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의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

병을 치유하는 약물의 모양은 단순하지만 그것을 만들기까지 신약 연구개발 현장에선 분투가 이어집니다. 신약 연구자인 윤태진 님이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개념의 약물, 새로운 방법론, 그리고 신약에 관한 오해와 사실을 최근 연구소식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노화의 역전’에 도전하는 최근 연구들

[2] 노화 연구의 다양한 접근


2_1.jpg » 그림1. 사람 제대혈에 있는 단백질(팀프2, TIMP2)이 늙은 쥐의 학습과 기억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Mike Kemp/Rubberball/Getty Images)


약 개발의 최근 흐름을 전하는 연재의 두 번째 글로, 이번에는 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모두 2부작으로 쓸 예정인데 오늘 첫 번째 글의 주제는“노화 연구의 다양성”입니다. 최근 두 달 동안(2017년 3-4월) 발표된 논문 몇 편을 통해서 노화와 관련한 연구들이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또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간단히 전하고자 합니다.


그 내용은 대략 아래의 물음들에 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젊은 개체의 피나 장내 미생물이 노화된 개체에게 젊음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노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면 젊어질까요? 그리고 왜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약해질까요? 디엔에이(DNA)가 손상돼 나타나는 노화(예컨대 자외선에 의한 노화)는 치료할 수 있을까요?



젊은 피와 장내 미생물이 주는 장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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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탯줄 혈액)에 있는 줄기세포를 보관하면 혹시라도 나중에 몸에 문제가 생길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러 의료기관이 ‘제대혈 은행’이라는 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제는 줄기세포가 아니라, 제대혈에 든 다른 성분 덕분에 불로장생을 꿈꿔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될까요?


와 관련해 4월 19일치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논문이 눈길을 끕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인간 제대혈에 있는 혈장 단백질을 늙은 쥐에 주입했더니 늙은 쥐의 뇌 기능이 향상되고, 털 빠짐이 개선되고, 신장 기능이 개선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습니다.[1]


인간 혈장 단백질들 중에서 팀프2(TIMP2: Tissue inhibitor of metalloproteinases 2)라는 특정 단백질이 늙은 쥐의 뇌 기능 향상으로 대표되는 여러 효과를 만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소식이지만, 아쉽게도 이 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개체결합(parabiosis: 젊은 쥐와 늙은 쥐의 신체 일부를 결합하는 수술을 통해 피의 공유를 가능하게 함[2])이라는 방법을 통해 젊은 피가 늙은 쥐의 신체 기능을 향상시킴을 확인한 적은 있지만, 특정 단백질이, 그것도 다른 종인 인간의 단백질이 쥐에게 이런 효과를 나타낸다고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젊은 피를 주입하면 기억 상실, 근육 기능 및 신진대사 감소, 뼈 구조 감소 같은 노화 증상이 역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증거라 하겠습니다.


[ 유투브 https://youtu.be/KXWkyMwGL3Q ]


에 앞서 3월 27일에는 공개형 생물학 데이터베이스 ‘바이오아카이브(bioRxiv.org)’에 발표한 논문에서, 다른 연구진이 어린 물고기의 변(똥)에 있는 장내 미생물을 먹은 나이 많은 물고기가 더 오래 살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3]


앞에서 살펴본 젊은 피를 이용한 방법이 헌혈과 수혈을 생각하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지지만, 이 논문의 방법은 변을 다룬다는 점에서 우아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바이오(Bio) 관련 전공자들이 아니라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연구에서 어린 물고기(6주차)의 장내 미생물을 먹은, 나이든 물고기(16주차)가 그렇지 않은 물고기와 비교할 때 약 41%의 수명 증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이 장수 효과를 냈을까요? 연구자들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에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어린 물고기의 장내에는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 페르미쿠테스(Firmicutes), 방선균류(Actinobacteria) 등이 다양하게 상당한 양으로 농축되어 있었지만 (그림2 오른쪽 녹색), 보통의 나이든 물고기(어린 물고기의 변을 섭취하지 않은 보통 개체)의 장내에는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라는 특정 미생물이 대다수여서(그림2 오른쪽 빨간색) 다양성은 대단히 제한되어 나타납니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에도[4] 나이가 들수록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병원성 미생물의 군집이 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5] 이처럼 나이를 먹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고(면역세포의 80%가 장내에 분포) 해로운 미생물이 유익한 미생물보다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6] 대제혈 은행과 같은 “대변 은행”이 장내 미생물 이식을 위한 목적으로 외국에는 이미 존재하고, 국내에서도 준비 중이라니 놀랍지 않나요?


2_2.jpg » 그림2. (왼쪽) 실험에 사용된 아프리카 청록색 송사리(African turquoise killifish, Nothobranchius furzeri)는 수명이 짧은 척추동물로, 일반적으로 4-8달의 수명을 지닌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수집되었다. / (오른쪽) 6주차의 어린 개체(녹색)와 16주차의 나이든 개체(빨간색)가 몸에 지닌 풍부한 미생물 분류군을 나타낸다. 서로는 확연히 다른 미생물 군들을 보유하며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확연히 다르다.[3]


편의 최근 논문은 모두 어린(젊은) 개체한테서 전달받은 물질 덕분에 이뤄지는 ‘노화의 역전’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논문을 읽으면서 드라큘라가 장수한 이유가 젊은 피에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흥미로운 상상도 했지만, 이와 함께 젊은 피를 구하려는 비윤리적 풍조가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두 번째 논문을 보면서 인간의 장수에 직접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불가리아 사람들의 장수 비법을 유산균에서 찾았던 러시아 과학자 메치니코프의 주장에 좀 더 힘이 실릴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되면서, 다양한 유산균을 섭취하는 식생활 정도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으니 한번 해봐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다른 국내 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21547448 )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노화세포만을 없애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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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노화세포입니다. 노화 세포는 외부 자극 때문에 정상적이지 못한 세포 활동을 하는 세포입니다. 일반 표현형의 세포 모습이 아닌 형태로, 세포주기 정지(a stable arrest of the cell cycle)가 일어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노화세포가 염색체의 말단 부위인 텔로미어(telomere)가 짧아져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텔로미어와 무관한 다양한 영향들에 의해 나타나기도 합니다.


2_3.jpg » 그림3. (왼쪽)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한 세포의 노화 [7]. 노화 반응은 세포 표현형에 현저한 변화(영구적인 세포 증식 억제, 세포 사멸에 대한 내성 발달, 유전자 발현의 변화된 패턴)를 일으킨다. 또한 노화세포는 노화 관련 분비표현형(SASP)을 분비하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 (오른쪽) 이런 노화세포를 선별적으로 제거한다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출처/ [8])


히 우리는 피부에 점점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지는 것을 보면서 늙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습을 현미경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도 개체가 점점 늙어간다는 것은 바로 세포의 노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신약 개발 연구에서 노화 증상을 늦추고 노화로 인한 질병에서 벗어나고자 노화세포를 약물 표적으로 삼는 연구에 매진하는 회사도 미국에 존재합니다.[9]


노화세포를 약물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뭘까요? 노화세포는 세포 표현형에 현저한 변화를 보이며, 또한 노화 관련 분비표현형(SASP: 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이라고 통칭되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들(염증성 사이토카인, 성장인자 및 프로테아제로 구성됨)을 분비하는 특징을 지니는데(그림3 왼쪽), 이런 단백질들은 건강한 세포에 손상을 주며 노화나 관련 질병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월 27일 <셀(Cel)>에 실린 논문은 바로 이런 노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폭소4-디아르아이(FOXO4-DRI)’라는 작은 단백질, 즉 펩타이드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11]


2_4.jpg » 그림4. p53에 결합하는 FOXO4에서 유래한 펩타이드(FOXO4-DRI)에 의한 노화세포 제거와 조직의 재생. [10]


그림4를 보면서 그 원리를 이해해보도록 하죠. 먼저 맨왼쪽 그림은 환경 스트레스(노란색) 때문에 건강한 조직 내의 개별 세포에 손상이 일어남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그림은 이렇게 손상된 세포에서 암 억제 단백질로 잘 알려진 세포 사멸 관련 단백질인 피53(p53)이 세포핵에서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여 작용함으로써 손상된 세포를 사멸시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노화세포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노화세포에서는 p53 단백질이, 노화세포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인 폭소4(FOXO4)와 결합하게 되어 세포핵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국에는 세포 사멸과 관련한 작용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을 관찰한 연구진이 개발한 FOXO4-DRI 펩타이드(세 번째 그림, 파란색; p53에 결합하는 FOXO4의 일부분을 이용한 구조)를 노화세포에 넣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이 펩타이드는 p53에 결합하여, FOXO4가 결합할 공간을 선점함으로써 FOXO4가 p53와 결합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 덕분에 p53은 노화세포에서도 본래대로 세포핵 바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로 노화세포 사멸의 작용을 일으킵니다. 결국에 이 펩타이드는 노화세포에서 특이적인 p53-FOXO4 결합을 저해하여, 세포 사멸을 일으키며 그 결과로 조직은 노화세포를 없애고 재생될 기회를 얻어 젊어지는 효과를 얻습니다.



나이 들면 면역력 떨어지는 이유: 면역세포 간의 조화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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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면역력이 떨어져 병이 난다”, “어르신의 면역력이 약해질 때 무얼 먹으면 좋을까요?” 인터넷에서 이와 같은 제목의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면역력 약한 노인, 환절기 건강 주의”, “꽃샘추위, 면역력 약한 아이와 노인 주의”와 같은 말도 방송에서 종종 들어보셨죠? 그런데 우리가 이런 이야기에 특별한 의심을 갖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노화와 면역력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음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노화와 면역 간의 관계는 정확히 어떤 것일까요? 왜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걸까요? 사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둘러싸고 면역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지난 3월 31일 <사이언스(Science)>에서 이 오랜 논쟁의 일부 쟁점에 마침표를 찍을 만한 연구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12] 그러면 노화의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면역력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다양한 병원체나 물질(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꽃가루, 화학물질 등)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생물의 자기방어 체계입니다. 면역과 노화의 관계에 관해 과학자들의 오랜 논쟁에는 대략 두 가지 핵심 가설이 있습니다. 첫째 면역세포 각각의 성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개체가 느끼는 종합적인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며, 둘째 면역세포 간에 조화(coordination)가 상실되면서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상상해보면 면역 체계는 군대와 비슷합니다. 다양한 유형의 세포들이 함께 감염원을 퇴치하기 위해 협력합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면역세포들 (병원균을 파악/보고하는 세포, 병원균을 공격하는 세포, 과한 면역 반응을 줄어들게 작용하는 세포 등등) 간의 조화로운 협력 시스템은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_5.jpg » 그림5. (왼쪽) 면역은 외부 병원균들의 침입을 방어하는 시스템으로 여러 가지 면역세포들에 의해 견고하게 제어된다.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질병에 걸린다고 모두들 알고 있다. (출처/NaturalNews.com) / (오른쪽) 노화는 면역세포 간의 조화(엄격한 제어)를 깨트린다. (출처/Spencer Phillips, The 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단일세포 아르엔에이 염기서열분석(single-cell RNA sequencing)’이라는 기법을 사용해 각 개별 세포의 상태를 독립적으로 분석하고 또한 고해상도로 세포의 활동을 관찰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늙은 쥐의 면역세포들에서는 상호조화가 부족하고, 그런 조화 상실 탓에 노화로 인한 면역 기능이 저하됨을 밝혀냈습니다. 비록 개별 면역세포가 여전히 강할지라도 그들 사이에 조화가 부족하여 집단 효과(개체가 느끼는 종합적인 면역력)가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한다면 면역이 활성화하어 병원균을 없애기 위해 면역세포들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그러고서 병원균이 적절하게 제거되고 나면, 이제는 면역의 비활성화를 위해 면역 억제 세포의 작용으로 몸 전체의 면역은 병원균 침투 이전으로 돌아가 보통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면역세포의 생사가 엄격하게 콘트롤 되지 못할 경우, 때로는 지나친 면역 작용으로, 때로는 부족한 면역 작용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면역세포들 간의 엄격한 콘트롤에 문제가 생기면서 면역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이렇게 ‘나이 들면 왜 면역력이 약해질까’에 대한 (완벽하고 유일한 답은 아니라도) 논쟁의 일부 쟁점을 종결할 수 있는 답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상된 DNA 복구로 노화를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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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7.jpg » 그림6. 미국에서 28년간 트럭 운전사였던 69세의 얼굴.[13]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화의 또 다른 모습을 살펴봅시다. 우리는 한여름에 해수욕장에 가면서 선글라스를 쓰고 선크림을 바르는 일에 익숙합니다. 이런 행동은 강한 햇빛(자외선)에 의한 눈 손상, 피부 손상을 피하기 위한 것이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세포 안의 디엔에이(DNA) 손상을 막으려는 행동입니다. 자외선에 의한 DNA 손상은 결국 세포 노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입니다. 자외선에 의한 DNA 손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6에서 볼 수 있듯이 운전하면서 장기간 자외선에 노출된 쪽의 얼굴(그림에서 오른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얼굴(그림에서 왼쪽)을 비교하면 눈에 띄는 노화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의 세포들은 DNA가 손상되면 그것을 복구하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이 능력이 나이를 먹으면서 서서히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손상된 DNA를 복구하도록 처방할 수 있다면 적어도 DNA 손상으로 인한 노화는 방어할 수 있을 겁니다.


3월 24일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논문은 바로 이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방법 한 가지를 보여줍니다.[14]


손상된 DNA의 복구에 관여하다고 알려진 단백질 중에 에스아이아르티1(SIRT1)과 파프1(PARP1)라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DNA 복구 조절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려면 모두 ‘엔에이디 플러스(NAD+: oxidized form of 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라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대사물질이 필요합니다.[15][16]


2_8.jpg » 그림7. NAD (빨간색)가 DBC1 단백질 (베이지 색)에 결합하면, DNA의 복구 단백질인 PARP1이 자유롭게 DNA 복구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출처/ David Sinclair, Harvard Medical School) 제는 바로 이 NAD+가 나이가 들면 꾸준히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DNA 복구 조절 단백질의 기능에 필수적인 바로 이 대사물질 NAD+가 어떤 상호작용을 거쳐 DNA 복구 조절 단백질들 사이에서 ‘조절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규명 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손상된 DNA의 복구 단백질인 PARP1이 자유롭게 DNA와 결합해야 하지만, 세포 내 NAD+의 농도가 줄면, 디비시1(DBC1)이라는 단백질이 PARP1 단백질에 결합함으로써 PARP1이 자유롭게 DNA와 결합해 복구 작업에 나서는 것을 방해합니다. 반면에 NAD+의 농도를 늘리면 이것이 DBC1 단백질에 붙어 PARP1과 결합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손상된 DNA의 복구 단백질인 PARP1이 DNA와 자유롭게 결합해 손상 복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연구결과는 노령에 의한 DNA 손상뿐 아니라 전자기파(방사선) 노출로 인한 DNA 손상(예를 들어 암 치료를 위한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DNA는 필연적으로 손상을 받는다)을 복구하는 능력이 NAD+의 농도 증가라는 단순한 방법에 의해서도 향상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2_9.jpg » 그림8.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진행하는 화성 탐사계획에서 풀어야 할 문제점 중 하나로, 지구 자기장에서 벗어난 우주인들은 우주 전자기파에 의해 DNA 손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암이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출처/NASA)

미로운 것은 이 논문의 결과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계획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된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주비행사는 임무기간이 짧더라도 우주의 전자기파에 대량으로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그림8). 이런 우주 전자기파 노출 때문에 우주비행사의 몸에서는 노화가 가속화하고 근육 약화, 기억 상실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만일 화성 탐사를 위한 우주여행을 한다면, 우주비행사의 세포 중 5%는 죽을 것이고 암 발병 확률은 100%에 달할 것입니다.[17] 하지만 우주 전자기파 피폭에 대한 잠재적 치료법을 보여주는 이 논문 결과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우주비행사는 4년간의 화성탐사 임무 수행 과정 중에 우주 방사선 피폭의 영향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이런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미항공우주국의 기술공모전(iTech)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18] 이 발견은 암 예방, 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에 의한 DNA 훼손, 심지어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DNA 복구 기능 저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을 제시한다고 하겠습니다.


[ 유투브 https://youtu.be/AIX_EhnE3gQ ]



노화를 종합적으로 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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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우리는 최근 논문 몇 편에 나와 있는 다양한 노화관련 연구들[디엔에이(DNA) 수준에서의 노화, 세포 단위에서의 노화(노화 세포, 면역세포의 부조화) 그리고 개체 단위에서의 노화(젊은 개체의 피와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이처럼 노화는 다양한 현상들이 종합된 최종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이 노화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따라서 누구도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19]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에서는 노화를 내인성 노화 과정(1차 노화)과 노년 질병(2차 노화)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20]


다른 한편에서는 노화를 질병으로 인식하여야 한다며 그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21] 예컨대 노인성 치매라는 현상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겠지만 그것을 질병으로 인식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치매를 질병으로 인식하면서 예방법과 치료법도 연구개발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노화 현상을 자연 현상이 아닌 (어느 정도) 질병으로 인식할 때 얻게 되는 혜택도 있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서 보면 노화가 질병으로 인식되건 아니건 그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 더 관심이가는 중요한 것은 여기서 언급한 그리고 미처 소개하지 못한 다양한 모습(DNA 단위, 세포 단위, 개체 단위에서 관찰되는 노화의 모습, 원인, 치료법)의 노화에 대해, “어떤 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종합적으로 판단 (MECE: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하려면 정확히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_10.jpg » 그림9. 노화의 아홉 가지 특징들.[22]


런 관점에서 쉽게 참고할 수 있는 그림 하나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림9[22]는 (1)유전체(게놈)의 불안정성, (2)텔로미어의 감소, (3)후성유전학적 변형, (4)단백질 균형의 상실, (5)영양소 감수성 감소, (6)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7)세포 노화, (8)줄기세포 고갈, (9)세포 간의 소통 변화라는 아홉 가지의 모습으로 노화에 대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잡한 노화의 모습과 현상을 칼로 무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아홉 가지 특징을 종합해 살펴보면, 노화를 바라볼 때 적어도 어떤 하나라도 놓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노화에 대한 두 번째 글에서는 이런 아홉 가지의 노화 특징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참고논문]


[1] Nature. 2017 Apr 27;544(7651):488-492

[2] Nat Protoc. 2012 Mar 22;7(4):763-70

[3] bioRxiv 120980; doi: https://doi.org/10.1101/120980
[4] Science. 2015 Dec 4;350(6265):1214-5

[5] Nature. 2012 Aug 9;488(7410):178-84

[6] Nature. 2017 Apr 4;544(7649):147

[7] Nat Rev Mol Cell Biol. 2007 Sep;8(9):729-40

[8] http://preventionpulse.com/beauty/10-habits-that-cause-rapid-aging/

[9] http://unitybiotechnology.com/

[10] Cell 2017 Mar 23;169(1):3-5

[11] Cell 2017 Mar 23;169(1):132-147.e16

[12] Science 2017 Mar 31;355(6332):1433-1436

[13] N Engl J Med. 2012 Apr 19;366(16):e25

[14] Science 2017 Mar 24;355(6331):1312-1317

[15] Cell Metab. 2016 Jun 14;23(6):965-6

[16] Cell Metab. 2014 Nov 4;20(5):840-55

[17]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7/03/170323141340.htm

[18]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7/03/170323150518.htm

[19] Ann N Y Acad Sci. 2007 Apr;1100:1-13

[20] Handbook of the Biology of Aging, 5th Edn., eds E. J. Masoro and S. N. Austad (SanDiego, CA:AcademicPress),445–456

[21] Front Genet. 2015 Jun 18;6:205

[22] Cell 2013 Jun 6; 153(6):1194-1217


윤태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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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 결과들이 우리가 속한 사회와 인류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는 신약 연구자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박사)와 스탠포드 의대(박사후과정)에서 연구했으며 귀국하여 연세대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유한양행에서 신약 개발 중이다.
이메일 : tjyoon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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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세포 노화의 여러 원인들 인간을 대상으로 노화 현상을 연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간 노화 연구는 대단히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올해 6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는 인종과 지역이 다른...

  • 질병단백질 ‘죽음의 입맞춤’ 이끄는 연결 소분자질병단백질 ‘죽음의 입맞춤’ 이끄는 연결 소분자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윤태진 | 2017. 04. 12

    [1] 소분자 신약 '프로탁(PROTACs)' 장면#1.민소희. 텔레비전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어느 순간 얼굴에 점 하나를 찍는 것만으로 새로운 인물이 되어 등장한다.장면#2:영화 <페이스오프(Face/Off)>에서 주인공은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