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의 "공각기동대, 그리고 기계, 뇌, 인간"

놀라운 과학 현실감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주요 작품을 스케치하면서 거기에 깃든 뇌과학의 최근 흐름과 인간 존재에 던져지는 근본 물음을 짚어본다.

뇌 신경 자극으로 동물 행동을 조종하다

[6] 마인드콘트롤과 행동 제어


…그렇다면 동물의 뇌 회로를 적절한 방법으로 자극할 수 있다면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이 인질범의 뇌와 몸을 조종한 것처럼 다른 동물의 움직임을 직접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 뇌의 운동 조절 능력을 이용해 동물의 움직임을 조종하려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

00braincontrol1.jpg » 미국 기업 ‘백야드브레인스(Backyard Brains)’가 판매하는 로보로치(RoboRoach) 키트를 사용해 제작한 사이보그 바퀴벌레. 바퀴벌레의 더듬이에 있는 신경세포를 자극해 바퀴벌레의 움직임을 조종한다. 블루투스 무선 송수신 장치를 등에 이고 있는 바퀴벌레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조종하는 방향으로 기어간다. 출처/ https://backyardbrains.com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는, 사람 뇌와 외부 네트워크의 연결이 사람들 사이에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종하는 편리한 세계를 창조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에서 허락 없이 자신의 뇌에 접속한 침입자에 의해 자신의 몸이 지배당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의식이 멀쩡히 깨어 있는데도 뇌와 몸이 자기 의지가 아니라 외부의 다른 사람에 의해 조종돼 엉뚱한 일을 저지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의 자유의지는 이런 공격에 저항할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이 완전히 터무니 없는 망상은 아니라는 듯이 현대 신경과학기술은 이미 뇌를 직접 조종해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는 기술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테러범들의 뇌에 침입해 행동을 조종하며 진압작전을 펼치는 <공각기동대>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의 활약을 소재로 삼아서, 이른바 ‘마인드 콘트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뇌 신경 자극을 통한 동물행동 조종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쿠사나기의 테러 진압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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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braincontrol2.jpg » 출처 / 공각기동대

도심 한복판의 고층 빌딩.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가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진압을 위한 작전을 짜려 하지만 수많은 인질이 붙잡혀 있다는 사실 외에는 내부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 내부에 침투해 상황을 알아 보려는 시도는 번번히 인질범들의 철통 같은 방비에 막혀 허사로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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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난관에 빠지고, 이제 경찰한테서 사건 해결의 임무를 위임 받은 공안 9과의 리더 쿠사나기 소령이 인질범 중 한 명의 뇌를 해킹하기로 한다. 인질범 중 한 명의 뇌에 접속한 쿠사나기 소령은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조종하며 그의 눈으로 사건 현장을 샅샅이 조사하고 돌입 작전을 세운다. 인질범은 자기 의지에 반해 움직이는 자신의 몸을 제어해 보려고 애쓰지만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고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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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되는 인질범은 심지어 경찰 공격에 대비해 매복하고 있는 동료 인질범들을 향하여 총질을 해대며, 싸울 채비를 하던 인질범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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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우왕좌왕하는 인질범들을 성공적으로 소탕하는 공안 9과 대원들. 쿠사나기 소령의 뛰어난 해킹 기술을 통해 손쉽게 인질범들을 진압할 수 있었던 공안 9과는 이후에 비공식적인 비밀 임무에서 풀려나 당당히 새로운 공안부서로서 활동하게 된다.



'뇌는 몸의 움직임을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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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우리 뇌는 왜 존재하지?’ 하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누구나 막연히 우리 뇌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 뇌가 있기에 우리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생물체에서 뇌의 역할은 정확히 무엇이냐는 물음을 받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때가 많다.


리는 생각하는 동물이니, 뇌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또는 컴퓨터와 자주 비교되는 것을 보니, 뇌는 뭔가 계산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또는 오감을 통해 세상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일까?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뇌의 존재 이유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답은 “뇌는 몸을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지 않을까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신경과학자 다니엘 월퍼트(Daniel Walpert)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뇌는 생각하거나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움직임을 조종하기 위해 진화했다.”[1]


우리 뇌가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고 계산을 수행하고 또 뭔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뇌가 오랜 동안 시험해본 자신의 다양한 형태 중에서 고도의 진화를 이룬 소수 생물종에 나타나는 부수적 특성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렁이가 미적분을 계산하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에 관해 사색할 수 있다고 해서 생존에 무슨 유리한 점이 있을까? 반면에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움직임을 만들려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얼마나 많이 움직일지, 어떤 움직임을 만들지와 같은 수많은 판단을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신경을 발달시켜야 하고 몸의 모든 근육을 정확히 움직이기 위한 운동신경도 발달시켜야 한다.


00braincontrol6.jpg » 멍게의 일종(Clavelina moluccensis). 이 종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멍게는 움직이며 살아가는 유생 시절에는 뇌에 해당하는 신경계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가 성체가 되어 바위에서 고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자기 뇌를 소화해 없애고는 식물과 같이 살아간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런 모든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생명체는 뇌라는, 생명 유지 자체로는 별 필요가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아주 사치스러운 기관을 탄생시킨 것이다 (쉬고 있는 사람이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 중 20%에 가까운 양이 오로지 뇌에 의해 소비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을 비롯해 움직이지 않는 고착 생물들에는 뇌가 없다. 수동적으로 외부에서 흡수한 물질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고 자신의 덩치를 키우며 자손을 퍼트리는 데에는 뇌가 수행하는 복잡한 기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뇌 기능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있다. 바다에서 고착생활을 하는 멍게의 경우다. 멍게의 여러 종은 유충 시절에 스스로 움직여서 이리저리 떠돌며 살아가다가 성체가 되면 바위 같은 곳에 붙어 살아가는데, 움직임이 필요한 유충 시절에는 뇌를 지니고 있다가, 성체로 자라 고착생활을 하면서 필요 없어진 뇌는 스스로 소화시켜 없애고는 뇌 없이 살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고착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사치스러운 기관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 예들은 우리 뇌가 우리 몸의 움직임을 조종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났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그렇다면 동물의 뇌 회로를 적절한 방법으로 자극할 수 있다면 앞의 에피소드에서 쿠사나기 소령이 인질범의 몸을 조종한 것처럼 다른 동물의 움직임을 직접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이런 뇌의 운동 조절 능력을 이용해 동물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기술을 오랫동안 개발해 왔다.



스파이 딱정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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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곳은 역시 수많은 해괴한 연구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기로 유명한 미국방연구소(DARPA)였다. 사실 미국방연구소는 오랫동안 위험한 적진을 은밀하게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매우 작은 크기의 비행로봇을 개발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해오고 있었다.


지만 몸집이 작으면서 자유롭게 비행하는 로봇은 개발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로봇이 날아다니려면 시시각각 변하는 공기 흐름을 계산하고 정확한 움직임을 위해 적절한 추진력을 만들고, 자기 무게를 지탱하며 계속 동작하기 위한 에너지원도 탑재하며, 또한 충분히 견고해야 하는데, 이런 수많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한 그런 로봇을 개발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간신히 구색을 갖춰 개발한 비행로봇의 비행 시간은 몇 분을 넘지 못했다.


이래서는 필요한 수준의 비행로봇을 만들 수 없겠다고 생각한 미국방연구소가 눈을 돌린 분야가 자연의 곤충을 이용한 곤충로봇(insect-borg)의 개발이었다. 아직까지 사람 힘으로는 초소형 비행로봇을 만들 수 없으니 차라리 수천만 년 동안 진화의 힘으로 만들어진 자연의 생체로봇인 곤충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2006년에 발행된 미국방연구소의 ‘곤충로봇 연구 제안요청서(innovative proposals to develop technology to create insect cyborgs)’에 따르면, 개발 과제로 제시된 곤충로봇은 (1) 원격조종시스템이나 지피에스(GPS) 시스템을 통해 수백 미터 떨어진 목적지에 5미터 이내의 정확도로 도달할 수 있어야 하며, (2) 목적지에 도달해서는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머무르며 생존할 수 있어야 하고, (3) 지속적으로 해당 장소의 소리와 영상 정보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2]


이런 곤충로봇으로서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곤충로봇 중 하나가 2008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마이클 마하비즈(Michel Mahabiz) 교수 실험실이 발표한 ‘사이보그 딱정벌레(Cyborg beetle)’이다.[3] 다른 연구자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이 연구된 나방이나 파리를 이용해 곤충로봇을 만들고자 시도한 반면에, 마하비즈 교수 연구팀은 특이하게도 그동안 잘 주목받지 않았던 딱정벌레에 눈을 돌렸다. 파리나 나방에 비해 딱정벌레는 더 단단한 외골격과 충분한 덩치를 갖춰 뭔가를 탑재할 수도 있었다. 딱정벌레의 신경계가 잘 연구돼 있지 않다는 사실만 빼면 곤충로봇을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상이었다.


00braincontrol7.jpg »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마이클 마하비즈 교수 실험실이 발표한 사이보그 딱정벌레의 모습. 확대하면 다소 위협적으로 보이는 이 사이보그 벌레는 번데기 단계에서 이미 몸속에 전극이 심어져 있어서 등에 설치된 무선 송수신 장치로 들어온 신호를 통해 신경세포와 근육세포를 전기적으로 자극하여 인위적으로 비행을 지시하거나 바닥에 숨어 있게 명령할 수 있다. 출처/ 마하비즈 교수실험실 홈페이지 먼저 마하비즈 교수는 딱정벌레의 신경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러 종의 딱정벌레를 연구한 결과 5 센티미터 정도의 덩치를 갖춘 종(Mecynorrhina torquata)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외부 전자기기와 딱정벌레의 뇌를 연결하기 위해 먼저 딱정벌레가 아직 번데기인 단계에서 작은 전극칩을 심어 놓는다. 그러면 딱정벌레는 자라면서 전극칩을몸속에 지닌 채로 딱딱한 외골격을 만들게 된다.


연구팀은 이 딱정벌레의 뇌와 날개 근육이 있는 부분에 작은 구멍을 뚫어 딱정벌레 내부의 전극과 외부 전극을 연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날개의 움직임과 관련된 신경과 근육을 자극함으로써 딱정벌레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조종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 날 수 있도록 했다. 딱정벌레의 등짝에는 컴퓨터 신호를 무선으로 수신해 뇌에 전달하는 수신기와 작은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딱정벌레 로봇은 마하비즈 교수의 조종에 따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날아가거나 바닥에 착지해 기어갈 수 있었다. 미국방연구소가 많은 돈을 들여 노력해도 구현하기가 지극히 어려웠던 초소형 로봇을 간단히 딱정벌레의 뇌를 직접 조종함으로써 구현한 것이다 (물론 연구가 성공하기까지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방연구소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사이보그 딱정벌레는 세계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사이보그 딱정벌레가 보여주는 기술적 진보보다도 사람들이 더욱 두려워한 것은 이것이 군사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월간 잡지 <와이어드(Wired)>는 “사이보그 곤충 부대가 현실로 다가오는 첫발을 내딛다”[4]라고 보도했고 일간 <데일리메일(Daily Mail)>은 “실제 곤충을 이용한 미군의 스파이가 곧 당신의 대화 내용을 훔쳐갈 것이다”[5]라고 경계했다. 미군 측에서는 아직 곤충로봇을 실전에 이용할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스파이 딱정벌레가 태연하게 우리 주변을 날아다닐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이런 설레발이 완전히 공상만은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로봇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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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기술을 이용해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는 동물은 곤충만 가능한 게 아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쥐의 뇌를 연구해 왔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작은 동물을 우리가 맘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위험한 오염 지역 조사나 은밀한 적진 침투 또는 건물 붕괴 현장 조사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2002년 미국 뉴욕주립대학의 존 샤핀(John Chapin) 교수팀은 원격으로 조종되는 쥐를 개발했다.[6]


의 뇌 구조는 오랫동안 매우 철저히 연구돼 왔지만 뇌를 조종해 쥐의 사지를 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하지만 쥐 같은 고등동물은 곤충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샤핀 교수는 쥐가 쥐 수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대뇌 신경세포의 자극에 따라 자신이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도록 학습시키는 방법으로 쥐를 조종할 수 있었다.


먼저 쥐의 왼쪽과 오른쪽 수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대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전극을 설치해 쥐가 왼쪽과 오른쪽 자극에 따라 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지 관찰하였다. 그리고 쥐가 자극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마다 뇌의 보상중추를 전기로 자극해 그런 행동을 학습하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보상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학습하는 것을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고 한다. 올바른 행동을 할 때마다 뇌 보상중추에 전기 자극을 받은 쥐는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그 행동을 강화하고 나중에는 보상신호가 없더라도 왼쪽이나 오른쪽 뇌에 전달되는 전기신호에 따라 그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마약중독자가 중독 증세가 심해진 다음에는 마약이 없는데도 빈 주사기를 자기 팔에 꽃아대는 중독 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약은 뇌의 보상중추를 직접 활성화함으로써 보상중추가 활성화될 때마다 했던 행동인 주사기 꽃는 행동을 강화시킨다.


샤핀 교수는 강화학습을 이용해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로봇 쥐를 만들 수 있었다. 원격으로 로봇 쥐를 조종하기 위해 쥐 뇌에 연결된 전극은 쥐가 등에 매고 있는 회로기판에 연결되였고 이 회로기판에 배터리와 수신기를 설치함으로써 샤핀 교수는 멀리 떨어져서도 쥐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간단히 노트북 컴퓨터의 방향키를 조종함으로써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로봇쥐를 움직이며 복도를 지그재그로 걷게 하거나 경사진 길을 오르내리게 할 수 있었다.

00braincontrol9.jpg » 뇌에 설치된 전극을 자극하여 원격으로 조종된 쥐가 지나간 경로를 나타내는 그림. (a) 하늘색 L과 R은 쥐가 기어가는 방향을 바꾸기 위해 실험자가 지시한 방향전환 신호를 나타낸다. 신호를 받을때마다 로봇쥐는 기어가는 방향을 바꾸는 것을 볼 수 있다. (b) 로봇쥐를 원격 조종하여 경사진 계단을 오르게 하거나 무서워 보이는 허공의 외나무다리를 지나가게 할 수 있고 작은 구멍을 지나가는 복잡한 행동을 지시할 수 있다. 출처/ Nature, 주[6]

곤충과 달리, 상당히 복잡한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포유류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이점을 지닌다. 무엇보다도 샤핀 교수는 쥐의 뛰어난 후각이 위험 지역에서 폭발물 등을 찾는 임무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몸이 가벼운 쥐를 화약 같은 특정 냄새에 반응하도록 훈련시켜 매설된 지뢰 등을 찾는 데 이용하면 사고로 인한 폭발을 원천 차단하며 안전하게 지뢰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물 붕괴 현장에서는 쥐가 작은 몸집을 이용해 생존자 찾는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쥐의 움직임을 완전히 조종하지는 못하지만(특히 큰 위험이 분명해 보이는 행동은 명령하지 못한다. 명령한다고 해서 쥐가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가지는 않는다), 앞으로 더 효과적이고 정밀한 운동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면 이런 동물이 특별한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할 수 있는 임무는 넓어질 것이다.



사이보그 바퀴벌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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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 자극을 통한 동물의 운동 조종 기술은 분명 최첨단 뇌과학기술이다. 이런 최신 기술을 활용해 집에서 간단히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체험용 도구들도 상품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체험에 필요한 것은 단지 약간의 돈(10만 원 가량)과 바퀴벌레 한 마리이다. 물론 혐오 곤충인 바퀴벌레를 다룰 줄 아는 대담함(?)도 필요하겠다.


국 미시간에 있는 ‘백야드 브레인스(Backyard Brains)’라는 회사는 간단한 회로기판과 전극을 이용해 바퀴벌레에 뇌-기계 접속 인터페이스를 설치할 수 있는 키트를 판매한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송수신 장치와 3개의 전극, 그리고 작은 전지로 이루어진 10만 원짜리 키트는 바퀴벌레 더듬이에 있는 신경세포를 회로 전극으로 직접 자극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바퀴벌레를 조종할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키트 외에 바퀴벌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뒤뜰에 가서 큼지막한 바퀴벌레 한 마리만 잡아오면 된다. 뒤뜰에서 큰 바퀴벌레를 못 찾겠다면? 이 회사는 3만 원만 더 내면 아예 바퀴벌레도 한 박스 배달해준다고 한다(국내 체험 희망자한테 이게 통관돼 전달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면, 간단한 구성에 비해 무선 전기자극 장치를 등짝에 짊어진 바퀴벌레는 조종하는 대로 곧잘 움직인다.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바퀴벌레를 보고 있으면 신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바퀴벌레를 손으로 만질 용기만 있으면 중고등학교 과학실습용 정도로 꽤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처럼 다른 사람의 몸을 조종하지는 못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대신 바퀴벌레라도 조종하다 보면 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겠다.


[주]


[1] Daniel Wolpert, The real reason for brains, TED2011

[2] Hybrid Insect MEMS (HI-MEMS), BAA06-22;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3] Sato H, Berry CW, Casey BE, Lavella G, Yao Y, VandenBrooks JM, and Maharbiz M, “A cyborg beetle: Insect flight control through an implantable tetherless microsystem,” in 21st IEEE Intl. Conf. on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MEMS 2008) Technical Digest, Piscataway, NJ: IEEE Press, 2008, pp. 164-167.

[4] Video: Pentagon’s Cyborg Beetle Takes Flight, Wired 09.24.2009. http://www.wired.com/dangerroom/2009/09/video-cyborg-beetle-takes-flight/

[5] U.S. military create live remote-controlled beetles to bug conversations, Daily Mail, 19 October 2009.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1221438/Ssh--conversation-bugged-cyborg-beetle.html

[6] Talwar SK, Xu S, Hawley ES, Weiss SA, Moxon KA, Chapin JK.Rat navigation guided by remote control.Nature. 2002 May 2;417(6884):37-8.


홍수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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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생/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뇌를 들여다보고 있다. 뇌에서 일어나는 계산과정을 신경생리학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 hongsu02@gmail.com       트위터 : @hongsu02      
블로그 : http://brainwhisp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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