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연의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

사는 게 왜 이런가?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자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모든 동물이 살아가는 다양한 생활사에는 35억 년 누적된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깐깐한 푸른발얼가니새의 '맹모삼천지교(?)'

(8) 자원과 경쟁: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편)


"... 동물도 개체의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 정보를 얻고 이용한다. 좋은 서식지를 선택하는 데 정보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물이 자기가 서식하는 곳의 환경과 자원을 직접 이용하고 겪으면서 서식지에 대한 사유정보(personal information)를 체득하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경험에서 체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서식지에 눌러앉을지 다른 곳으로 이사갈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00Life2.jpg » 이사벨섬의 검은등제비갈매기 무리. 연구캠프 앞을 시끄럽게 날고 있다. 출처/ 김신연


난 연재(상편)에서는 동물들이 어떻게 서식지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이론을 살펴보았다. 서식지에 자원이 얼마나 풍부한지, 그 자원을 둘러싼 경쟁의 정도는 얼마나 심한지, 반대로 같은 종의 개체수가 너무 적어서 짝을 찾는 것조차 힘든 것은 아닌지, 알맞은 서식지를 찾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참 많았다. 마음에 드는 적당한 곳을 찾아 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 조건이 나빠지거나 경쟁자가 많아져서 자원의 부족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많은 동물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서 이동을 결정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실제로 동물들이 어떻게 분포하고 서식지를 선택하거나 바꾸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모여 사는 새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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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멕시코의 작은 열대 섬, 이사벨 섬(Isla Isabel)에서 야외연구를 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옛 글 참조: (3) 형제 갈등, 그 생물학적 근원과 해소). 이사벨 섬에는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고 다양한 바닷새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 번식한다. 이렇게 조그만 섬에 어쩜 이렇게 많은 새들이 찾아와 번식하는지 믿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나무 위엔 펠리컨과 군함조의 둥지가, 나무 밑엔 빼곡히 푸른발얼간이새의 둥지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서 있다.


물론, 그 많은 바닷새들이 일년 내내 이사벨 섬에서 사는 것은 아니다. 사나운 허리케인이 몰아닥치는 가을에는 연구 기간 내내 우리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던 어부들도 바닷새들도 섬에서 자취를 감춘다. 거친 비바람이 잦아들고 열대 태평양에 온난한 겨울이 시작되면 먼저 군함조(Fregata magnificens)들이 섬을 찾는다. 군함조 수컷은 목의 빨간 공기낭을 힘껏 부풀려서 구애를 하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마다 빨간 꽃이 잔뜩 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과 심사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군함조 부부는 나뭇가지를 주워다 둥지를 지어서 알을 딱 하나 낳는다.

00Life1.jpg » 이사벨 섬의 군함조. 왼쪽부터, 짝짓기를 하는 군함조 한 쌍, 나무 한 그루에 빽빽하게 들어선 둥지들, 부모새가 먹이를 찾으러 나가고 홀로 둥지를 지키는 새끼들. 둥지가 작아서 새끼들은 얌전히 앉아 있는 편이지만, 가끔 둥지에서 떨어지기도 해서 주워 올려준 적도 있다. 출처/ 김신연

긴 날개를 이용해 바람을 타는 군함조는 공중에 떠 있을 때는 굉장히 멋있지만 일단 착륙해서 움직일 때는 땅에 끌릴 정도로 긴 날개가 방해가 될 뿐이다. 길고 날렵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발은 우스울 정도로 작아서 간신히 나뭇가지를 잡고 떨어지지만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군함조는 이착륙이 간편하도록 탁 트인 절벽 근처의 나무에 둥지를 짓는다. 조그만 섬에 군함조의 구미에 딱 맞는 장소가 그리 많을 리가 없으므로, 당연히 다닥다닥 밀집해서 둥지를 짓는다. 조그만 나무 한 그루에 무려 열 쌍이나 모여 번식하기도 한다.


행히 이웃 간에 사이는 나쁘지 않은 듯 보인다. 새끼가 태어나고 부모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나가서 오랫동안 집을 비워도 이웃이 많아 외롭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군함조는 이사벨 섬에 사는 다른 바닷새들의 먹이를 뺏어 먹을 만큼 사납기 때문에 이들을 위협하는 포식자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공동방어를 한다든지 모여 살아서 별다른 이득을 볼 일이 없다. 단순히, 각자 좋아하는 장소가 비슷하다 보니 모여 살게 된 것이다.


이사벨 섬의 거의 모든 바닷새들이 알을 까고 한창 새끼를 키울 즈음 이사벨 섬의 다른 주인들이 찾아온다. 검은등제비갈매기(Sterna fuscata)가 그들이다. 제비갈매기는 기약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그것도 수천 마리가 함께. 2006년 어느 날 새벽, 시끄러운 소란에 잠을 깨어 텐트에서 나와 보니 그들이 있었다. 어슴푸레 동이 트는데 수천 마리의 조그만 바닷새들이 연구캠프 앞을 날고 있었다.

 

번식을 하기 위해서 무리를 지어 섬을 찾아온 검은등제비갈매기가 해마다 반복하는 일이 있다. 무리의 모든 개체가 함께 안전하게 서식할 장소를 정하는 일이다. 수천 마리의 의견을 종합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니,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길면 일주일 정도 제비갈매기들은 함께 이동해 다니면서 섬을 탐색한다. 이들은 해마다 섬을 찾지만 절대 같은 장소에 둥지를 트는 법이 없다고 한다. 하루는 섬의 가장 높은 곳, 등대 부근에서, 하루는 어부들의 캠프 부근에서, 하루는 바위절벽 부근에서, 이렇게 매일 옮겨다니며 소란을 피우더니 어느 날 우리 연구캠프 앞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이틀 내내 시끄럽게 울며 날았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삼일째에는 소란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모두 바닥에 앉아 마른 풀을 엮어 둥지를 짓기 시작했다. 그해, 우리는 이렇게 해서 시끄럽지만 사랑스러운 이웃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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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섬에서 인간은 온갖 동물들이 유일하게 경계를 하지 않는 종이다. 이 크고 느리고 날지 못하는 포유동물들이 자기들을 귀찮게 하기는 해도 잡아먹거나 해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일단 작심하니 행동이 빨라서 단 며칠 만에 모두들 짝을 짓고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았다. 수천 마리가 좁은 곳에 함께 서식하느라 둥지들 간의 간격은 두세 뼘이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은 섬에 서식하는 다른 바닷새들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기 때문에 맹금류나 몸집이 큰 갈매기들의 포식 위험에 취약하다. 알이나 새끼는 물론이고 어른 새까지 호시탐탐 노리는 포식자들이 많다. 그래서, 검은등제비갈매기는 군함조와는 다른 이유로 좁은 서식지에 다닥다닥 모여 산다. 포식자가 접근하면 이웃들과 힘을 합쳐 방어할 수도 있고, 희석효과(dilutioneffect)를 통해서 표적이 될 확률을 낮출 수도 있다.1)

00Life3.jpg » >>이사벨 섬에서. 공교롭게도 놀고 있는 장면의 사진밖에 없지만 실제로는 열심히 연구를 했다(^^;).



맹모삼천지교와 푸른발얼가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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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이 학자가 되기를 원했는지 공동묘지에서 시장터로, 다시 서당 근처로 두 번이나 이사를 해서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한다. 학자가 장의사나 가게주인보다 더 나은 직업일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환경요인이 많은 것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자식이 태어나고 자라날 환경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좋은 서식지가 한정되어 있어서 다른 개체들과 다투고 경쟁하는 것은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서식지를 차지해야 짝짓기에도 유리하고, 많은 자식을 성공적으로 먹여 키울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 동물들도 맹모처럼 이사를 다닐까?


사벨 섬의 로아체 나무숲에선 수천 쌍의 푸른발얼가니새(Sula nebouxii)가 옹기종기 모여서 짝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내가 일했던 멕시코 국립 자치대학의 동물생태학연구실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이사벨 섬에 번식하는 푸른발얼가니새와 새끼들에게 고유번호의 금속 가락지를 달아왔다. 이들은 해마다 번식철이 되면 이사벨 섬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현재에는 거의 모든 개체들을 가락지 번호로 인식할 수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둥지에 앉아 있는 새를 막대로 건드리면(손이나 발을 대면 물기 때문에) 귀찮은 듯 자리에서 잠깐 일어나는데, 그 틈을 타서 가락지 번호를 읽을 수 있다. 해마다 이렇게 대학 연구팀은 길면 6개월씩 섬에 머무르며 푸른발얼가니새의 모든 것을 조사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짝을 짓고, 자식을 얼마나 낳아 얼마나 잘 키우는지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00Life4.jpg » 푸른발얼가니새 한 쌍, 왼쪽이 수컷이고 오른쪽이 암컷이다.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발 색깔을 보고 짝을 선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카로테노이드 함량이 높아 청록색을 띠는 왼쪽이 더 상태가 좋은 것이다 [Velando A, Beamonte-Barrientos R & Torres R (2006) Pigment-based skin colour in the blue-footed booby: an honest signal of current condition used by females to adjust reproductive investment. Oecologia, 149, 535-542]. 사진의 수컷이 암컷의 발 색깔을 보고 있는 것인지, 혹시라도 금속 가락지의 번호를 읽고 있는 것인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출처/ 김신연

나는 운이 좋아서 멕시코에서 일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20여 년간 이렇게 애써 수집한 데이터로 연구를 할 수가 있었다. 내 연구주제는 푸른발얼가니새의 분포(distribution)와 분산(dispersal)에 대한 것이었다. 식물의 씨앗이나 분산을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가질 독자도 있겠지만, 동물들도 물론 분산을 한다. 식물의 씨앗은 바람에 날리는 대로, 물이 흘러가는 대로, 그것을 먹은 동물이 가는 대로 자기의 뜻과는 별 상관 없이 분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동물의 분산은 각자 자기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더 흥미로울 수도 있다. 태어난 곳에서 번식할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natal dispersal), 처음 번식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새 번식지를 찾아가기도 한다(breeding dispersal). 말 그대로 이사를 다니는 것이다. 이동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동하면 어디로 갈 것인가, 이것은 동물이 살아가면서 결정해야 할 중요한 생활사 전략이다.

00Life5.jpg » 이사벨 섬의 푸른발얼가니새 군락. 왼쪽: 검은 점은 푸른발얼가니새의 둥지, 회색 점은 20여 년 전부터 둥지 분포를 측정하기 위해 이용하던 기준점(나무나 바위)이다. 출처/ Kim et al. 2009 [각주 참조]. 오른쪽: 출처/ 김신연, Hugh Drummond.

푸른발얼가니새가 군락을 이루어 집단서식하는 로아체 숲 내에서도 이들이 선호하는 동네가 있다. 얼가니새는 바다에서는 무척 날렵하지만, 섬에서 이륙하는 모습을 보면 뒤뚱뒤뚱 우스꽝스러울 뿐만 아니라, 착륙하다가 엉덩방아를 찧거나 곤두박질을 치기도 한다. 빽빽한 로아체 나무숲에서 바로 이착륙하면 나뭇가지에 날개가 걸려 부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최선책은 하나, 해안의 모래사장에서 이착륙하는 것이다. 물론, 둥지와 이착륙장 사이는 뒤뚱뒤뚱 걸어다녀야 한다.


그래서인지, 위의 둥지 분포 지도를 보면 특히 해안가에서 숲이 시작되는 선을 따라서 둥지가 고밀도로 밀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2) 그래야 힘들게 긴 거리를 걸어다니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선호하는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도 있다. 이웃들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고 지나다니는 새들이 많기 때문에 세력권을 침범하는 개체들과의 다툼이 잦다.3) 그래도 해안 근처에 서식하는 새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은 새끼를 성공적으로 키워낸다니, 이곳에 밀집되어 살아서 얻는 이익이 손해를 능가하는 듯하다.4)



이동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정보의 획득과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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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어떤 경제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힘, 현재에는 돈이 권력을 형성한다면, 미래에는 정보에서 권력이 나올 것이라고. 우리는 지금 그 경제학자가 말하던 미래에 살고 있으나, 여전히 권력은 힘과 돈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해도 그가 말했던 정보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실, 정보는 과거에도 중요했고 현재에도 중요하다. 어쩌면 힘도 돈도 정보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보를 획득하거나, 더 나아가서 정보를 보급하는(진실이든 거짓이든) 사람이나 단체가 권력을 가지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그럼, 동물들도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까? 정보의 내용이 동물들의 전략 결정에 영향을 끼칠까?


답부터 말하자면, 동물들도 개체의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 정보를 얻고 이용한다. 좋은 서식지를 선택하는 데에 정보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물이 자기가 서식하는 곳의 환경과 자원을 직접 이용하고 겪으면서 서식지에 대한 사유정보(personal information)를 체득하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5) 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것은 경험에서 체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서식지에 눌러앉을지 다른 곳으로 이사갈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서식하던 곳에 문제가 많아서 새끼를 낳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해야 하지 않을까?

00Life6.jpg » 왼쪽: 지난해의 번식 성공률에 따른 다음 번식 세력권으로의 분산 거리 (검은 선: 이혼하는 암컷, 회색선: 이혼하는 수컷, 점선: 지난해와 같은 파트너를 유지하는 번식쌍, 출처/ Kim et al. 2007 [각주 참조]. 오른쪽: 출처/ 김신연.

푸른발얼가니새는 웬만하면 해마다 같은 세력권 부근으로 돌아가서 번식을 한다.6) 익숙한 곳에서 살아가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알을 최대 세 개 낳는 푸른발얼간이새는 잘하면 새끼를 셋 모두 성공적으로 키워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불행한 경우에는 다음해에 같은 장소로 돌아가 번식하지 않고 이사를 간다. 지난해의 번식이 좋지 않았을수록 더 멀리 이사를 간다. 그런데, 이건 함께 번식했던 부부가 이혼을 하고 다른 짝을 찾을 경우의 이야기이다.7) 지난해에 새끼를 잘못 키워낸 새들은 새로운 짝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같은 파트너를 유지하는 새들은 주로 지난해 번식했던 곳 부근에 다시 세력권을 형성한다. 겨우내 떨어져 지냈던 짝을 다시 만나기 위해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지난 경험에서 얻은 파트너와 서식지의 환경조건에 대한 사유정보를 바탕으로 올해의 전략을 짜는 것이다. 같은 곳에 머무를 것인지, 다른 곳으로 이사갈 것인지의 문제는 같은 파트너와 다시 짝을 지을 것인지, 다른 파트너를 찾아 새로 시작할 것인지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디로 갈 것인가: 공개(공공) 정보의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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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동물은 역시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기껏해야 직접 경험해서 얻은 정보만을 활용하는 걸까? 알맞은 서식지인지 아닌지, 몸으로 부딪쳐 알아낼 수밖에 없을까? 우리 인간처럼 보고 듣는 것을 통해 남의 경험에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을까? 최근의 연구들은 동물들도 다른 개체들이 주변 환경을 이용하는 것과 그 결과를 관찰해서 다른 서식지의 질에 대한 공개정보(public information)를 수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활용해서 자신의 전략을 결정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8) 예를 들어서, 프랑스의 해안 절벽에 군락을 이루어 번식하는 세가락갈매기(Rissa tridactyla)는 근처 서식지들에서 다른 개체들이 얼마나 잘 번식을 하는지 눈여겨보았다가 다음해에 이사를 할 때 그 정보를 활용한다고 한다.9) 평균적으로 번식 성공률이 높은 곳은 뭔가 환경조건이 나은 곳일 테니 경쟁 능력만 충분하다면 그곳으로 이사가려 한다는 것이다.

00Life7.jpg » 세가락갈매기. 출처/ Wikimedia Commons

푸른발얼가니새도 세가락갈매기처럼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결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사벨 섬에 서식하는 푸른발얼가니새의 경우, 너무 한적한 곳에 세력권을 정해서 짝을 찾거나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거나 반대로 너무 밀도가 높은 곳에 번식해서 이웃과의 다툼이 잦았던 개체들은 다음해에 좀 더 밀도가 적당한 곳으로 이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10) 푸른발얼간이새 군락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자기 세력권 근처가 아닌데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이들이 모두 공개 정보를 수집하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곤 했다.


난 연재에 이어서 이번 연재에서는 동물들이 서식지를 선택하거나 이동하는 원리와 실제 예를 살펴보았다. 어떤 독자는 동물들이 능동적으로 서식지를 선택하는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어떤 독자는 우리가 푸른발얼간이새보다 못한 건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치열한 경쟁을 감수하고라도 살고 싶어하는 서식지는 과연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곳일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높이, 더 높이 고층 빌딩을 세우고 땅은 숨도 쉴 수 없도록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덮은 곳이 우리가 정말 잘 살 수 있는 곳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적정 밀도를 훨씬 넘어선 곳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을 하면서도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자연에서 동물들이 살아가는 원리를 좇아가다 보면, 우리가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이 별로 당연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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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연 스페인 비고대학 생물학과 연구교수
동물 생활사의 진화를 연구하는 생태학자. 스페인 비고대학에서 생물학과 학생들에게 동물행동생태학을 가르치며 가시고기와 갈매기를 연구하고 있다. 새와 물고기의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yeonkim@uvigo.es       트위터 : @kimsin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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