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과학’ 장관후보에, 과학기술계 ‘깊은 실망과 반대’

 취재수첩 | 창조과학자 박성진 장관 후보 지명 논란 

문 정부 지지층에서 비판 더 강해, ‘창조과학 비판’ 과학자들 자발적 연재

뉴라이트 역사관, “창조공학 필요”, “대기업집중 불가피” 인식도 논란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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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 과학자는 “여러 정황을 보면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창조과학 활동이

벤처기업으로는 이른바 창조과학의 기반이 되는 창조공학 지원,

정치성향으론 뉴라이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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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ParkSJ.jpg »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8월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백소아 기자)


경의 창조론을 바탕으로 현대 과학을 비판하며 이른바 ‘창조론의 과학’을 옹호하는 창조과학자 박성진 포스텍 교수(기계공학과)가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10여 일이 지났다. 오는 11일 국회 청문회를 앞둔 가운데, 장관 후보자 지명에 반발하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가 완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애초 반발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였던 박 후보자의 국무위원 자격에 대한 비판에 쏠렸으나, 청와대 쪽이 장관 후보자 지명을 변호하는 해명을 내놓은 이후에는 청와대의 인선 철학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일고 있다.


논란은 박 후보자가 과거에 보여준 역사관의 문제까지 겹쳐 증폭되고 있으나, 과학기술계에선 임명 반대의 주된 이유로 ‘창조과학’과 관련한 후보자의 활동 이력을 가장 크게 꼽고 있다.


[창조과학 왜 문제인가? 관련 글]


“창조과학 주장은 세계 기독교 주류 신학에 없다” (2013. 02. 28)

 http://scienceon.hani.co.kr/84913

[시각] 시조새 논란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2012. 06. 26)

 http://scienceon.hani.co.kr/36454



창조과학 국무위원 반대…릴레이 칼럼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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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창조과학회에서 활동한 공학자의 이력은 왜 한 나라 정부의 국무위원을 맡는 데에 큰 문제가 될까? 특히 과학기술 지식과 공학기술이 사용되는 벤처기업 관련 부처의 장관으로서는 왜 더욱 더 큰 문제가 될까?


00creation.jpg » 한국창조과학회 편, <자연과학>의 표지. 무엇보다도 박성진 장관 후보자가 믿는 ‘창조과학’이 현대 과학의 근간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주와 지구의 탄생,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성경에 의존해 해석함으로써 ‘기원’에 관해 오랜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거쳐 누적한 결과들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창조과학회가 1997년에 증보판으로 펴낸 과학교재 성격의 책 <자연과학>에서 “대폭발 이론과 창조론”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성경이 주요하게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창세기 1장에는 태양과 별들이 제4일에 창조되었으므로 당연히 지구가 먼저 존재했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대폭발 이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에 비해 천문학자이며 복음주의적 창조론자인 휴 로스(Hugh Ross) 박사는 대폭발 이론을 창조의 과정으로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그는 창세기 1장의 해석에 있어서, 하늘에 태양과 달과 별들이 4째 날에 “보이게” 된 것이지 “창조”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태양과 달과 별들은 이미 첫째날 혹은 그 이전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1)에서 창조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174-175쪽)


성경을 인용하는 이런 과학 지식의 서술 방식은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생물종의 ‘창조모델’에 의지하는 마지막 대목은 다음과 같다. 


“결론으로, 생명의 기원에서 현재까지 진화론만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으므로 마치 과학적으로 확립됐고, 증거된 이론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볼 때 단백질 하나도 우연하게 생길 가능성이 없고, 열역학 법칙과도 화학진화가설은 상반되며 종 내의 소진화는 사실이지만, 대진화는 불가능하며, 화석자료가 진화 모델보다는 각 종대로 창조되었다는 창조모델을 증거하고 있다.”(535-535쪽)


노아의 방주를 현대 조선공학으로 연구하는 한 창조과학 공학자는 한 창조과학 학술대회에서 조선공학연구소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안전성 분석평가를 통해 노아의 방주가 “현대 과학적으로도 얼마나 안전하게 설계되었는지를 확인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과학교재 성격의 책에서 성경의 창조론이 적극 수용되고 서술되는 것은 사실상 현재의 과학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이런 창조과학 해석은 현장에서 과학기술을 수행하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이런 창조과학 분야에서 적극 활동했던 인사의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인들은 창조과학 공학자의 장관 지명을 반대하며 현 정부의 인선에 실망하는 목소리를 연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이번 인선과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연속 기고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누리집에서 내보내고 있다.


창조과학, 대중을 탐하다 (1): 근본주의, 엘리트
‘생활보수’ 공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절박함

그들은 왜 진화론을 거부할까?

17세기로 돌아갈 것인가, 21세기를 살 것인가

미시시피 커넥션


릴레이 기고를 기획한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학 교수(초파리 행동유전학)는 창조과학을 신앙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창조과학의 허구를 밝히는 과학자들의 연재를 기획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과학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창조과학은 신앙이라는 청와대의 프레임에 모두 속을 테니까요. 창조과학에 그것도 이사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학자가 학문과 사회를 대하는 자세를 결코 관용할 수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공직자, 그것도 장관이라면 더더욱 안 될 일이지요. 과학자들이 그동안 게을렀다는 자책도 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으로 속죄와 동시에 창조과학자의 과학기술 관련 공직 진출을 반드시 막으려고 연속기고를 시작합니다.”


-연재기획 제안에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동기 또는 문제의식은 어떠한 것인지요?
 “참여했던 분들 중, 저는 유전학자, 다른 한분은 고생물학자, 그리고 한 분은 인류학자, 다른 한 분은 대학원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과학자 한 분이 나서주셨습니다. 모두 박성진 후보가 공직에 오르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고, 창조과학 같은 유사과학이 권력을 지닌 공직에 스며드는 일을 경계합니다.”


-앞으로 기획에 대한 계획은 어떠한지요?

 “현재 5명이 돌아가며 글을 쓰기로 되어 있고, 계속 필자들을 모집 중입니다. 창조과학과 이번 사태를 통한 교훈 그리고 대안을 담는 어떤 글이라도 환영합니다. 2000자 내외의 완결된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쓸 수 있는 분이면 됩니다.”


김상욱 부산대 교수는 <경향신문>에 쓴 기고문 “문재인 대통령께” 제목의 글에서 “창조과학과 같은 사이비과학은 과학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제가 지지하는 정부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비판했다.


“창조과학은 성경에 있는 문자 그대로의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과학을 끼워 맞춥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과학은 아닙니다. 과학으로 신을 입증하려는 것이 제대로 된 기독교신앙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내용은 조악하다 못해 황당한 수준이라 여기서 논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창조과학을 과학이라 주장하며 그 세를 넓히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해왔다는 점입니다. ……박성진 후보는 한국창조과학회의 이사를 맡았던 핵심인물입니다. 청와대가 그를 비호하며 내놓은 해명은 “개인이 가진 종교는 공직자로 임명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신앙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입니다. 하지만 창조과학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입니다. 저는 박성진 교수가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믿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비즈한국>에 기고한 글 "종교의 자유와 과학"에서 종교의 자유와 과학 지식의 문제는 별개임을 강조하면서 "과학자로서가 아니라 납세자로서 청와대에 호소한다. 장관 지명을 거두시라"라고 호소했다.


종교는 자유다. 그런데 자신의 믿음에 과학이라는 이름을 덧씌우면 안 되지만 그것도 그 사람의 종교의 자유라고 하자. 종교의 자유로서 창조과학을 주장하려면 이젠 ‘과학’이라는 두 글자를 떼어주시면 고맙겠다. 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그들의 일이다.
  그런데 이들이 학교 교단에서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고 강요한다는 것은 문제 아닌가. 하지만 이것은 포스텍의 문제이니 그네들이 해결할 문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라를 운영하게 놔두기엔 한 사람의 납세자로서 이만저만 불안한 게 아니다. 과학자로서가 아니라 납세자로서 청와대에 호소한다. 장관 지명을 거두시라.”



“현 정부 정책 기조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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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을 통해 국내에서 ‘창조과학’이라는 움직임은 정치적으로 ‘뉴라이트’라는 보수정치 성향과 손쉽게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최근 <경향신문>의 보도를 보면, 박성진 장관 후보자는 2015년 2월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학교 연구 및 교육 모델 창출’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1948년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 당시에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는 역사 인식을 나타내어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성진 장관 후보자는 연구보고서에서 자본주의 아래에서 빈부격차나 부의 대기업 집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오히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식은 중소벤처기업 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과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어서, 청문회 과정에서 또다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창조학술대회(AACC 2016)에서 “창조과학은 창조공학을 통해 인간의 실제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창조공학은 창조론이 재무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돕고 다음 세대 창조과학자들 확보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개진한 바 있어, 중소벤처기업부 정책 영역에서 그의 창조과학과 창조공학 소신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학술대회 누리집은 현재 접근할 수 없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다루는 과학기술 벤처 기업 분야에서 ‘창조공학’을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중견 과학자는 “여러 정황을 보면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창조과학 활동이 벤처기업으로는 이른바 창조과학의 현실 기반이 되는 창조공학 지원 활동, 그리고 정치 성향으로는 뉴라이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 해명…“종교 아닌 과학 문제인데, 인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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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에 창조과학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 쪽은 지난 8월25일 ‘(창조과학은) 개인의 종교관으로 이해한’다’ ‘종교 문제가 공직자를 지명하고 임명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어 뉴라이트 역사관이 논란이 되자 9월1일에 청와대 쪽은 “본인이 깊이있게 보수나 진보를 공부했다기보다는 (보수적인 역사관이) 내재화된 것 같다”고 전하며 “공대 출신으로 그(공학·벤처) 일에만 전념해, 건국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깊이있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과한 부분도 있고 굳이 표현한다면 생활보수 스타일로 보인다”며 청와대 내부 평가를 전했다.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해명은 과학기술계의 완강한 반대를 잠재우지는 못했으며, 과학기술에 대한 청와대의 기본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청와대에서는 이를 개인의 종교문제로 치부했는데, 과학계에서는 창조과학이 단지 개인의 종교 자유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종의 사이비 과학이라고 보며, 중소벤처 관련 업무를 관장할 주무 장관으로서 이런 일에 연루된 분이 적임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박 교수는 창조과학회의 일개 회원이 아니라 이사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특히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이들을 사회 요소요소에 확산시키자는 등의 위험한 주장을 학회에서 하는 등 한 나라 정부의 장관을 맡기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본다.” (맹성렬 우석대 교수, 전기전자공학과)


다음은 청와대의 해명 이후에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전해온 개인 과학기술인들의 의견이다. 현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던 이들은 깊은 실망을 나타냈다.


1.

“자신의 믿음(종교, 사상, 이념 등)에 근거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과학을 부정하며 나아가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이러한 왜곡과 부정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사람이 국가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앉아선 안 됩니다. 객관적인 정보를 제시해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부정한다면 독재자의 정신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혹시라도 청와대나 본인의 해명을 100% 수용한다 해도 역시나 공직자로서는 적절치 못합니다.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화론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를 못한 사람이 소시민적인 삶을 사는 거야 뭐라고 하기 힘들겠습니다만 그렇게 자신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내용에 대해서도 함부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강연을 하는 등의 공적 활동을 해 온 사람에게 더 큰 힘이 주어지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지 않습니까?”


2.

“창조과학 문제는 종교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됩니다. 과학과 반과학(유사과학, 사이비과학)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반과학에 대한 추종을 넘어 주도한 인물이 과학기술 관련 부처의 수장으로 임명된다면 과연 과학기술인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봅니다.

 논란이 된 인사들이 어떻게 추천/검증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문재인 정권이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인식 변화에 대한 성찰이 없는 한 인사 시스템의 어느 부분만을 개선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3.

놀랍게도 과학기술자 가운데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도 존재하나, 정상적인 과학기술자들에게는 이들의 수가 워낙 적고 가끔 짜증을 유발할 뿐, 그다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창조과학이란 말은 '뜨거운 얼음'처럼 모순된 말로, 비정상적인 사고로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응하기에는, 정상적인 과학기술자들이 너무 바쁘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벤처기업 육성이 중요 임무 가운데 하나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런 우스꽝스러운 인사가 선택되었다니, 청와대 인사 시스템은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과학기술자에게는 암흑에너지의 실체보다 더 신비로운 존재가 되었다.
  청와대 인선 시스템은 독특한 성질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한 분야에서만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 분야를 시스템이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 분야에 대해 완전한 문외한일 때 생길 수 있는 현상일 것이다. 서울대 교수였던 분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할 수 있는 일 하나는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것이다. 서울대 법대교수가 과학기술에 완전히 깜깜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귀기울이는 ‘오피니언 리더’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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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관련 인사 문제는 왜 과학기술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논란은 왜 반복될까? 이와 관련해, 정부가 귀를 기울이는 과학기술계의 ‘오피니언 리더’는 대체 누구인지에 의문을 나타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과 관련해서는 협소한 소통 채널에 의존해서 일부의 의견을 폭넓은 의견으로 잘못 전해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기영 본부장 후보 사임 이후, 임대식, 염한웅으로 이어지는 인사는 큰 문제가 없었던 걸로 봐서, 보은인사나 사적인 추천 등으로 인재를 등용하지 말고, 두루 널리 물어 정말 과학기술정책을 잘 펼칠 인물을 모으면 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거나, 청와대 과학기술쪽을 담당하는 개인의 인연으로 인사가 진행된 경우 이런 문제가 생겼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우재 오타와대학 교수)


맹성렬 우석대 교수(전기전자공학과)는 박정희 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는 과거 보수 인사들이 현 정부에서도 여전히 오피니언 리더로 참여하면서 이런 인사 파문과 심각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동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전 검증 방법이 있는데 이게 부실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관련된 분들을 검색해보면 여러 문제들이 금세 나타나는데 이런 기본적인 작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덜컥 인선을 결정해 해버리는 것 같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이번 인선에 국한해서 이야기해보겠다. 과학기술계의 오피니언 리더들 대부분이 상당히 수구적이다. 특히 박정희 시대에 과학기술계를 우대해주었다는 향수에 젖어 있는 분들이 많다. 또,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쪽에는 아주 근본주의적인 기독교 신앙을 갖고 창조과학회 활동을 지원하는 매우 영향력 있는 원로들도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아무래도 정부에서 과기계 관련 주요 직책 담당자들을 인선할 때 이런 분들의 의견을 많이 참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이번 박 교수의 지명을 볼 때엔 아마도 이런 분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인사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과기계 인재 풀을 넓히고, 특히 최근 과학기술계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움직이는 새로운 오피리언 리더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익명으로 의견을 밝힌 또 다른 중견 과학자의 얘기도 비슷했다. 그는 정치권이 과학기술의 가치와 판단을 정부 지지율 같은 정치적인 잣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왜 이처럼 논란이 이는 과학기술 관련 인사의 인선이 이어지는가에 관해서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이고 브릭(BRIC) 소리마당에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그 글에 많은 댓글이 달려 있긴 하지만 뾰족한 답을 제시한 건 찾을 수 없네요. 저도 뾰족한 답이 없긴 마찬가지인데, 나타난 현상으로 보면 소위 과학기술계라고 하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분위기에 대해 정치권이 너무 무지할 뿐만 아니라(국무의원과 청와대 참모 중 이공계 출신이 몇명인지 보세요), 과학계와의 채널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조차 제 역할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실수는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난 번(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 파문)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실수를 바로잡았고, 후속 인사를 잘 했으니, 그러면 되었지 생각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현 정부에서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실수를 안 하는 것보다, 실수를 했으면 바로잡는 것이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왜 바로잡을 생각도 없는 걸까 하는 질문이 새로운 질문이겠는데요. 지난 번에 과학계가 들끓었어도 지지율에 별 영향이 없는 것 같았으니 과학계가 들끓던말던 별로 신경쓰지 말기로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이런 일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과학자들의 합리적, 이성적 사고의 중요성을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서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사회 전체에 파급 효과를 끼쳐 표로 연결될 수 있어야 정치권에서 비로서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논란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환영했던 과학기술계의 지지층에서 창조과학자 장관 후보 지명을 더욱 완강하게 반대하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에 큰 기대를 걸었던 과학자 그룹은 정부가 과학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인선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실망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장관 후보자의 과학기술 경력이 장관 후보 지명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었다면, 후보자의 그런 과학기술 경력이 현실의 과학기술계에서 실제로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는지는 당연히 중요한 인선의 검증 잣대가 될 것이다.


‘창조과학’은 연구현장에서 과학의 학문 방법과 전통에 기반을 두어 진지하게 연구를 수행하는 절대다수의 과학 연구자들이 용인하기 어려운 문턱 저 너머에 있기에, ‘최초의 창조과학자 장관’ 임명은 앞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역사, 정치와 과학의 역사를 서술할 때 두고두고 논란과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는 창조과학자 국무위원 임명을 함께 지켜볼 해외 과학기술인들이 앞으로 한국 과학기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떤 질문을 던질지가 먼저 걱정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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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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