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이공학도, 우리들이 사는 세상"

숱한 과제에 시달리고 퀴즈에 쫓기고 실험실에서 죽치는 생활엔 힘겨움과 고민도 숨어 있지만 이공계의 젊음은 여전히 팔팔하고 꿈도 많다. 다양한 갈래의 이공학도들이 그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전한다.

대학원과 취업 사이, 이공계 4년생의 고민과 걱정

조범식의 ‘후배에게 들려주고픈 실험실 이야기’

  “이 글을 통해 학부생연구원으로 살고 있는 나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고, 그래서 후배 아닌 자연과학 학부생들이 이 글을 통해 실험실을 선택하거나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앞으로 학부생의 관점에서 바라본, 다른 실험실 대학원생들의 고충, 연애, 진로, 취미활동, 군 입대 등등 술자리에서 술 한 잔 마셔야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4] 대학교 4학년의 진로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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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도 뉴스에서 어김없이 청년 실업률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예전엔 남 이야기처럼 들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뉴스가 자꾸만 귀에 거슬린다. 지금 취직을 염두에 두고 학교에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요즘들어 대학교 4학년생이라고 말하면 취업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친구들은 이미 취직시장에 뛰어들어 있다. 누구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잘나간다는 대기업에 취직해 연수생활을 하고 있다. 또 누구는 벌써 반 년 전에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 친구들은 학원을 다니며 취직에 필요한 성적을 올리고 있고 대외활동, 인턴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서 ‘다른 친구들과는 길이 다르다’라고 생각하지만 마냥 “난 취업 걱정은 한 톨도 하지 않아”라고 말하기에는, 뉴스에서 떠드는 말들이 너무 귀에 맴돈다. 내 생각에는 취업이라는 것이 사회적 성공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부모님한테서 독립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는데, 특히 후자가 조금 더 와 닿아 취업 고민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경제적으로 부모님한테서 독립하고 싶고, 내가 돈을 벌어 주변 사람들한테 “내가 돈 낼게” 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 대학원을 생각하면서도 취직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 없는 것 같다.


아르바이트는 해봤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아르바이를 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번 돈으로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독립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 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여름방학 때는 실험실 생활에 집중하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그렇게 실험실 생활에 집중하며 한 달이 지난지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지금 실험 생활을 하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낙관적인 미래를 가져다줄까?’ 그래서 실험실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와 선배 그리고 이미 취직을 한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마지막으로는 교수님에게도 여쭤보았다.



생명과학과, 다들 어디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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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생물 과목을 너무 좋아했기에 오직 외길만 생각했다. 생명과학과 진학. 다른 과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부모님과 선생님은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의대에 진학하면 어떻겠느냐, 약대에 진학하는 것은 어떻겠느냐 하고 권유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수술 장면만 보아도 겁을 내었기에 의사는 죽어도 못한다고 고집을 부렸고(물론 성적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다), 약사도 의사만큼이나 원하는 직업군은 아니였다.


‘생명과학과’, 이곳이 딱 내가 좋아하는 생물학을 계속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대학교 지원서에는 온통 생명과학과로 도배를 했다. 그 당시에는 취직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과에 들어가면 그만이지 왜 고등학생에게 취직까지 걱정하며 학과를 고르게 하는지…. 고등학생이던 내게 취직은 대학 진학 준비에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그렇게 대학교에 진학해 과 친구들과 지내다보니 다들 ‘미트’(MEET, 의학 전문 대학원 시험), ‘피트’(PEET, 약학 전문 대학원시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미트와 피트를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 낙관적 미래를 그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의사, 약사라는 지위는 얼마나 낙관적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고 더불어 자신의 지식을 통하여 타인의 아픔을 치유해준다는 점에서 자기 만족감과 소명감도 높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학생들은 낙관적인 미래의 길에서 벗어나 있는 걸까? 개인마다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대학원 진학이라는 선택은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 중 나에게 가장 어울리고 잘 할 수 있는 것 같기 때문에 대학원에 가는 길을 택하였다.


물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듯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시간이 그에 따른 책임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학원에 얼마나 시간을 잘 사용하느냐가 졸업 후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경우 군대 생활을 포함하여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치면 30살이 넘는다. 석사를 졸업한다 해도 20대 후반이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취업을 해서 돈을 한참 벌고 있을 시기에 30이 넘고 학교를 막 졸업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교수라는 직업이 그에 합당한 사회적인 명예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은 다들 어디를 갔을까? 대학원 졸업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00lab_university.jpg » 실험실. 출처/ 한겨레 자료사진

 


“익숙한 곳으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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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교 2학년 학생일 때 다니던 실험실에서 석사과정 학생을 있었고, 지금은 취직을 한 선배 형에게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난 뒤 취직하는 것이 학사 졸업 뒤에 취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라고 물어봤다. 형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생명과학 쪽은 전공을 살려서 취직하는 게 학사 학위로는 힘들고, 석사 학위는 되어야 어느 정도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 달라. 내 생각으로는 학사보다는 석사로 와야 석사과정 때 하던 전공을 살려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그래서 직장 생활에 적응하기도 편해.” 사실 취업 후의 생활도 석사과정 시기의 실험실 생활과 비슷하기 때문에 2년 동안 배운 실험 기술과 실험실 공동체 생활이 취직한 뒤의 직장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형의 대답이었다.


렇다면 석사과정을 마치고 취직하고 나서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는 없을까? 이 물음에 형은 직장 생활에 아직까지 후회는 없지만 박사학위라는 것이 정말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고 석사과정까지는 아마추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결국에 개인이 무엇을 목표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후회를 할 수도 만족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취직만을 위해서는 굳이 박사과정까지 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이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학위를 선택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취직한 사람을 찾다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수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교수님께 박사과정에 진학해서 졸업하고 취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여쭤보았다.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어떨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뉴스에서 들리는 ‘청년 취업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해석하면 우수한 인재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으니 취업은 그 속에서 경쟁하며 입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 50세 아니 40세만 되어도 퇴직 압력을 받게 되고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때 가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힘들고 새로운 도전이 된다는 점을 꼽으며, 그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하는 공부에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이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주셨다.


이와 비슷하게 내가 군대에 가기 전에 말씀을 나눈 다른 교수님께서는 그래프를 하나 그려 주셨다. 지금 투자한 시간은 조금 늦겠지만 결국에 미래에는 더 크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단순한 그래프였다. 지금 친구들이 먼저 취직하여 직업 생활을 하지만, 내가 직업 생활을 할 때까지 그 기간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교수님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을 해주실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조금은 현실적인 대답을 듣고 싶어, 이번에는 박사과정에 있는 선배 대학원생에게 박사과정에 진학해 졸업하고서 취직은 어떤 식으로 하게 되는지 물었다. 그 선배는 일반적으로는 공공기관에 들어가 연구원 생활을 계속 연구하는 것, 그리고 국가 또는 기업 연구소에 들어가 연구하는 것이 자신들이 바라는 졸업 후 진로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들이며 정리해보니,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에 들어가서 석사, 박사의 학위를 받아 취직한다는 것은 전공을 살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당장의 단기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기보다는 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00signpost4.jpg » 이정표. 출처/ Wikimedia Commons

 


조금은 불편한 사회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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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한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날아오는 질문은 ‘집에 돈이 많으신가 봐요’, ‘대단하네요. 공부하는 게 재밌나요?’라는 것이다. 암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듣는 것 같다. 직설적으로 답변하자면, 집에 돈이 많으면 왜 대학원을 가겠는가. 창업하거나 부모님의 사업을 물려받고 말지. 둘째로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느냐는 질문은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리가 대학생 시절까지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학부 졸업 뒤에도 계속 공부하겠다고 하면 이제는 ‘뭘 또 공부하려고 하느냐’ 하는 사회적 시선을 받게 되는데, 적어도 내게는 이런 시선이 잘 이해되지 않고 또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공계 대학원에 다니면 외계어 같은 난해한 과학·공학의 세계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괴짜, 영어 속어로는 ‘너드(Nerd)’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말해준 친구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는 대학교에 잘 가고 취직을 잘 하기 위한 공부인 것인가? 기업이 정해놓은 인재 선발 기준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며칠 전에 책에서 읽은 말이 와 닿아서 정리해서 몇 줄 적어보려 한다.


‘20세기의 사회는 그야말로 고속성장을 하던 시기이다. 산업혁명 이후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며 작업능력이 몇 배로 증가하였고 그에 따른 자본의 축적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알지 못하던 고속성장을 하던 시기에 살면서 적당히 취직하여 살아도 사회성장의 흐름을 타며 삶의 질이 급격히 호전되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곳에 취직을 하면 그 호전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에 사회적인 분위기는 ‘좋은 곳에 취직만 하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살 수 있다’가 되었다.
 하지만 급격히 성장하던 사회는 이제 지났다. 더 이상 적당히 해서는 잘 먹고 잘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생겼는데 기성세대는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회적 분위기라는 것이 기성세대에 의해 정착된 것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기성세대에게 본인들이 하던 방식의 성공을 암묵적으로 강요받고 현대인들 대부분은 그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말하였듯이 지금은 사회가 변화하였다. 더 이상 기성세대의 성공 방정식이 현대인들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전 세대가 급격한 성장을 하면서 장기적인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다면 현대 사회는 미래를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성공의 방정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가 변모한 만큼 다양한 시도라고 생각하고 불확실한 사회에서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사람으로 봐주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원생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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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취직에 대한 걱정과 진학에 대한 걱정이 상충하는 과도기적인 상태이다. 나의 제1 목표는 대학원에 들어가 박사과정을 거쳐 교수가 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면서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다. 물론 석사까지 하고 취직하려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그런 학생도 역시 자신이 실험실에서 하던 것을 취업 뒤에도 계속 할 수 있다고 하니 대학원 생활의 경험이 나중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부생이 걱정하는 대학원 생활을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었지만,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사회의 이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상태에서 취직 걱정을 비롯한 다양한 걱정들 속에서 살고 있고, 그 속에서 스스로 인내하며 전공을 살려 미래를 준비하는, 그리고 끝없이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이번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최근에 인분교수 사건이 붉어지면서 대학원생의 복지 및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한 번 대두되었는데, 녹록지 않은 대학원 현실이 대학원을 가려는 입장에서 때론 막막하기도 하다. 다시는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자신을 위해서 밤낮없이 열중하는 모든 대학원생들이 모든 이에게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조범식 한양대 시스템신경생물학 실험실 학부생연구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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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식 한양대학교 시스템신경생물학 연구실 석·박통합과정 대학원생
대중들에게 생명과학을 널리 알려주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 패기로 이상을 좇아 살아가며 어떤 일이든 집념을 가지고 끝까지 하고야 마는 고집쟁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먼 훗날 강단에 서서 사람들에게 멋지게 이야기 할 날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2016년 학부 과정을 졸업하고 대학원 생활(석박통합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메일 : ciou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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