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연의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

사는 게 왜 이런가?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자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모든 동물이 살아가는 다양한 생활사에는 35억 년 누적된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육아' 동상이몽: 엄마의 전략, 아빠의 전략

(6) 부와 모의 번식·양육 전략 어떻게, 왜 다를까


00LH1.jpg » 유성생식의 다양성. 왼쪽은 해캄속(Spirogyra)의 동형 배우자 생식, 오른쪽은 이형 배우자 생식을 하는 다양한 생물을 보여준다. 출처/Wikimedia Commons



산율이 낮아서 걱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어둡다고들 한다.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해마다 많은 대책을 쏟아내지만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비용과 노력의 정도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엄마 아빠는 출산휴가도 마음 놓고 쓸 수 없고 출산을 앞둔 엄마들에게 사직을 종용하는 일터가 아직도 많은 현실에서 선택의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의 생물학적, 사회적 가치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겠으나, 지나친 희생을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라면 당연히 형편에 따라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트레이드 오프, 지난 연재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 (5) 참조).


많은 인간사회에서 출산과 육아는 특히 엄마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협업계획을 잘 세워 이행하지 않고 어찌하다 보면 대부분 육아의 책임은 엄마가 떠맡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궁과 젖가슴이 모두 엄마에게 달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출산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적어도 아빠가 젖이라도 생산해서 먹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엄마의 희생 또는 투자는 생물학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모두들 자연의 원리를 받아들이라는, 옳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 경제,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내가 뭘 알겠는가? 나는 동물학자인 걸. 이번 연재에서는 엄마의 육아전략과 아빠의 육아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물론, 동물들의 이야기이다.



성의 진화와 불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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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모의 서로 다른 번식과 양육(parental care)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차이의 생물학적 근원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진핵생물(eukaryote, 진핵세포를 가진 생물)에서 유성생식의 번식전략이 진화한 것은 생물의 오랜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이고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이다.


한 개체가 자신과 유전적으로 똑같은 새 개체를 만들어내는 무성생식과 달리, 유성생식은 두 개체의 유전물질을 절반씩 합쳐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낸다. 유성생식으로 탄생한 나는 이 세상에 그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엄마의 유전자 절반과 아빠의 유전자 절반이 복잡하게 재조합되어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많은 자식을 낳는다고 해도 나와 똑같은 유전자 조합을 가진 형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생식에 비해 느린 번식 속도와 짝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도 현존하는 거의 모든 진핵생물이 유성생식을 통해 번식할 만큼 이 생식방법이 우세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일반적인 가설은 유성생식이 생물의 진화를 가속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 유전자 재조합(genetic recombination)을 통해 두 개체의 유전물질이 결합해서 새로운 개체를 생산하는 방식은 새로운 유전형의 탄생 속도를 증진시켰고, 이로운 유전자들 간의 결합도 가능하게 했다.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 개체가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갖기 위해서는 여러 대에 걸쳐 돌연변이가 일어나기만 기다려야 하는 데 비해서, 유성생식은 다른 개체들이 가진 다양한 유전자를 끊임없이 교환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가진 개체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양한 유전형은 진화의 필수 조건인데, 변화하는 환경에서 환경에 적합한 표현형이 자연의 선택을 받아 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전형이 다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다양한 생물들은 유성생식이 먼저 진화한 다음에야 나타났다.


유성생식이라고 해서 꼭 두 가지의 다른 성이 존재해서 암수 간에 번식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 그림의 해캄처럼 성의 구분 없이 두 개체가 같은 크기와 모양의 생식세포를 생산하고 이들을 교환, 융합하는 동형 배우자 생식(isogamy)으로 번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핵생물은 크기가 다른 생식세포를 만들어내는 암수의 두 성이 존재하며 두 가지의 다른 생식세포가 융합해야만 번식이 이루어진다(이형 배우자 생식, anisogamy). 수많은 식물뿐만 아니라, 곤충, 물고기, 새, 포유동물을 비롯해 대부분의 동물들은 암수의 두 성이 존재해서 이형 배우자 생식으로 번식한다. 


떤 생식세포는 점점 작아지고 다른 생식세포는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진화의 길을 선택하면서 짝짓기와 육아를 둘러싼 생물학적 갈등이 시작되었다.2)


정자는 다른 생식세포를 찾아가기 위해 이동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반면, 난자는 움직이기를 포기하고 수정 뒤에 배 발생에 필요한 양분을 축적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와 함께, 작지만 많은 움직이는 생식세포를 생산하는 개체와 크지만 적은 수의 생식세포를 생산하는 개체들이 각각 수컷과 암컷으로 진화하면서 공존하게 되었다. 정자와 난자의 전략은 상호의존적이어서 반드시 움직이는 정자가 난자에게 접근해서 난자의 양분을 바탕으로 발생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서로의 전략에 의존해서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암수 간에 왜 갈등이 생긴 것일까?


진화생물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는 두 가지 생식세포의 서로 다른 전략이 암수의 짝짓기전략과 육아전략이 진화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는 가설을 처음으로 제시했다.3) 수정이 암컷의 체내에서 이루어지는 동물들, 즉 새, 포유동물, 파충류, 난태생 물고기 종을 보면, 수정란이 온전한 개체로 발생할 수 있도록 엄마가 투자하는 자원이 아빠의 그것보다 훨씬 많다.


알에서 또는 자궁 안에서 새끼가 발생하기 위해 소비하는 영양분은 모두 엄마가 제공하는 것인 반면, 아빠가 수정란에 투자하는 것이라고는 유전자밖에 없다. 초기에 많은 자본을 투자한 사업은 더 열심히 매달리게 되는 법인데, 그래야 투자에 대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면 가능한 많은 사업을 벌여놓고 그 중 어떤 것이라도 잘 되도록 요행을 바라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새끼의 발생에 투자하는 자원만 생각한다면, 전자는 엄마의 전략이, 후자는 아빠의 전략이 되기 쉬울 것이다.4) 하지만, 생물의 세계는 단순한 법칙 몇 개로 설명이 되지 않는 복잡한 세계이다.



새: 엄마, 아빠의 공동육아 전략과 가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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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작은 정자가 영양분을 지닌 난자에 접근해서 암컷의 체내에서 수정되는 동물들 중에 새들의 경우를 살펴보자. 새의 암컷은 체내의 수정란에 어린 동물의 발생에 필요한 모든 양분을 더해서 알이라는 것을 낳는다. 어린 새의 발생은 엄마 새의 몸 밖에서 이루어진다. 게다가 긴 시간 동안 알을 따뜻하게 품어줘야지만 발생이 일어난다. 종에 따라서 짧으면 열흘, 길면 한달 반 가량을 꾸준히 품어줘야 어린 새가 태어난다.


리 종의 경우에는 엄마 새 혼자 잘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면서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알을 보호하고 품어주며,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물로 데려가 새끼가 성장할 때까지 돌봐준다. 아빠는 짝짓기 뒤에 엄마가 알을 낳기 전에 떠나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긴 포란기만 잘 넘기면 엄마 혼자 많은 오리새끼를 키우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물로 데리고 가서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켜주기만 하면 새끼는 엄마를 쫓아다니며 스스로 먹이를 찾아먹고 성장한다.


그래서, 새끼를 가진 엄마 오리가 길을 잃은 다른 오리새끼를 입양하는 일도 더러 생긴다. 미운 오리새끼처럼 말이다! 내가 박사과정 동안에 갈매기 연구를 했던 영국의 월니 섬에 사는 아이더(eider)라는 오리도 번식을 했는데, 한 번은 엄마를 잃고 갈매기들에게 잡아 먹힐 위험에 처한 갓 태어난 오리새끼들을 발견했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고아들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온 섬을 뒤져서 물가에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던 아이더 암컷 한 마리를 찾아냈다. 재빨리 암컷에게 접근해서 있는 힘껏 고아들을 던져 주었는데, 다행히 고아들은 다른 새끼들 무리에 섞여서 한 가족이 되었다. 야외연구를 하다 내가 겪은 가장 드라마틱한 일화 중의 하나이다. 

00LH3.jpg » 아이더(Somateria mollissima). 왼쪽부터 암수 한 쌍, 둥지에서 알을 품는 암컷, 엄마와 새끼들. 출처/Wikimedia Commons
하지만, 오리와 같은 경우를 제외한 약 90%의 새 종에서 포란과 육아 기간에는 엄마, 아빠의 협업이 이루어진다.5) 사실, 다수의 새 종에서 엄마, 아빠의 협업은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힘들여 짝을 짓고 알을 낳더라도 새끼가 태어나지 않거나 태어나더라도 제대로 성장하고 살아남기가 힘들다.


우선, 대부분의 새 종은 먹지 않고서 오랜 포란기를 버티는 일이 힘들다. 엄마 혼자 알을 품다 먹이를 찾으러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에 포식자가 알을 먹어버릴 수도 있다. 아빠가 짝짓기 뒤에 엄마 곁에 남아서 둥지가 있는 세력권도 지키고 엄마와 번갈아 가며 알을 품으면 당연히 새끼가 건강하게 발생해서 알에서 깨어나는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알 품기뿐만이 아니다. 많은 새 종들에서 새끼는 전적으로 부모 새가 가져다 주는 먹이에 의존해서 성장을 한다. 당연히 엄마, 아빠가 함께 먹이를 가져다 주는 쪽이 새끼의 생존률이 높다.


런 경우에 엄마 아빠의 성공적인 전략이란 어떤 것일까? 알만 낳아놓고 포란과 육아를 남에게 맡기는 엄마는 뻐꾸기처럼 고도의 탁란 전략이 진화된 몇몇 종밖에 없다. 포란과 육아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엄마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대로 남길 수 없다. 아빠 새는 어떠한가? 짝짓기 뒤에 엄마와 함께 공동육아체를 형성하는 대신에 또 다른 짝을 찾아 다니는 아빠도 다음 대로 유전자를 남길 확률이 매우 적다. 대부분 새 종에서 포란과 육아는 엄마 또는 아빠 혼자 해내기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의 육아공동체는 짝짓기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실제로 엄마, 아빠가 함께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거의 모든 새 종이 일부일처제(monogamy)의 짝짓기 전략을 채택한다. 한 번의 번식기에 단 하나의 짝과 짝을 짓는 전략은 암수 모두의 번식성공률을 최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일 수 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그 생활사가 잘 알려진 황제펭귄(Aptenodytes forsteri)처럼 말이다. 남극의 혹독한 환경에서 새끼를 낳아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짝짓기 뒤에 알을 낳느라고 에너지를 소모한 엄마가 먹이를 찾아 떠나면 아빠가 홀로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품는다. 새끼가 깨어나면 두 달 동안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자원과 에너지를 비축한 엄마가 번식지로 돌아와서 아빠와 교대를 하고 조금씩 먹이를 토해서 새끼를 먹여 키운다. 이런 식으로 엄마와 아빠가 서로 교대로 먹이를 먹고 새끼를 키운다. 반 년이 넘는 긴 시간에 엄마도 아빠도 한눈을 팔 사이가 없다. 황제펭귄은 번식기 동안 단 하나의 짝, 단 하나의 자식에게 온전히 매달려야만 다음 대로 유전자를 남길 수 있다.

00LH4.jpg » 황제펭귄의 번식 주기. 출처/ Wikimedia Commons



젖먹이동물: 바람둥이 아빠와 엄마의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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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동물의 경우는 새와 매우 다르다. 인간을 비롯해 몇몇 종을 빼고 대부분의 포유동물(전체 종의 90%)의 가족에서 아빠의 역할은 절반의 유전자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6) 사자처럼 혈연집단을 이루어서 공동육아를 하는 종도 있지만, 이런 집단도 대부분 암컷들로 구성된다. 짝짓기를 마친 수컷이 떠나면 임신, 출산, 육아는 모두 엄마 혼자의 몫으로 남는다. 수정란은 엄마의 자궁에 착상해서 엄마의 양분을 이용해서 발생한 뒤 태어난다. 뇌도 심장도 손가락, 발가락도 모두 엄마의 몸 속에서 만들어진 뒤 온전한 한 개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00LH5.jpg »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이용한 변형.

그뿐인가? 인간을 비롯해 모든 포유류, 심지어 캥거루 같은 유대류의 동물이나 물에서 사는 수달과 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갓 태어난 동물들은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란다. 모든 포유류의 동물들은 독립할 때까지 엄마에게 의존한다. 긴 임신, 출산, 육아기간 동안 자식에게 투자하는 엄마의 자원과 노력은 막대하다.


으로 이 연재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더 있겠지만, 자식에 대한 엄마의 이런 투자는 자신의 건강상태 또는 수명에 대한 투자와 맞바꾸는 것이다. 이처럼 한번의 번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암컷은 짝짓기에서 수컷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된다. 암컷이 더 마음에 드는 짝을 골라서 직접 선택권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수컷들의 경쟁을 통해 간접적인 선택권을 갖기도 한다. 더 크고 멋진 뿔을 가진 수사슴, 크고 힘이 세서 다른 수컷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바다표범이 더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해서 정자경쟁(sperm competition)을 통해, 더 우세한 정자에게 자신의 난자를 수정시킬 기회를 주기도 한다.7) 암컷은 번식에 많은 투자를 하는 대신 직간접적으로 더 나은 수컷을 선택해서 더 나은 유전형질을 가진 자식을 갖는 전략을 쓴다. 자궁과 젖을 가진 엄마가 다음 대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육아를 떠맡는 동안, 아빠는 무엇을 할까? 자기가 있으나마나 엄마가 잘 키워줄 자식 걱정일랑 묶어두고, 능력껏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해 또 다른 짝을 찾아 나설 것이다.

00LH6.jpg » 아빠가 산파 역할을 하는 시베리아 햄스터의 출산 과정. 출처/Jones & Wynne-Edwards (2000)

하지만, 포유동물이라도 아빠가 출산과 육아를 돕는 경우가 있다. 아빠가 자식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해서 아빠 자신의 적응도를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유전자 제공 이상의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시베리아 햄스터(Phodopus campbelli)의 경우가 그러하다. 시베리아 햄스터 수컷은 다른 대다수의 포유류처럼 교미 뒤에 바로 짝을 떠나지 않고 출산까지 기다렸다가 자기 자식들이 태어날 때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햄스터 새끼는 태아막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빠가 갓 태어난 새끼의 코 주변을 핥아서 새끼의 숨통을 틔어주는 것이다.8) 육아는 엄마의 몫으로 남더라도 출산까지 엄마 곁을 지키는 아빠의 전략이 온 가족의 적응도를 높인다.



해마와 실고기: 아빠의 임신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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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출산은 엄마의 전유물이 아니다. 적어도 육아전략의 가장 희귀한 예인 실고기과(Syngnathidae)의 물고기에서는 그러하다. 해마와 실고기 등이 속하는 실고기과의 물고기들은 놀랍게도 아빠가 임신과 출산을 전담한다. 암컷이 수컷의 육아낭에 알을 낳으면 육아낭에서 수정이 이루어지고 몇 주간의 임신기간을 통해 아빠의 몸 속에서 발생이 이루어진다. 물론, 아빠가 제공하는 산소와 영양분을 바탕으로 말이다. 엄마가 알에 어느 정도의 양분을 넣어주기는 하지만 해마와 실고기 새끼의 성공적인 발생과 탄생은 아빠가 제공하는 자원에 달려있다.

00LH7.jpg » 아빠가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실고기과의 물고기들. 출처/Wikimedia Commons

그러니 당연히 해마와 실고기의 번식에서 새끼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쪽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이다. 그럼, 포유동물에서 한 번의 번식에 더 많은 자원, 시간, 에너지를 투자하는 성이 짝짓기에서 선택권을 행사하듯이 해마와 실고기에서도 그러할까?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우는 암사슴이 근사한 뿔을 가진 숫사슴을 선택하듯이 해마와 실고기 수컷도 마음에 드는 암컷을 골라 짝을 지을까?

00LH8.jpg » (a) 걸프 실고기의 번식. (b) 투명한 육아낭을 통해서 새끼가 발생하는 것을 직접 관찰한 모습. (c) 육아낭 안의 알을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d) 임신 중기에 실고기 태아들을 제거한 육아낭의 모습. 출처/ Paczolt & Jones (2010)
프 실고기(Syngnathus scovelli)는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수컷이 성 선택(sexual selection)을 하는데 선택의 방법도 수컷의 임신만큼이나 쇼킹하다.


걸프 실고기 수컷은 한번에 많으면 40개의 알을 암컷으로부터 받아서 육아낭에서 자신의 정자로 수정시켜서 임신을 한다. 평생 여러 번 번식하는 실고기 수컷은 한 번의 임신에 자원을 지나치게 투자하면 다음 번식에서는 좋은 성과를 낼 수가 없다(트레이드 오프, 지난 연재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 (5) 참조).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걸프 실고기 수컷은 몸집이 큰 암컷의 알을 받아 임신했을 때에는 새끼의 성공적인 발생과 탄생률이 100%에 가깝지만, 작은 암컷의 새끼들을 임신했을 때에는 수컷 스스로 태아에 제공하는 영양분의 양을 제한하고 새끼들의 일부분 또는 전부를 낙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 마음에 별로 들지 않는 짝의 알을 받아서 임신했을 때 새끼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해서 다음에 더 나은 짝을 만나 번식할 때 쓸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다. 자식의 탄생을 위해 임신과 출산을 견뎌내는 부성이지만 모든 생물이 진화한 방식대로 이기적인 면이 있는 것이다.


름대로 동물학적인 결론을 내려볼까 한다. 현대 인간 사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은 매우 큰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출산휴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임산부의 사직을 종용하는 일터, 육아의 책임을 진 엄마, 아빠들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시키는 회사, 홀로 자식을 키우는 엄마나 아빠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문제를 안겨주는 시스템, 이 모든 것을 묵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사회가 가족 내의 갈등을 조장하거나 가족의 탄생을 방해한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지나친 희생을 치르고 투쟁할 필요가 없다면 자연히 출산율은 증가한다. 번식의 강한 본능을 억제하는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피고 대책을 마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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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연 스페인 비고대학 생물학과 연구교수
동물 생활사의 진화를 연구하는 생태학자. 스페인 비고대학에서 생물학과 학생들에게 동물행동생태학을 가르치며 가시고기와 갈매기를 연구하고 있다. 새와 물고기의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yeonkim@uvigo.es       트위터 : @kimsin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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