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현의 "사회물리학의 낯선 여행"

원자의 운동과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던 통계물리학은 인간 사회 현상과 사람들의 집합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을까? 핀란드 알토대학에서 사회물리학을 연구하는 조항현 박사가 물리학 속의 사회, 사회 속의 물리학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연재] 구경꾼 효과와 목격자들의 도움연결망 모형

사회물리학의 낯선 여행 (6)






이번 글에서는 제가 사회물리학 분야로는 처음으로 본격 연구했던 주제인 구경꾼 효과와 도움 행동에 관한 모형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도 연결망 이론이나 교통 모형, 의견 동역학, 게임 이론 같은 사회물리학의 여러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서 논문도 보고 실제로 컴퓨터 실험도 해보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의견 동역학(opinion dynamics)이라고 불리는 주제가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또 실제 투표 결과에 관한 분석도 관련되어 있었기에 더 흥미로웠습니다.


2004년 말 무렵, 당시에 나온 의견 동역학 분야의 논문들에서 시작해 그 뿌리를 찾아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물리학자들의 논문은 물론이고 심리학자들이 의견 형성에 관한 연구를 하여 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1992년 논문도 발견했습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사회심리학자 라타네(B. Latane)가 1980년대에 제창한 사회영향이론(social impact theory)을 물리학으로 풀어낸 것이었습니다. 사회영향이론은 1960년대 후반부터 라타네가 구경꾼 효과(bystander effect)로 알려진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정립한 것으로 보이는데 구경꾼 효과의 발단은 1964년 뉴욕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00kitty » 제노비즈가 피습을 당한 미국 뉴욕의 거리.(1)은 첫번째 피습, (2)는 두번째 피습을 당한 곳(아파트 입구)이다. 출처/ http://crossfire.reallifesuperheroes.org/tag/kitty-genovese/




“38명이 살인을 목격하고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20대 후반의 키티 제노비즈는 아직은 추운 3월 중순 어느 날 새벽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에 윈스턴 모즐리라는 남자에 의해 집 근처에서 살해됐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즈>는 “38명의 목격자 중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합니다. 이는 곧 “도시의 비정함” 같은 사회 쟁점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뒤에 이 동네의 변호사가 당시의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보니 실제로는 당시 현장에서 6, 7명 정도만 사건을 인지했고 그나마 캄캄한 새벽에 일어난 일이라 심각한 일이었는지 제대로 알기 힘들었다고 합니다.1)


000 » 피살된 키티 제노비즈. 출처/ wikipedia

어쨌든 당시 이 사건이 발단이 되어 라타네는 다른 연구자인 달리(J.M. Darley)와 함께 다양한 사회심리학 실험을 수행했고, 실제로 “목격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피해자 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비율이 줄어든다”라는 결과를 얻습니다.2)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회적 영향과 책임의 분산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요, 우리 일상생활에 비추어보면 어렵지 않은 내용입니다. 사회적 영향이란 사람들이 목격한 사건을 인지하고 개입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 어떤 방법으로 개입할지 등 여러 단계의 판단을 거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책임의 분산은 피해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줄 책임을 느낄 때 주변에 같이 책임을 나눌 사람이 많아지면 자신이 행동할 동기가 줄어든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구경꾼 효과로부터 사람들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서 일반화한 이론이 사회영향이론입니다. 한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주변 사람들의 수, 그한테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얼마나 가까운지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입니다. 사회영향이론은 자성체에 관한 이징 모형이나 확률과정의 투표자 모형 등과 공통점을 지녀 물리학자들에 의해 쉽게 받아들여져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구경꾼 효과에서 사회영향이론으로 지나치게(?) 일반화되다보니,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구경꾼 효과 자체에 관한 모형 연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도움연결망 모형(helping network model)’을 만들어 구경꾼 효과의 모형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3)4)


한창 이 분야의 논문을 보며 공부를 하던 중에 우연히 사교성이 좋은 친구로부터 “친구는 많은데 외롭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그날 밤 기숙사에 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저 말이 떠오르며 이게 바로 구경꾼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책임의 분산’에 초점을 맞추어 모형을 구상했고 수식으로도 풀어보고 컴퓨터 실험도 해봤는데 딱히 재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일단 포기하고 새롭게 모형을 만들어 본 것이 바로 도움연결망 모형입니다.


저와 공동연구자들은 모형의 기본이 되는 틀이나 가정의 바탕을 사회심리학 연구 결과에서 찾기 위해 도움 행동 또는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에 관한 사회심리학 논문들을 찾아 읽으며 관련 단서들을 모았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목격자가 얼마나 각성(arousal)하는지를 우리 모형에서는 ‘목격자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개입하려는 의지’로 옮겼습니다. 이 개입 의지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따라 커지며 개입했을 때 치러야 할 잠재적 비용에 따라 줄어듭니다. 개입 의지는 또한 목격자와 피해자의 관계, 다른 목격자 간의 관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라타네 등이 한 실험에서는 목격자가 피해자를 알거나 본 적이 있는 경우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두 명 이상의 목격자가 있는 경우 목격자끼리 친분이 있으면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서로 모르면 개입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요인이 모두 모형에 포함됩니다.



길거리 몰래 카메라?...도움을 요청하는 가상의 실험 상황들


제한된 실험실 조건에서 얻어진 결과 외에도 실제 거리에 나가 실험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아마토(P.R. Amato)는 오스트레일리아의 55개 도시에서 다양한 도움 행동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습니다.5) 예를 들어 실험자는 거리의 보행자 쪽으로 다가가면서 펜을 슬쩍 떨어뜨리고 모른 척 계속 걷습니다. 이를 본 보행자는 실험자에게 펜이 떨어졌다고 외치거나 펜을 집어서 실험자에게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그냥 모른 척 지나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장기기증 서약을 받는 상황, 설문 조사를 받는 상황 등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여 길을 가던 사람들이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를 측정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를 각 도시의 인구 규모와 비교해보니 대부분의 상황에서 “도시 인구가 커질수록 도움 행동의 비율이 줄어든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움 행동에 필요한 비용이 낮은 경우, 이를테면 펜이나 봉투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는 도움 행동 비율이 도시 크기가 커짐에 따라 처음에는 줄어들었다가 나중에 다시 커지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합니다.


다른 연구자인 레빈(P.V. Levine) 등은 미국의 36개 도시에서 비슷한 실험을 하고 또한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설문조사 자료를 이용해 도움 행동이 각 도시의 인구, 인구밀도, 생활비 수준, 실업률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조사했습니다.6) 역시 대부분의 상황에서 인구나 인구밀도가 클수록 도움 행동이 줄어든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참고로 인구가 많은 도시일수록 대체로 인구밀도도 높습니다.



개인들의 도움 상호작용이 사회 전체의 도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여기서 분명히 해둘 점이 있습니다. “목격자의 수가 많을수록 도움 행동 비율이 줄어든다”라는 라타네 등의 구경꾼 효과와 “인구(또는 인구밀도)가 큰 도시일수록 도움 행동 비율이 줄어든다”라는 아마토와 레빈 등의 구경꾼 효과는 서로 통하지만 그 수준은 사실 다릅니다. 아마토와 레빈 등이 도시 수준의 자료를 사용하여 거시적인 현상을 연구했다면, 라타네 등은 주로 실험실에서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중시적인 현상을 연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7) 편의상 라타네 등의 구경꾼 효과를 '중시적' 구경꾼 효과로, 아마토와 레빈 등의 구경꾼 효과를 '거시적' 구경꾼 효과로 부르겠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수준에서 비슷한 경향이 관찰된다고 하여 그 둘이 직접 연결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험실에서는 피험자가 대학생들로 한정된 경우가 많지만, 거리에서는 그렇지 않은 차이를 띠는 것을 비롯해 여러 실험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서 말한 ‘거리에서 펜이나 봉투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관찰된 도움 행동의 결과는 라타네 등의 실험에서 곧바로 도출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중시적 수준에서 개인들의 상호작용이 거시적 수준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수준 사이의 연관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거시적인 열 현상을 원자들의 미시적 상호작용에서 이해하고자 했던 통계물리학의 전통적인 방법을 다시 이곳에 적용하고자 합니다.


정리하면, 우리가 연구한 도움연결망 모형의 목적은 도움 행동이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비롯해 어떻게 집합적이고 거시적인 현상으로 드러나는지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즉 라타네 등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행위자의 행동 규칙을 정한 다음에, 행위자들이 이 규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가 사회 전체 현상, 즉 아마토와 레빈 등이 관찰한 결과를 얼마나 잘 설명해주는지 살펴보겠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또한 행위자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연결망 개념을 적용합니다. 앞서 말했듯 목격자의 개입의지는 피해자나 다른 목격자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목격자가 개입했을 경우에 그 성공 여부에 따라 목격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가 다시 영향을 받는다는 가정을 합니다. 개입이 성공하면 도움을 준 목격자와 그 도움을 받은 피해자 사이에 링크가 생기지만 개입이 실패하면 둘 사이의 링크가 없어집니다. 여기서 ‘링크’는 ‘도움에 대한 기대’를 뜻하는데 편의상 경우에 따라 ‘기대’라고만 쓰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연결구조에 의해 행위자의 도움행동이 결정되지만 도움의 결과로 인해 연결구조가 다시 영향을 받습니다. 이렇게 행위자의 행동과 사회의 연결구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함께 진화한다는 뜻에서 ‘공진화 연결망(coevolutionary network)’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목격자의 개입 의지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의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모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수식이 나오는데요, 가능한 글로 풀어서 설명하려고 노력할 테니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도 너무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어떤 사회를 떠올립니다. 그 사회에서는 날마다 사건이 하나씩 일어나는데 그때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피해자 1명이 생기고 또한 k명의 목격자가 이를 목격한다고 합시다. 이때 피해자와 k명의 목격자는 모두 사회 전체에서 무작위하게 선택됩니다. 사건은 가벼울 수도 있고 아주 심각할 수도 있는데 이런 위급한 정도는 0부터 1까지의 무작위한 값으로 얻어진다고 합니다. 기호로는 q로 쓰겠습니다. 제가 그 목격자 중 한 명이라고 하면 저의 개입 의지는 다음과 같이 주어지는데, 개입 의지는 기호 x로 표기하겠습니다.


“목격자인 나의 개입 의지 x는 사건의 위급한 정도 q에 따라 커지되, 내가 피해자와 서로 기대를 하면 a만큼 커지고, 내가 기대하는 다른 목격자의 수만큼 b씩 커지고 기대하지 않는 다른 목격자의 수만큼 b씩 작아진다. 나의 개입 의지 x는 또한 내가 개입했을 때 치러야 할 잠재적 비용 c에 따라 작아진다.”


여기서 a, b, c 모두 0 이상의 값이며 다양한 심리적,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값들이 실제로 어떻게 측정될 수 있는지는 일단 숙제로 남겨놓고 이 변수들이 조절 가능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목격자-피해자 관계의 영향력인 a와 목격자-목격자 관계의 영향력인 b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모두 같다고 가정합니다. 또한 잠재적 비용 역시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c를 갖는다고 합시다. 마지막으로 각 사건에 연루된 모든 목격자에게 위급한 정도 q는 모두 똑같이 인식된다고 합시다.


이제 앞서 정의한 개입 의지를 수식으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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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목격자의 개입 의지
q: 사건의 위급한 정도 (0 < q < 1)
a: 목격자-피해자 관계의 영향력
b: 목격자-목격자 관계의 영향력
c: 개입에 따른 잠재적 비용
l: 목격자-피해자 관계로서 0 또는 1
K: 목격자의 수
m: 나를 제외한 k-1명의 다른 목격자들 중 자신과 링크된 목격자 수
n: 나를 제외한 k-1명의 다른 목격자들 중 자신과 링크되지 않은 목격자 수


b가 들어간 항에 덧붙이면, 평소 친구가 많은 목격자라면 m이 n보다 더 커서 개입 의지도 커지지만, 평소 친구가 없다면 그 반대로 개입 의지가 줄어듭니다. 라타네의 실험 결과 중 목격자 사이의 관계가 도움 행동에 끼치는 영향이 바로 b가 들어간 항으로 모형화됩니다. 이 식처럼 각 목격자는 나름의 개입 의지를 계산합니다.


물론 우리가 제시한 개입 의지의 가정이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저 가정이 정당화되려면 실제로 사람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어떻게 인지하고 주변 사람들의 존재와 그들과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고려하는지에 대한 실증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대개 위급한 상황의 목격자들은 익숙한 상황이 아니므로 당황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망설입니다. 동시에 다른 목격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참고하려고 합니다. 판단이 빠르거나 용기가 있는 사람이 먼저 행동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안도하면서, 먼저 행동한 사람을 따르든 그냥 방관하든 어떤 식으로든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도움연결망 모형에서는 각자의 개입 의지가 다릅니다. 그중 개입 의지가 가장 높은 목격자가 먼저 행동하며, 이에 따라 다른 목격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목격자의 도움 행동이 항상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행동한 목격자의 개입 의지가 0 이상이면 성공했다고 하고, 음수이면 실패했다고 합시다. 성공한 경우에는 피해자와 목격자 사이에 '링크'가 생깁니다. 즉 서로에게 새로운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 전에도 링크가 있었다면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합니다. 실패한 경우 피해자와 목격자 사이의 링크가 없어집니다. 즉 더 이상 서로에게 도움을 기대하지 않게 됩니다. 그 전에도 링크가 없었다면 역시 그대로 없는 채로 놔둡니다. 이렇게 한 사건이 끝나고 다음날 새로운 피해자, 목격자들에게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며 그 결과로 연결구조가 계속 바뀝니다.


우리는 사회 전체적인 도움에 대한 기대를 구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임의의 두 행위자 사이의 도움에 대한 기대는 0 또는 1인데, 이 값을 가능한 모든 관계에 대해 평균을 내면 됩니다. 이는 ‘기대’의 평균이기도 하지만 도움 행동의 결과가 쌓여 얻어졌으므로 ‘도움 행동 비율’이라고 불러도 문제없습니다. 기호로는 R로 쓰겠습니다. 도움 행동 비율 R은 사건 당 목격자 수 k, 개입 의지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들인 a, b, c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경꾼 효과는 간단히 “k에 따라 줄어드는 R”이라고 보면 됩니다.



목격자와 피해자 사이에 ‘도움에 대한 기대’는 생겼다 사라지고


자, 이제 결과를 봅시다. 결과를 얻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하나는 이 상황을 기술하는 수식을 쓰고 이를 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상황을 컴퓨터로 옮겨서 실험해보는 것입니다. 컴퓨터 실험이란 행위자들이 어떤 모형에서 정해진 행동 규칙을 따라 상호작용하는 것을 컴퓨터에서 가상으로 실행해보는 것입니다. 수식을 써서 풀 수 있는 경우는 제한되어 있지만 컴퓨터 실험은 이보다는 더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쉬운 경우는 수식을 풀어 결과를 보되 이를 컴퓨터 실험 결과와 비교할 것입니다. 수식으로 풀기 어려운 경우는 컴퓨터 실험 결과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움연결망 모형은 조절변수가 a, b, c, k로 4개나 됩니다. 변수가 많을수록 모형이 복잡해지고 그래서 어떤 요인이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 가려내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일단 가장 간단한 경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간단한 경우는 목격자의 개입 의지가 피해자나 다른 목격자들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경우입니다. 즉 목격자-피해자 관계의 영향력인 a와 목격자-목격자 관계의 영향력인 b가 모두 0인 상황을 생각하면 문제가 아주 간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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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모든 목격자가 같은 개입 의지를 지니므로 이중 한 명이 무작위로 선택되어 개입합니다. 어차피 아무나 한 명만 선택하므로 목격자 수 k는 1보다 크기만 하면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개입의 성공 여부는 사건의 위급한 정도인 q와 개입에 따른 잠재적 비용 c의 값에 의존하는데, q는 0과 1 사이의 무작위한 값이므로 결국 잠재적 비용인 c 값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됩니다. 사회 전체적인 도움 행동 비율 R은 k와 무관하게 간단히 1-c가 됩니다. 물론 c가 1 이상이면 도움 행동 비율은 0이 됩니다. 개입에 따른 비용이 클수록 개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도움 행동 비율이 낮아지므로 당연한 결과입니다. 또한 도움 행동 비율이 k와 무관하므로 이 결과만으로 구경꾼 효과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제 조금 더 복잡하게, 목격자-피해자 관계가 목격자의 개입 의지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봅시다. 즉 a가 0보다 큰 경우입니다. 피해자가 각 목격자와 어떤 관계인지에 따라 목격자의 개입 의지가 달라집니다.


(1) 피해자와 서로 기대하는 목격자의 개입 의지:   noname01


(2) 피해자와 서로 기대하지 않는 목격자의 개입 의지:  noname01


(1)의 개입 의지는 (2)의 개입 의지보다 언제나 크므로, (1)의 목격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목격자가 먼저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아래 왼쪽 그림). 만일 그런 목격자가 여럿이면 그중 한 명을 무작위로 선택합니다. 개입이 성공했다면 목격자-피해자 사이의 기대가 유지되므로 연결구조는 그대로입니다. 개입이 실패한 경우에는 목격자-피해자 사이의 기대가 사라지므로 연결구조는 변합니다. 후자의 조건은 q+a-c가 음수인 경우인데 그 확률은 c-a입니다. (c가 a보다 큰 경우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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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으로 (1)에 해당하는 목격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를 봅시다 (위 오른쪽 그림). 모든 목격자가 (2)의 개입 의지를 가지므로 역시 무작위로 선택된 목격자가 개입을 하는데 개입이 실패할 경우 연결구조는 그대로입니다. 반면에 개입이 성공할 경우 목격자-피해자 사이에 새로운 기대가 생깁니다. 그 조건은 q-c가 0 이상인 경우이며 그 확률은 1-c입니다. (c가 1보다 작은 경우만 생각합니다.)



구경꾼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행위자 간의 관계를 고려해야


이런 식으로 연결구조가 변하며 그에 따라 우리의 관심사인 도움 행동 비율도 변합니다. 특히 기대가 있다가 없어지는 경우나 없다가 생기는 경우만이 도움 행동 비율의 변화에 영향을 줍니다. 이를 아래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c가 a보다 크고 1보다 작을 때에만 성립합니다.) 방정식을 건너뛰고 결과만 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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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변은 도움 행동 비율이 변하는 속도(변화율)를 뜻하며, 우변의 첫째항은 기대가 없다가 생기는 경우의 확률을, 둘째항은 기대가 있다가 없어지는 경우의 확률을 나타냅니다. 우변의 값에 따라 R이 커지거나 줄어들고 그에 따라 우변의 R이 다시 영향을 받아 R의 변화율에 다시 영향을 줍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R은 일정한 값에 도달하여 더 이상 변하지 않는데요, 이때 사회가 정상상태(stationary state)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R의 변화율이 0이 되었음을 뜻하며, 이때 R의 값은 위 식의 좌변을 0으로 놓고 R에 대해 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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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1오른쪽 그림은 위 식을 여러 k 값에 대해 그린 것입니다. a는 0.5로 고정시킨 뒤 c를 0.5부터 1까지 변화시키면서 R을 그렸는데 검은색 곡선이 그것입니다. 네모, 동그라미, 세모로 표시한 점들은 수식을 푸는 대신 컴퓨터로 실험한 결과입니다.


여기서도 개입에 따른 잠재적 비용 c가 클수록 결과적인 도움 행동 비율은 낮아집니다. 또한 사건 당 목격자 수 k가 클수록 곡선이 전체적으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데 도움 행동 비율이 낮아진다는 말입니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k가 커지면 도움 행동 비율이 낮아지는 결과는 아마토와 레빈 등이 관찰한 거시적 구경꾼 효과를 연상시킵니다. 사건 당 목격자의 수로서 도시의 인구밀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경우는 b를 0으로 놓음으로써 목격자들 사이의 관계가 모형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즉 중시적 구경꾼 효과가 없어도 거시적 구경꾼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형에서 거시적 구경꾼 효과가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목격자-피해자 관계가 영향을 끼친다는 가정과 여러 목격자 중 개입 의지가 가장 높은 단 한 명만 개입을 한다는 가정이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목격자가 많을수록 피해자와 서로 기대하는 목격자가 나타나기 쉬워지는데 이런 목격자의 행동이 성공하더라도 새로운 기대가 생기지는 않으며 반대로 실패하면 도움 행동 비율을 낮춥니다. 도움 행동 비율이 커지는 건 목격자 중 아무도 피해자와 서로 기대하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한데 이런 상황 역시 목격자 수가 많아질수록 나타나기 힘들어집니다. 개입 의지가 가장 높은 한 명만 개입한다는 규칙은 결국 라타네 등이 제시한 ‘사회적 영향’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회물리학 모형의 계산 결과와 사회심리학의 구경꾼 효과


마지막으로 목격자-피해자 관계뿐 아니라 목격자-목격자 관계도 목격자의 개입 의지에 영향을 주는 경우, 즉 우리 모형에서 가장 복잡한 경우를 보겠습니다. 이제 a와 b 모두 양수인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에서 맨 위의 목격자는 다른 두 목격자와 모두 서로 기대를 하므로 2b가 더해졌지만, 다른 목격자들은 기대하는 목격자 수와 기대하지 않는 목격자 수가 같아서 b 항이 상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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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a보다 2b가 더 큰 경우라면 맨 아래 목격자가 개입할 것이고, 그 반대라면 맨 위 목격자가 개입할 것입니다.


b가 0인 간단한 경우에는 앞에 쓴 방정식을 풀어서 모든 k에 대한 일반적인 답을 정확히 구할 수 있었지만, b가 0보다 커지면 수식으로 접근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생깁니다. b가 0보다 커도 k가 2인 경우는 방정식을 정확히 풀 수 있지만 k가 3보다 커지기만 해도 방정식의 차수가 빠르게 커져서 정확한 해를 구하는 일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컴퓨터 실험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를 보겠습니다.


우선 목격자-목격자 관계의 영향력 b를 0.05로 고정시킵니다. 그리고 a와 c에 여러 값들을 넣은 후에 각 경우에 대해 도움 행동 비율 R이 사건 당 목격자 수 k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아마토와 레빈 등의 거시적 구경꾼 효과에서 인구밀도를 사건 당 목격자 수로 해석하면, 구경꾼 효과는 목격자 수 k가 커질수록 도움 행동 비율 R이 줄어드는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 그림 중 왼쪽 그림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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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가운데 그림에서 R은 k가 커짐에 따라 처음에는 줄어들었다가 나중에 커집니다. 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떨어뜨린 펜이나 봉투를 실험자에게 알려주는 비율이 도시 규모에 따라 처음에는 줄어들었다가 나중에 커지는 아마토의 실험 결과가 떠오릅니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그림은 k에 따라 R이 커지기만 하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즉 목격자가 많아질수록 서로 더 잘 도와주게 되는 상황인데요, 우리는 이를 ‘뒤바뀐 구경꾼 효과(reversed bystander effect)’로 부릅니다.


위 세 경우의 차이가 무엇인지 눈치 챈 분들이 있으신가요? 공정한 비교를 위해 목격자-피해자 관계의 영향력 a가 0.05인 경우만 한정해서 보겠습니다. 왼쪽 그림에서 잠재적 비용 c는 0.675가 쓰였고, 가운데 그림의 c는 그보다 작은 0.525, 오른쪽 그림의 c는 더 작은 0.425가 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다른 조건들이 동일할 때, 잠재적 비용이 충분히 크면 일반적인 구경꾼 효과가 나타나지만, 잠재적 비용이 충분히 작으면 목격자 수에 따라 도움 행동 비율이 커지는 뒤바뀐 구경꾼 효과가 나타나며, 잠재적 비용이 그 중간인 경우 목격자 수에 따라 도움 행동 비율이 줄어들었다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다시 아마토의 연구에 비추어 보면, 다리가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꽤나 큰 비용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구급차를 부르고 기다리거나 또 그동안 응급처치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 모형에서는 c가 큰 상황에 해당하며 아마토의 결과처럼 k에 따라 R이 줄어듭니다. 펜이나 봉투가 떨어졌을 때 개입하는 일은 중간 정도의 잠재적 비용이 들며 역시 아마토의 결과처럼 중간 정도의 c에서 k에 따라 R이 줄어들었다가 커집니다. 마지막으로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도움 행동 비율이 커지는 ‘뒤바뀐 구경꾼 효과’는 우리의 문헌 조사 결과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펜이나 봉투 떨어뜨리기’보다 도움에 필요한 비용이 더욱 낮은 상황에서는 뒤집힌 구경꾼 효과가 발견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복잡한 사회심리학 모형...성공과 실패 속에 계속되는 시도들


우리는 이 연구에서 연결망 개념을 이용했음에도 연구 과정에서 연결망 분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주요 관심사가 도움 행동 비율, 즉 사회 수준의 도움에 대한 기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특수한 조절변수의 경우에는 이른바 허브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조절변수 중 b는 이웃이 많은 목격자가 다른 목격자들에 비해 개입 의지를 더 높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행동에 옮기기가 더 쉬워지고 또 성공률도 높아집니다. 그러다보니 피해자와 새로운 기대를 하면서 더 많은 이웃이 생깁니다. 이런 ‘부익부’ 메커니즘이 작용하여 허브로 떠오릅니다. 또한 행위자들이 1차원 격자 위에 있고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들만 목격자가 된다고 가정하면 허브를 중심으로 한 ‘도움 공동체’라 부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흥미로운 결과들이 더 있지만 생략합니다.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사실 이 연구는 저에게 애증의 연구입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과연 모형을 제대로 세웠는지, 모형에서 얻은 결과는 실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연구 초기의 공동연구자들뿐 아니라 이후 더욱 완결된 분석을 함께 한 최근의 공동연구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연구를 마무리했습니다.


어쨌든 나름 사회심리학적 현상과 개념들을 바탕으로 더욱 현실적인 모형을 만들어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많은 사회물리학 연구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화된 모형’으로 접근한다고 비판했는데요, 그에 대한 한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모형일수록 일반화하기 힘들어지므로 이론가 입장에서는 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계속 사회과학 분야와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성공하든 실패하든 더 많은 ‘목격자들(연구자들)’이 계속 주어진 상황에 개입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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