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연의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

사는 게 왜 이런가?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자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모든 동물이 살아가는 다양한 생활사에는 35억 년 누적된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을 잃는 생태계 원리

(5) 연어 이야기: 한 번에 많이 낳을 것인가, 여러 번 나누어 낳을 것인가






00salmon7.jpg » 안도현 시인의 <연어>(1996년, 문학동네)와 <연어 이야기>(2010년, 문학동네). <연어>에는 장성한 연어가 고향으로 회귀하는 이야기가, <연어 이야기>에는 개울에서 태어난 어린 물고기가 성장하고 바다로 나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은 모두 제각기 특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인간이 시적,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동물의 삶도 있다. 바로 연어의 삶이 그렇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모천으로 회귀 여행을 하며 겪는 일을 담담하게 그려낸 안도현 시인의 <연어>.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또 다른 의미의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뜬금없이 문학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연어의 생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연어의 삶이 우리한테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고 힘든 여행을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서 알을 낳자마자 정말로 죽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연어가 알을 낳고 새끼가 태어나는 것도 지켜보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그래도 연어의 이야기가 시인과 독자의 마음을 파고 들었을까? 조금 찬물 끼얹는 소리를 하자면, 모든 종의 연어가 생에 단 한 번 고향으로 돌아와 죽는 것은 아니다.



연어의 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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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살다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생태로 유명한 연어과(Salmonidae)의 물고기는 매우 다양한데, 연어 말고도 송어가 연어과에 속한다. 연어과에 속하는 다양한 종은 대부분 대서양과 태평양에 산다. 전형적으로 이들은 담수인 강 상류에서 태어나서 바다로 옮겨간 뒤 산란을 위해서 담수로 돌아온다. 게다가 잘 알려진 대로 대부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개울에서 산란한다. 냄새를 기억해서 고향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연어가 어떻게 고향을 찾아 가는가에 관한 문제는 대부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00salmon2.jpg » 왼쪽: 연어(Oncorhynchus keta). 대표적인 태평양 연어의 한 종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번식한다. 출처/ NOAA(http://www.nmfs.noaa.gov). 오른쪽: 대서양 연어(Salmo salar). 제공/ David Alvarez.

암컷이 꼬리로 개울바닥에 얕은 둥지를 파서 알을 낳으면 한두 마리, 혹은 여럿의 수컷이 접근해서 수정한다. 산란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수컷은 통통하게 알을 밴 암컷의 주변을 지키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다. 어떤 종은 회귀 여행을 하면서 다른 수컷과의 싸움에 유리하도록 턱이 길어지는 등 형태가 변화하기도 한다. 암컷이 알을 낳는 것은 한 순간이고, 그때 알을 수정할 기회를 놓치면 그 긴 여행 끝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연어>에 등장하는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보여주는 사랑과 동행을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렇지만 존경하는 안도현 시인이 혹시라도 이 글을 읽지 않을까 조금 걱정은 된다. 그렇다면,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몸집이 작은 수컷은 다른 수컷과 벌이는 짝짓기 경쟁에서는 불리하지만, 그 대신 산란 준비를 하는 암컷을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암컷이 알을 낳는 순간에 재빨리 접근해서 사정하고 도망가는 수법을 쓴다. 물론 알을 낳는 암컷도 그 옆을 며칠이나 지키고 있다가 짝짓기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수컷도 알아채지 못하게 말이다.

00salmon3.jpg » 대서양 연어의 짝짓기. 암컷이 꼬리로 자갈을 파서 산란 준비를 하는 동안 큰 수컷이 그 옆을 지키고 작은 수컷도 슬그머니 접근을 시도한다. 제공/ David Alvarez.

사력을 다하는 부모 연어의 여행, 그리고 치열한 짝짓기 전쟁 끝에 생산되는 수정란에서 부화하는 새끼 연어는 부모의 도움 없이 먹이를 찾아 먹고 위험을 피해 몸을 숨기며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새끼 연어는 바다로 나가기 전 개울에서 1~3년 동안 몸의 크기를 키운다. 그러고는 강을 따라 내려가 넓은 바다에서 몇 년을 더 살며 성장해 성적으로 성숙하면 번식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 중에서 몸집이 큰 개체는 대부분 나이가 5년 이상은 된 것들이다. 긴 여행을 하기 전에 많이 먹고 에너지를 축적하지만, 먹이를 찾아 먹을 틈도 없이 세찬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여행을 하다 보면, 근육의 힘을 잃고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게 된다. 결국에 연어는 자신의 유전자를 수천 개의 조그만 수정란에 남기고 나면 모든 기운을 잃고 만다.


이렇게 개울과 바다를 오가는 생활사는 태평양과 대서양의 연어 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지만, 이 사이에는 중요한 생활사 전략의 차이가 한 가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연어와 동일한 태평양 연어의 대부분 종은 성숙하기까지 살아 남아 고향으로 회귀해서 번식한 뒤에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기운이 빠져 고향의 개울에서 죽고 만다. 바로 <연어>의 주인공인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처럼 말이다. 이렇게 단 한번의 번식에 모든 것을 투자하고 죽는 생활사 전략을 단회번식(semelparity)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서양 연어의 대부분 종들은 이와 다르게 일생 동안 여러 번 번식하는 다회번식(iteroparity)의 생활사 전략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고향으로 돌아와 번식하고는 기력을 회복해서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다음 번식 철이 돌아오면 대서양 연어는 다시 번식하기 위해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여행을 반복한다. 종과 개체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지만 대서양 연어는 이런 식으로 여러 해에 걸쳐 여러 번 번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대서양 연어라도 한번 번식하고는 기운이 빠져서 죽는 개체들도 있지만 말이다.


이런 생활사 전략의 차이는 어떻게 진화한 것일까? 단 한 번 번식하는 전략이 먼저 진화한 것일까, 아니면 여러 번 번식하는 전략이 먼저였을까? 단지 번식할 수 있는 횟수만 다른 것일까? 이로 인해 생기는 다른 생활사 전략의 차이는 없을까?



자원 분배의 문제와 트레이드 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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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는 뭔가 한 가지를 이루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공부만 죽어라 열심히 시키기도 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만 열심히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를 이루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 투자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것을 잃는 경우가 더 많다. 살아가는 전략들 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행복과 맞바꿔서 얻어진 1등이라면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지금 당장 많은 자식을 생산할 것인가, 살아 남아서 미래의 기회를 노릴 것인가의 문제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직면해야 하는 생활사의 문제이다. 번식과 생존은 서로 억제 요인이 되는 두 가지 중요한 생활사 특성으로서, 함께 특정 방향으로 진화할 수 없다. 즉, 번식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서 오래 살기까지 하는 만능의 생활사 전략이 진화할 수 없는 이치이다. 대부분 아이의 경우, 죽어라 공부만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기까지 하기는 힘든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생활사 전략 사이의 상호 억제 관계가 나타나서 생활사 진화에 작용하는 원리를 트레이드 오프라고 한다1).


그렇다면, 생활사 특성 간의 트레이드 오프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의 번식에서 많은 자손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생존율도 높이는 방향의 진화가 억제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원의 분배(resource allocation)에 있다. 먹이, 서식지처럼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은 대부분의 경우 제한되어 있다. 연어가 한 번 번식할 때 투자할 수 있는 자원(물질과 에너지)의 양도 번식 전에 얼마나 영양 상태가 좋았는가에 따라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긴 회귀 여행에서 기력이 떨어진 연어는 남은 모든 에너지를 번식하는 데 투자하든가, 아니면 그 에너지를 번식과 생존에 다시 나누어서 투자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평생 여러 번 번식할 수 있는 종의 동물은 단 한 번만 번식하는 종과 달리, 각각의 번식에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문제에 직면한다. 종종 주위의 친구로부터 키우는 개나 고양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하기 위해서 너무 자주 새끼를 낳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 친구들은 생활사 트레이드 오프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새끼를 낳거나 처음부터 너무 많은 새끼를 낳아 키울 경우, 어미 고양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잘 성숙하는 데 써야 할 자원을 확보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다음에 다른 기회가 왔을 때 더 많은 새끼를 낳지 못하거나 오래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활사 특성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보니, 한 가지 생활사 특성만 놓고 진화를 논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2). 그래서, 비슷해 보이는 태평양의 연어와 대서양의 연어가 어쩌다가 일생에 한 번 번식하는 전략과 여러 번 번식하는 전략으로 다르게 진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번식과 생존에 관련된 생활사의 다양한 전략을 함께 살펴 보아야 한다.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것은 개체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해서 그 개체의 적응도를 높이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개체의 생존 전략에 따라서 한 번의 번식에 최대한 많은 자손을 남기는 전략과 여러 번에 걸쳐 적은 수의 자손을 조금씩 남기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즉, 짧고 굵게 살 것인가, 아니면 길고 가늘게 살 것인가 하는 생존의 전략도 개체의 적응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생활사 전략의 진화와 족보 따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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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경우에 한 번의 번식에 모든 것을 투자할 것인가, 여러 번 나누어서 투자할 것인가의 문제는 개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종 내에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는 생활사 전략이다. 태평양 연어는 마치 프로그래밍이라도 되어 있는 것처럼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한 번의 회귀 여행과 번식에 사력을 다한다. 대서양 연어와 달리, 태평양 연어는 근육의 힘을 모두 잃을 때까지 필사적으로 회귀 여행을 해서, 마지막 남은 에너지는 몽땅 짝짓기를 하고 알을 생산하는 데 투자한다. 단 1칼로리의 에너지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말이다. 대서양 연어와 태평양 연어처럼 비슷한 종 간에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00salmon5.jpg » 다윈의 노트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계통수. 출처/ wikimedia commons 생물의 진화를 연구하는 방법은 대단히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계통분류학적 비교분석(phylogenetic comparative methods)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생물의 족보를 통해서 진화의 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3). 생물의 분류군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바탕으로 생물들 사이의 진화적 관계를 나뭇가지의 형태로 나타낸 계통수(phylogenetic tree)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계통수는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5년 간(1831~36) 탐사여행을 한 뒤 돌아와서 1937년에 쓴 그의 동물학 노트에서 발견되었다. 초기에 과학자들은 생물의 형태와 생태적 특징을 바탕으로 계통분류를 했지만, 요즈음엔 미토콘드리아와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유전적 차이를 바탕으로 종 간의 진화적 관계를 알아 볼 수 있다. 형태적 차이와 유전적 차이를 이용한 계통수는 놀랍도록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알아낸 연어 종의 족보를 한번 살펴보자. 아래 그림의 계통수는 일생에 단 한 번만 번식하는 대표적인 다섯 종의 연어와 계통분류학적으로 그와 가까운 다른 종들을 보여준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가지에서 분류되어 나온 다섯 종이 단 한 번만 번식하는 종이다. 아래 등장하는 전체 열두 종은 살모속(Salmo), 곤들매기속(Salvelinus), 연어속(Oncorhynchus)의 세 가지 속에 속하는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밝혀진 족보를 따라가 보면 모두 파란색 가지로 표시된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것을 알 수 있다4), 5). 현재에는 사는 곳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 이지만, 많은 종의 태평양 연어와 대서양 연어들은 한 뿌리에서 나온 곁가지들이다.

00salmon6.jpg » 대표적인 연어 종의 계통수. 출처/Crespi & Teo 2002.

연어 종의 계통을 비교 분석해 보면, 번식의 생활사 전략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대서양 연어와 태평양 연어의 공통 조상도 개울과 바다를 오가는 회귀 여행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마도 이들은 현재의 대서양 연어처럼 여러 번에 나누어서 번식하는 전략을 썼을 것이다6). 그러던 것이 위 그림의 빨간색 곁가지가 분지진화(divergent evolution)하면서 단 한 번의 번식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 투자하는 생활사 전략이 함께 진화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추측일 뿐이지만, 분지진화 초기에 태평양 연어가 그 조상보다 더 길고 고단한 회귀 여행을 하게 되면서 이런 생활사 전략이 자연의 선택을 받았을 수 있다7). 번식에 어중간하게 투자하고 살아남는 전략을 썼다가 약해진 체력 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도 못할 바에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더 많은 알을 낳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단 한 번 번식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태평양 연어 종 중에는 회귀 여행에 비교적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종도 있지만, 한 번 진화해서 이미 종 내에 고정된 생활사 전략이 쉽게 다시 변화하지는 않는 모양이다8).



짧고 굵게, 또는 길고 가늘게, 각자의 생활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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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조상으로부터 분지해 나와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걷게 되면서 나타난 생활사 전략의 차이는 번식 횟수뿐만이 아니다. 태평양에서 서식하는 연어 종은 일생에 단 한 번만 번식하게 되면서, 이러한 전략에 더 유리한 다른 특성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아래 그림은 종 평균 어른 몸의 길이와 낳는 알의 무게 간의 상관 관계를 보여준다. 몸집이 큰 연어 종이 더 큰 알을 낳는 것은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몸 길이와 알 무게 간의 정비례 관계는 단 한 번 번식하는 연어 종과 여러 번 번식할 수 있는 종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크기가 큰 연어는 알에 투자할 수 있는 양분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결국 투자 전략은 앞으로 살아 남아서 바다로 돌아갈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비슷한 크기의 연어라도 한 번 번식하는 생활사 전략의 종은 여러 번 번식할 수 있는 종보다 두 배 이상의 양분을 각각의 알에 투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엄마로부터 더 많은 양분을 제공받은 큰 알에서 부화하는 치어는 크고 강해서 작은 치어보다 더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러 번 번식하는 전략을 가진 연어 종은 알에 비교적 적게 투자함으로써 남은 에너지를 활용해서 살아남는 전략을 택한다. 에너지가 있어야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가 있고, 먹이가 풍부한 바다에서 체력을 회복해서 다음 해에 다시 강을 거슬러 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00salmon4.jpg » <사진> 대서양 연어(Salmo salar)의 알과 갓 부화한 치어. 제공/ David Alvarez. <그림> 어른 연어의 평균 몸 길이와 평균 알의 무게 간의 상관 관계. 검은 점들은 한번 번식하는 생활사 전략의 연어 종들이고 흰 점들은 여러 번 번식할 수 있는 연어 종이다. 출처/ Crespi & Teo 2002.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서 살아가는 방식이 이토록 다르지만, 태평양 연어와 대서양 연어의 생활사 전략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핵심 원리가 있다. 바로 트레이드 오프의 원리, 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을 잃는 원리이다. 동물학자는 동물의 삶에서 섣불리 철학적인 교훈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동물의 살아가는 원리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을 보면 어쩔 수 없는 감흥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을이 되면 내가 사는 스페인 북부 대서양 해안에 근접한 강들은 수 년 전에 고향을 떠났던 연어들을 맞이한다. 올해 그들을 보면 또 어떤 감흥이 생길까? 이번에는 살아가면서 다른 것과 맞바꿀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힘들게 찍은 연어 사진 여러 장을 독자와 함께 볼 수 있도록 기쁘게 내어 준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동물학자이자 나의 십 년 지기 친구인 다비드에게 감사한다. 고향의 강과 바다에 사는 생물에 깊은 애정을 가진 그의 삶도 연어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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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연 스페인 비고대학 생물학과 연구교수
동물 생활사의 진화를 연구하는 생태학자. 스페인 비고대학에서 생물학과 학생들에게 동물행동생태학을 가르치며 가시고기와 갈매기를 연구하고 있다. 새와 물고기의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yeonkim@uvigo.es       트위터 : @kimsin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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