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백의 "다시 쓰는 현대공학 참사 보고서"

첨단 공학으로 개발한 시스템은 완벽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작은 설계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로 큰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시스템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자만은 경계해야 한다. 대형사고로 이어진 공학시스템의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며 ‘사람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새연재] '첨단시스템의 굴욕' 챌린저호 참사의 기억들

(1) 연재를 시작하며


 00c1.jpg »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직후의 장면. 출처/ NASA, 1986


#1.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온 나라가 정신이 없었다(지금 생각하면 아시안게임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여느 초등학생과 마찬가지로 만화에나 나올 법한 우주선, 로봇 등에 관심이 많았고, 챌린저(challenger)가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이륙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았다. 아마도 녹화방송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발사 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우주왕복선이 하얀 연기에 휩싸여 폭발하는 장면은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람이 타고 있는 우주선이 저렇게 폭발해 버릴 수도 있구나.”

 

다음날 신문에 실린 여러 사진 중, 한 남자와 그 가족으로 보이는 여자의 사진이 참으로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았다. 여자는 상당히 걱정스런 얼굴이었지만 남자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주왕복선이 폭발했는데 저 아저씨는 어떻게 저렇게 웃고 있을까.” 그 사람들은 최초의 민간인 탑승자이자 ‘선생님을 우주로’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챌린저호 승무원 매컬리프(McAuliffe)의 가족인 것으로 짐작된다. 아마도 사진은 챌린저호가 폭발하기 직전에 찍혔거나, 아니면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처럼 우주왕복선이 폭발한 것을 인식하지 못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방송을 통해 폭발 사실을 접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고 한다. 그 누가 우주왕복선이 폭발할 줄 알았을까.

 

 

#2.

00McNair » 맥네어 빌딩. 이 건물에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카블리 천체물리·우주연구센터가 있다. 출처/ MIT

대학원 시절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수업을 듣던 건물 입구에서 비가 멈추기를 잠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건물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로널드 맥네어 빌딩(Ronald E. McNair Building).’ 맥네어는 챌린저호에 탑승했던 승무원 중 한 명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나중에 알았지만 지도교수였던 마이클 펠드에게 가라데를 가르쳤다고 한다), 흑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우주 비행을 한 사람이다. 챌린저호 사고 이후 그를 기리기 위해 천체물리·우주연구센터의 건물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이다.


맥네어는 1978년에 우주인으로 선발되어 1984년 첫 번째 우주 비행(역시 챌린저호로 비행했다)을 하면서 우주왕복선의 로봇팔을 첫 번째로 조종한 우주인이었다. 1986년 챌린저호를 이용한 두 번째 우주 비행 중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임무 수행뿐 아니라 피아니스트 장 미셸 자(Jean Michele Jarre)와 함께 앨범을 내기 위해 색소폰 연주를 녹음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3.
2011년 한 일간신문에서 챌린저호 폭발 25주년 기사를 다루었다. 승무원들의 사진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챌린저호의 폭발 영상이 다시 떠올랐다. 대학 공학 설계 시간에 고무 링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배웠지만, 도대체 왜 이런 단순하게 보이는 문제가 미리 고쳐지지 않고 발사가 이루어지면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는지 궁금해졌다. 이후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00challenger2 » 챌린저호의 승무원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엘리슨 오니즈카(Ellison Onizuka), 크리스타 매컬리프(Christa McAuliffe), 그렉 야비스(Greg Jarvis), 쥬딧 레스닉(Judith Resnik), 론 맥네어(Ron Mc-Nair), 딕 스코비(Dick Scobee), 마이크 스미스(Mike Smith). 출처/ NASA, 1986

일례로 챌린저호는 폭발했으나(사실 챌린저호는 ‘폭발’한 것이 아니고 고체연료 탱크 안의 연료가 급격히 산화하면서 그 압력으로 ‘분해’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진 승무원실은 큰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사고 이후 고도 20km 높이에서 자유낙하를 하여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바다에 떨어졌다고 한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폭발 후 최소 몇 초 동안 일부 승무원들에게 의식이 남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며, 일부에서는 바다에 추락할 때까지 생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승무원실이 바다로 떨어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2분45초인데, 이 짧고도 긴 시간에 생존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승무원들을 떠올리면, 이 사고가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챌린저호 사고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이런 종류의 사건·사고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대 공학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왜 아직도 이런 실패가 일어날까? 반평생을 공학도로 살아오면서 할 수 있는 당연한 질문이었는데, 이 질문이 쉽게 답하기 어려운 종류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정교해진 만큼 복잡해지고


공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현대의 공학 시스템들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시스템들은 점점 더 다양한 요구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고, 더 좋은 성능과 긴 수명, 더욱 더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한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기술들이 결합하고, 더 많은 사람이 제품 개발과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요인과 정치·문화적 요인이 결합하면서 의사소통의 오류가 생길 위험도 생기고, 여러 나라의 서로 다른 규제라든지,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도 발생하게 된다.


00motorola » 모토롤라에서 1983년에 최초로 출시한 휴대폰. 무게가 1kg이 넘고 가격은 거의 4000달러 정도였다. 출처/ 모토롤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화기를 생각해 보자. 1980년대에만 해도 우리나라 각 시군은 별도의 지역번호를 사용하면서 시외 전화 요금이 시내 전화에 비해 비싸게 책정되어 있었다. 시골 어른께 전화를 하면 “전화비 많이 나온다. 이만 끊자” 하는 인사말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전자 기술이 발달해 많은 사람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제 시외전화 요금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언제 어디에서든지 음성통화뿐 아니라 영상통화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최초로 출시된 휴대폰을 보면 크기나 무게가 거의 벽돌과 다름없는데, 지금 스마트폰은 매우 가볍고 손바닥에 들어오는 크기이면서 게다가 전화 기능 이외에 동영상 재생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며 완성제품에는 세계 각국에서 만든 수많은 부품이 사용된다.

 

이런 모든 사항들이 제품 성능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4에서 논란이 되었던 이른바 ‘안테나 게이트’의 경우, 애플의 비밀 유지 전략 때문에 전파 테스트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순전히 자동화기기에 의존해 이루어졌고, 이 때문에 사람 손이 특정 위치에 닿으면 수신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미리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쳤다는 설도 있다.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만큼 제품 개발 과정에서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순간의 선택’


예전에 어느 가전회사의 광고 중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비싼 가전제품은 일단 구매하면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가격, 성능과 내구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의미이지만, 역으로 제품을 광고하는 쪽에서는 “우리 제품은 10년은 사용할 만큼 튼튼하고, 10년 동안 후회하지 않을 제품입니다”라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현대 공학 기술에서 10년 동안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크건 작건 간에 여러 가지 선택의 연속인데, 영화 <나비 효과>에서 그런 것처럼 순간의 작은 선택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후회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고,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공학도들도 비슷한 선택과 후회의 과정을 거치는데,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하게 개발된 시스템이라도 설계상의 작은 오류로 인해 설계된 성능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운영과정에서 생기는 사람들의 예상치 못한 실수로 인하여 시스템의 성능 저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제품을 개발할 때 정해야 하는 많은 선택 중에, 예를 들어 어떠한 제품을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지, 어떠한 소비자를 상대로 할 것인지, 어떠한 기능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어떠한 안전장치를 장착할지, 또한 사용자들에게 어떠한 기능상의 선택을 줄 것인지 등등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제품의 성공 또는 실패가 결정된다. 특히, 복잡한 현대 공학 시스템의 구조를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사항들은 더 많아졌고, 그만큼 작은 실수가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설계 결함, 기계 고장, 그리고 사람 실수


이 연재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룰 부분은 어떠한 시스템이 왜 성공하는가보다는, “어떤 경우에 어떠한 이유로 실패하는가?”이다. 점점 빨리 돌아가는 세상, 예전보다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중요한 공학 시스템이 실패하는 경우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지만, 가능하면 실패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 또한 실패하는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학자의 의무일 것이다.

 

연재에서는 “어떤 시스템이 어떤 조건에서 왜 실패하는가”에 답하기 위해, 현대 공학 시스템에서 발생한 대형사고 중 주목할 만한 사고 몇 가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흔히 사람들은 사고 발생 과정이나 원인을 단순화하여 하나의 큰 원인을 골라내고 결론 내기를 좋아하지만, 실제 그 내막을 살펴보면 단순한 원인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사고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설계 결함, 기계 고장, 사람 실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스템 자체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연재에서는 시스템의 특성을 될수록 쉽게 풀어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시스템을 개발한 공학자들과 실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철학과 대응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그리고 관리자들의 운영 수칙과 그 뒤에 있는 정부나 기업의 정책이나 문화는 어떠한지도 고려하여 입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고에서 다음과 같은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모든 시스템에는 크건 작건 간에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하며, 큰 결함들은 대부분 적절히 대비되고 수리되지만, 작은 결함들은 그냥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작은 결함들도 시스템의 안전성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환경은 평소에는 잘 발생하지 않고 설계자들이나 운영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결함들의 중요성이 잘 인식되지 않는 이유는 현장과 관리자 간에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거나 구성원 간에 정치적인 갈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상하지 않았던 외부 조건이나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예를 들면 안전장치 해제)으로 인하여 작은 결함들이 치명적으로 위험해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대부분 이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했을 때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아 큰 사고로 이어진다.
사고 발생 때, 잘못된 상황 인식으로 인하여 초기 대응이 미숙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큰 피해를 가져온다.

 

현대 공학 참사들을 돌아보며 시스템의 설계 결함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었는지, 왜 그런 결함들이 해소되지 않았는지, 또한 이러한 설계 결함들이 어떻게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그 와중에 사람들이 어떠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현대의 공학 시스템에서는 최첨단 기법들을 바탕으로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경우에 대비한 안전 설계가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시스템뿐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

 

 

“언제나” “항상” “완벽한”의 허점


현대 공학 시스템이 계속 개선되면서 안정성이나 내구성 등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겠지만, 복잡한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오류에 의한 사고가 날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고, 시스템의 규모나 복잡도에 따라 그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2007년에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보면 이러한 공학 시스템이 실패했을 때 우리 생활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존재할까? 일면 철학적인 질문일 수도 있지만, 흔히 객관식 시험 문제에서 “언제나”, “항상”, “완벽한” 등과 같은 말이 들어간 선택문은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것처럼, 완벽한 시스템이나 완벽한 사람은 실제 세계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하찮게 보이는 작은 선택이 훗날 큰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상기하며, 기술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자만을 경계해야 하겠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더 큰 역할이 부여되어 있음을 잊지 말고, 오늘 내가 정하는 작은 선택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겠다.




[고침] 글에 실린 챌린저호의 승무원 사진(위에서 세번째)의 설명문에서 "시계 반대 방향"을 "시계 방향"으로 바로잡습니다(독자 doo2bo 님의 지적). 2013년 4월11일 오전 10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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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백 기계공학 박사, 미국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업체 연구원
실리콘벨리에 있는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업체인 KLA-Tencor에서 광계측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응용광학 전공으로 카이스트를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첨단공학 기술이 사람 사는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boh@alum.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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