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의 "샐러리맨 전 차장이 아인슈타인이 되기까지"

평범한 직장의 샐러리맨인 전 차장이 어느날 난해한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배워보겠노라고 나섰다. 그를 돕기 위해 나선 물리학자의 친절한 강의가 시작된다.

[연재] '세밑 60명의 기적'...우린 지적 모험을 시작했다

샐러리맨 전 차장이 아인슈타인이 되기까지 (6)

 

 

 

 

세밑의 기적

 

 

 

2008년 동호회 서울지부의 마지막 모임은 12월 19일(금)에 있었다. 이날의 발표자는 나였다. 한해 전인 2007년 내가 번역한 책 <최종이론의 꿈>을 모임 도서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추앙받는 미국 텍사스 대학의 스티븐 와인버그가 1993년에 쓴 책이다.

 

00LHC » LHC 내부에 있는 입자 신호 검출 장치. 출처: Wikimedia Commons

유럽 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가 첫 가동에 들어간 2008년의 시점에서 이 책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이 책은 LHC 같은 대형 입자가속기가 왜 필요한지를 대중적으로 설파하기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초전도 초대형 충돌기(Superconducting Super Collider, SSC)라고 불리는 초대형 입자가속기를 건설하고 있었다.

 

SSC의 규모는 2008년 이래 지금 현재 계속 가동 중인 LHC와 비교해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LHC는 현존하는 인류 최대 규모의 과학실험 설비로서 입자가속기의 둘레가 27km이며, 마주보고 달리는 양성자를 각각 자기 질량의 7천배 되는 에너지로 가속시켜 충돌시킨다. (따라서 충돌에너지는 양성자 질량의 1만4천배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SSC는 가속기의 둘레가 무려 87km이고 마주 달리는 양성자의 에너지는 각각 자기 질량의 1만 배에 달하도록 설계되었다. 서울의 순환지하철 노선인 2호선의 총연장 길이가 약 45km임을 감안하면 SSC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대략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당시의 시세로 SSC는 약 8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그에 따라 SSC는 미국 과학계 안팎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으며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뜨거웠다.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을 하던 시절 그 부지가 텍사스 주의 댈러스 근방 왝사하치로 결정되었고 실제로 예산이 집행되어 지하 주 터널을 약 20여 km 뚫기도 했었다. 그러나 해마다 의회에서 SSC의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었고, 클린턴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1993년 SSC 계획은 완전히 철폐되었다. 이 책은 SSC가 철폐되기 직전에 출간되었고, 폐기된 이후에는 별도의 후기를 새로 써서 끼워 넣었다. 이 때는 이미 약 2조원 정도의 예산이 집행된 뒤였다. 파다 만 지하터널은 이후 한동안 버섯 등을 키우며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다가 다시 돈을 들여 메웠다.

 

와인버그는 SSC를 둘러싼 논란이 한참일 때 이 책을 썼다. 그 자신이 서문에서 이 책은 SSC를 위한 책은 아니라고 했지만, 여러 정황상 이 책은 SSC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하게 SSC가 왜 필요한지를 직설적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과학자들이 왜 이런 대형설비를 필요로 하게 되었는지 그 과학사적이고 문명사적인 의의를 도도하게 돌아보고 있다.

 

SSC가 폐기되고 또 이 책이 나온 뒤로는 서양 학계에서 이른바 과학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과학전쟁은 과학의 본질을 둘러싼 과학철학자/사회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의 논쟁으로, 과학자들은 과학이 인간 지식의 특별한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이 다른 지식체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과학전쟁을 촉발시키는 데에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과학철학자들은 물리학자들 특히 SSC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SSC가 폐기되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과학에 대한 과학철학자들이나 사회구성주의자들의 논의에 매우 민감해졌다고 지적하는데, <최종이론의 꿈>에서도 와인버그는 철학자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 책의 번역을 끝낸 뒤 2007년 5월 말 나는 텍사스로 와인버그를 인터뷰하러 갔다. 인터뷰는 이 책의 한국어판 출판을 위한 이벤트의 일환이었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물리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과학철학과 과학정책에 대한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이휘소 박사와 절친했던 그는 이휘소에 얽인 일화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과연 몇 명이나 수강 동참?' 조마조마 

 

이 모든 내용을 한번의 강연에 담으려고 하니 시간이나 분량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저자인 와인버그는 소립자 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그 공로로 1979년 노벨상을 받았다.) <최종이론의 꿈>은 표준모형이 과학의 발전 도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비중 있게 다루기 때문에 표준모형 자체를 내가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종이론의꿈

 

소립자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입자물리를 전공하지 않은 다른 물리전공자에게 설명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 자리에 오신 분들은 물리와는 거의 아무런 인연이 없는 분들이라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려운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내 준 청중들이 고마웠다. 특히 이 책을 매개로 그해 가을에 가동을 시작한 LHC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그리고는 끝날 때 쯤 간단하게 수학아카데미에 대한 얘기를 했다. 청중들 중 상당수는 이미 수학아카데미가 수강신청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청중들 중에는 물론 전 차장도 앉아 있었다. 나는 특별한 말은 하지 않고 지금 수학아카데미가 수강신청 중이니 고등학교 수학 과정부터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올 연말까지 수강신청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날은 동호회에서 마련한 한 해의 마지막 강연이었다. 그래서 강연이 끝난 뒤 송년회를 겸해서 간단한 뒤풀이가 있었다. 2차 뒤풀이는 전 차장이 주도했다. 그는 한 8명 정도를 이끌고 광화문 근처의 와인바로 데려갔다. 전 차장이 주도한만큼 수학아카데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수강신청을 받기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은 때라 우리의 관심사는 과연 몇 명이나 수강신청을 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중 몇몇은 꼭 수강신청 하겠다고 했지만 또 몇몇은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개인적인 일로 이번에는 수강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강신청을 받기 시작할 즈음에 전 차장과 나는 냉정하게 최악의 상태를 따져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뭔가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지만 막상 수강신청을 받으면 의외로 적은 수의 사람들만 신청할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나는 수학아카데미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 인원을 다섯 명으로 봤다. 언제나 한두 명은 무슨 이유에서든지 불참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수강인원이 네 명 이하면 불참하는 사람이 출석한 사람보다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고 이런 경우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해 6월 나는 어느 문화원에서 주관하는 교양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수강인원이 8명이었는데, 평균 참석인원은 5~6명이어서 그런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는 다섯 명도 안정된 숫자는 아니지만, 전 차장과 나는 다섯 명을 마지노 선으로 정했다. 그래도 우리는 내심 10명 정도는 수강신청 하리라고 기대했다. 15명 이상 20명 정도면 아주 대박나는 것이라고 여겼다.

 

 

 

모두가 놀란 '초대박' 수강신청 열기

 

초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전 차장이 며칠 전인 15일 수강신청을 공고한 이후 그날(19일)까지 약 25명이 댓글을 달아 신청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수강료를 입금한 사람은 전 차장을 포함해서 넷 뿐이었다. 나는 강의에만 전념하기로 했고 그 외 제반 사항은 전 차장이 모두 챙겼다. 수강신청 계좌도 전 차장 앞으로 돼 있어서 전 차장이 수강인원과 관련해서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과연 지금 신청한 25명이 모두 등록을 할 것인가, 앞으로 연말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신청할 것인가 그런 고민도 잠깐, 우리는 와인과 과학과 수학과 인문학, 그리고 그해 한 해 동안의 동호회 활동 등을 소재로 즐거운 송년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차갑게 퍼붓던 겨울비는 전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새벽 3시경 모임을 파하며 우리는 한겨울 시린 비를 뚫고 총총히 흩어졌다.

 

12월19일 모임 뒤에는 이듬해 1월10일 첫 수업까지 동호회의 공식적인 일정은 없었다. 이제는 모두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즐기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수강신청과 관련해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전 차장이 일차적인 마감일로 정했던 30일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신청자와 등록자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시한을 넘겨 31일, 이듬해 1월2일에도 뒤늦게나마 신청하고 등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수강신청을 공지하는 전 차장의 글에는 8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해를 넘긴 1월5일, 전 차장은 그 동안의 수강신청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오늘까지 58분이 신청하셨고.. 28분이 수강료를 입금했습니다.”

 

그야말로 초대박이 난 셈이었다!

 

6-2전 차장과 나 뿐만 아니라 동호회 사람들 모두가 그 엄청난 열기에 놀랐다. 1월10일 첫 강의가 있는 날까지 계속해서 수강신청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예상보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한편 강의 장소에도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원래는 동호회가 정기모임을 갖는 곳에서 하려 했으나 주말에는 그쪽 사정이 여의치 않아 새로운 장소를 알아봐야만 했다.

 

그렇게 알아본 곳이 혜화동의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이 있는 일석기념관이었다. 도정일 교수가 주도하는 이 단체는 책 읽기 운동을 전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동호회 같은 독서모임에게 장소도 제공해 준다고 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2층 사무실 옆의 큰 강의실은 50명 정도는 너끈히 수용할 규모였고 강의를 위한 각종 장비도 갖추고 있었다. 12월30일, 나와 전 차장과 서울모임 회장은 함께 이곳을 방문해서 운동본부의 사무처장과 만나 우리의 구체적인 수업계획을 설명했다. 사무처장은 많은 독서모임을 봐 왔지만 수학을 공부하는 모임은 처음이라면서 큰 관심을 가졌다. 게다가 보통의 독서모임은 두어시간 정도 장소를 빌리는데 우리는 저녁시간 포함해서 여섯 시간을 이용할 예정이라 그의 놀라움이 더 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우리는 그 훌륭한 장소를 공짜로 이용하게 돼서 너무 송구스러웠다. 마침 수강등록한 사람이 예상보다 많아서 수학아카데미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던 터였다. 우리는 1년 강의가 끝나면 별도의 선물을 준비하기로 하고 기쁜 마음으로 혜화동을 떠났다.

 

한해의 마지막 날인 다음날(내 생일이기도 했다.) 나는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수강신청도 거의 마무리되었고 해서 열흘 뒤에 시작될 첫 강의에 대한 소개도 필요할 것 같았다.

 

 

“어제 전 차장님과 ○○○ 회장님과 함께 혜화동에 갔습니다.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의 ○○○ 사무처장님과 좋은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장소를 제공해 주셔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

 

실제 모임 장소에 가서 장비 점검도 해 보니 수학아카데미가 곧 시작한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애초에 전 차장님과 저는 한 열명쯤 모이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셔서 좀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동호회의 저력이 아닌가 싶네요. 그만큼 저도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다음 주 중으로 수학 아카데미 개강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글이 오르겠지만

오늘 여기서 간단하게 몇 마디 적어 둡니다.

 

우선 내년 1월10일 토요일 첫 모임에 나오실 때 위 그림의 일석기념관 2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밤 11시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저녁식사는 수강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리 어떤 내용을 공부해 오는 게 좋을까 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원칙적으로 사전학습이 거의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강의를 시작할 생각이라서 아무런 준비 없이 오셔도 된다고 답변을 드리고 싶은데요. 수학 아카데미가 그 자체로서 자기완결적인 하나의 훌륭한 패키지가 되려면 이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할 때 백지상태여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지금까지 강의 내용에 대한 말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너무 말이 없으면 아무런 감도 없을 것 같아서 간략하게 첫 강의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강의에서는 고등학교 수학의 기본을 배웁니다.

이날 수업의 포인트는 인수분해, 이차방정식, 함수 등입니다.

특히 함수 관련 내용이 꽤 많아서 원래 예정했던 벡터는 다루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벡터는 나중에 다시 다룰 기회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의 미적분을 배울 때는 벡터가 꼭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잠시 뒤로 미루더라도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함수에서도 함수의 일반적인 특징(합성함수나 역함수, 함수변환 등)과 함께

삼각함수, 지수 및 로그함수가 중요합니다.

이 세 함수는 특히 이공계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룹니다.

인문계 과정은 다항함수만 미분하고 적분하는데 이공계에서는 삼각함수 지수 로그함수를 모두 미분 적분합니다. 이공계에서 이 함수들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삼각함수에서는 처음에 각도를 정의하는 방법 중 하나인 호도법이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일반각의 삼각함수와 그로부터 나오는 삼각함수의 기본성질들을 잘 알아야 합니다. 3회 강의에서 삼각함수 다시 배우는데요. 그 때는 삼각함수의 덧셈정리 등 보다 복잡한 관계들을 배웁니다.

지수 로그함수도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로그함수의 성질은 처음엔 낯설고 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지수 로그함수는 물리학에서 늘상 나오는 함수들이라 그 기본성질을 알지 않고서는 물리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을 빠른 시간 안에 다 외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기본원리만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필요할 때 내가 원하는 결과를 빨리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학교 교육에서는 무조건 다 외워야 하는데요. 우리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죠.

 

꼭 필요한 수학적 증명이나 유도는 자기 손으로 한두 번만 해 보면 됩니다.

그 다음엔 공식들이 필요할 때 헷갈리지 않고 잘 찾아서 성공적으로 적용시키는 게 중요하죠. 같은 공식들을 그런 식으로 많이 접하게 되면 저절로 외워 집니다.

 

첫날 강의가 끝난 뒤에는 전체적인 일정이나 시간배분이 적당한지 강의 내용이 알아들을만 한지 등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처음 해 보는 시도라 어쩔 수 없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일 테니까 그런 문제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갑시다.

 

한 해 마지막 날인데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수학 아카데미 참석하시는 분들 건강한 모습으로 1월10일 뵙겠습니다.”

 

 

 

"수학아카데미의 목표는...우리 사고의 질적 도약!"

 

00einstein2008년을 그렇게 보내고 새해가 밝자마자 1월6일 수학 아카데미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첫 강의를 며칠 앞두고 최종점검을 위한 자리였다. 시청 근처 파이낸셜 건물 지하에서 약 6명이 저녁을 들며 실무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날의 이슈는 수강료를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와 동영상 촬영이었다. 회원 중 한 명이 자기가 직접 강의를 찍어서 DVD로 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와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수강료로 들어온 돈이 풍족한 터라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이튿날인 1월7일, 나는 게시판에 수학아카데미 첫 수업을 공식적으로 공고했다.

 

 

 

“1기 수학아카데미 드디어 개강합니다!(1월10일)

 

작년까지는 멀게만 느껴졌는데 해가 바뀌고 나니 코앞이 개강이네요.

드디어 시작입니다.

 

처음 수학 공부모임 이야기가 나왔을 때가 생각나네요.

작년 9월26일 서울 동호회 모임 끝나고 뒤풀이 자리였습니다.

 

그날 전○○ 회원님이 호주 다녀오신 사진들 많이 보여주셨죠.

그 사진 중에는 아인슈타인 방정식도 있었습니다.

전 차장님은 그날 처음 만났는데요.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다시 언급하면서 일반상대론이 나온 지 100년이 되는

2015년까지 그 방정식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셨죠.

 

그래서 제가 그러려면 고등학교 미적분부터 공부해야 한다,

이런 말을 했는데 그러면서 수학 공부모임을 하나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날 뒷풀이는 새벽 5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습니다.

광화문 뒷골목의 한 감자탕 집이었죠.

저와 전 차장님과 ○○○ 회원님이 끝까지 말똥말똥했고요.

○○○ 총무와 ○○○ 회원님과 기타 20대 젊은 회원들은 새벽 3시를 기점으로 하나 둘 엎어지더군요.

 

처음에는 10명 정도 모이면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번개하면서 확인해 보니까 거의 60분이 신청하셨네요.

전 차장님이나 저나 동호회의 열정과 잠재력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처음 수강신청 받으려고 할 때 수강 인원이 너무 적으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도 잠깐 했습니다만 지금은 생각보다 많아진 인원 때문에 몇 가지 기술적인 (즐거운) 고민들도 생겼습니다.

 

여러분들에게나 저에게나 이번 수학 아카데미는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 하시면서 다시 수학책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상대성이론을 직접 수학적으로 다루기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저만 하더라도 세부전공이 좀 다르기 때문에 일반상대론이나 우주론은 다시 정리를 하고 복습을 해야 할 지경입니다.

제 입장에서도 이런 기회는 도전이자 모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가는 길이 그만큼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마도 동호회의 적지 않은 회원들은 교양과학 서적들을 저보다도 훨씬 많이 읽었을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또 다른 새로운 교양서적은 큰 의미가 없겠죠.

 

제가 수학공식과 물리이론으로 계산만 하다가 말로만 쓰여진 교양과학책들을 읽었을 때 느꼈던 신선함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그 느낌이란 게 묘하게 다릅니다. 말들 사이사이로 스쳐가는 공식들과 이론들을 떠올리면서 저자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말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들이 교차합니다.

어떤 경우는 안쓰럽기도 하고(그냥 식 하나 쓰면 되는데 말입니다.) 또 어떤 경우는 감탄스러울 때도 있습니다.(탁월한 직관력 때문에요.)

 

여러분들께서 이번 1기 아카데미를 수강하면서 수학을 배우고 미적분을 배우고 일반상대론과 표준우주론의 기본을 알게 되면, 그 때 예전에 읽었던 교양서적들을 다시 펴 보세요.

 

<처음3분간>이든 <빅뱅>이든...

아마도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읽힐 겁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던, 글자와 문장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우주가 조금씩 보일 겁니다.

그리고 저자가 그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하겠지요.

1기 수학아카데미의 목표가 바로 이것입니다.

질적 도약.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분들의 학습을 도와 주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문제를 풀어줄 수도 있고 방정식을 세울 수도 있지만, 여러분의 "생각"까지 제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생각은 여러분 스스로 하셔야만 합니다.

다만 저는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옆에서 알려줄 뿐이지요.

 

그리고 저는 이번 수학 아카데미를 제 개인적으로도 하나의 즐거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내가 샐러리맨 전 차장님을 아인슈타인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 쉽지 앉을 여정을 충실히 기록으로 남겨서 제 인생의 조그만 추억거리로 만들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이 길을 가려는 다른 분들에게 도움도 되었으면 하고요.

수학 아카데미에 참석하시는 여러분들께서도 지루하고 어려운 수학공부라는 생각보다는 좀 더 즐겁고 밝은 기분으로 하나의 추억을 남기시기 바랍니다.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모든 게 조금씩은 모자랄 겁니다.

예컨대 장소문제가 그 중 하나입니다.

모두에게 넉넉한 책상 공간이 주어지지 않을지도 몰라서 첫 수업이 그다지 편안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이런 문제들은 최대한 빨리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영상강의도 장소나 인원이나 저작권 문제 등을 빨리 세팅하고 나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첫 수업이 끝난 뒤에 제반 실무적인 사항들에 대해 여러분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2월에는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수학 아카데미가 정말로 이번 주말 개강할 수 있었던 것은 동호회의 열혈남아 전OO 회원님의 뜨거운 열정과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어리버리하다가 그 열정에 휘말린(?) 경우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너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앞으로 개강하고 나면 더 많은 일들을 감당하셔야 할지도 모르는데 저도 최대한 힘을 보태겠습니다.

 

*****

 

이번 주말엔 날씨가 추워진다네요.

감기 안 걸리게 잘 챙겨입고 오세요.

개강하는 날이니까 개강파티는 꼭 합시다!”

 

 

그러고는 개강 전날인 1월9일, 전 차장과 나는 둘이서 다시 일석기념관을 방문해 도정일 교수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혜화동을 나와 전 차장과 헤어질 때는 어슴프레 땅거미가 조금씩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로 내일 첫 강의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지난 몇 달간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파노라마로 스쳐 지나갔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그보다 더 많은 1년을 강의해야 하는 부담감도 적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정면으로 돌파해 내는 열혈남아 전 차장이 옆에 있고 열정에 가득한 60명의 수강생이 있어서 나는 두렵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을 나는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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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샐러리맨 전 차장이 아인슈타인이 되기까지 | 2010. 08. 26

    샐러리맨 전 차장이 아인슈타인이 되기까지 (9-1)         인수분해부터 로그까지 ①            바보스럽게 두 가지 세제곱 식을 따로 외던 고등학교 시절   곱셈공식은 곱하기로 연결된 수식을 풀어서 전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와 같이 풀어쓴 쓴 결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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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샐러리맨 전 차장이 아인슈타인이 되기까지 | 2010. 08. 19

     샐러리맨 전 차장이 아인슈타인이 되기까지 (8)         고등학교 수학의 기본       하루에 제아무리 5시간씩 한다고는 하지만 네 번 만에 고등학교 수학의 미적분 과정을 그 시간 안에서만 모두 소화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게 열두 번을 공부해서 그것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