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의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

유전자변형, 줄기세포, 나노기술…. 어제의 기초과학, 기초연구 성과가 오늘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나온, 또는 나오려는 과학/기술에는 소비자의 부푼 기대와 함께 까칠한 걱정도 인다. 김훈기 교수와 과학에 친숙한 시민 박문영, 이인옥 님이 글을 쓴다.

날로 커지는 무선식별 기술 시장, 능동적 소비는?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


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00RFIDUSN.jpg » 무선인식 전자태그 기술인 RFID와 센서 네트워킹 기술인 USN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편리함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부작용에 대해 우려와 대책도 논의된다. 출처/ http://www.rfidkorea.or.kr (2013년 RFID/USN 코리아 행사 포스터 일부)


침에 눈을 뜨면 커튼이 저절로 열리고 토스터 기계가 빵을 굽는다. 냉장고에 늘 구비하던 음식이 부족해지면 냉장고가 알아서 자동 주문한다. 화분의 물 주기나 세탁은 잊고 살아도 정해진 시간에 척척 해결된다. 출퇴근 길은 교통량에 따라 적절히 자동으로 경로가 정해지고 퇴근 시간에 맞춰 욕조에 따뜻한 물이 준비되는 것은 기본이다. 홈 오토메이션,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떠올렸던 모습이다. 개인의 생활 수준이나 소득 따위는 잊은 채 꿈꾸는 환상적인 미래의 모습은 언제나 멋지다.



내가 사용은 했던가?

00dot.jpg

요즘 많은 사람이 하이패스 단말기로 고속도로 이용 요금을 결제하고, 대중교통은 교통카드(비접촉식 스마트카드)로 결제한다. 2세대 휴대폰 시절, 특정 카드를 휴대폰에 장착해서 번거로운 절차에 따라 적외선 통신 방식으로 결제하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비접촉식으로 바뀐 지도 벌써 5~6년이 지났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판독기가 장착된 선반에 대출증과 책을 올려두기만 하면 대출과 반납이 처리된다. 이 시스템들의 공통점은 ‘무선 인식 전자태그’로 불리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전자여권이나 사원증, 학생증, 보안키, 카드열쇠, 반려동물의 인식표에도 RFID 기술이 이용된다.


RFID 기술은 은연 중에 우리 생활에 들어와 이젠 생활 곳곳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양주에 RFID 태그를 부착해 유통 상황과 진품 여부를 관리하고 있고, 어떤 대형 상점에서는 와인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재고를 관리하는데 RFID 기술을 이용한다. 서울시는 승용차 요일제 관리에 RFID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은평, 마곡, 마포 등에서 ‘U-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은평뉴타운 U-시티에는 주민의 안전을 위해 지능형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설치되었고, 노약자와 어린이를 위한 위치확인 서비스, 첨단 복합가로등 설치, 수질과 대기질 관리 등이 시행되고 있으며 여기에도 RFID 기술이 사용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2009년부터 U-시티 종합계획을 세워 U-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홈오토메이션, 자동화 창고 시스템, 자재·화물의 위치 추적시스템, 출입자 접근 허가관리, 전자요금 징수, 혈액이나 의약품관리, 자동차 운행관리, 문화재 관리 등 대충 열거만 해도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곳에 RFID 기술은 이미 소리 없이 스며들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정부나 기업은 행정과 업무의 편의를 위해 적극 RFID 시스템을 도입해 노무 관리, 물류 관리, 자재 관리, 교통 상황 파악 등에 이용하려 하고 개발자들도 RFID 시장에 촉각을 세우고 대처하고 있다. 반면에 소비자(기업소비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은 특히 나이가 있는 중장년층은 비접촉 통신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나 RFID라는 용어도 낯설 뿐 아니라 기술 소비도 부지불식 간에 하는 형국이다. 일반 시민은 소비 활동에서 RFID라는 기술의 품질이나 가격을 평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태그와 판독기를 직접 골라 구매하는 일도 없고, 이 기술에 대해 잘 몰라도 소비 활동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민은 RFID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해 가는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는지, 생활 속에 얼마만큼 자리 잡고 있는지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RFID, 편리함을 주지만

00dot.jpg

RFID 기술은 무선 송수신 장치나 정보가 입력된 반도체를 물건이나 기기, 사람에 부착하고서 그 흐름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며, 네트워크와 결합해 유비쿼터스 센서 연결망인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을 이루는 데 필요한 주요 기술이다. 물체나 사람에 부착하는 태그와 그 태그를 읽을 수 있는 판독기가 필요하고 판독기가 읽은 정보를 처리하는 연산장치와 네트워크 시스템이 연동된다.


술 대부분이 그렇듯이 RFID/USN 기술도 긍정적인 작용이 있지만 부작용도 역시 예상할 수 있다. 전자여권이 시행될 무렵에 이미 얘기된 적이 있지만, 금융·결제정보 유출뿐 아니라 개인의 취미나 습관에 이르는 개인정보 노출, 개인의 행적이나 위치 추적 같은 사생할 침해, 피고용자의 근태 관리, 인간의 존엄성 훼손 같은 부작용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는 듯하다.


RFID/USN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거나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의사결정을 하기도 전에 소비자들은 기술을 사용(소비)하도록 은근한 압박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도시 전체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USN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거나 하이패스·교통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환승과 같은 각종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애완동물 인식표를 달지 않으면(조금 다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문제이지만) 벌금을 내야 하는 등의 문제가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U-시티처럼 경제와 생활 전반에 RFID/USN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의 이용 능력 차이가 불러오는 디지털 격차(정보 격차) 문제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개인이나 계층 간의 삶의 질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 여기에 소비자가 기술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러한 문제들의 본질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능동적인 소비

00dot.jpg

소비자는 이 기술이 시스템적으로 완성되어 정착되기 전에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의견을 피력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는 각각의 장치에 기록되는 정보의 범위, 정보저장부터 사용 뒤 파기까지 전 과정을 정확히 인지해야 하고, 법률적인 안전장치를 만드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1) 또한 기술 사용이 지금보다 더 안정권에 들어서기 전에 안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기술개발 방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양자컴퓨터까지 나오느냐 마느냐 하는 시점에 앞으로 RFID 판독기가 보편화하고 USN이 우리 생활 전반에 작용하면 ‘스키밍’(카드 소지자의 허락 없이 카드에 든 정보를 전자적으로 복사해 가는 부정행위)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예측되는 부작용의 위험성은 더 증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편적인 사람이라면 내가 감시 대상이 될 만한 인물이라거나, 내 행적이 파악되면 커다란 불이익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쉽게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정상적인 안일함이 금융범죄나 유괴, 납치 같은 범죄 발생 빈도를 높일 수 있다. 발생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한 명의 피해자가 생기더라도 범죄가 발생할 만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 있는 셈이고 나를 포함해 그 누구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RFID/USN 기술이 바람직한 제도적 장치 속에서 정착되도록 소비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들이 사용의 편리함을 맛보고 있는 가운데, RFID 시장은 쉬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 오늘부터라도 내 주변에 RFID/USN 기술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하겠다. 정보 이용의 도덕적인 문제부터 착용·생체부착의 편리함과 윤리적 문제까지 모두 고민해야 하는 소비자로 산다는 것은 정말 바쁜 일인 것 같다. 편리하고 꿈 같은 세상에 사는 일이 상상처럼 멋지기만 한 일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은 괴롭고도 피해가고 싶은 일이지만 후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00dot.jpg

이인옥 /시민, '참사이' 회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이인옥 시민, 과학콘텐츠창작모임 참사이(CharmSci) 회원
과학·기술 소비시대에 소비자로 산다는 것은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아는 것이 병이라지만 ‘대충 적당히(?)’라도 알아야 생존할 수 있겠다 싶다. 평화롭고 기쁜 소통이 있는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는 뚱딴지 여인.
이메일 : jet3833@gmail.com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에너지: 대량소비형 좇기 앞서 안전·절약형 개발에 관심을에너지: 대량소비형 좇기 앞서 안전·절약형 개발에 관심을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이인옥 | 2013. 10. 15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을 지나며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올 여름은 습도 높은 날이 많고...

  • 디스테아릴…? 폴리에틸렌…? 제품성분 확인 너무 어럽네디스테아릴…? 폴리에틸렌…? 제품성분 확인 너무 어럽네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박문영 | 2013. 08. 21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어 두었던 일을 이번에는 중간에 포기...

  • GMO논란 쉽게 끝낼 수 없다면, 우선 ‘알고 먹을 권리’를GMO논란 쉽게 끝낼 수 없다면, 우선 ‘알고 먹을 권리’를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이인옥 | 2013. 08. 09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바쁜 현대사회에 사람들이 지치고 여러 부작용이 생기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인지...

  • 나도 살고 환경도 사는 살균과 위생은나도 살고 환경도 사는 살균과 위생은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박문영 | 2013. 07. 26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  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여름이 되니 겨울에는 잊고 있어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반 쓰레기...

  • GMO 유출 국내 47곳 자생…'복합GM' 후대교배종도GMO 유출 국내 47곳 자생…'복합GM' 후대교배종도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김훈기 | 2013. 07. 19

    김훈기의 “생명공학과 소비자” (2)시민·소비자단체 어제 기자회견서, 국립환경과학원 실태조사 결과 밝혀옥수수, 면화, 유채, 콩 등 버젓이 자생…유출 경로 '아리송', 문제 심각승인 받지 않은 ‘미국산 지엠(GM) 밀 사건’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