.  개발 붐으로 삼림이 점점 줄어 들어 멸종 위기에 처한 이 푸에토리코의 코키가 아름답게 암컷 코키를 유혹하는 노래를 들으면 살아 있는 것들의 의사소통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초음파로… 폭포 곁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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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노래를 부르는 개구리도 있지만 초음파로 노래하는 개구리도 있다. 중국 상하이 서쪽 항샨 온천의 폭포수 근처에서 살고 있는 아몰로프스토르모투스(Amolopstormotus)라는 학명의 개구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써서 노래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최근에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알버트 펭(Feng) 교수와 동료들에 의해 발견되었다((2006년 네이처 게재). 박쥐나 돌고래가 초음파를 써서 의사를 소통하는 것은 알려졌지만 개구리 같은 양서류 동물도 초음파를 써서 의사를 소통하는 것은 처음 알려진 것이다.


00frog_feng_frog.jpg » 펭(Feng) 교수와 초음파로 우는 개구리(오른쪽).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펭 교수와 동료들은 개구리가 어떻게 시끄러운 환경에서 수많은 수컷 개구리 중 자기가 원하는 노래를 부르는 개구리의 위치를 위치를 추적하여 다가가는지, 이에 대한 신경과학적 매커니즘(neural mechanism)을 연구하여 더 좋은 보청기를 만드는 데 쓰려 하고 있다. 출처/ http://www.sciencemuseum.org.uk/antenna/ultrasonicfrogs/images/albert.jpg  보통 개구리의 귀는 밖으로 불룩 나왔는데 이 개구리는 귀가 안으로 쏙 들어가 있고 폭포수 같은 격류가 흐르는 곳에 살므로 “쏙 들어간 귀의 격류 개구리(concave-eared torrent frogs)”라고도 불리는데, 펭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폭포수 소리 속에서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 남으려니 폭포수 같은 시끄러움을 뚫고 전해지는 소리의 주파수가 필요하고 또 그런 곳에서 살려니 초음파를 감지할 얇은 귀청을 큰 소리로부터 보호해야 하므로 귀도 안으로 쏙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초음파를 통해 폭포소리를 뚫고 의사소통을 할 방법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런 능력을 가진 개구리들이 살아남아 새로운 종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수컷 개구리는 다른 수컷이 노래하는 것을 들으면 자기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여러 개구리가 한꺼번에 합창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왜 개구리는 노래할까? 코키처럼 님을 부르는 것만이 전부일까? 초음파로 노래하는 개구리를 보면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 개구리의 수컷은 귀가 쏙 들어가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데 암컷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컷은 노래를 하지만 이 암컷은 노래를 듣고 선택하는 역을 맡기 때문에 암컷이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는 것은 초음파의 노래가 암컷을 부르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한다. 아마도 수컷이 암컷을 부를 때는 다른 수컷과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음파를 들음으로써 다른 수컷이 어떻게 하는지 감시할 수 있고 또 여기는 내 영역이니 다른 수컷은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보를 초음파로 전하고 있을지 모른다.



벤조 가락으로에메이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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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노래가 그저 암컷을 부르는 소리만이 아니라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최근에는 ‘에메이 노래 개구리(Emei music frog)’라는 개구리의 노래와 이에 대한 암컷의 반응을 분석한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biology letters, 2011년 12월). 이 개구리의 노랫소리는 꼭 벤조를 뜯는 소리 같다고 한다. 이 논문에 의하면, 수컷 개구리는 노래를 통해 사랑을 나눌 자기 집이 얼마나 좋은지 광고를 한단다. 심지어 집의 입구의 크기와 집의 깊이까지도 말이다.


암컷 개구리는 집 없이 밖에서 부르는 노래보다 굴 안에서 부르는 노래에 더 반응을 잘 한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새들은 수컷이 만든 둥지를 직접 검사해보고 나서 함께 살지 결정하는데 개구리는 노래를 듣는 것으로 그런 검사를 대신하는 것 같다. 숫컷이 부르는 소리를 평가함으로써 그 집까지 가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또한 그 집에 갔다가 생길 위험 부담을 덜게 하고 가장 좋은 신랑감을 찾는 것이랄까? 재력을 결혼 조건으로 삼고 신랑을 구하는 여자들이 있다면 이메이 개구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환경을 극복하는 특이한 의사소통의 방법을 가진 개구리들…. 생각해보니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살던 제주도에서도 바람소리를 뚫고 갈 의사소통 방법이 필요해서인지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니 목소리 큰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더 쉽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어디 바람 많은 제주도뿐이랴. 한참 전에 엘에이의 한 식당에 갔는데 폭포수 근처에서 살던 사람들인지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부는 곳에서 온 사람들인지 엄청 큰 소리로 식당 전체를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기들이 자랑하듯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아마 다른 곳에서 먹다가 너무 시끄럽다고 쫓겨난 사람들인 것 같았다. 푸에토리코의 코키나 향샨의 개구리 같이 아름다운 노래로나 초음파로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겠나 생각해보지만 우리 집 연못의 개구리 같이 억양 강한 어느 지방 사투리로 방방 떠드는데 정말이지 밥맛이 다 가시는 것이었다.


조금 불쾌해져서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치고 빠져나오면서 내가 말했다. 저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큰 폭포가 있거나 천둥이 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일 거에요. 그런 곳에 사는 개구리들이 폭포수 소리를 가로지르는 초음파로 노래를 부르거든요. 내 말을 듣던 누나가 곁에 있던 매형에게 묻는다. “여보, 당신 고향 근처에 큰 폭포수가 있어요?” (아이쿠, 매형 고향이 그곳이었지!)



참고 자료와 문헌



코키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KPuSAlgvxNM

코키 세레나데: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endscreen&v=C24IOVRYC08&NR=1

초음파로 이야기하는 개구리: http://www.sciencemuseum.org.uk/antenna/ultrasonicfrogs/

에메이 노래 개구리(Emei music frog)가 굴 안에서 부르는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dzmOktn37R4

Jianguo Cui et. al. Real estate ads in Emei music frog vocalizations:female preference for callsemanating from burrows. Biol. Lett. doi:10.1098/rsbl.2011.1091 Published online

Feng AS et. al. Ultrasonic communication in frogs. Nature 440: 333-336, 2006.

Shen, J.-X. et. al. Ultrasonic frogs show hyperacutephonotaxis to the female‘s courtship calls. Nature, 453, 914-9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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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진 미국 텍사스대학(산 안토니오) 교수, 통계학
과학의 문제를 통계 모델로 접근하는 과학도이다. 미국 텍사스대학(산 안토니오)의 통계학과 교수로 있으며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등을 강의하며 연구하고 있다. 문학과 신경과학 등에 관심이 많으며 과학과 문학을 연결하는 글을 써오고 있다.
이메일 : djko.sananton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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