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백의 "다시 쓰는 현대공학 참사 보고서"

첨단 공학으로 개발한 시스템은 완벽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작은 설계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로 큰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시스템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자만은 경계해야 한다. 대형사고로 이어진 공학시스템의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며 ‘사람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챌린저호 폭발사고 전날, 번복된 ‘발사반대’ 의견

[6] 우주왕복선 설계 결함과 무리한 발사가 빚은 인재


00c1.jpg » 그림 1. 챌린저호 사고 직후의 장면. 출처/ NASA


1986 년 1월 28일 여느 겨울보다 훨씬 추운 아침,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네디우주센터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발사 준비로 분주했다. 챌린저호에는 ”선생님을 우주로(Teacher in Space)”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고등학교 선생님 크리스타 맥컬리프(Christa McAuliffe)가 최초의 민간인으로 탑승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쁜 기상 상황으로 인해 벌써 5일에 걸쳐 여러 번 출발이 연기된 챌린저호가 오전 11시 38분 드디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발사 과정이 생중계로 방송되는 가운데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7명의 우주인과 함께 산화하고 만다.



지난 1월 30일 우리나라의 첫 위성 발사체인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자체 기술로 모든 것을 해낸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우주탐사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로호 발사는 시기적으로 1월 말의 추운 날씨인 데다 발사가 연기되었을 때 고무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서 여러 모로 이번 글에서 소개하려는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를 떠올리게 했다.


이 연재의 다른 글들에서 나사의 허블 우주망원경 고장 사고(3회)화성 궤도위성의 실종 사고(4회)를 다룬 적 있기에 “이번 글에서도 또 나사(NASA, 미항공우주국) 사고?”라며 반문하는 독자 분도 있을 수 있는데, 나사의 사고가 많이 소개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면 독립적인 사고조사 위원회가 구성되어 사고 원인과 배경이 비교적 정확하게 밝혀지기 때문이다.


나사가 개발하여 운용하는 시스템들은 최첨단 기술들이 적용될 뿐 아니라 가혹한 우주 환경을 견뎌내야하고, 지상 관제에서 임무 수행에 이르기까지 구조, 설계, 운용, 개발규모, 성능시험 등에서 매우 복잡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복잡하면 복잡할 수록 여러 가지 오류가 발생할 확률은 더욱 높아지고, 나사도 그동안 경험을 통해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개발 과정을 표준화 및 문서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과정은 통상 ”시스템 공학“의 범주로 보는데, 실제로 나사는 가장 체계적이고 자세한 시스템 공학을 개발과정에 적용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이다.1)

00c2.jpg » 그림 2: 마지막 임무를 마친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2011년 7월 21일 오전 5시 57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 착륙하는 모습. 출처/ NASA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00line.jpg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은 나사가 진행했던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으로서, 2011년 아틀란티스호의 비행을 마지막으로 30년 간의 임무 수행을 끝냈다. 모두 5기(콜롬비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엔데버)의 궤도선(orbiter)이 제작되어 사용되었고, 1981년 콜롬비아호를 시작으로 총 135회의 임무를 수행했다. 1986년 발생했던 챌린저호 사고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중 발생했던 첫번째 큰 사고였다. (두번째 큰 사고는 2003년에 발생했던 콜롬비아호 사고로, 이륙 중에 발생했던 기체 파손으로 인해 임무 수행 뒤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기체가 승무원들과 함께 산화한 사고다.2))


미국 정부는 챌린저호 사고 조사를 위해 대통령 산하 사고조사위원회(Rogers Commission)를 구성하였고, 청문회를 비롯한 수개월 간의 조사 끝에 고체추진로켓의 고무링(O-ring)을 포함한 설계 결함과 왜곡된 의사 결정을 통해 날씨 및 제반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발사 강행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3)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사고조사위원회 일원이었던 파인만 박사가 얼음물에 고무링을 넣었을 때 고무링이 탄성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여준 장면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청문회에서 파인만 박사 옆에는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도 참석했다. 첫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Sally Ride]도 사고조사위원이었다. 공교롭게도 암스트롱과 라이드 모두 2012년에 작고했다.)



고체추진로켓의 고무링 문제

00line.jpg

챌린저호 사고의 고무링 문제는 대학교 공학설계 수업에서 소개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다시 한 번 간단히 소개한다. 우주왕복선은 궤도에 오르기 위한 추력(thrust)을 얻기 위해 두 개의 고체추진로켓을 이용한다. 고체추진로켓은 모턴 티오콜(Morton Thiokol; 이하 티오콜) 회사에서 개발된 것으로, 그림 4(a)와 같이 여러 개의 큰 원통형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미국 유타주의 티오콜 공장에서 만들어진 원통형 부품들은 기차로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로 이송된 후 현지에서 조립되어 고체추진로켓으로 완성된다. 

00c12.jpg » 그림 3: 고체추진로켓은 여러 개의 원통형 부품이 서로 연결되어 조립되고, 연결부위에는 2개의 고무링이 사용되어 고체추진로켓 내부의 고온/고압의 여소가스가 연결부위 틈으로 새는 것을 막아준다.출처/(a) MIT OCW, ESD 10 Intro. to Technology and Policy, Fall 2006 lecture note, (b) NASA/History of the gap between the O-rings and verify whether the primary O-ring would seal. MSFC, Chap. 9

원통형 부품들이 연결되는 부분은 마루판을 연결하듯이 위쪽 원통판과 아래쪽 원통판의 끝 부분이 서로 다른 요철 모양(tang과 clevis라고 함)으로 연결되는데, 결합 부위 안쪽에 2개의 고무링이 장착되어 로켓 내부에서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연소가스가 연결 부위의 틈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이 원통판 안쪽에는 연소가스가 직접 고무링에 닿지 못하도록 단열재 및 크롬산 아연(Zinc Chromate) 접합제가 채워져 있다.


00c5.jpg » 그림 4: 단순하게 보이는 고무링의 최적화 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내외부 압력차와 틈의 크기를 적절히 고려하여 고무링을 적당한 압력으로 압착시켜 설치해야 한다. 압착이 너무 강하거나 탄성이 약 하면 고무링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출처/ O-ring failure sequence, from“The State”newspaper 고무링은 단순한 부품이지만 압력과 관련되어 시스템의 안전성에 직접 연관되는 부품으로, 적절한 작동 조건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그림 4는 고무링의 작동조건을 보여주는데, 고무링은 연결 부위에 있는 홈(groove)에 밀착된 상태로 장착되어 내부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적절하게 변형되면서 연결 부위의 틈을 막아주어야 한다 (그림 4의 세번째 그림).


이때 내부 압력에 비해 너무 강하게 압착된 상태로 고무링이 설치되면 압력 증가에 따라 고무링이 변형을 잘 일으키지 못하게 된다 (그림 4의 첫번째 상황). 또한 고무링의 탄성이 너무 낮으면 틈이 생겼을 때 고무링이 재빠르게 변형을 일으키지 못해 순간적으로 틈이 생길 수 있다 (그림 4의 두번째 상황). 세번째 경우와 같이 고무링이 제대로 동작하는 경우에도 압력이나 틈이 설정치를 초과하면 고무링이 틈으로 너무 많이 밀려들어가면서 고무링이 파손될 수 있다.


챌린저호 사고는 낮은 온도로 인해 고무링이 탄성을 잃어버려 고체추진로켓에서 연소가스가 새면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는 고체추진로켓의 설계 오류와 관련이 있다. 고체추진로켓이 발사될 때 내부 압력에 의해 로켓 외벽이 그림 5(a)와 같이 순간적으로 항아리 모양으로 변형되면서 연결 부위가 뒤틀리는 문제가 그것이다 (joint rotation이라고 함).


이렇게 연결부위 뒤틀림이 발생하면 그림 5(b)와 같이 요철 부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변형되면서 틈이 발생하게 된다. 이 틈의 크기는 약 1∼1.5 밀리미터 정도로 알려져 있었고, 약 0.6초 정도 열려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연결부위 뒤틀림에 의해 생긴 틈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첫번째로 이 틈이 너무 크면 고무링이 제자리에서 이탈할 수 있어 제대로된 밀폐를 유지시킬 수 없다. 두번째로는 고무링이 제자리에 있더라도 순간적으로 발생한 틈을 따라 섭씨 3000도가 넘는 연소가스가 강하게 새어나오면서 고무링을 부식시킨다.


사실 나사와 티오콜 사는 이 연결 부위 뒤틀림 문제를 1977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큰 변경 없이 설계가 채택되었다. 고체추진로켓은 사용 후 회수되어 재사용되는데, 두 번째 우주왕복선에서 사용된 고체추진로켓에서 이미 고무링 부식 문제가 발견되었다. 티오콜 사는 원통 판 사이 틈의 크기와 열려 있는 시간을 예측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 틈은 여러 환경 변수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고, 더 두꺼운 고무링을 사용하거나 더 강한 압력을 사용한 누출 테스트 등도 시도되었으나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00c6.jpg » 그림 5: 고체추진로켓이 연소를 시작하면 내부의 높은 압력에 의해 원통형 부품에 일시적인 변형이 일어나며 연결 부위 뒤틀림이 발생할 수 있다. 연결 부위 뒤틀림은 연결 부위에 수순간적으로 작은 틈을 만드는데, 고무링이 이 틈을 잘 막아주어야 한다. 출처/ (a) MIT OCW, ESD 10 Intro. to Technology and Policy, Fall 2006 lecture note, (b) NASA/History of MSFC, Chap. 9

결국 1982년에는 1차 고무링의 부품 분류가 중요도 1R(criticality 1R)에서 중요도 1(criticality 1)로 상향 조정되었는데, 이 의미는 1차 고무링이 실패하는 경우 보조(redundancy) 장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중요도 1R인 경우에는 1차 고무링이 실패하더라도 2차 고무링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지만, 중요도 1로 분류되면서 2차 고무링은 없는 것으로 가정하고 1차 고무링이 절대로 실패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나사 내부에서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1986년 챌린저호 발사 당시까지도 일부 사람들은 고무링의 부품 분류를 중요도 1R로 생각하여 1차 고무링이 실패하더라도 2차 고무링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 년간에 걸친 여러 방법이 별 효과가 없자 결국 1985년에 고체추진로켓의 연결부위를 재설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재설계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 연결부위 문제는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acceptable risk)으로 인식되어 우주왕복선의 비행 중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를들어 이번 보잉사의 새 여객기 787 드림라이너는 배터리 문제가 생기자 전면 비행 중단이 이루어졌다.)


1985년에는 이 연결부위의 고무링과 관련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바로 고무링의 온도가 너무 낮은 경우 고무링이 탄성을 잃어버리면서 연결부위의 틈을 빠른 시간 내에 막지 못하는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티오콜사의 공학자 로저 보졸리(Roger Boisjoly)가 내부 문서를 통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사고 발생 전에 지적했지만, 티오콜과 나사 측에서는 이미 재설계 작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사 후 70초 동안의 짧은 비행

00line.jpg

사고 당시 영상(유투브) 을 보면 챌린저호는 약 70초 간 비행 후에 공중분해 되었다. 사고 발생 후 즉시 비상조치 (contingency plan) 가 가동되었고 사고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고체추진로켓에서 연소가스가 유출된 것이 확인되었다 (그림 6).

00c77.jpg » 그림 6: 고체추진로켓의 고무링이 문제가 된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 (a) 발사 시에 고체추진로켓에서 검은색 연기가 관찰되었다. (b) 이륙 후 비행 중에 고체추진로켓의 연소 노즐 윗 부분에서 연소가스가 새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Roger Commisison Report  

발사 직후(발사 후 0.678초) 오른쪽 고체추진로켓의 연결 부위에서 검은색 연기가 발생되었는데, 이는 고체추진로켓이 연소를 시작하면서 연결부위 뒤틀림이 발생했고, 추운 날씨 때문에 탄성을 잃어 버린 고무링이 연결부위 뒤틀림에 의해 발생한 틈을 막지 못하면서 연소가스가 새어 나온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고무링이 고온/고압의 연소가스에 의해 부식되었을 것이다. 이 검은 연기는 고체추진로켓 연결부의 둘레를 따라 8 곳에서 관찰되었다.


사고 직후 아직 이 사진들이 공개되지 않았을 때 티오콜사에서는 고체추진로켓의 고무링이 사고의 원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티오콜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결부위에서 가스가 유출되면, 이륙 즉시 사고가 났어야 하는데, 우주왕복선은 발사 후 1분여를 큰 문제없이 비행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발사 후 2초 후 부터는 연소가스유출이 멈추었는데, 이는 고체추진로켓 연료에 포함된 산화알루미늄이 연결부위 틈에 증착 (deposit) 되면서 일시적으로 틈을 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체추진로켓 내부 압력 데이타를 보면 이륙 후 1분 정도까지 내부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연결부위 틈으로 연소가스가 더이상 유출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불행히도 이륙 후 58초에 챌린저호는 강한 옆바람(shear wind)을 겪게 된다. 이 옆바람으로 인해 고체추진로켓에 부하가 걸리면서 뒤틀림이 다시 발생했고, 이때문에 일시적으로 형성되었던 산화알루 미늄막이 떨어지면서 연소가스가 부식된 고무링 사이로 다시 유출되게 된다. 이륙 후 58.778초에 찍힌 사진(그림 6(b))은 고체추진로켓의 연결부위에서 연소가스 유출되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연 소가스가 계속 유출되면서 연결부위의 틈은 더욱 커졌고, 고온의 연소가스가 연료탱크에 직접 닿으면서 연료탱크가 파손되고 내부의 액체 수소 및 산소가 급격하게 팽창되면서 우주왕복선은 발사 1분여 만에 공중 분해 되고 말았다.



발사 전날 회의, 번복된 발사반대 의견

00line.jpg

사고 조사 과정에서 챌린저호 발사 전날 저녁에 있었던 회의 내용이 공개되었는데, 티오콜 측에서 애초에는 발사를 반대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고체추진로켓의 고무링의 위험성에 대해서 나사나 티오콜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사 전날 검토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의 목적은 티오콜 측에서 고체추진로켓의 성능과 준비 상황을 고려하여 발사에 적합한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티오콜에서 발사 추천을 해야지만 나사 쪽에서는 발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저녁 8시 15분(미국 동부 시각)에 전화 회의가 시작되었는데, 회의에는 미국 유타주의 티오콜사 연구원들과 나사 관계자들(앨라배마주 헌츠빌의 마샬우주비행센터(Marshall Space Flight Cener) 및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관계자들)이 전화로 연결되었다. 티오콜의 고체추진로켓 디렉터였던 앨런 맥도날드는 케네디우주센터 현장에서 회의에 참석했다.


먼저 티오콜 연구원들이 발사 당시 온도와 고무링 손상 정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기술적인 내용을 발표했고, 발표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고체추진로켓에서 고무링 손상 및 가스 유출은 온도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2. 하지만 과거 섭씨 영상 12도에서 발사되었던 고체추진로켓에서 고무링 손상 및 가스 유출이 발생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발사시 고무링의 온도는 최소 12도 이상이어야 한다.

3. 최종 발사시각을 정할 때는 기온 및 바람을 비롯한 환경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요지는 예년과 달리 추운 날씨를 고려할 때 영상 12도 이하의 온도에서는 고무링이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시험해 본 결과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00c8.jpg » 그림 7: 전화 회의에서 애초 제시되었던 결론. 추운 날씨를 고려하여 고무링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것을 지적하고 있다. 출처/Rogers Commission Report

티오콜 측의 발표가 끝나자 나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나사 쪽의 고체추진로켓 책임자였던 래리 뮬로이(Larray Mulloy)는 “티오콜, 도대체 언제 우주왕복선을 발사하게 해줄 겁니까? 다음 4월에요? 발사 전날이 새로운 발사 조건을 정하는 시간입니까?” 하고 강하게 반발하며 “1차 고무링이 작동하지 않으면, 2차 고무링이 작동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차 고무링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중요도 1R’에서 ‘중요도 1’ 부품으로 이미 재분류된 상태였기 때문에, 2차 고무링에 의존하면 안 되는 부품이었다. 계속된 나사 측의 압박에 결국 티오콜 책임자였던 조 킬민스트는 5분 간의 티오콜 내부 회의를 요청했다.


나사는 왜 티오콜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그림 8은 채린저호 전에 사용된 고체추진로켓(시험 발사 포함)을 대상으로 한 고무링 손상 정도와 온도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00c9.jpg » 그림 8: 고체추진로켓에서 온도 (가로축) 와 고무링 손상 정도 (세로축) 의 관계. 각 점은 고체추진로켓이 사용되었을 때의 온도와 고무링 손상 정도를 나타냄. 18도 이상에서 사용된 고체추진로켓에서 고무링 손상 발생 빈도가 확연히 적다. 온도가 낮아지면 손상정도가 높아지고, 가장 큰 손상이 발생했었을 때의 온도는 약 12도 였다. 나사쪽에서는 온도가 20에서 24도 구간에서도 손상이 나타난 것을 지적하면서 온도와 고무링 손상의 상관V관계를 부정했다. 출처/Tufte and the Morton Thiokol Engineers on the Challenger, Science and Engineering Ethics, Vol. 8, Issue 1, 2002.

가장 심한 고무링 손상이 일어난 것은 온도가 가장 낮을 때였는데, 이때의 온도가 영상 12도였다. 영상 20도와 25도 사이에서도 고무링 손상이 발생한 적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고무링 손상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나사 측에서는 높은 온도에서도 고무링 손상이 발생한 점을 거론하면서 고무링 손상과 온도의 상관관계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림 8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챌린저호 발사 당일 온도가 영하 2∼3도로 예상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데이타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상 12도까지 데이타만으로도 고무링 손상이 염려되는데, 영하 2∼3도에서 고무링이 제대로 동작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티오콜의 주장이었다. 불행히도 그림 8의 표는 챌린저호 사고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발사 전날 회의에서는 몇 개의 데이타 포인트만 가지고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런 통계 분석이 이루어졌다면 챌린저호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티오콜 사에서 요청했던 내부 회의는 약속했던 5분을 넘어 30분가량 걸렸다. 티오콜 사가 회의 후에 내린 결론은 “자료를 재검토한 결과 발사를 해도 안전하다”였다. 애초에 발사를 반대했던 의견을 번복한 것이다!


이 30분 동안 티오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맥도날드를 비롯한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티오콜 쪽에서는 전화 회의에 경영진들이 참여하고 있었고, 이들이 30분 간의 내부 회의를 주재했다. 경영진은 기술진의 결론을 뒤집고 발사 권고로 최종 결정을 번복하려 했다. 나사는 티오콜의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였고, 고체추진로켓 제작을 다른 회사에도 맡기려 하고 있었기 때문에, 티오콜 경영진은 나사 쪽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고무링이 낮은 온도에서 탄성을 잃어버리는 것의 위험성을 처음 제기했던 로저 보졸리(Roger Boisjoly)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경영진은 “이제는 공학자의 모자를 벗고 경영자의 모자를 쓸 때”라고 주장하며 발사 권고로 의견을 번복하였다.


최종 결론이 뒤집히자, 나사에서는 평소와 달리 최종 발사 권고를 문서로 남기기를 요구했고, 케네디우주센터 현장에서 티오콜 사의 맥도날드는 서명을 거부했다. 결국 발사 권고 문서는 유타의 티오콜 사무소에서 부사장인 조 킬민스터가 서명한 후 팩스로 전송되었다.

00c10.jpg » 그림 9: 내부 회의를 거쳐 번복된 후 팩스로 전송된 발사 권고 문서. 온도와 고무링 손상의 상관 관계가 확실하지 않다고 의견이 바뀌었으며, 낮은 온도에도 불구하고 고무링이 제대로 동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출처/ Roger Commision Report



발사 반대했던 맥도널드와 보졸리

00line.jpg

챌린저호 사고는 7명의 우주인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특히 발사를 반대했던 맥도날드와 보졸리에게는 평탄치 않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고체추진로켓의 연결 틈에서 연소가스가 새어나오는 사진을 보자마자 고무링이 사고 원인임을 직감했다. 이들은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혔지만, 동시에 사고조사에 비협조적인 티오콜 사와 나사의 태도에 분개했다.


나사쪽은 발사 전날 있었던 회의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으며, 티오콜 사는 나사의 압력에 굴복하여 발사 권고로 결론을 바꾸었는데도, 여전히 나사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오히려 나사 측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사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맥도날드와 보졸리는 티오콜 사가 너무 낮은 온도에서 고무링이 탄성을 잃어버리는 것을 염려하여 원래는 발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고조사위원회에 증언했다. 이 때문에 이 둘은 회사에서는 배신자로 낙인 찍히면서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00c11.jpg » 그림 10: 챌린저호 발사를 반대했던 두 명의 공학자. 출처/(a) standard.net, (b) NPR

원래 화학공학을 전공한 맥도날드는 챌린저호 발사 당시 티오콜 사의 고체추진로켓 프로젝트 디렉터였다. 맥도날드는 청문회 과정에서 스스로 발언 요청을 하여 전날 회의에서 일어났던 일을 밝혔고, 이로 인해 조사위원회는 조사의 초점을 고무링과 관련한 쪽으로 맞출 수 있었다. 증언 후에 그는 회사에서 좌천되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쪽에 많은 비난 여론이 일었고, 결국 회사에서는 맥도날드에게 고체추진로켓의 재설계를 맡겼다. 맥도날드는 고체추진로켓 재설계를 지휘하여 2년 후 우주왕복선이 다시 발사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후 은퇴할 때까지 티오콜에서 부사장 승진까지 했고, 회고록을 통해 발사 전날 회의에서 일어났던 일과 사고조사 청문회 과정, 고체추진로켓 재설계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4)


사고 후 25년이 지났지만 맥도날드는 발사 전날 회의를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한다. “ 챌린저호 사고가 나기 전에는, 우리 (티오콜)가 고체추진로켓이 발사하기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면 나사 사람들은 항상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서 반박했어요. 하지만 그날은 달랐지요. 우리가 안전하지 않다고 하는데도 나사에서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셈이었지요. 우리는 우리가 제작한 로켓이 왜 안전하지 않은지를 증명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에 빠진 거죠. 나사 쪽에서는 우리가 제시한 자료가 불완전하고 비정량적이고 했는데, 과거에는 그런 데이타는 당연히 발사 권고를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지 못했지요.” “내 인생에서 가장 현명하게 행동한 일이 바로 발사 권고 문서에 서명하지 않은 겁니다. 그냥 느낌이 좋지 않았어요. 그렇게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5)


티오콜 사의 고무링 전문가인 로저 보졸리는 1938 년 4 월 25 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웰(Lowell)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자신의 신념이 매우 강했고 정직했다고 한다.6) 매사추세츠대학교 로웰 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 Lowell)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에 항공 산업에서 일하다가, 1980년 유타주 모턴티오콜 사로 옮기면서 우주왕복선 고체추진로켓 일을 맡게 되었다.

보졸리는 고무링의 손상이 온도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티오콜 안에서 처음 인지한 공학자였는데, 이미 사고 발생 6개월 전에 내부 문서를 통해 2개의 고무링이 모두 잘 동작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고체추진로켓이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챌린저호 사고 직후 고무링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된 보졸리는 미국 공영방송인 <엔피아르(NPR)> 기자를 만나 티오콜 사에서 있었던 일과 고무링 문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7)


대부분의 티오콜 관계자들이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보졸리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첫 증언 전날 저녁에 회사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회사 쪽은 ” 진실을 이야기하되 모든 질문에는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고 아무것도 자진해서 말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8) 하지만 보졸리는 사무실에서 중요한 자료들을 따로 정리하여 보관했고, 청문회에 가면서 중요한 자료를 담은 가방을 항상 곁에 두었다고 한다. 또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자료를 복사해 따로 부인에게 보관하도록 했다.


결국 보졸리는 고무링 문제를 지적한 내부 문서를 청문회에 직접 제출했다. 그는 청문회 이후에 회사 내외부의 심한 압력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내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깨달았을 때, 저는 완전히 망가졌지요.”9) 결국 보졸리는 회사를 떠났고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공학윤리에 대해 강연을 하며 여생을 보냈으며, 2012년 1월 6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글을 마치며

00line.jpg

챌린저호 폭발 사고 이후 나사가 다시 우주왕복선을 발사하는 데까지는 2년이 걸렸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우주왕복선에 설계 결함이 있다는 점과 나사 내부 및 협력업체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사 조직의 폐쇄성과 더 많은 예산을 얻기 위한 과도한 언론 홍보 등도 많은 사람의 비판을 받았다.


공학적인 측면에서는, 우주왕복선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서도 고무링과 같이 기본적인 부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훌륭한 설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챌린저호 사고는 공학윤리에 대해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는데, 많은 기관에서 공학윤리에 대해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맥도날드와 보졸리와 같은 내부 고발자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해 관계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양심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당장의 작은 성과보다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도록 기술 개발 및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하고, 또한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데이타에 기반한 기술적 의사 결정을 경영·정치적 이유로 번복한 경우에는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고침] 그림 6(b)에 딸린 "(b) 발사 후 18.778초 사진"이라는 설명문구를 "(b) 발사 후 58.778초 사진"으로 바로잡습니다(트위터 사용자 @knauer0x 님의 지적). 2013년 4월 12일 오전 10시55분.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세백 기계공학 박사, 미국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업체 연구원
실리콘벨리에 있는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업체인 KLA-Tencor에서 광계측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응용광학 전공으로 카이스트를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첨단공학 기술이 사람 사는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boh@alum.mit.edu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구미 불산사고로 되돌아본 인도 보팔참사의 교훈구미 불산사고로 되돌아본 인도 보팔참사의 교훈

    다시 쓰는 현대공학 참사 보고서오세백 | 2013. 01. 02

    (5) 안전기준 미비와 관리감독 구멍…보팔 가스유출 참사 1984 년 12월 3일 새벽 3시, 인도 보팔(Bhopal)에 사는 영화감독 아샤이 치트레(Ashay Chitre)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잠을 깼다. 당시에 임신 7개월이던 부인 로히니가 창문을 열자 하얀...

  • 프로그램 단위오차 탓에..화성 궤도위성 실종사건프로그램 단위오차 탓에..화성 궤도위성 실종사건

    다시 쓰는 현대공학 참사 보고서오세백 | 2012. 10. 12

    (4) 1999년 화성기후 관측위성(MCO)의 궤도진입 실패 원인은1999년 9월23일 새벽(미국 서부 현지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의 지상관제소는 급박 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9개월 전에 발사한 “화성 기후 관측 위성”이 드디어 화...

  • 허블 우주망원경의 1.3mm 오차가 빚은 큰 사고허블 우주망원경의 1.3mm 오차가 빚은 큰 사고

    다시 쓰는 현대공학 참사 보고서오세백 | 2012. 08. 08

    (3) 허블망원경의 구면수차 오류, 발생부터 수리까지   많은 사람의 기대와 우려 속에서 허블 우주망원경이 1990년 4월 드디어 대기권 밖의 궤도에 진입했다. 한 달여 간의 기본적인 테스트를 거친 뒤,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첫 번째 관측 영상...

  • [연재] '닫혀야할 자동밸브가..' 멜트다운 치달은 고장·실수[연재] '닫혀야할 자동밸브가..' 멜트다운 치달은 고장·실수

    다시 쓰는 현대공학 참사 보고서오세백 | 2012. 06. 13

    (2)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주도(州都)인 해리스버그(Harrisburg)에 있는 작은 라디오 방송국의 교통 리포터가 경찰차와 소방차가 원자력발전소가 있던 스리마일섬으로 출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

  • [새연재] '첨단시스템의 굴욕' 챌린저호 참사의 기억들[새연재] '첨단시스템의 굴욕' 챌린저호 참사의 기억들

    다시 쓰는 현대공학 참사 보고서오세백 | 2012. 05. 16

    (1) 연재를 시작하며   #1.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온 나라가 정신이 없었다(지금 생각하면 아시안게임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여느 초등학생과 마찬가지로 만화에나 나올 법한 우주선, 로봇 등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