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드라이브에 야생의 저항성 만만찮네


특정 유전자를 심어 후손들에게 빠르게 퍼뜨리도록 하여 해충 종을 제어하려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전략이, 야생에선 저항성 돌연변이의 출현으로 인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초파리 실험에선 저항성 돌연변이 출현이 적게는 4%, 많게는 5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mosquito.jpg » 유전자 드라이브는 감염병을 옮기는 매개 해충들을 제어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몇몇 실험들에서 드라이브 유전자의 기능이 통하지 않는 저항성 곤충들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고 보고된다. 사진은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의 주요 대상이 되는 질환 매개 모기(이집트숲모기/ Aedes Aegypti). 출처/ Wikimedia Commons  


‘생명은 어떻게든 길을 찾아낸다(Life finds a way).’

과학저널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에 “유전자 드라이브 거품: 새로운 현실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한 해설 논문은, 말라리아나 지카 같은 전염병 매개 곤충의 근절 대책 기술로 떠오른 유전자 드라이브가 야생에선 저항성 돌연변이의 출현으로 인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공원>에 나온다는 이 문장을 논문 첫머리에 인용했다. 항생제를 쓰다 보면 내성 갖춘 저항성 박테리아가 등장하듯이, 해충의 위험을 근절할 유전자 드라이브의 공격에 저항성 갖춘 곤충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특정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하며 후손들에게 우선적으로 유전되도록 하여, 결국에는 생물종 전 개체군의 유전형질을 바꿀 수 있다는 구상으로, 질병 매개 곤충 개체군 전체를 없애거나 위험한 질병 매개 능력을 없애려는 기술로 연구되고 있다. 디엔에이의 표적 지점을 찾아가 자르고 바꾸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유전자 세트에다 퍼뜨리고자 하는 특정 기능의 유전자를 탑재해 ‘유전자 드라이브 구조물(construct)’을 만들고 이것을 곤충의 유전체에다 심으면, 생식과 번식 과정에서 유전자 가위가 작동해 후손의 유전체에다 특정 유전자를 유전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예컨대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띠는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에 탑재한 다음에 모기에 집어넣어 후손에게 빠르게 퍼뜨린다면, 모기 후손들은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을 테고, 말라리아를 사람에게도 옮기지 못한다. 불임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퍼뜨린다면 이론적으로 모기 종은 몇 세대를 거치면서 모두 사라진다.


00GeneDrive20.jpg » 멘델 유전과 유전자 드라이브 유전을 비교해 보여주는 그림. 유전자 드라이브는 그레고어 멘델이 1866년에 처음 제시한 유전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 멘델 유전(왼쪽)에서는, 자손들이 어떤 유전자(d 또는 D)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평균 50%에 달한다. 유전자 드라이브(오른쪽)의 경우에, 자손들은 거의 언제나 퍼뜨리고자 하는 표적 유전자를 물려받는데(어두운 자줏빛), 그 결과물로서 특정한 유전형(genotype)이 선택적으로 증가한다. 이상적인 그림에서,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표적 유전자들은 결국에 100%의 개체들에서 나타난다. 설명문과 출처/ NAS 보고서 요약판

 

유전자 드라이브는 너무도 간편하고 강력한 기술이어서 환경과 생태계에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 자체가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 하는 새로운 의문들이 잇따라 제기됐다. 야생에서 유전자 드라이브의 기능을 무력화 하는 저항성 돌연변이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참조]


▒ 유전자 드라이브와 야생의 브레이크? [2017. 05.25]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96282.html

“‘유전자 드라이브’ 적용 시기상조, 제한적 연구는 계속” [2016. 06. 10]
  http://scienceon.hani.co.kr/407059


최근 미국 코넬대학교의 연구진(책임저자 필립 메서/Philipp W. Messer)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에 기반을 둔 유전자 드라이브를 적용해 초파리들에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보니 유전자 드라이브에 대한 저항성 돌연변이가 종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4퍼센트, 많게는 56퍼센트나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학저널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에 낸 논문에서 연구진은 유전자 드라이브에 대한 자연의 저항성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00genedrive33.jpg


연구결과를 해설한 논문을 보면(위 그림 참조), 유전자 드라이브 구조물에 내장된 유전자 가위는 수정 전 생식세포 또는 수정 후 배아 단계에서 작동해 후손의 상동염색체의 디엔에이 부위를 절단한다. 그러면 수정란 또는 배아 세포는 절단된 디엔에이를 이어붙이는 수선 작업에 나선다. 이때에 상동염색체의 유전자 드라이브 구조물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 함으로써, 특정 유전자를 후손들에게 유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전자 드라이브가 항상 이처럼 원하는 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세포들은 유전시키도록 설계된 유전자 드라이브 구조물과는 무관한 아무 염기들을 끼워넣는 땜질식으로 절단된 디엔에이를 복구하기도 한다. 이때에 유전자 드라이브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저항성 돌연변이가 출현하는 것이다.


이 해설논문의 저자들은 “그러므로 (드라이브 유전자를 확산하는) 변환 과정보다는 (저항성으로 나아가는) 땜질식 디엔에이 수선을 선호하는 유전체의 속성이야말로 자기영속적인(self-perpetuating) 유전자 드라이브의 잠재적 아킬레스 건이다”라고 말했다.


연구논문의 책임저자인 필립 메서는 온라인매체 <기즈모도(Gizmodo)>와 한 인터뷰에서 “(실험결과에서 나타난) 이런 저항성 비율은 매우 높아서 유전자 드라이브가 한 생물종 개체군 내에서 확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저항성이 우리가 애초 생각하던 것보다 확실히 더 크다는 것”이라며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작동은 하겠지만 초기 논문에서 제시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생물학 연구진이 농작물 병해충인 거짓쌀도룩거저리의 유전자를 변형해 세대를 거듭할수록 개체 수가 줄어들도록 하는 유전자 드라이브를 적용했더니 몇 세대가 지나 해충에서 유전자 드라이브에 저항성을 띠는 돌연변이가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보고했다.


인디애나대학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확인되는 효과가 야생에선 달리 나타나 벽에 부딛힐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유전자 드라이브의 대상 생물체에 작은 변이가 아주 드물게 생기더라도 이런 자연적인 돌연변이는 유전공학을 이용한 야생 제어 전략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짧은 한살이를 하는 곤충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저항성 지니는 개체들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논쟁의 쟁점이 돼왔다. 지난해 유엔 생물다양성 회의에서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에 대해 연구활동을 중지시키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할지를 두고 논란을 벌였으나 결국에 모라토리움 요청은 기각됐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 산하 전문가위원회는 10개월에 걸친 논의를 거쳐 “유전자 드라이브로 변형된 생물체의 환경 방사를 지지할 만한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높은 수준의 통제가 이뤄진다면 야외시험(field trials)은 계속돼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엔 유전자 드라이브 저항성에 관한 연구들이 이런 환경-생태 논란 이전에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 전략이 자체의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플로스 제네틱스> 논문을 낸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유전자 드라이브의 설계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므로 야생의 저항성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이전과 다른 복합적인 새 기술 전략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문 저자의 요약

유전자 드라이브 시스템은 매개 곤충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을 통제하려는 전략를 비롯해 잠재적인 응용 분야를 폭넓게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유전자 드라이브 시스템이 제기능을 한다면 매개곤충 개체군 전체에서 병원체 전파를 줄일 수 있도록 변형된 대립유전자(allele)를 빠르게 퍼뜨릴 수 있다. 최근에 개발된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기반의 유전자 드라이브 메커니즘은 DNA 절단과 동형방식 수선(homology-directed repair)을 통해 야생의 대립유전자를 드라이브 대립유전자로 변환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립유전자로 변환되지 않는 저항성 대립유전자가 또한 생성될 수 있다. 이는 현재 방식의 유전자 드라이브를 실제로 사용할 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 연구에서, 우리는 모델동물인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에서 여러 가지 프로모터와 표적 지점들을 사용하여 두 가지의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드라이브 구조물(constructs)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런 구조물이 생식세포에서나 수정후 배아 단계에서나 모두 다 높은 비율로 저항성 대립유전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관찰했다. 유전자 드라이브 변환 효율(conversion efficiency)과 저항성 대립유전자 생성 비율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초파리 계통들에서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났다. 종합하여 살펴볼 때, 우리는 특히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연 개체군에서 저항성 대립유전자의 생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전자 드라이브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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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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