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현의 "사회물리학의 낯선 여행"

원자의 운동과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던 통계물리학은 인간 사회 현상과 사람들의 집합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을까? 핀란드 알토대학에서 사회물리학을 연구하는 조항현 박사가 물리학 속의 사회, 사회 속의 물리학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연재] '위험회피 모형'으로 통신패턴의 폭발성 설명하기

::: 사회물리학의 낯선 여행 (8)


::: 안쓰다가 몰아쓰는 핸드폰·이메일 사용의 폭발성, 그 원인을 찾아서 2


00phone » 한겨레 자료사진




다보면 평소에는 별 일이나 약속이 없다가도 가끔씩 일과 약속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험을 합니다. 일정표나 다이어리나 달력에 일이나 약속 같은 일정을 빠짐없이 오랫동안 기록한 후에 일정들 사이의 시간 간격을 재보면 어떨까요. 사람에 따라 길게는 몇 주 정도 아무런 일정이 없어서 심심하다가도 갑자기 며칠 사이에 여러 건의 일정이 생겨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매우 규칙적이어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선 ‘한동안 일이 없다가 짧은 기간에 일이 몰리는 현상’에 초점을 맞춰봅시다. 이를 한 낱말로 줄여 ‘폭발성(burst)’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했죠.1) 첫번째로 할 일은 정말 그런 현상이 있는지 구체적인 데이터에서 확인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글("휴대폰·이메일 사용의 ‘폭발성’ 어떻게 설명되나?")에 소개한 대로 바라바시의 연구나 아마랄 등의 연구는 이메일(전자우편) 통신 데이터를 이용해서 폭발성이 실제로 나타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테면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여 밤새 쌓인 이메일들을 읽고 답장을 보낸 후 두어 시간 다른 일을 하다가 점심 먹고 와서 다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쓰거나 한다는 식입니다.


이런 폭발성은 이메일뿐 아니라 핸드폰 통화 데이터를 비롯하여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에서 관찰됩니다. 또한 태양의 활동, 강 수위의 변화, 생물들의 멸종 패턴, 뇌파 활동 등 자연 현상에서도 폭발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보편적인 메커니즘을 찾으려는 시도가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그중에는 제가 연구했던 ‘모래더미 모형’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편성을 좇을수록 세부 사항은 무시될 수밖에 없는데, 행여 ‘중요한 세부 사항’을 무시하지 않는지 조심할 필요가 있겠죠.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주어진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고 아름다운 모형에 끼워맞추기보다 그 복잡함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활주기가 과연 폭발성의 원인인지 확인하는 방법



메일 통신에서 발견된 폭발성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바라바시 그룹과 아마랄 그룹 사이에 이루어진 논쟁도 지난 글에서 소개했지요. 지난번에는 기술적인 설명에 치중한 경향이 있어서 이번에는 각 그룹의 관점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거칠게 말해서 바라바시는 사용자들 사이의 개인차보다는 공통점에 초점을 맞춰 보편적인 메커니즘을 찾고자 하여, 받은 이메일에 우선순위를 주고 그에 따라 답장을 보내는 모형을 제시합니다. 이 모형에 따르면 우선순위를 주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 차이는 폭발성을 달라지게 할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아마랄 그룹 역시 보편적인 메커니즘으로서 사용자들의 생활 주기에 따른 이메일 사용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밤에 자고 주말에 쉬느라 이메일을 덜 사용하다가 주중 낮에 여러 번의 짧은 기간 동안 이메일을 몰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성이 나타난다는 설명입니다. 모형에 반영된 생활 주기는 각 사용자의 이메일 사용 패턴에서 직접 얻어졌으며 그만큼 아마랄 그룹은 바라바시에 비해 개인차와 세부 사항을 조금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이렇게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두 설명 방식이 모두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그런 면에서 대립적이라기보다는 보완 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다만 어떤 원인이 더 중요한지를 밝히고자 이메일이나 핸드폰 사용 패턴에서 생활 주기를 보정해준 후에도 여전히 폭발성이 관찰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2)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활동이 적은 밤이나 주말은 시간이 빨라지게 해서 단위 시간당 사용량이 커지게 하고, 활동이 많은 낮이나 주중은 시간이 느려지게 해서 단위 시간당 사용량을 작아지게 합니다. 이렇게 단위 시간당 사용량을 비교적 고르게 만든 후에도 폭발성이 남아 있다면 생활 주기가 폭발성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반대로 폭발성이 사라진다면 생활 주기만이 폭발성의 원인이 되겠죠. 이 연구를 위해 저와 동료들은 이메일보다 인간 행동에 더 가까운 핸드폰 통화 데이터를 이용했습니다.


[보정방법] 핸드폰 사용 패턴을 생활 주기로 보정한다.


이 보정방법은 그럴듯한 얘기지만 미묘한 문제가 있습니다. 생활 주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핸드폰 사용자들을 쫓아다니며 30분마다 신진대사량을 재면 될까요? 벌써 문제가 복잡해져서 제 깜냥을 넘어섭니다. 어쨌든 우리가 가진 건 핸드폰 데이터뿐이므로 핸드폰 사용 패턴이 곧 생활 주기라고 손쉽게 가정합시다. 아침보다 저녁에 핸드폰을 많이 이용한다면 저녁에 더 활동적인 사용자라고 말하자는 겁니다. 이에 따라 위 보정방법에서 ‘생활 주기’를 ‘핸드폰 사용 패턴’으로 바꾸고 이를 편의상 X로 쓰면, “X로 X를 보정하기”가 됩니다. 뭔가 이상하죠. 보정하면 결국 아무런 정보도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00socph1 » 그림 1 주간 생활 주기로 핸드폰 사용 패턴을 보정하기


이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보정하는 시간 규모를 조절할 수 있게 합니다. 그 시간 규모가 일주일이라면, 사용 패턴의 전 기간을 일주일 단위로 쪼개어 평균 사용 패턴을 구합니다. 그림 1의 맨 위는 어떤 사용자의 2주간 핸드폰 사용 패턴인데 이를 두 개의 일주일 구간으로 나눈 후 각 요일별로 모은 것이 중간 그림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주간 사용 패턴’을 이 사용자의 실제 ‘주간 생활 주기’라고 가정합니다. 이에 따라 위 보정방법을 다시 씁니다.


[개선한 보정방법] 전 기간 핸드폰 사용 패턴을 주간 생활 주기로 보정한다.

 

그렇게 얻은 결과가 그림 1의 맨 아래입니다. 의도한 대로, 보정 전의 월요일보다 보정 후의 월요일에서 핸드폰 사용량이 어느 정도 고르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한동안 뜸하다가 짧은 기간에 사용량이 몰리는 폭발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핸드폰·이메일·편지 쓰기의 폭발성을 다 설명할 모형은?



기서 폭발성을 정량화하기 위해 다른 연구자들이 제시한 폭발성 지수(B)를 소개합니다.3) 이 지수는 완전히 규칙적인 패턴의 경우는 -1, 완전히 무작위한 패턴의 경우는 0, 극단적으로 폭발적인 패턴의 경우는 1의 값을 갖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인 사용자의 경우, 원래 사용 패턴의 폭발성 지수는 0.224인데 주간 생활 주기로 보정하면 0.146으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밤에 자고 주말에 쉬는 효과를 보정해도 완전히 무작위한 경우(B=0)를 기준으로 할 때 폭발성 지수는 35%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습니다. 나머지 65%의 폭발성은 주간 생활 주기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사용 패턴이 다른 사용자들에 대해서도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적으로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밤에 자고 주말에 쉬는 효과’가 핸드폰 사용 패턴의 폭발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아마랄 그룹은 이메일 사용 패턴의 폭발성이 사용자들의 주간 생활 주기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메일에 대해서는 맞는 설명일지 몰라도 우리의 핸드폰 데이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이메일에서 폭발성의 시간 규모는 일주일보다 짧지만(약 100시간), 핸드폰의 경우에는 두 달 정도 되므로 주간 생활 주기로는 핸드폰 데이터를 설명하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럼 더 긴 생활 주기를 이용해 모형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할 수야 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아마랄 그룹의 모형은 이메일 폭발성의 시간 규모가 일주일보다 짧다는 것 외에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요.


아마랄 그룹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 곧바로 바라바시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바라바시의 모형도 나름 직관적이고 타당한 가정 위에 있지만 그 모형이 갖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선순위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개 이상의 일정이 일 목록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언제나 2개 이상의 일정을 갖고 있다고 가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우선순위만 비교하다보니 실제로 그 일을 처리하는데 드는 시간이나 다른 사정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로, 핸드폰 통화 데이터에서 잰 사건 사이 시간 분포와 기다림 시간 분포의 거듭제곱 지수는 약 0.7입니다. 그런데 바라바시의 모형과 그걸 변형한 모형들로는 1보다 작은 거듭제곱 지수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메일의 경우 거듭제곱 지수는 1이고 편지의 경우 거듭제곱 지수는 1.5라는 결과도 있는데 핸드폰 결과까지 포함하여 이 모든 걸 하나의 틀로 설명해내는 모형 역시 아직 없습니다.



위험회피, 정보이득, 시간비용…폭발성 모형 만들기



누이 말했듯이 사회현상에 관한 물리학자의 모형들이 중요한 요인을 적절히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라바시의 모형도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먼저 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데 ‘왜 그런지’와 ‘어떻게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꽤 그럴듯한 가정이므로 그냥 저 가정에서 출발하겠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뭔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인간 행동의 동기를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경제학 모형에서 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영국에서 공부 중이신 경제학자에게 폭발성을 설명하는 경제학 모형을 함께 연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메일로 얘기를 주고받다가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제가 있는 학교로 초청을 했습니다. 우리는 며칠 동안 세미나실의 칠판 앞에 서서 모형을 이렇게 바꿨다가 저렇게 바꾸기를 되풀이했고, 마침내 정확히 풀리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일단 기본 틀이 잡히자 나머지는 다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연구를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경제학의 기본 개념들에 익숙하지 못하다보니 처음엔 당연하게 넘겼던 것들을 다시 짚으면서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논문을 물리학 분야의 학회지에 보냈으나 물리 논문이 아니라며 편집자 선에서 잘리기도 했지만 결국 올해 초에 다른 물리학 분야 학회지에 실렸습니다. 그렇게 얻은 결과를 여기에 소개합니다.4)


우리 연구결과를 과감하게(?) 한 문장으로 줄여보겠습니다.


[요약] “위험회피 행위자가 위험(불확실성)을 줄이려고 정보를 요청한 후 답변을 기다리면서 기대하는 정보이득과 시간비용을 최적화하면 기다림 시간이 거듭제곱 분포를 따르는 폭발성이 얻어진다.”


무슨 소리인지 아시겠나요? 대뜸 저렇게 써놓으면 누구라도 갸우뚱할 겁니다. 위 문장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우선 우리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통신 데이터, 즉 핸드폰 통화나 이메일 교환 등을 다루고 있으므로 왜 사람들이 서로 끊임없이 연락하려 하는지 묻는 데서 출발합니다. 앞서 말했듯 사람들의 동기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하겠다는 말입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대답 중 하나는 정보 교환입니다. 이메일을 쓸 때 정보를 주기만 할 수도 있고 뭔가 물어보려고 쓰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물어본 것에 대해 대답하려고 이메일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핸드폰의 경우는 실시간으로 정보가 오고갈 수 있지만 대답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끊었다가 다시 걸 수도 있죠.


이런 다양한 상황 중에서도 우리는 정보요청자가 정보제공자에게 먼저 연락을 한 후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만 생각합니다. 요청자는 제공자가 얼마나 빨리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가늠하면서 정보를 요청할 것이고, 제공자는 요청을 받고나서 얼마나 오래 시간을 들여 답변을 할지 결정할 것입니다. 그냥 봐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한 번에 다 하기 힘드니까 일단 요청자 입장에서만 모형을 만들려고 합니다.



최적의 기다림 시간을 선택하는 합리적 행위자를 가정



제 그림 2를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살다보면 불확실한 즉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마련인데요,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직접 정보를 찾아 나설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도 있죠. 하지만 동시에 그 정보제공자가 답변을 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요청자 입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비용이 됩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입니다. 정보제공자가 성실하게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정보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기다리는 시간비용도 커지므로 무한정 기다리기만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충분히 기다리지 않는다면 시간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좋은 정보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행위자라면 비용 대비 이득이 최대화되는,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최적의 기다림 시간을 선택할 것입니다.


00socph2 » 그림 2 정보이득과 시간비용을 모두 고려하여 위험회피 행위자가 선택한 최적 기다림 시간. 정보제공자가 성실하게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기대할 때, 불확실성은 시간에 따라 줄어들며(빨간 점선) 그에 따라 정보이득은 커진다(파란 실선). 시간비용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는 커지다가 나중에 줄어드는 곡선이 얻어지며 이로부터 최적 기다림 시간을 구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사람마다 또 주어진 상황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모형에서는 위험회피 성향을 가정했는데, 일반적으로 위험을 좇을 수도 있고 위험에 중립일 수도 있습니다. 위험회피를 제외하면 최적 기다림 시간은 의미가 없습니다. 위험을 좇는 경우만 보면, 위험을 줄여줄 정보가 필요 없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겠죠. 물어본다고 해도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최적 기다림 시간은 늘 0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위험을 회피하는 행위자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이메일이나 핸드폰을 이용하여 정보제공자에게 정보를 요청하는데, 제공자로부터 기대하는 정보에 의한 이득과 답변을 기다릴 때 발생하는 시간비용을 모두 고려하여 최적 기다림 시간을 선택합니다. 이 최적 기다림 시간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우선 요청자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불확실한지입니다. 이 ‘초기 위험 수준’ 역시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거기까지는 우리가 알지 못하므로 정보를 요청할 때마다 마구잡이로 주어진다고 가정합니다. 다시 말해서 초기 위험 수준의 분포를 적당한 모양으로 가정하겠습니다.


두번째 요인은 요청자가 제공자로부터 기대하는 정보에 의한 이득, 즉 정보이득이 커지는 속도입니다. 이를 통신 효율로 부르겠습니다. 요청자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에 따라 위험이 줄어들며 그럴수록 정보이득은 커집니다. 세번째 요인은 요청자가 기다리는 시간에 따른 비용입니다. 단위 시간당 비용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즉 시간비용은 단위 시간당 비용에 기다린 시간을 곱한 값입니다. 다만 단위 시간당 비용은 초기 위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보이득과 시간비용에 대한 태도에 따라 ‘폭발성’ 달라진다



런데 정보이득이 시간에 따라 실제로 어떻게 커지는지, 단위 시간당 비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므로 적당히 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모형이 수학적으로 정확히 풀리도록 하기 위해 다소 특수한 가정을 이용했습니다. 또한 이 글에서는 통신 효율과 단위 시간당 비용이 하나의 변수로 동시에 조절되는 경우만 설명하겠습니다. 이 변수를 c라고 하면 c가 클수록 통신 효율이 좋아지며 단위 시간당 비용도 커집니다. 그러면 최적 기다림 시간(T)이 초기 위험 수준(R)의 2/c 제곱, 즉 R2/c에 비례한다는 결과를 얻습니다. c가 양수인 경우만 보면, 초기 위험 수준이 클수록 최적 기다림 시간도 커집니다. 즉 상황이 위험할수록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므로 더 오래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또한 2/c가 클수록 (c가 작을수록) 최적 기다림 시간은 초기 위험 수준의 변화에 더 민감해집니다.


초기 위험 수준을 알면 최적 기다림 시간도 정해지므로, 초기 위험 수준의 분포로부터 최적 기다림 시간의 분포도 바로 얻어집니다. 이 분포는 이메일이나 핸드폰 데이터에서 관찰된 대로 거듭제곱 분포인데 그 거듭제곱 지수(α)는 1-c/2로 나옵니다. 실제 데이터의 거듭제곱 지수와 비교해보면, 핸드폰의 경우 α는 0.7이므로 c는 약 0.6이 되며, 이메일의 경우 α가 1이므로 c는 0입니다. 다시 말해서, 핸드폰이 이메일에 비해 통신 효율은 좋지만 동시에 단위 시간당 비용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친한 친구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싶은데 핸드폰과 이메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상상해봅시다. 어떤 수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답변을 기다릴 때의 마음가짐, 즉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합시다. 마음이 급할수록 단위 시간당 비용이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친구는 핸드폰과 이메일 중 어떤 수단으로 정보를 요청받느냐에 따라 여러분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속도(통신 효율)가 달라진다고 합시다. 우리 모형의 결과를 이 상황에 맞춰보겠습니다. 정보요청자의 성격이 급하거나 또는 정보가 급하게 필요한 경우, 단위 시간당 비용이 커지는 동시에 통신 효율이 높은 수단, 즉 c가 0인 이메일보다는 0.6인 핸드폰을 선택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모형은 행위자의 정보이득과 시간비용에 대한 태도가 폭발성의 거듭제곱 지수에 직접 반영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또한 기존 바라바시의 ‘우선순위를 가진 일처리’ 모형이나 그걸 변형한 모형들이 설명하지 못했던 1보다 작은 거듭제곱 지수도 다소 특수한 가정 위에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 모형은 1보다 큰 거듭제곱 지수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험회피나 이득-비용 최적화가 어떻게 폭발성을 설명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한동안 뜸하다가 짧은 기간에 활동/사건이 몰리는 폭발성이 나타나는 경우, 연락을 받고 답변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기다림 시간)을 재서 그 분포를 구하면 두꺼운 꼬리 또는 거듭제곱 분포가 관찰된다고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위험회피 행위자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보가 필요하므로 정보를 요청한 후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리되 이득-비용이 최대화되는 순간까지만 기다립니다. 이것만으로는 거듭제곱 분포가 설명되지 않으며, 거듭제곱 분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최적 기다림 시간(T)과 초기 위험 수준(R)이 단순히 비례하지 않고 거듭제곱 관계(T가 R2/c에 비례)를 갖는다는 결과가 필요합니다. 행위자가 처한 상황이 매우 불확실할 수도 있고 덜 불확실할 수도 있는데 그 정확한 분포를 모르므로 골고루 나타난다고 가정했지요. 그런데 R이 골고루 분포해도 T와의 거듭제곱 관계에 의해 T는 매우 커지거나 매우 작아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T의 분포가 두꺼운 꼬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굳이 다시 말하자면 위험과 기다림 시간 사이의 비선형 관계가 핵심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모형은 정보요청자 입장만 고려한 모형이며 이후에 정보요청자와 정보제공자를 모두 고려한 모형으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연결망 위의 수많은 행위자가 때론 요청자 역할을 때론 제공자 역할을 하는 모형으로 확장하여 연구한다면 인간사회현상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할 것입니다.



마무리



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인간 행동에서 나타나는 폭발성의 원인으로 제시된 바라바시 그룹의 ‘우선순위를 가진 일처리’ 메커니즘과 아마랄 그룹의 ‘생활 주기’ 메커니즘 모두 일견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둘 모두 한계가 뚜렷합니다. 특히 생활 주기 메커니즘은 핸드폰 데이터에서 나타난 폭발성의 일부만을 설명할 뿐이어서 나머지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가설이나 모형을 요구합니다. 바라바시의 모형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모형을 위한 가정들이 갖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핸드폰의 경우 0.7로 측정되는 거듭제곱 지수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에 저는 경제학자 동료와 함께 위험을 회피하려는 행위자가 정보이득과 시간비용을 최적화한다는 모형을 만들어 이메일과 핸드폰 사용에서 나타나는 폭발성을 비교,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우리 모형 역시 그 기본 가정이 되는 함수 형태를 실증적으로 증명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기존 모형들에 비해 인간 행동에 대해 더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더 넓고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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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현 핀란드 알토대학교 연구원, 물리학
통계물리학을 사회현상에 적용하려는 자칭 사회물리학자. 인간과 사회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본뜬 모형을 연구함으로써 여러 현상의 원인을 탐구한다. 학문 사이 가장자리에 서서 “나는 누구일까?”라고 묻곤 한다.
이메일 : h2j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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