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자의 "미술관 옆 실험실"

과학과 예술은 흔히 창의성, 독창성 등에서 공통점을 지닌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융합의 시도도 많습니다. 생물학과 물리학 연구자인 필자들이 과학과 예술의 소통 가능성을 살피는 실험에 나섭니다.

미디어 아트는 부드럽고 따뜻하다

[3] 그룹 ‘에브리웨어’…익숙한 소재, 낯선 장르


00mediaart3.jpg » <벽 The Wall>. http://everyware.kr/home/portfolio/the-wall/


난 인터뷰에서 필자들은 정교하게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작업을 하는 최우람 작가를 만났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우람 작가는 드로잉을 포함한 디자인뿐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그래밍과 전기회로를 이용한 제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혼자서 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기 때문에 최 작가는 팀을 이루어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과학과 미술의 경계에 있는 최우람의 작품을 보면서 필자들은 미디어 아트를 떠올렸다. 프로세싱, VDMX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시각예술, 그리고 게임이 결합된 미디어 아트 작업을 하는 작가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자들은 최우람 작가에게서 추천 받은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Everyware)를 2014년 7월12일(토)에 만났다. 에브리웨어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방현우 작가와 디자인을 전공한 허윤실 작가가 듀오를 이루어 작업하는 그룹이다.



미디어 아트를 어디에 꽂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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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란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관객과 상호작용(‘인터랙션 interaction’, ‘인터랙티브 interactive’라고 부른다. 이후에는 ‘상호작용’ 대신 미디어 아트의 특징을 나타내는 이 단어들을 사용하겠다)을 작품의 주요 요소로 보는 예술 장르다. 어떤 형태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미디어다. 마셜 맥루한도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확장된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 아트는 모든 예술 장르를 포함한다. 그래서 인터랙션이 있는 작품을 ‘뉴미디어 아트’로 좁혀서 지칭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미디어 아트를 ‘뉴미디어 아트’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낯선 장르가 아니라 여러분이 어디에선가 만지고 클릭하고 놀았을 그 미디어 아트다.


디어 아트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역사가 짧다. 미디어 아트를 비평하는 언어는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태다. 전통 미술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 아트에서는 작가의 세계관이나 미학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듯이 보인다.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기계적으로 완벽하게 작동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래서 특정 부분을 만지면 움직이거나, 모니터를 클릭하면 멋진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미디어 아트는 관객의 미적 감성을 자극하거나,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전통 미술 분야의 비평가들은 미디어 아트를 약간 낮은 예술 장르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허윤실, 방현우 작가는 미디어 아트가 미학적으로 낮은 장르가 아니라고 말한다. 미디어 아트는 관객이 참여해야만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에, 작가는 완성된 형태를 대충 그려보면서 예상할 수 있을 뿐이다. 미디어 아트가 게임 같다는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미적 감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도 정교해야 하고,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하고,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워야 한다. 미디어 아트가 추구하는 방향이 전통 미술 장르와 다르기 때문에 비평의 언어도 달라야 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미디어 아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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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웨어의 작업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 <오아시스 Oasis>다. 미디어 아트 분야의 유명한 전시회인 시그래프(Siggraph, 2008년)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 2009년)에서 선보였던 이 작품은 관객들이 모래를 헤치면 그 아래에 있는 모니터에서 물고기들이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관객이 모니터를 만지면 그것에 반응해서 물고기들이 이동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해변에서 모래를 가지고 하루 종일 재밌게 놀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집에 있는 어항에서 물고기를 길러보았을 수도 있다. 내 손의 움직임에 따라 실제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던 경험을 <오아시스>에서는 디지털로 구현했다.


기계 매체의 특성 때문에 미디어 아트에서는 관객과 나누는 인터페이스가 차가운 작품이 많다. 에브리웨어는 관객이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모래를 인터페이스로 삼았다. <오아시스> 작품에서는 실제로 따뜻하게 덥힌 모래를 사용했다. 모래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은 세상 어디에서나 같았다. 인터페이스를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든다는 점이 에브리웨어 작품의 특징이다.


[<오아시스 Oasis>, http://everyware.kr/home/portfolio/oasis/ ]


브리웨어는 아날로그 매체도 즐겨 사용한다. 컴퓨터가 너무 압도적인 성능을 지닌 범용 기계라서 다른 미디어들이 휩쓸려 지나가 버렸다. 전자총을 이용한 아날로그 모니터라든지 마그네틱 카세트테이프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특성이 있다. 카메라 렌즈 앞에 셀로판 종이나 스타킹을 대고서 피사체를 찍는 느낌은 포토샵으로는 얻을 수 없다.


이런 고유한 맛을 하나씩 주워 먹고 싶어서 아날로그 미디어가 에브리웨어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이용한 <회고록 Memoirs>이다. 관객이 카메라를 바라보면 자동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이 찍히고, 이 사진이 텔레비전 화면 속으로 떨어져 쌓인다. 관객은 아날로그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결합된 작품에서 추억을 회상하면서 동시에 인터랙션이 있는 작품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즐길 수 있다.


[<회고록 Memoirs>, http://everyware.kr/home/portfolio/memoirs/ ]



미디어 아트에 중독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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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의 특징은 인터랙션이다. 관객과 작품의 인터랙션도 있지만, 작가와 작품 사이의 인터랙션도 가능하다. 여러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관객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작품과 인터랙션 하는 것을 먼저 고려한다. 미디어 아티스트가 작품을 가지고 재밌게 놀 수 있다면, 분명 관객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아래의 <벽> 작품이 그렇다. 스크린에 공을 던지면 화면이 산산조각나면서 부서진다. 물론 영상만 그럴 뿐 실제 벽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이 작품에는 아이들이 강하게 몰입했다. 한 아이는 급성 중독으로 간주할 수 있을 정도로 여섯 시간 동안 공을 던졌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아이들은 가상 상황을 금세 인식하면서 작품을 가지고 놀았다. “기다려봐, 다음 판이 나와!” 아이들은 이것이 가상의 상황임을 잘 알고 있으며, 게임처럼 한 판을 깨면 다음 판이 나오는 것을 예상했다.


[<벽 The Wall>. http://everyware.kr/home/portfolio/the-wall/]


지만 미디어 아트의 인터랙션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공을 누가 던지든 화면은 프로그래밍 된 대로 깨지고, 모래를 헤치는 사람이 누구든지 예정된 방식대로 물고기가 움직인다. 그렇다면 나에게만 특정한 인터랙션은 없을까? 내 감성을 건드리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는 불가능할까? 그러려면 작품에 학습과 기억 기능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 작품과 인터랙션 했는지를 기억하고 학습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 지금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런 방식의 인터랙션을 하고 있다. 가족, 친구, 동료, 또는 반려동물은 나를 기억하면서 나에게만 특별한 방식으로 인터랙션하다. 생명체는 기억과 학습을 할 수 있어서 개체를 구별할 수 있다. 미디어 아트 작품이 놀라운 경험을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차갑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미디어 아티스트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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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작가들 중에서 두 작가만큼 적극적으로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는 작가는 없었다. 순수 미술 작가와 달리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기업과의 협업 또는 브랜드 론칭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영상과 음악을 결합하고, 관객과의 인터랙션이 있으면서 몰입되는 게임의 특성까지 갖추고 있는 미디어 아트는 협업에 좋은 장르다. 에브리웨어도 베엠베(BMW)와 협업한 <레비테이트 Levitate with BMW>, 링컨(Lincoln) 자동차와 함께 만든 <클라우드 핑크 Cloud Pink @ Lincoln Reimagine Project> 작품을 선보였다.


기업과의 프로젝트는 고객에 맞추면서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내면 된다고 허윤실, 방현우 작가는 생각한다. 순수 미술 쪽 작가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각 지자체 문화재단, 여러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을 진행한다면,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문예진흥기금보다는 직접 상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상업 프로젝트는 고객의 입맛을 맞추면서 수행하고, 작업은 자신들만의 관점을 담아서 진행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00mediaart4.jpg » <레비테이트 Levitate with BMW>, http://everyware.kr/home/portfolio/levitate-with-bmw/

00mediaart5.jpg » <클라우드 핑크 Cloud Pink @ Lincoln Reimagine Project>, http://everyware.kr/home/portfolio/mkz/


□ 에브리웨어의 작품은 everyware.kr에서 볼 수 있다.


박상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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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물리학 실험실에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고 있으며, 집에서는 예쁜 푸들을 키우고 있다. 시각예술 월간지 <아티클>의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동시대 시각예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쉴라 재서너프의 <법정에 선 과학>을 포함해 몇 권의 책을 번역했다.
이메일 : cygnus30@hanmail.net      
블로그 : blog.naver.com/cygnus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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