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연의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

사는 게 왜 이런가?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자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모든 동물이 살아가는 다양한 생활사에는 35억 년 누적된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최적의 서식지와 무리크기를 선택하는 동물들의 셈법

(7) 자원과 경쟁: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상편)



"...참새 무리의 최적의 크기가 7마리라고 하자. 7마리의 참새가 무리를 이룰 때 각 개체가 얻는 순이익이 최대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떠돌이 참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이 참새가 무리에 들어가서 총 8마리가 되면 구성원 모두의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다. 떠돌이 참새는 무리에 들어갈까, 들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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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다 보니 지난 십수 년 간 많은 곳을 떠돌며 살았다. 모두 나름대로 매력이 많은 곳이었다. 추억은 약간 요망한 데가 있어서 분명 힘들고 난감한 상황도 있었을 텐데 즐거웠던 것만 주로 기억이 난다. 예외가 있다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년간 살았을 때의 기억이다. 멕시코시티는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 날마다 새로운 자극을 주던 흥미로운 도시였고 즐거운 추억도 많지만 그곳에서 살던 때를 생각하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공식적인 인구 수로는 도쿄와 서울에 이어서 세계에서 세 번째라지만, 비공식 추정 인구는 삼천만 명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시일지도 모른다. 


멕시코시티를 생각하면 즐거우면서 동시에 슬픈 복잡한 기분이 드는데,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도시치고 그렇게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복잡한 곳을 지금껏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규제되지 않은 “경쟁”이란 살벌하고 폭력적이라는 것을 직접 목격한 곳이기도 하다. 정글에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벌이는 동물들의 경쟁은 각 개체의 필요에 의해 경쟁의 정도가 조절되기라도 하지만, 인간 개인의 욕망은 무한대로 탐욕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인간 사회의 경쟁은 동물의 그것보다 더 살벌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모두 다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패배하면 모두 다 뺏길 수도 있는 시스템을 용인해야 한다.

00lifehistory7_1.jpg » 그래도 즐거웠던 멕시코에서. 출처/ 김신연

내가 본 멕시코시티는 그러한 무한경쟁이 가능한 곳이었다. 모두에게 안전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삶이 보장되는 도시를 구축하는 대신, 무한경쟁을 통해서 치안까지도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도시가 되었다. 부자들은 자기들만 모여 사는 거리에 담을 높게 치고 사설 경비를 두어 외부인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거리의 사유화는 불법이라지만 그걸 규제할 공권력도 없었고 그럴 의지도 없어 보였다. 사유화된 거리에 사는 부자는 가난한 부모가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비싼 사립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자동차를 사주어 각종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거리를 무방비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다. 고급 백화점 입구는 장총을 든 경비가 지키고 있었다. 누군가 물건을 훔치기라도 하면 정말 그 장총을 쓰기라도 할 것인지 나는 늘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부잣집 친구에게 초대되어 사설 경비가 밤새 거리를 지키는 고급 저택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즐겁게 놀다가도 나는 갑자기 울고 싶었던 것 같다.


멕시코시티가 그렇게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지닌 도시가 된 데에는 많은 정치, 경제, 외교적 문제가 있겠지만, 주제넘게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떠벌리려는 것은 아니다. 자원 경쟁과 서식지 선택의 생물학적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사설이 길어졌다. 멕시코국립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내가 연구하던 주제가 바로 동물들이 서식지를 선택하거나 변경하는 원리에 대한 것이었다. 훗날 만난 어떤 과학자는 내가 떠돌이 생활을 해서 그런 주제에 관심을 가진 것이라는 점쟁이 같은 얘기를 하기도 했다.



모여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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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종의 동물들은 같은 종의 다른 개체들과 어울려 살며 무리(group)를 이룬다. 모여 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먹이 자원을 함께 찾거나 포식자의 위협에 공동으로 방어하고 대항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있다.1) 예를 들어, 참새가 추수 뒤에 들판에 떨어진 곡식 낱알을 찾는다고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먹이는 균일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적으로 군데군데 몰려 있다. 여러 마리의 참새가 함께 먹이를 찾으면 그 중 누군가는 곧 곡식이 떨어진 곳을 발견할 테고 곧 무리의 모든 참새가 그곳으로 모여들 것이다. 무리는 참새 한 마리가 홀로 들판에서 먹이를 찾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뛰어난 효율로 먹이를 찾을 수 있다. 그뿐인가? 여럿이 함께 먹이를 먹으면 경계하는 눈도 많아져서 매와 같은 무서운 포식자의 위협을 재빨리 탐지하여 피할 수 있다.

00lifehistory7_2.jpg » 검은뇌조(Tetrao tetrix) 수컷들의 렉. 모두 꼬리깃을 세우고 날개를 연 가장 멋진 자세를 취하고 주변을 지나가는 암컷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힘을 모으고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어떤 새나 포유류 종들은 짝짓기를 위해 수컷 여럿이 모여서 함께 힘을 합쳐 구애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렉(lek)이라는 공동구애집단을 형성한 수컷들이 합동으로 구애 행동을 해서 암컷들을 유혹하는 것이다.2) 주로 가장 매력적인 '알파(α)수컷' 주위에 그 덕을 보려는 다른 수컷들이 모여들어서 렉을 형성하는데, 무리가 클수록 더 많은 암컷이 꼬이기 마련이므로 모든 수컷에게 이득이 된다. 물론, 알파수컷이 더 많은 암컷과 교미하는 불평등이 생기지만, 볼품없는 수컷은 혼자 떨어져서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렉에 들어가서 약간의 기회라도 노리는 전략을 택한다. 암컷들도 홀로 떨어진 수컷보다 렉을 선호하는데 여럿이 함께 있으면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컷들이 여럿 모여 있으면 그들을 비교해서 더 나은 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3) 디스코텍에 갈 때 친구들과 몰려가서 집단으로 함께 춤을 추는 이치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가 하면, 집단으로 모여 살아서 손해를 보기도 한다. 몰려다니면 혼자 있을 때보다 포식자의 눈에 띄기가 더 쉽다. 먹이를 발견해도 혼자 모두 차지하기가 어렵고, 무리의 다른 개체들과 머릿수대로 나눠 먹어야 한다. 모여 살아서 좋은 점이 상황에 따라 정반대로 나쁜 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혼자 살아야 하나, 같이 살아야 하나?



손익에 따른 최적 집단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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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무리에 속하는 것이 나을까?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온다. 손익을 따져서 순이익이 가장 큰 쪽으로 결정하면 된다.4)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무리의 크기가 커질수록, 즉 무리에 들어가는 개체의 수가 많아질수록, 각각의 개체가 얻는 이익과 손해도 증가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익과 손해의 증가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처음에 참새가 단 몇 마리만 모여서 작은 무리를 이룰 때에는 함께 먹이를 찾아서 얻는 이익은 크고 그 자원을 머릿수대로 나눠서 생기는 손해는 비교적 적다. 하지만 무리의 구성원이 자꾸 늘어나면 함께 찾아내는 자원의 총량은 그리 많이 늘지 않지만 그걸 머릿수대로 나눠서 보는 피해는 훨씬 많아지는 원리이다(아래 그림의 (A) 참조).

00lifehistory7_3.jpg » 동물 무리의 크기(구성원 수)에 따른 각 구성원의 이익과 손해. 출처/ Krause J & Ruxton GD (2002), 아래 주[1]

이러한 손익을 따져보면 참새 무리의 최적의 크기도 알아볼 수 있다. 각각의 참새가 얻는 이익에서 손해를 뺀 순이익이 최대가 되는 지점이 바로 최적 집단의 크기이다 (위 그림의 (B) 참조). 이론적으로는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중간 크기의 최적의 집단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동물의 무리는 늘 각 개체의 순이익이 최대인 최적 집단일까? 손익을 아무리 잘 측정하고 따져보아도 자연에서 관찰되는 동물 집단의 크기는 이론적 최적 집단보다 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5) 최적의 무리는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참새 무리의 최적의 크기가 7마리라고 하자. 7마리의 참새가 무리를 이룰 때 각 개체가 얻는 순이익이 최대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참새들이 최적의 무리를 이루어서 함께 먹이를 찾아 먹으며 잘 지내고 있는데 떠돌이 참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참새가 무리에 들어가서 총 8마리가 되면 구성원 모두의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다. 떠돌이 참새는 무리에 들어갈까, 들어가지 않을까?

00lifehistory7_4.jpg » 크기가 최적인 무리는 새로운 개체의 이기성 때문에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출처/ [Sibly RM (1983), 아래 주[5]]에서 변형됨

정답은 ‘들어간다’이다. 떠돌이 참새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홀로 무리 밖에 남아서 얻는 이익은 구성원이 8마리인 무리에 들어가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적다. 그러므로 떠돌이 참새는 당연히 무리로 들어가야 한다. 다른 구성원들이 얻는 순이익이 조금 줄어들겠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이다. 이런 식으로 무리의 크기는 19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무리 크기가 20마리가 되면 차라리 혼자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리는 지나치게 커지지 않고 최적에 가까운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19마리를 채우기 전에 두 무리로 분리될 것이다.


여러분이 속한 집단의 크기는 어떠한지 생각해 보시라. 최적의 무리에 섞여 살고 계신가?



두꺼비의 고향 사랑과 개구리의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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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리는 성장하거나 축소하며 유동적이고, 무리가 처한 주변 환경도 늘 변화한다. 인간 사회에서도 도시는 인구가 늘어나 성장하는 반면, 농촌 마을은 주민 수가 점점 줄어들지 않는가? 물론, 요즘엔 반대로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장소를 옮겨 자신이 속해 살아가는 무리를 선택하거나 바꾸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내가 일하는 대학의 캠퍼스에는 캠퍼스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자연습지와 더불어 여러 개의 인공습지도 조성되어 있다. 캠퍼스의 습지에 사는 야생동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개구리(Rana perezi)와 두꺼비(Bufo bufo)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개구리는 캠퍼스의 자연습지와 인공습지 모두에서 발견되는 반면에 두꺼비는 자연습지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개구리는 캠퍼스가 조성된 이후 꾸준히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반면, 두꺼비는 점점 그 숫자가 줄어 요즘엔 보기가 쉽지 않다. 개구리는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분산(dispersal)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두꺼비는 오래된 서식지만을 고집하는 특성(philopatry)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00lifehistory7_5.jpg » 스페인 비고대학의 '두꺼비 구하기' 작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비고대학 캠퍼스의 자연 습지와 도로, 겨울 서식지와 도로 사이의 두꺼비 벽, 두꺼비 벽에서 수집한 두꺼비들, 수집한 두꺼비를 습지에 놓아주는 장면, 습지에서 짝짓기를 하는 암수 한 쌍. 출처/ 비고대학 환경처 웹 페이지. http://webs.uvigo.es/oma/sapos.php

우리 대학 캠퍼스에 사는 두꺼비들은 수십(또는 수백) 년 전부터 그 생활사가 고정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처럼, 지금은 캠퍼스에 속하게 된 자연습지에서 짝을 짓고 알을 낳는다. 알에서 나온 올챙이가 다 자라서 조그마한 두꺼비가 되면 물가를 떠나서 습지 옆 숲으로 기어간다. 숲에서 어른 두꺼비가 되어서 겨울이 지나면 번식을 하기 위해서 자기가 태어난 습지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 두꺼비 개체군에 불행한 일이 닥쳤다. 대학 캠퍼스를 조성하면서 습지와 숲 사이에 도로가 생긴 것이다. 옛날 방식 그대로 똑같은 습지와 숲을 오가다가 많은 두꺼비가 차에 치여 죽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대학 환경처가 두꺼비의 번식철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숲과 도로 사이에 두꺼비 보호벽을 치고 보호벽에 모여든 두꺼비들을 수집해서 길 건너 습지에 놓아주고 있다. 물론, 발생한 두꺼비 새끼들도 수집해서 숲으로 보내준다. 그래도 로드킬의 희생양이 되는 두꺼비가 해마다 생기고 두꺼비의 개체수는 점점 줄고 있다. 안전한 다른 습지로 가서 알을 낳으면 좋으련만 두꺼비들은 꼭 이 위험천만한 길을 건너 자기가 태어난 이 습지에서 번식하려고 고집을 부린다. 물론, 그렇게 생겨먹은 두꺼비의 잘못이 아니라서 안타깝기만 하다.

00lifehistory7_6.jpg » 스페인 비고 대학 캠퍼스의 봄. 인공습지에서 번식하는 개구리 (Rana perezi). 사진/ 김신연

반대로 적합한 환경을 갖추기만 하면 어디든 분산해서 번식하는 개구리는 캠퍼스에 조성된 인공습지마다 가득하다. 봄, 여름마다 짝을 찾는 개구리의 노랫소리로 캠퍼스에 운치를 더한다. 개구리는 자기가 태어난 습지에 다른 개구리들이 너무 많아서(밀도가 높아서) 자원경쟁으로 인해 서식지의 질이 떨어지면 주저하지 않고 다른 습지를 찾아서 분산한다.


다행히 많은 동물 종들은 우리 대학 캠퍼스의 개구리처럼 생존과 번식에 가장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동물들은 살던 곳의 환경이 변화하거나 자원경쟁이 심해지면 다른 서식지를 찾아 떠나는 유연성을 보여준다. 동물들이 서식지를 선택하거나 이동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각자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일까?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자원과 경쟁의 상호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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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식지(habitat)란 어떤 곳일까? 무엇보다 안전하고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한 곳이 아닐까?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에는 먹이와 번식 장소, 그리고 번식 짝, 이 세 가지가 있다. 자원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서식지의 질이 결정되는데, 좋은 서식지라도 같은 자원을 이용하는 동종의 경쟁자들이 너무 많으면 각 개체가 취하는 순이익, 즉 개체의 적응도(fitness)는 줄어든다. 서식지의 질과 경쟁자의 수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고려해서 동물들이 어떻게 분포할지 예측할 수 있다.


동물의 분포를 예측하는 가장 간단한 이론적 모델은 최적자유분포모델(ideal free distribution model)이다.6), 7) 이 모델은 모든 개체가 자기가 원하는 서식지, 즉 자신의 순이익이 최대가 되는 서식지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아래 그림의 자유분포모델은 자원의 양이 다른 세 개의 다른 서식지에 그 자원을 이용하는 동물 개체들이 어떻게 분포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00lifehistory7_7.jpg » 왼쪽: 자유분포모델(ideal free distribution model). 출처/ [Fretwell SD, Lucas JHJ (1970), 주[6]] , [Sutherland WJ (1996), 주[7]] 에서 변형됨. 오른쪽: 썰물에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붉은발도요(Tringa totanus). 출처/ Wikimedia Commons

먹이자원에 대한 경쟁을 예로 들어보자. 썰물에 의해서 갯벌이 드러나면 만조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도요새들이 갯지렁이 같은 영양가 높은 먹이로 배를 채우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한다. 갯벌은 넓지만 갯지렁이가 많이 숨어 있는 좋은 장소들은 정해져 있다. 갯벌에 제일 먼저 도착한 부지런한 도요는 당연히 먹이가 가장 풍부한 장소를 택할 것이다. 그 다음에 도착하는 도요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먹이가 가장 풍부하던 최고의 장소에 도요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그 서식지에서 갯지렁이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다. 따라서, 자원의 양과 그 자원을 둘러싼 경쟁의 정도가 상호작용하여 결정되는 서식지의 적합한 정도는 점점 감소한다.


그러다 보면 가장 인기가 있던 서식지의 적합도가 자원은 덜 풍부하지만 경쟁자가 없는 다른 서식지의 적합도와 같아지는 순간이 온다(위 그림의 A 지점). 이때부터 도착하는 도요들은 매순간 두 장소의 서식지로서의 적합한 정도의 변화에 맞춰서 둘 중 하나로 가게 된다. 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적합한 정도를 저울질하는 개체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두 장소도 경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그 적합도가 가장 자원이 빈약한 서식지와 같아지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위 그림의 B). 매순간 새로운 개체가 이득을 최대로 취할 수 있는 지점을 골라 선택하다 보면 항상 세 서식지에 있는 모든 개체들이 대체로 비슷한 양의 순이익(예를 들어, 시간당 얻는 먹이자원의 양)을 얻게 된다.



경쟁력의 차이와 ‘알리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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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위의 모델에서 보듯이 모든 동물들은 자유롭게 분포해서 공평하게 자원을 나눠 가질까? 자유분포모델이 예측하는 세상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이상세계와 같다. 자유분포모델이 고려하지 않은 아주 중요한 동물의 특성 때문이다. 바로, 경쟁력의 차이이다. 같은 종의 동물 개체라도 몸의 크기, 건강 상태, 나이와 경험 등에 따라서 경쟁력이 모두 다르다. 힘이 세거나 많은 정보를 가진 개체들은 그렇지 않은 개체들과의 경쟁에서 더 우세하다. 힘과 경험을 이용해서 좋은 서식지를 차지하고 약한 경쟁자들을 자원이 빈약한 다른 서식지로 쫓아낼 수 있다. 아니면, 먼저 좋은 서식지를 차지한 개체들이 영역을 표시하고 텃세를 부릴 수도 있다.


전제적(독재적)분포모델(ideal despotic distribution model)은 자유분포모델에 개체간의 경쟁력 차이라는 요소를 더해서 구축된 이론적 모델이다.8) 전제적분포모델에서는 더 이상 모든 동물 개체들이 공평하게 자원을 나눠 가지지 않는다. 모든 개체들이 자유롭게 서식지를 택할 수도 없다. 경쟁력이 강한 개체들이 자원이 가장 풍부한 서식지를 차지하고 세력권을 형성하면 약한 개체들은 덜 적합한 서식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힘의 원리뿐만 아니라 희소성의 취약함도 동물의 분포에 영향을 끼친다. 힘이 센 개체라고 해서 제일 좋은 장소를 차지하고 독불장군처럼 혼자서만 잘 살 수 있을까? 혼자서 서식지의 모든 먹이 자원을 차지할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포식자의 유일한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온갖 위험도 혼자만의 차지가 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동종의 개체 수가 낮은 서식지에서는 짝을 찾기도 어려워진다. 개체 수가 적은 동물 종은 점점 더 희귀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낮은 밀도에서는 개체의 생존율과 번식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구한 학자의 이름을 따서 이러한 생태적 현상을 알리 효과(Allee effect)라고 한다.9) 개체간의 경쟁력 차이를 적용한 전제적분포모델에 알리 효과까지 더하면 좀 더 실제에 가까운 동물들의 분포 원리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동물들의 분포 원리, 즉 동물들이 어떻게 서식지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이론을 주로 살펴보았다. 다음 연재에서는 실제로 동물들이 어떻게 분포하고 서식지를 선택하거나 바꾸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실제 세계에서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알리 효과가 동물의 분포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론과 실제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것이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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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연 스페인 비고대학 생물학과 연구교수
동물 생활사의 진화를 연구하는 생태학자. 스페인 비고대학에서 생물학과 학생들에게 동물행동생태학을 가르치며 가시고기와 갈매기를 연구하고 있다. 새와 물고기의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yeonkim@uvigo.es       트위터 : @kimsin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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