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의 "심리실험 톺아보기"

심리학은 대중매체와 서적에 단골 메뉴처럼 실린다. 그런데 통제된 실험 조건과 제한된 환경에서 이뤄지는 심리실험 결과는 종종 단순화하고 과장되기도 한다. 심리학 연구자인 이고은 님이 심리학을 올바로 보는 방법을 전한다.

아름다움, 다양하기에 아름답다

[12] 인간에게 아름다움이란


00beauty4.jpg »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1907년) 출처/ http://en.wahooart.com/


간에게 ‘아름다움’이란, 이상세계로 가는 하나의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높은 첨탑과 스테인드 글라스, 신전을 비롯한 건축물들은 물론, 불상과 탑, 그리고 탱화는 놀라우리만치 아름답다. 아름다움의 경험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힘은 물론이고 삶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준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아름다운 실체가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고 그러한 경험의 소중함을 느낀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은 어떨까. 흔히 역겹다거나 피하고 싶은 많은 것들은 아름다움의 반대편에 있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접촉하거나 섭취할 경우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그렇다. 위험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멀리하는 게 좋다.


00beauty0.jpg » 눈과 망막은 세상을 보지만, 세상을 인식하는 것은 마음과 정신이다. 출처/ 한겨레 자료사진(강재훈 기자, 2015) 위험한 것을 알아차리는 감각기로는 후각이 꽤 확실하다. 코를 통해 고약한 냄새를 알아차린다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냄새는 분자의 확산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먼 거리일 때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고약한 냄새로 인해 불쾌감이나 위험을 느낀다면 피하기엔 이미 늦은 경우이다. 위험의 감지는 그렇게 냄새를 맡기 전에 생존 임무를 완수했어야 한다.


먼 거리에서도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알아보는 방법, 바로 눈으로 보는 방법이다. 본다는 것은 꽤 먼 거리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시각반응은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에너지들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빛을 통해 전달되는 시각 정보가 아니다. 보는 것만으로는 위험하지 않다. 보는 순간이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이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진화하는 생명체에게 매우 강력한 생존 수단이었음이 틀림없다.



인간의 정보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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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다채로운 자극을 받아들여 이를 처리해야 한다. 눈과 귀, 피부감각 그리고 코, 입이 가진 수용기에 해당하는 탐지기들에서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두뇌가 이를 해석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정보처리 방식을 상향처리(bottom-up processing)와 하향처리(top-down processing)로 구분하여 설명한다.[1]


향처리는 감각 수용기에 도달한 정보에 기초한 처리를 의미한다. 수용기에 해당하는 탐지기들이 전해주는 정보의 특성은 지극히 객관적이어서 두뇌는 전달받은 자극의 물리적 속성을 그대로 처리하는 것이 최선의 임무 수행이다. 반면에 하향처리는 외부 자극에 대한 정보처리가 객관적이지 않다. 두뇌는 처리해야 하는 외부의 자극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과 기억, 그리고 정보의 맥락이나 대상에 대한 지식 등을 토대로 해석한다.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한껏 발휘해서 외부 자극을 능동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뚜렷하지 않은 자극 정보에 관해서도 큰 어려움 없이 해석해내기도 한다. 심지어 자극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 수준도 영향을 끼친다. 우리 두뇌는 자신에게 이롭도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도록, 최대한 적응과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 눈과 망막은 세상을 보지만, 세상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00beauty3.jpg » 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1895-1906년 경).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다시점 기법으로 묘사되어 있다. 출처/ http://en.wahooart.com/


이상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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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대표 격인 미술 작품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미술 작품을 보는 행위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각자가 가진 기억이나 기대, 그리고 신념에서 비롯하는 내적인 감상을 통해 감동 받기도 하고, 우리의 기대나 신념을 넘어선 경험을 통해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후기 인상파 화가로 분류되는 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은 사실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는 방식을 달리 했다. 눈으로 보는 세상은 렌즈와 다르다는 것을 말하듯 세잔의 정물화는 다시점(多時點)으로 표현되어 있다. 세잔의 보는 방식을 이어받은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상을 다시점으로 해체했다. 그리고 이를 입체적으로 묘사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면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피카소의 작품처럼 현대 미술은 시각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관점을 시도한 작품들은 우리가 가진 지식 기반과는 다른 시각적 정보처리를 요구한다.


00beauty5.jpg » 르네 마그리트, <금지된 재현(에드워드 제임스의 초상)>(1937) 출처/ http://en.wahooart.com/ 기에,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의 그림 <금지된 재현(not to be reproduced)>이라는 작품에서 한 남자가 거울을 보고 있다(옆 그림). 그런데 거울을 보고 있는 남자와 거울에 비친 남자의 모습은 꽤 충격적이다. 적잖이 당혹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거울’에 관한 지식, 거울이라는 실존에 기대하는 바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이른바 ‘하향처리’가 혼란을 경험케 하는 순간인 것이다.


감상자가 경험하는 당혹감은 일종의 부조화(dissonance)다. 익히 알고 있던 도식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시각 자극의 경험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부조화에 관한 초창기 이론은 미국 사회심리학자 페스팅거(Leon Festinger)에 의해 제안되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갈등을 일으킬 때, 사람들은 심리적인 불균형 상태를 경험하고 이러한 불편한 느낌을 해소하기 위하여 행위나 인지의 변화를 통해 부조화를 줄이려고 한다는 것이다.[2]


마찬가지로, 보일 것이라 예상하는 것과 실제로 보이는 것 사이의 불일치가 일어난다면 여기에서도 또한 심리적 갈등 상황이 나타난다. 이러한 부조화를 시각 부조화(visual dissonance)라 볼 수 있다.[3]


예술이라 할지라도 모든 작품이 아름다움만을 지향하라는 법은 없다. 아니, ‘이상함’이나 ‘조화롭지 않음’이 결코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이렇게 우리의 기대와 이상과는 조금 다른 표현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현대 미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품의 특성이다. 이를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이라 한다.[4] 일상적 사물의 본래 용도, 기능, 의미 등을 현실에서 이탈시켜 낯선 장소에 두거나 혹은 관련 없는 사물과 결합시켜 우리의 눈과 마음에 혼란을 가중한다. 이른바, 시각 부조화를 경험하게 하는 색다른 아름다움인 것이다.



오래 머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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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상적인 것을 보면 그것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오랫동안 본다는 것은 마음이 오래 머무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의 시선은 균형을 갖춘 조화로운 것에만 오랜 시선을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을 조화로움이나 자연스러움으로 한정할 수 없듯이 인상적으로 느끼는 자극은 약간의 이상함이나 부조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력적이라고 말하거나 취향의 폭을 허락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시각이 가진 융통성은 아닐까.


각 부조화가 일어나는 미술 작품을 볼 때, 우리 눈은 어떤 패턴의 특징을 나타내는지를 측정해본 국내 연구가 있다.[5] 부조화를 일으킬 만한 시각적인 자극이 있을 때, 우리 눈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알아본 것이다. 오래도록 본다는 것이 미적 선호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부자연스러운 그 무엇인가에는 얼마나 긴 시간의 시선을 허락할까. 이 연구는 미적 선호가 지각적 특징에 따른 차이로 나타날 수 있음을 측정을 통해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는 시각 부조화의 개념을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조화로 한정하였고,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대표되는 르네 마그리트 작품을 실험 자극으로 선정하였다. 감상자가 모니터를 통해 감상할 작품은 데페이즈망 기법이 사용된 마그리트의 대표 작품 몇 가지와 조작된 그림 몇 가지이다. 조작된 그림은 실제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부조화를 다시 조화롭게 만들어 놓은 그림에 해당한다.(아래 그림 참조)

00beauty6.jpg » [실험자극] 왼쪽은 마그리트의 <설명(The Explanation)>, 오른쪽은 부조화가 없도록 조작한 그림 자극 출처/ 김윤경 (2015) [주 참조]  

구자는 감상자가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거나 조작된 그림(조화로운 자극)을 보는 동안에 눈의 움직임을 안구운동 측정도구초 측정함으로써 감상자가 주의를 어디에 얼마나 할당하는지 비교해 보았다. 감상자가 지속적으로 응시하는 이미지의 특정 부분은, 즉 응시 밀집 영역은 그곳에 특별한 자극이 있다는 것과 동시에 감상자가 이 영역을 흥미롭게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상자가 실제로 흥미롭게 또는 인상적으로 보았는지에 관해서는 응시패턴 실험 이후 심층면접을 통해 감상평을 더불어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감상자는 부조화가 없는 작품보다 부조화가 있는 작품을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응시하였다. 이뿐 아니라, 부조화를 일으키는 영역을 상대적으로 먼저 응시했고, 부조화 자극으로 시선이 쉼 없이 되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 세밀한 관찰과 오랜 시선을 허락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상평 분석을 통해서도 감상자는 작품에 나타난 부조화 요인을 재해석해보려는 시도를 보인다. 시선이 머물렀던 곳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른바, 감상(感想)의 결과다.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찾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보인다.


캐나다 컨커디어대학의 웰츨 페어칠드(Andrea Weltzl-Fairchild) 연구팀은 시각 부조화를 일으키는 미술 작품을 감상한 90명에게 작품을 보는 동안 느꼈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인터뷰했다.[6] 인터뷰 내용을 분석한 연구결과는 흥미로웠다. 감상자들은 일반적으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에 느낄 것이라 기대했던 즐거움이나 기쁨과 같은 정서만 경험한 것이 아니었다. 좌절할 때와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이유 없이 슬프기도 하고, 알 길 없이 화가 나기도 했지만 신비로운 경험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에 오랫동안 시선을 빼앗겼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긍정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감정의 경험이 시각적인 부조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특별한 감정은,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감상을 경험케 한 것이다. 아름다움의 폭은 인간이 가진 감정의 스펙트럼을 수용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으로 감동받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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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위대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고유하게 정의하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 감각을 통해 느끼는 소박한 인상이나, 예술 작품에 대해 갖는 감동은 물론이고, 인간 행위의 윤리적 가치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와 해석의 위상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이 가진 참 의미가 아닐까.


름다움이란, 보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 펑범에서 벗어난 낯설음을 우리는 ‘멋’이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특이함을 특별함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마음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확장이며 다양성을 수용케 하는 능력의 확충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우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끝없는 진화 과정을 통해 위험할 수 있는 것들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아름다움은 인류가 수천만 년에 걸쳐 터득한 생존의 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이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참 중요한 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오랜 시선이 머물게 되는 순간, 우리는 수천만 년 동안 느끼고 깨닫고 배워나가며 사라져간 우리 모두의 조상과 아름다움을 공감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으로 둘러싸인 세상을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능력이다.


아름다움은 보편성과 함께 특수성도 포함한다. 획일적인 아름다움은 시간이 흐르면 진부해진다. 우리는 모두 진화라는 깊고 긴 역사를 통해 보편성을 가진 위대한 존재이며 70억 개의 다양성을 가진 아름다움이다.


그대 옆에 앉은 소중하고 경이로운 존재를 바라보라. 아름다움은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idea)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주]


[1] 이정모, 강은주, 김민식, 감기택, 김정오, 박태진, 김성일, 신현정, 이광오, 김영진, 이재호, 도경수, 이영애, 박주용, 곽호완, 박창호, 이재식 (2011). 인지심리학. 서울: 학지사.

[2] Festinger, L. (1962). Cognitive dissonance. Scientific American.

[3] Solso, R. L. (2012). 시각 심리학(신현정 역). 서울: 시그마프레스. (원저 1996년 출판).

[4] 김지열 (1992). 초현실주의 회화에 있어서의 데페이즈망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5] 김윤경 (2015). 시각부조화 처리를 통한 현대미술의 감상. 부산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6] Weltzl-Fairchild, A., Dufresne-Tasse, C., & Dube, L. (1997). Aesthetic experience and different typologies of dissonance. Visual Arts Research, 158-167.

  

이고은 부산대 인지심리학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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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원, 인지 및 발달심리학 박사과정
‘한국인의 행복심리 연구단’ 소속 연구원이다. 인간의 시간지각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고, 훗날 세상과 심리학을 연결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심리학자를 꿈꾼다.
이메일 : forgive2020@naver.com       트위터 : @leegon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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