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의 "공각기동대, 그리고 기계, 뇌, 인간"

놀라운 과학 현실감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주요 작품을 스케치하면서 거기에 깃든 뇌과학의 최근 흐름과 인간 존재에 던져지는 근본 물음을 짚어본다.

‘스스로 배우며 느끼며’ 타치코마의 인공지능? 진짜지능?

[2] 전차로봇 타치코마와 ‘지능’


00tachikoma1.jpg » 인공지능을 갖춘 전차로봇 '타치코마'. 출처/ <공각기동대>



“이것은 우주가 만들어낸 오늘날의 최종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점입니다. 우주가 만들어낸 마지막 작품입니다.”

-헨리 마크람, TED 강연에서 뇌의 신피질을 설명하며


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답게 보이는 외모일까? 혹은 신이 내려준 고귀한 영혼일까?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대답은 우리가 인간답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즉 지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능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확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하겠다. 지능에 대한 정의는 여러 학자들이 제각각 조금씩 다른 대답을 내놓지만 그 누구도 인간이 갖고 있는 ‘그것’을 정확히 묘사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공각기동대>에는 다양한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한다. 오로지 전투만을 수행하는 데 특화된 전투로봇도 있고, 다양한 일상 활동을 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도 등장한다. 이들도 인간의 명령이나 외부 자극에 반응해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며 문제 해결을 해내기 때문에 공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지능’이라는 것을 충분히 갖춘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로봇들이 인간적이냐 하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타치코마’라는 귀여운 전차로봇이 있다. 공안9과 요원의 전투를 지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인공지능 전차로봇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인간적인 지능이 발달하게 되고 점점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타치코마가 보여주는 이런 인간적 지능의 출현이 실제로 가능할까? 이번 이야기에서는 타치코마들의 지능을 이야기하는 에피소드와 함께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기 위해 최근 유럽연합과 미국에서 시작하고 있는 거대 연구 프로젝트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타치코마의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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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코마는 공안9과 요원의 전투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전차로봇이다. 어쩐 일인지 기지에서 휴면 상태에 있던 타치코마들 중 한 대가 원인 모르게 작동해 멋대로 시내를 배회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미키라는 여자아이를 만나는데, 미키는 자기 집을 나간 강아지 로키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친절한 타치코마는미키에게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겠노라고 약속하고는 동행하게 되는데….

00T2.jpg » 출처 / 공각기동대

하지만 사실 미키는 잃어버린 로키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평소 건강하지 않았던 미키의 강아지가 어느날 집을 나가 어디론가 가 버렸다는 부모님의 말을 듣자마자, 미키는로키가 가출한 게 아니라 사실은 죽어서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음을 눈치챘다. 그런데도 미키는 자신이 이 슬픈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것을 부모님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이렇게 강아지를 찾아다니는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타치코마는로키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미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또 억지로 윤활류를 눈물처럼 흘려도 보았지만, 여전히 타치코마는미키의 감정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00T3.jpg » 출처 / 공각기동대

타치코마가 뛰어난 인공지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데도 미키의 마음만은 도통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그것은 타치코마가 인간 감정 같은 것을 이해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듣는다. 이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은, 단어에 담긴 뉘앙스 때문에, 마치 우리 인간이 지닌 지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인간 지능을 모사해 만들어낸 지능이라는 뜻은 아니다. 공학적인 측면에서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었던 어떤 행동을 해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말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인간의 그것과 비슷해 보일 수야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지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00T4.jpg » 채팅로봇 ‘심심이’의 대화 장면. 출처/ 심심이웹사이트 (www.simsimi.com) 예를 들어 잘 알려진 채팅로봇인 ‘심심이’라는1) 서비스(오른쪽 그림: 인터넷 웹과 스마트폰앱 등으로 서비스되는 채팅 프로그램)를 살펴보자.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에 대해 그때그때 그럴싸한 대답을 내놓는 심심이는 겉보기에는 마치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듯이 보인다. 심지어 가끔 개그도 치는데 퍽 그럴듯해서 심심할 때 갖고 놀면 재미있다.


그렇다고 이 채팅로봇이 정말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서 대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이 로봇은 사용자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적절한 대답을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적절하게 반응할 뿐이다. 이런 알고리즘을 준비해 둔 것을 두고 인간처럼 ‘지능’이 있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행동에서 지능적인 것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 지능을 갖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지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능에 관해 흥미로운 가설을 던져주는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 > (원제: On Intelligence)‘의 저자인 제프 호킨스(Jeff Hawkins) 같은 사람은 인간의 것과 같은 지능을 종래의 인공지능과 구별해 ’진짜지능(Real Intelligence)‘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2) 학자마다 인간이 지닌 지능이라는 특성에 대해 생각이 다르고 또 그것을 정확히 묘사하기에는 우리 언어의 표현에 한계가 있지만 아마도 누구나 우리의 ’진짜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이런 중요한 특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거의 감도 못 잡고 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할 것이다. 수많은 인공지능 공학자들이 지적인 기계를 위해 수백만 년 진화의 결정체인 인간 지능을 본뜨지 않고 스스로 전혀 다른 알고리즘을 만들어 쓴 이유도 우리 지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HBP: 뇌의 세계, 모르면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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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굉장한 일을 해내는 기계가 있다고 하자. 일하는 것을 보니 대단하긴 한데 작동 원리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안을 들여다 보니 내부에 이어진 전기배선과 회로기판이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복잡해서 실제로 어떤 원리로 이 기계가 작동하는지는 알지 못하겠다. 이럴 때 기계가 동작하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


지난 수십 년 간 뇌과학자들은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자 각각의 신경세포가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또는 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자극을 주면 뇌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자세히 뜯어보고 관찰해왔다. 기계의 전선 하나하나와 부품 하나하나를 열심히 뜯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로 엄청난 양의 연구결과와 이론들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뇌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뇌의 ’창발적‘ 성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창발적 성질이란 개개의 특성이 모여서 함께 작용할 때 전혀 다른 새로운 성질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흔히 쓰는 비유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것이다. 창발적 특성을 지닌 대상은 개개 부품을 놓고 보아서는 그 작동 원리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계속 뜯어보려고만 하지 말고 실제로 그 전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여기저기 잔뜩 뜯어봤기 때문에 우리는 뇌 구조를 상당히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작동 원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만들어보면 될 것 아닌가?

00T5.jpg » 휴먼브레인 프로젝트 홍보영상. 출처 /휴먼브레인 프로젝트 공식사이트 (www.humanbrainproject.eu)

이런 발상에서 올해 1월 28일 유럽연합은 유럽 전역의 86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휴먼브레인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를 출범시켰다. 10년 동안 1조5천억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실제 인간의 뇌를 슈퍼컴퓨터에서 그대로 구현하여 시뮬레이션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3) 종래의 많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지능의 결과물인 ’행동‘을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둔 반면에, 휴먼브레인 프로젝트는 진짜지능의 내면을 구성하는 인간 뇌의 구조를 신경세포 수준까지 그대로 모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기계가 무슨 행동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덮어놓고 그대로 베껴놓고 결과를 보는 것이다.


00T_HBP.jpg »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 헨리 마크람 박사. 출처/휴먼브레인 프로젝트 공식 사이트 (www.humanbrainproject.eu)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생각해 보니 그리 엄청난 돈 같지도 않다. 나는 강바닥을 뒤집기 위해 4년 동안 그 10배가 넘는 돈을 투자한 어느 작은 나라를 알고 있다)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아이디어가 아니다. 휴먼브레인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의 마크람 박사는 2005년부터 쥐의 뇌(피질)를 슈퍼컴퓨터에서 구현하는 블루브레인 프로젝트(Blue Brain Project)를 이끌어 왔다. 지금도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인간과 체스 시합을 벌여 유명해진 아이비엠(IBM)의 ’딥블루‘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쥐의 뇌를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보여준 가능성을 바탕으로, 마크람 박사는 휴먼브레인 프로젝트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휴먼브레인 프로젝트는 정말 인간만이 지닌 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 신경망 시스템 같은 신경모사(neuromorphic)를 표방하는 종래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신경세포의 특징 일부만을 이용하여 신경세포를 아주 단순한 연결선 정도로 이해했던 반면에, 휴먼브레인 프로젝트는 우리가 아는 신경세포의 구조 자체를 분자 수준까지 그대로 베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경세포는 흔히 생각하듯이 단순한 전기신호 전달자가 아니다. 스스로 외부의 전기신호에 대해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변형해 외부에 전달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컴퓨터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을 위해서 개개의 신경세포는 ’이온채널‘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종류의 연산도구를 갖추고 있다. 어떤 신경세포가 그 전 단계의 신경세포 혹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신호를 받으면 이들 이온채널들은 그 신호에 반응하여 각각 또 다른 입력들을 만들어 내고 이들의 총체적 작용이 신경세포에서 고유 연산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연산의 결과는 또 다음 단계의 신경세포로 넘어간다. 마크람 박사에 따르면 이 신경세포 하나를 컴퓨터 위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략 노트북컴퓨터 한 대가 필요하다고 한다.4) 인간의 뇌는 800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간의 시냅스(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의 개수는 그 수천 배에 달한다.5) 인간의 뇌 하나를 구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세한 신경세포의 구조까지 구현하자는 전략은 진짜지능을 구현하기에 훌륭한 전략 같아 보이지만,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에는 이런 전략에서 파생되는 어떤 함정도 숨어 있다. 세세한 신경세포의 구조와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우리는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뇌과학자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연구결과를 쏟아냈지만 아직도 우리 뇌의 모든 구조를 파악하지는 못했다.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에는 이런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포함돼 있지만 앞으로 수 년 안에 모든 구조를 파악하기는 극히 어려워 보인다. 베껴야 할 대상의 구조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면 어떻게 제대로 된 복사본을 만들 것인가?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최근 또 다른 빅 뉴스가 있다.

00T7.jpg »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에서 모델링 하는 신경세포들의 모습(왼쪽)과 기존 신경망 알고리즘에서 사용하는 신경세포(오른쪽)의 모습. 실제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들과 무수한 접촉을 통해 신호를 주고 받는다. 또한 무수하게 뻗어 있는 각각의 가지에는 전기적 활성을 조절하는 다양한 종류의 '이온채널'이라는 장치들이 수없이 장착되어서, 입력 신호에 반응해 고유의 전기적 반응을 만들어낸다. 신경세포의 이런 전기적 연산작용 매커니즘은 아직까지도 전부 밝혀져 있지 않으며 앞으로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반면에 기존 신경망 알고리즘에서 이해하는 신경세포라는 것은 단순한 네트워크의 노드로서, 각각 프로그래밍 된 연산을 수행하여 출력을 내보낸다. 출처/ <Nature>에서 인용, 변형



BAM: 뇌 활성과 정보 흐름의 지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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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과거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필적하는 또 다른 국가 연구 프로젝트인 브레인 액티버티 맵(Brain Activity Map, BAM)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의 대항마 격인 이 BAM 프로젝트에는 앞으로 10년 간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의 두 배에 달하는 3조 원가량의 연구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6)


00T8.jpg » BAM 프로젝트 출범 발표를 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출처 /ABC News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BAM 프로젝트는 정확히 무엇을 이루기 위해 진행되는 것일까? BAM 프로젝트의 목표는 우리 뇌의 ‘모든’ 신경세포의 활성을 지도로 작성하는 것이다. 종래의 뇌과학자들은 우리 뇌의 활성을 측정하기 위해 많은 수의 미세전극을 뇌에 심어서 각각의 전극에서 측정되는 전기신호를 기록했다. 이 방법은 개개의 신경세포 활동을 자세하게 기록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관측할 수 있는 신경세포의 수는 몇 개 되지 않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 뇌 전체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뇌기능 자기공명영상술(fMRI) 또는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술(PET) 같은 뇌영상 기술은 뇌 전체의 활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해상도가 충분하지 않고 신경세포의 직접적인 전기신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 관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BAM 프로젝트에서는 최근 개발된 여러 측정기술을 이용해 더 개선된 새로운 측정기술을 개발하여 신경회로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신경세포의 전기활성을 한꺼번에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 방법을 통해서 신경회로의 기능적인 연결을 전부 파악함은 물론 개개의 신경세포 활성도 전부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BAM 프로젝트 고안자들은 설명하고 있다.7)

00T9.jpg » 제브라피시 유충의 뇌신경세포 영상. 조그마하게 보이는 각각의 밝은 점들이 개개의 신경세포들이다. 수많은 신경세포가 동시에 활성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Nature Method>

한 예로서, 오른쪽 그림은 제브라피시라는 조그만 물고기의 유충의 전체 뇌 활성을 개개의 신경세포 수준에서 관측한 것이다.8) 자세히 보면 밝게 빛나는 조그만 점들이 잔뜩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활성을 띄는 신경세포들이다.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한 이 기술은 세포 하나하나의 전기활성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써 뇌 안의 신경세포들의 기능적 연결을 파악하는 데 크나큰 역할을 했다.


이런 뇌 신경세포들의 전체 활성을 관찰하는 것은 앞에서 얘기한 뇌의 창발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종래에 과학자들이 신경세포들의 기능과 연결을 부분적으로 관찰한 것을 기계의 전선 하나하나, 부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데 비유한다면, BAM 프로젝트를 통해 뇌 전체의 신경세포 활성 지도를 그리는 것은 기계가 실시간으로 동작하는 모습을 청사진과 비교해가며 관찰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BAM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극히 일부 신경세포들의 활성을 측정하던 한계에서 벗어나서 흩어져 있는 신경세포들 간의 정보 교환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보가 전달되는 모든 회로를 파악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연구는 뇌의 이해에도 중요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와 같이 인간 뇌를 그대로 모사한 진짜지능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연 이들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진짜지능을 가진 기계를 보여줄 것인지 앞으로 십 년 뒤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진짜지능‘의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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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정치인들의 거래로 희생양이 된 공안9과는 해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뿔뿔이 흩어진다. 하지만 한 명씩 특수부대의 추적에 포획되고, 공안9과의 부대장 격인 바트 혼자 간신히 빠져나와 저항하면서 버티지만 특수부대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위기에 빠지고 만다.

00T10.jpg » 출처 / 공각기동대

전투로봇 적합성의 문제 때문에 일찌감치 공안9과를 떠나서 뿔뿔이 흩어져 있었던 타치코마들은 공안9과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방송을 통해 듣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모여 도주 중인 요원들을 돕기로 한다. 전장으로 달려간 타치코마들은 간신히 바트를 위험에서 구해내지만 해군 특수부대의 강력한 공격력 앞에서 하나하나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게 되는데….

00T11.jpg » 출처 / 공각기동대

마지막으로 남은 타치코마는 자폭하는 길 외에 바트를 구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알고는 마지막 공격을 준비한다. 그러던 중에 타치코마는 이제 더 이상 바트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예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뭔가 다른 상태를 경험한다. 타치코마는 ’스스로 느끼는‘ 새로운 상태를 의아해 하지만 왠지 눈에서는 윤활류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특수부대 공격로봇과 함께 폭발해 사라지고 만다. 타치코마가 그 생애의 마지막에 획득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마지막에 강아지 로키를 잃고 슬퍼하는 미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00T12.jpg » 출처 / 공각기동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엄청나게 발전시켜 왔다. 도로의 흐름을 통제하는 신호등 시스템, 편리한 정보검색을 도와주는 자연어 검색 알고리즘, 번역 알고리즘…. 인공지능 기술은 이렇게 우리 생활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미래를 한층 더 윤택하게 해줄 것이 분명하다.


2012년 국제 반도체기술 로드맵(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 for Semiconductors)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향후 가장 가능성이 큰 해결 방법 중 하나는 뇌 구조를 모사한 하드웨어 장치를 이용한 신경모사 기술이라고 한다.9)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 중 하나는 힘든 프로그래밍 없이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배우는 신경모사 지능형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해내지 못한 진정한 ’이해‘를 해내고 인간과 교류하는 ’신경로봇‘의 개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10)


지금까지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능을 가진 로봇을 그려냈다. <터미네이터>나 <아이,로봇>과 같은 영화에서는 지능을 가진 로봇에 의해 공격을 당하는 인간을 그려내기도 하고 <에이.아이.(A.I.)> 와 같은 영화에서는 가슴 짠한 모습의 로봇을 보여주기도 한다. 앞으로 나타날 진짜지능을 가진 로봇들의 모습이 어떨지는 정확히 상상하기 힘들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인류을 위협하는 미래 로봇지능을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지능을 가진 로봇이라고 해서 꼭 인간과 같은 욕망을 갖는 로봇이라고 상상할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욕구나 행동양식을 제거한 지능의 기계는 인간에게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편리한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더구나 타치코마 같이 유쾌하고 재미있는 성격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집에서 키우고 싶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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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생/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뇌를 들여다보고 있다. 뇌에서 일어나는 계산과정을 신경생리학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 hongsu02@gmail.com       트위터 : @hongsu02      
블로그 : http://brainwhisp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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