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연의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

사는 게 왜 이런가?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자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모든 동물이 살아가는 다양한 생활사에는 35억 년 누적된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연재] '대담한, 수줍은, 명랑한...' 같은 동물 다른 성격

(2) 동물들한테도 성격이 있을까?


00dog동물의 성격 형성은 생활사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양한 성격이 존재할수록, 그래서 개체들의 생활사 전략이 더욱 다양해질수록 개체군과 종은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개나 고양이한테도 우리처럼 성격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붙임성이 좋아서 어떤 사람이나 잘 따르는 개가 있는가 하면, 겁이 많아서 집 밖에 데리고 나가기가 힘든 개도 있고, 지나치게 사나운 개도 있다. 사람을 잘 따르는 명랑한 개는 공원에서 만난 다른 개와 잘 놀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모험심도 강한 편이다. 예를 들어,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등대지기 페페 아저씨의 개, 수르('남쪽'이란 뜻)는 명랑하고 활달해서 종종 토끼나 노루를 쫓아 온 섬을 마치 자기 집인 양 헤집고 다닌다 (물론, 살보라 섬의 진정한 주인인 갈매기의 번식기에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지만). 사교적인 페페 아저씨를 닮아서 어떤 사람에게든 수줍어하는 법도 없다. 이처럼 주위를 둘러싼 생물적, 비생물적 환경과 접촉하는 과정에서의 행동 방식에 일정하게 나타나는 일종의 경향성을 ‘성격’이라고 한다.

 

일정한 성격이 한 마리 개의 모든 행동 방식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환경에 따라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수르는 아주 어릴 때 섬에 들어와서 섬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한 번은 수르가 뭘 잘못 먹었는지 탈이 나서, 페페 아저씨가 섬 밖의 병원으로 수르를 데려간 일이 있다. 페페 아저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불쌍한 수르는 섬에서 발을 뗀 순간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마치 불알을 잡혀 억지로 끌려 다니기라도 하는 것처럼(스페인에서 흔하게 쓰는 표현이니, 제발 놀라지 마시길) 어쩔 줄 몰라 하더란 것이다. 그렇게 많은 차들도, 집들도, 사람들도 처음 봤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고, 아주 급격한 환경 변화가 없는 한 수르는 언제나 명랑하고 활달하고 모험심이 많은 개이다.

 

00sud스페인 살보라섬의 '명랑한 탐험가' 수르. 40킬로그램이나 되는 수르는 가끔 내 무릎에 앉으려고 하다가 등대지기 페페 아저씨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사진/김신연



어렸을 때의 환경이 개의 성격 발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학대를 받으며 자란 강아지가 붙임성 있는 개가 되려면 오랜 치유의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성격은 유전적인 영향도 받지만, 초기의 발달 과정에서 유전자의 발현이 환경적 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생동물에게도 성격이 있지 않을까? 개나 고양이가 가진 유전자들이라면 다른 동물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많을 테고, 환경적 요인의 다양성이라면 야생 환경에 더 풍부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야생에서 성격이 필요한 걸까? 성격은 야생동물의 살아가는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큰가시고기 이야기: 대담한 물고기와 겁쟁이 물고기


 

격의 발달과 그 생물학적 중요성에 대한 이론은 엉뚱하게도 물고기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그 기초를 닦게 되었다. 물고기의 성격이라니! 아무리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만화영화에 익숙하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 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최근의 성격 이론에 대한 연구자들 중에 가장 중요한 사람을 꼽으라 하면, 아무래도 앤드류 쉬(Andrew Sih) 박사가 되겠다. 내가 스코틀랜드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쉬 박사가 우리 대학에 초청을 받아 온 적이 있는데, 그의 강연을 굉장히 재미있게 들은 기억이 있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의 동물행동학자인 쉬 박사는 큰가시고기(Gasterosteus aculeatus)를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다. 큰가시고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북반구에 널리 분포하는 조그마한 물고기로, 주로 연안의 강 하구 등에 서식한다. 수컷이 둥지를 지을 뿐만 아니라 부화할 때까지 알을 보호하기 때문에 부정애가 강한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큰가시고기는 행동, 생태, 진화 뿐만 아니라, 생리학과 유전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연구 종이며, 몇 년 전에 전체 게놈(유전체)이 분석되어 통합적인 생물학 연구에 활용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쉬 박사는 바로 이 큰가시고기의 행동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각각의 개체가 일정한 행동 유형을 가진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개체들은 포식자의 위협에 대담하게 대처하고 다른 큰가시고기에게 더 호전적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환경이 주어졌을 때 더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행동을 보인다. 즉, 다른 개체들보다 더 대담한 성격의 물고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신중하고 겁이 많은 성격의 물고기들도 존재한다. 이렇게 구분되는 행동 유형, 또는 성격을 쉬 박사는 행동증후군(behavioural syndrome)이라 부르기 시작했다.[1] 증후군은 주로 한 가지 원인으로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이므로, 여러 행동 방식이 함께 나타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여기서 ‘성격’이라는 익숙한 용어를 쓰기로 하자.

 

00fish큰가시고기. 출처/ Wikimedia Commons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박사가 큰가시고기에서 성격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한 이후로, 전 세계의 더 많은 과학자들이 지난 몇 년간 야생에서 성격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인지, 성격의 발달이 동물의 생태와 진화에서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론적, 실험적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왔다. 최근에 유럽 과학자들이 성격이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낸 것도 큰가시고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뤄졌다.[2] 무려 삼천 번이나 물고기의 행동을 반복 관찰하고서(나는 상상도 하기 싫다!), 천 마리가 넘는 개체들의 족보를 양적 유전학 모델에 활용해 추적한 이 연구의 결과를 보면, 큰가시고기가 갑자기 새로운 환경을 접했을 때 탐색 행동을 보이는 정도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정도는 유전적인 연관성을 지닌다고 한다. 즉, 같은 유전자가 물고기의 대담성과 적응력에 함께 영향을 주어서, 부분적으로는 유전자의 발현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포식자의 위협에 자주 노출되는 서식지에서 온 물고기들한테서는 그렇지 않은 물고기들보다 이런 유전적 연관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격이란 건 위험한 곳에 사는 개체들에게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무서운 포식자의 위협 때문에 큰가시고기의 성격이 진화했다는 말인가?

 

물론, 신중한 과학자들은 겨우 두 개체군을 비교한 이 연구 논문에서 이런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상상해 보는 것은 내 자유이다. 논문을 쓰는 사람보다는 읽는 사람에게 더 많은 자유와 즐거움에 주어지는 법이다. 내가 수천 마리나 되는 물고기들의 행동을 눈 빠지게 지켜볼 자신은 없으니, 다른 과학자들이 곧 진실을 밝혀주었으면 할 뿐이다.

 

 

아기 쥐 성격의 발달, 엄마 쥐의 영향


 

럼, 다양한 성격은 어떻게 발현되는 것일까?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한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이제 그 메커니즘이 궁금할 차례이다. 과학자들이란 이처럼 늘 만족하지 못하고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한 사람의 과학자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각각의 연구라는 퍼즐 조각을 머릿속에서 큰 그림에 맞춰보려는 노력만 계속하면, 뜻밖의 곳에서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기도 한다.

 

동물행동학자인 쉬 박사가 큰가시고기의 행동증후군을 처음으로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던 것과 같은 해(2004년)에 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한 신경의학 연구자들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3] 여느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출산 후의 엄마 쥐는 한 동안 갓 태어난 새끼를 돌보는데, 이 때 젖만 먹이는 것이 아니라 새끼를 혀로 핥아주는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 특히 탄생 후 일주일 동안이 중요한데, 이 기간에 새끼를 핥아주는 정도는 엄마 쥐 개체마다 다르다. 상당히 자주 새끼 쥐를 핥는 어미가 있는가 하면, 거의 핥지 않는 어미도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어미의 이런 행동이 새끼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성격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갓난 아기였을 때 엄마가 자주 핥아준 쥐는 어른이 되어서 느긋한 성격에 스트레스에도 강한 형질을 갖게 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쥐는 겁도 많고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전자 자체의 차이에서 비롯하는 영향과 구분하기 위해서, 새끼 쥐를 다른 엄마 쥐한테 입양시켜 키우게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생물학적 어미의 행동 방식보다 키워준 엄마의 스킨십이 새끼 쥐의 성격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 쥐가 핥아주는 행동이 새끼 쥐의 성격 발달에 영향을 주는 이 놀라운 현상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엄마 쥐의 행동과 새끼 쥐의 유전자 발현을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3][4][5] 엄마 쥐의 행동이 새끼 쥐의 ‘후성유전 물질’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요즘 새롭게 주목받는 유전학의 한 분야인 후성유전학(epigenetics)에서는 유전 물질인 디엔에이의 염기서열은 전혀 변하지 않더라도 후성유전 물질(메틸기 등이 있다)이 디엔에이에 작용해 유전자의 발현을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져 왔다(사이언스온 옛 글 참조). 같은 유전자를 지닌 개체라 할지라도, 후성유전 물질의 조절 작용이 달라짐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으며, 또한 발현의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후성유전학의 분석을 통해 볼 때에, 생후 첫 주 동안에 엄마 쥐의 스킨십을 충분히 받은 새끼 쥐에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ERα) 촉진 유전자를 조절하는 후성유전 물질의 작용이 달라졌다 (메틸화가 감소했다). 이는 다시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glucocortocoid-receptor, GR) 유전자를 더 활발하게 만든다. GR 단백질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이어 GR 단백질이 쥐의 스트레스 반응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쥐는 더 느긋한 성격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형성된 후성유전학의 작용은 어른이 되어서도 쥐의 성격에 영향을 준다.

 

00lickmouse엄마 쥐의 행동에 따른 새끼 쥐의 후생유전적 유전자의 발현(Cameron et al. (2008)[4]; Champagne (2008)[5]). 엄마 쥐의 스킨십은 새끼 쥐의 ERα 촉진유전자의 메틸화 정도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GR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유발한다. 위 그림은 새끼 쥐를 핥아서 GR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시뮬레이션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화면 일부. http://learn.genetics.utah.edu/content/epigenetics/rats/

 

 

쥐의 성격과 살아가는 문제


 

마 쥐가 핥아주기만 했을 뿐인데,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해서 새끼 쥐가 스트레스에 강한 느긋한 성격을 갖게 된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다. 쥐가 살아가는 데 그런 성격이 무슨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리는 스트레스에 민감하다는 것이 주로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사회에는 겁을 내기 보다는 대담하고 느긋하게 살라고 충고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길을 걷다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거나 극심한 기근에 굶어 죽을 위험이 없는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이나 과거의 인간 사회, 심지어 우리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어떤 사회들은 그렇지 않다. 위험과 위기에 재빨리 반응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생존과 번식을 보장받을 수 없다.

 

엄마 쥐가 느긋하게 스킨십에 열중할 수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새끼 쥐는 성장해서도 평화롭고 살기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적을 것이다. 그것이 포식자의 위협 때문이든,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든 말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위험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쥐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위협이 적고 자원이 풍부한 환경에서 태어난 쥐는 태평한 성격을 가지는 것이 개체의 적응도(fitness)를 높이는 데 더 이익이 될 것이다. 주변 환경의 자극보다는 번식에 열중해 더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를 포함한 동물들은 위험과 위기 상황을 감지했을 때 스트레스 반응을 통해 적절한 행동을 취하도록 진화했다. 물론, 위에서 살펴본 것 이외에도 성격의 발달을 주도하는 다른 메커니즘이 더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성격이라는 것이 환경 조건에 적절하게 대처하여 동물의 생존과 번식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진화했다는 가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무조건 어떤 하나의 성격을 높이 쳐주고 그런 성격을 갖도록 충고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각 개인은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어느 정도 이득이 되는 성격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성격과 생활사 전략의 공진화


 

은 환경에서 사는 개체들한테서 다양한 성격이 나타나는 것은 왜일까? 한 개체의 성격이 그 개체의 여러 가지 행동 방식에 일정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도록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도 미스터리다. 큰가시고기의 경우에, 포식자에게 대담하면서 동시에 동족 이웃에게 호전적인 성격이 정말 이득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포식자에게는 적당히 겁을 내면서 이웃에게는 자기 세력권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조금 거칠게 대하는 것이 생존과 번식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더 나아가서, 처한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행동 방식을 바꾸는 것이 훨씬 나은 전략이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있지만, 최근의 한 이론적 연구는 동물의 성격이 자연선택에 ‘적응’한 결과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6). 진화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현상이 아니다. 강력한 형질의 개체가 나타나서 종 전체를 그 개체의 유전자로 바꿔버리는 것도 아니다. 돌연변이라는 수많은 우연의 산물이 형질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면, 환경 조건에 따라서 그 다양한 형질 중 어떤 것은 생존에 조금 더 유리하고 또 다른 것은 번식에 조금 더 유리하고…, 이런 식으로 은근하고 점진적인 자연선택(적자생존이 아니라)의 과정이 여러 형질 간의 비율을 조절해 나간다. 다양한 성격이 오랜 진화를 거치며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한 형질에만 생존과 번식의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어느 정도 공평한 자연선택이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생활사 전략의 다양성이 성격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6]

 

환경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큰가시고기는 최대 2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개체들은 첫 해에 여러 번에 걸쳐 열심히 번식하고 죽는다. 하지만 다른 개체들은 첫 해에는 번식에 적당히 투자하고 남는 에너지로 살아 남아서 다음 해에 다시 번식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생활사 전략에 각각 어울리는 성격은 어떤 것일까? 대담한 물고기일까, 겁쟁이 물고기일까? 대담한 물고기는 포식자 위험에도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열심히 탐색해 먹이와 서식지 같은 자원을 확보하고, 동족의 다른 물고기에 공격적이어서 그 자원을 지켜낸다. 그러므로 대담한 물고기는 당장의 번식에 유리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자식을 남길 수 있을지는 모르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 겁쟁이 물고기는 어떠한가? 신중한 그들은 당장의 번식에서 많은 이득을 얻지는 못할 것이나, 대신 더 오래 살아 남아서 다음해의 번식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성격이 진화했다고 하는 것보다 자연선택이 성격의 진화와 그 다양성의 보존을 막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자연선택이 직접적으로 성격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만 살펴서는 성격이 진화해서 그 다양성이 유지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없다. 동물의 성격은 생활사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첫 번식은 언제,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마음에 드는 짝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알을 낳을 것인가, 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자식을 낳고,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 한 마리 큰가시고기의 성격은 좋든 싫든 이러한 수많은 생활사 전략과 유전적, 환경적 연관성을 가지며, 결국 함께 진화했을 것이다. 대담한 성격이 번식에서 당장의 이익을 얻는 동안, 신중한 성격도 또한 나름대로 장기적인 실속을 차릴 수 있다. 변화하는 다양한 환경에서, 이런 성격 다양성은 더 빛을 발한다. 대담한 단기투자의 생활사 전략, 신중한 장기투자의 생활사 전략. 더 많은 위기와 위험이 존재할수록, 이 두 가지 전략 중에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더 다양한 성격이 존재할수록, 그래서 개체들의 생활사 전략이 더욱 더 다양해질수록 개체군과 종은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Sih, A. & Bell, A.M., Johnson, J.C. & Ziemba, R.E. (2004). Behavioural syndromes: an integrative overview. Quarterly Review of Biology, 79, 241-277.
[2] Dingemanse, N.J., Barber, I., Wright, J. & Brommer, J.E. (2012). Quantitative genetics of behavioural reaction norms: genetic correlations between personality and behavioural plasticity vary across stickleback populations. Journal of Evolutionary Biology, 25, 485-496.
[3] Weaver I.C.G., Cervoni, N., Champagne, F.A., D’Alessio, A.C.D., Sharma, S., Seckl, J.R., Dymov, S., Szyf, M. & Meaney, M.J. (2004). Epigenetic programming by maternal behavior. Nature Neuroscience, 7, 847-854.
[4] Cameron, N.M., Shahrokh, D., Del Corpo, A., Dhir, S.K., Szyf, M., Champagne, F.A. & Meaney, M.J. (2008). Epigenetic programming of phenotypic variations in reproductive strategies in the rat through maternal care. Journal of Neuroendocrinology, 20, 795–801.
[5] Champagne, F.A. (2008). Epigenetic mechanisms and the transgenerational effects of maternal care. Frontiers in Neuroendocrinology, 29, 386–397.
[6] Wolf, M., van Doorn, S., Leimar, O. & Weissing, F.J. (2007). Life-history trade-offs favour the evolution of animal personalities. Nature, 447, 581-584.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김신연 스페인 비고대학 생물학과 연구교수
동물 생활사의 진화를 연구하는 생태학자. 스페인 비고대학에서 생물학과 학생들에게 동물행동생태학을 가르치며 가시고기와 갈매기를 연구하고 있다. 새와 물고기의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yeonkim@uvigo.es       트위터 : @kimsinyeon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예순두살 바닷새의 출산..야생에서 노화의 진화는?예순두살 바닷새의 출산..야생에서 노화의 진화는?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김신연 | 2013. 05. 10

    [9] 늙는다는 것에 대하여 (상편)노화는 자연의 오류가 아니라, 탄생에서 죽음까지 생활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살아가는 전략이다. 동물이 성장하고 번식하며 살아낸 전 과정이 늙어가는 모습과 방식에 함축되어 있으므로 더 흥미롭다. 올...

  • 깐깐한 푸른발얼가니새의 '맹모삼천지교(?)'깐깐한 푸른발얼가니새의 '맹모삼천지교(?)'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김신연 | 2013. 02. 04

    (8) 자원과 경쟁: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편) "... 동물도 개체의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 정보를 얻고 이용한다. 좋은 서식지를 선택하는 데 정보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물이 자기가 서식하는 곳의 환경과 자원을 직접 이용하고 겪...

  • 최적의 서식지와 무리크기를 선택하는 동물들의 셈법최적의 서식지와 무리크기를 선택하는 동물들의 셈법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김신연 | 2012. 11. 22

    (7) 자원과 경쟁: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상편) "...참새 무리의 최적의 크기가 7마리라고 하자. 7마리의 참새가 무리를 이룰 때 각 개체가 얻는 순이익이 최대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떠돌이 참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이 참새가 무리에 ...

  • '육아' 동상이몽: 엄마의 전략, 아빠의 전략'육아' 동상이몽: 엄마의 전략, 아빠의 전략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김신연 | 2012. 10. 05

    (6) 부와 모의 번식·양육 전략 어떻게, 왜 다를까 출산율이 낮아서 걱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어둡다고들 한다.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해마다 많은 대책을 쏟아내지만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비용...

  • 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을 잃는 생태계 원리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을 잃는 생태계 원리

    동물들의 생활사, 생존의 전략김신연 | 2012. 08. 21

    (5) 연어 이야기: 한 번에 많이 낳을 것인가, 여러 번 나누어 낳을 것인가동물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은 모두 제각기 특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인간이 시적,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동물의 삶도 있다. 바로 연어의 삶이 그렇다. 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