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중요한 왜소은하, 더 어두운 것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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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의 ‘우주★천문 뉴스 파일’

관측과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근원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우주와 천문학의 새로운 연구 소식들이 잇따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이정환 님이 우주·천문 분야의 흥미로운 최근 소식을 간추려 독자들께 전해줍니다.


   최근 ‘컵자리 왜소은하’ 발견…희미한 왜소은하 본격 관측 신호탄


00dwarfG1.jpg » 그림 1 나선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M31)와 왜소은하의 크기를 비교한 사진. 출처/ NASA 허블 우주 망원경)



소은하들(dwarf galaxies)은 우주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은하입니다. 이름 그대로 크기가 작고 어두워서 관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주로 커다란 타원은하들이나 나선은하들의 중력에 붙잡혀 공전 운동을 하는 ‘위성은하’로 존재합니다.


왜소은하들의 대략적인 크기는 보통 3000 광년을 넘지 않고, 32.6 광년의 거리에서 바라본 절대 등급도 대부분 -15 등급보다 어둡습니다.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나선은하들의 평균 반지름이 5만~10만 광년 정도이고 절대 등급이 -21~-20 등급 정도임을 고려해보면, 일반적인 나선은하 혹은 타원은하보다 훨씬 더 작고 어두운 은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절대 등급의 숫자가 낮을수록 밝으며 5등급 차이는 육안으로 보았을 때 약 100배의 밝기 차이를 뜻합니다.]



작고 어두운 왜소은하들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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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어둡고 몸집도 작은 왜소은하라서 천문학자에게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천체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소은하들은 초기 우주의 상태를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은하들은 보통 다른 은하와 병합(merging)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하는데, 이 때 크기가 커지고 밝기도 더 밝아지면서 거대 타원은하나 나선은하의 형태를 띠게 됩니다. 따라서 거꾸로 생각해보면, 왜소은하들은 아직 병합 과정과 같은 상호 작용을 거치지 않은 은하들이므로 왜소은하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주론이 발전하고 초기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왜소은하들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왜소은하의 '광도 함수(luminosity function)'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광도 함수란 밝기에 따른 천체의 개수 분포를 나타낸 함수입니다.


00dwarfG2.jpg » 그림 2 이론적인 은하 광도 함수인 쉐흐터 함수(Schechter function). 녹색 상자 부분에 있는 밝은 은하는 대부분이 실제로 관측되기 때문에 관측 결과와 이론이 잘 맞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어두운 은하는 발견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의 광도 함수 기울기가 평평한지 급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출처/ http://zebu.uoregon.edu/tandf/timages/toc6.html 은하 광도 함수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모델로 쉐흐터 함수(Schechter function)라는 광도 함수 모델이 있습니다. 쉐흐터 함수는 은하들의 밝기가 밝을수록 개수가 적고 어두울수록 개수가 많은 분포를 가집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외부 은하 관측 결과도 역시 이 쉐흐터 함수와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밝은 은하들은 관측이 잘 되기 때문에 [그림 2]와 같이 이론적으로 예측된 은하 광도 함수를 맞추는데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왜소은하들은 관측하기가 어려워 예측된 은하 광도 함수와 잘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두운 부분을 주로 차지하고 있는 왜소은하들은 충분한 수가 발견되지 못했기 때문에 은하 광도 함수에서 어두운 부분의 기울기가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은하 광도 함수의 모양이 부정확하다는 점은 천문학자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은하 광도 함수는 현대 우주론을 설명하는 이론 모델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현대 우주론으로 천문학자들은 우주 전체의 질량 분포나 은하들의 개수 분포 등을 유추하는데, 질량 분포나 천체 개수 분포는 모두 은하 광도 함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은하 광도 함수를 통해 현대 우주론에서 예측하는 우주 팽창 속도나 우주의 진화 모델 등을 재확인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초기 우주를 연구하거나 현재의 우주론 모델을 점검하기 위해 다양한 관측 장비를 이용하여 끊임없이 더 어두운 왜소은하들을 관측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큰 왜소은하'이면서도 발견 어려웠던 컵자리 왜소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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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dwarfG3.jpg » 그림 3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M31)를 포함한 국부은하군(Local Group)의 주요 왜소은하들을 나타낸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Andrew Z. Colvin 그러던 중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가브리엘 토레알바(Gabriel Torrealba) 연구팀은 최근 칠레의 초거대 망원경(Very Large Telescope)을 이용하여 희미한 컵자리 왜소은하(Crater 2 dwarf galaxy)를 발견하였습니다.


롭게 발견된 컵자리 왜소은하는 지구에서 약 4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크기가 약 3600 광년으로 우리은하의 위성은하들 중에서는 대마젤란은하(Large Magellanic Cloud), 소마젤란은하(Small Magellanic Cloud), 궁수자리 왜소은하(Sagittarious dwarf galaxy)에 이어 4번째로 큰 왜소은하로 밝혀졌습니다.


균적인 왜소은하들보다 훨씬 큰 크기를 지니고 있는데다 가까운 왜소은하인데도 이제야 발견된 이유는 바로 표면 밝기(surface brightness) 때문입니다. 표면 밝기란 단위 면적당 밝기로, 전체 밝기를 은하의 면적으로 나누어 준 것입니다. 전체 밝기가 밝다고 해도 크기가 매우 커서 단위 면적당 밝기가 어둡다면 그만큼 관측해내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컵자리 왜소은하가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합니다. 컵자리 왜소은하의 표면 밝기는 겉보기 등급으로 무려 30.6 등급인데, 지금까지의 관측 장비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표면 밝기의 한계가 30 ~ 31 등급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거의 한계치에 다다를 정도로 희미한 왜소은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00dwarfG4.jpg » 그림 4 지금까지 발견된 국부은하군의 왜소은하들을 크기(x축)와 밝기(y축)로 나타낸 그래프.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은하들이 우리은하의 위성 은하로 발견된 왜소은하들이다. 점선과 실선은 각각 표면 밝기가 30등급과 31등급인 지점을 나타내는데, 이보다 어두운 왜소은하들은 거의 발견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G. Torrealba et al., MNRAS, 459, 2370-2378, 2016


면 밝기가 희미한 왜소은하의 발견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측 장비들의 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컵자리 왜소은하를 발견한 초거대 망원경은 구경이 8.2m인데, 앞으로 25m급 거대 마젤란 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이나 30m 망원경(Thirty Meter Telescope)이 가동을 시작하면 더욱 더 많은 어두운 왜소은하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은하 광도 함수에서 비롯되는 이론 우주론과 관측의 괴리를 좁혀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컵자리 왜소은하가 우리은하의 위성은하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은하와 위성은하들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1] Milky Way's New Neighbor. Sky & Telescope, 27 Apr 2016

 http://www.skyandtelescope.com/astronomy-news/giant-dwarf-galaxy-neighbors-milky-way/

[2] G. Torrealba et al., The feeble giant: Discovery of a large and diffuse Milky Way dwarf galaxy in the constellation of Crater, MNRAS, 459, 2370-2378, 2016


이정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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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왜소은하, 은하
이정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천문학) 대학원생
이제 막 천문학의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 대학원생입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연구도 잘하고 싶고 글도 잘 써보고 싶은 욕심 많은 과학도입니다.
이메일 : joungh9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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