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학자들의 연구독립성 보호해야” -미국 조사
미국 FDA, CDC, NOAA 등 7000명 과학자 조사
공공연구기관 과학진실성 보장하는 절차기준 필요
정부 산하 연구기관 또는 정부 기구에서 일하는 과학과 기술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나 의견은 때때로 공중 보건이나 사회 안전 정책을 통해 우리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곤 합니다. 그렇다면 정부 연구기관은 얼마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고 있을까요? 그런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은 연구 독립성을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요?
미국의 한 과학자단체가 최근 펴낸 보고서가 한국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런 물음과 관련해 눈길을 끕니다. 미국의 단체 참여과학자연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최근 정부 연구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방식품의약국(FDA), 국립해양대기국(NOAA), 어류및야생동물관리국(FWS)의 과학자와 기술전문가 6999명이 응답한 ‘과학 연구진실성’ 설문 조사에서 상당수 연구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의 개입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보고서 '진전과 문제: 연구기관 4곳 정부 과학자들이 과학연구진실성에 관해 보고하다']
보고서를 접하면서, 먼저 과학활동의 독립성이 우리나라의 상황보다 훨씬 나은 미국에서도 과학 활동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민감한 이슈로 다뤄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보면, 설문에 응답한 연구자들은 대체로 2010년대 들어서 미국에서 새롭게 시행된 '정부 연구기관의 과학연구진실성 강화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일부 물음에서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컨대 소속 기관별로 적게는 46%, 많게는 73%가 '연구기관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수준'이 “너무 높다”고 응답해 미국 정부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의 개입에 대한 경계가 무척 높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식품의약국(FDA)의 한 과학자는 “연구진실성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은 산업계 인사가 정책의 고위직으로 들어오는 회전문 인사를 중단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오마바 정부가 2010년 12월에 정부 소속 연구기관들에 과학연구진실성(scientific integrity)을 강화하는 정책 기준을 마련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지시하고 이런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 정부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느끼는 연구독립성의 정도가 어떠한지를 조사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관련 글].
미국의 정부 소속 연구자들이 느끼는 과학연구 독립성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상황에 관한 소식이기에 여기에서 자세한 설문조사의 내용은 생략하더라도, 이런 제도가 추진되고 이런 조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 과학 활동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높은 관심 덕분이었으리라고 생각하니, 부럽기도 합니다.
보고서의 세부적인 설문조사 내용보다 사실 더 큰 관심을 끈 것은 “과학과 과학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이 조사단체가 제시한 요건들이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참여과학자연맹의 과학과민주주의센터는 그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고서에 실었습니다 (아래 번역). 이번 보고서를 보면서, 과학 연구 역량이 급속히 성장해 과학과 기술의 전문성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커진 우리 사회에서도 정부 연구기관 과학 활동의 독립성에 관한 관심이 지금보다 더 커져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발췌 번역 (출처: '진전과 문제: 정부 과학자들의 과학 연구진실성에 관해 보고', 4쪽)
과학과 과학자들의 독립성 보호하기
(Protecting the Independence of Science and Scientists)
연구기관 과학자, 관료, 의회 직원, 과학정책 전문가, 공중적 이해관계 단체, 언론인, 그리고 그밖에 이해당사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음과 같은 원칙들은 정부 산하 과학과 과학자들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연방 연구기관의 정책과 실행에 도입되어야 하는 주요한 조처들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투명한 의사결정
공중(the public)은 규제 분야 의사결정에서 과학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그런 과학에 책임을 진 정부 과학자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기관들은 과학 기반 정책 결정에 누가 영향을 주었는지, 그런 결정의 이면에서 누가 과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외부 회의 기록을 포함해 투명성 정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과학진실성에 관한 대통령령[오바마 대통령]은 연구기관들에 “자유로운 과학적 정보 흐름을 촉진하며 전문가와 대중 간의 열린 소통을 촉진”하도록 지시했다. 대통령령은 또한 연구기관들이 과학과 기술 정보를 공중에 전달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세우도록 요구했다.
연방 자문위원회의 사용
과학자문위원회에서 제출되는 전문가 자문은 정치적 또는 특정한 이해관계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그럼으로써 결정 과정에서 과학 정보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방 자문위원회의 선정 과정과 토의사항(deliberations)은 공개되어야 한다. 이해관계 충돌(conflicts of interest)은 최소화해야 한다. 과학진실성에 관한 대통령령이 지시하듯이, 기관들은 이해관계 충돌을 관장하는 명증한 기준을 개발해야 하며, 용인된 이해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내부고발자의 권리
부정행위로서 과학 내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개입 또는 정부의 권한남용을 알리는 연방 소속 직원은 법률과 정책에 의해 보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2012년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 법령이 인정하는 바를 따르면, 이런 보호 조처에는 공중보건과 사회안전성에 중대한 연방 정보 또는 법과 규제에 의해 요구되는 연방 정보의 검열을 폭로하는 직원도 포함된다. 과학진실성에 관한 대통령령은 연구기관들에 과학 연구진실성 정책에 내부고발자 보호 조처를 포함하도록 요구한다.
최종 원고를 검토할 권리
과학자들은 자기 이름을 달고서 발표될 예정이거나 사실상 자신의 연구에 의거한 내용의 최종 원고를 발표에 앞서서 사전에 검토할 권리를 지녀야 한다. 대통령령은 이런 권리를 특정해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연구기관의 과학진실성 정책은 명시적이로 과학자들한테 이런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출판의 권리
과학자들은 연구를 수행하고서 그 결과물을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출판할 권리를 지녀여 한다. 연구기관은 공식과 비공식 출판물, 발표, 적절한 시한 등의 기타 정보에 대한 정책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개인 의견의 예외
과학자들은 기관에 의해 승인받지 않은 개인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지녀야 한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과학자들은 (a)자신이 기관을 대신해서 발언하고 있지 않음을 명확히 해야 하며, (b)개인 의견을 표현하는 데에 정부 기관의 시간과 자원을 불합리할 정도로 많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원칙은 사회 미디어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연방 소속 직원은 개인적인 사회 미디어 발언에서 소속 기관의 이름을 거명할 자유를 지니지만, 이 경우에도 앞에서 밝힌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전문성의 개발
과학자들은 컨퍼런스 참석, 교육훈련, 과학전문학회 참여, 과학저널 편집위원 활동, 과학문헌 출판을 통해 직업전문성의 발전을 지속하는 데에 적절한 시간과 자원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 연구진실성에 관한 대통령령은 과학 연구진실성 정책에서 소속 과학자들이 그런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을 연구기관들에 요구하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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