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의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

유전자변형, 줄기세포, 나노기술…. 어제의 기초과학, 기초연구 성과가 오늘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나온, 또는 나오려는 과학/기술에는 소비자의 부푼 기대와 함께 까칠한 걱정도 인다. 김훈기 교수와 과학에 친숙한 시민 박문영, 이인옥 님이 글을 쓴다.

GMO논란 쉽게 끝낼 수 없다면, 우선 ‘알고 먹을 권리’를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


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00gmo4.jpg » 수입 팝콘에 표시된 현행 유전자변형 원료의 표기. 사진 / 이인옥


쁜 현대사회에 사람들이 지치고 여러 부작용이 생기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인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웰빙 문화가 유행처럼 번졌다. 식생활에서는 인스턴트 식품을 멀리하고 슬로우 푸드를 선호한다. 효소건강법, 채식, 소식, 과일 껍질과 씨까지 먹기가 유행하고 인공조미료, 인공향료, 인공색소, 합성보존제 등은 피하려고 노력한다. 인공으로 가공되고 사람 손이 더 갈수록 깨끗한 양질의 식품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자연 상태에 가까울수록 양질의 식품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웰빙 바람에 발맞춰 가축을 행복하게 기르자는 운동도 시작되었다. 소에게 곡물을 먹여 살찌우기보다는 본래 소들이 먹던 풀을 먹여 기르고, 닭을 방목하고, 농작물에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주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조금 비싸고 양이 적더라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 양질의 식재료를 선호한다.



유전자변형 식품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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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우리나라에 '유전자변형(GM) 두부 파동'이 일어났다. 유전자변형 식품1)에 대해 소비자가 관심을 두게 된 계기이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은 불안했고 불안은 분노로 표출되었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은 바이오연료나 백신 개발 등 여러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미생물이나 농작물의 특성상 분리 관리가 쉽지 않고 이 때문에 다른 일반 개체와 유전자가 섞여(이미 섞이고 있다) 환경 오염이 우려된다.


특히 가장 큰 관심을 끌며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부분은 유전자변형 식품에 관한 것이다. 현재 섭취로 인한 독성과 기타 안전에 대한 확신 없이 식재료로 사용되거나 동물의 사료로 쓰여 인간이 직·간접으로 유전자변형 식품을 먹고 있다. 유전자변형 옥수수 사료를 먹은 소들은 위궤양이 생기고 얼마 살지 못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흉흉한 소문도 들린다. 전문가들조차도 유전자변형 식품이 안전한지 위험한지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웰빙’이고 ‘행복한 가축’이라고 하다가 이건 무슨 생뚱맞은 상황인지 모르겠다.


유전자변형 식품의 안전 또는 위험에 대한 확증 없이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위험하다는 사례를 언급한 논문도 나오고,2) 안전하다고 봐야 마땅하다는 논리도 나오지만3), 아직 찬성 측도 반대 측도 논쟁을 종결할 정도의 과학적 입증을 못 하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절대 안전하다거나 지속 가능한 기술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다. 낭떠러지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동쪽인지 서쪽인지도 모를 때는 길을 나서지 않는 것이 상책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주부의 처지에서는 설혹 유전자변형 식품이 세계의 굶주린 사람 모두를 구제할 길이라고 해도 의심부터 하고 봐야 후회할 일이 없을 것 같다.


확실하게 안전성에 대한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유전자재조합 기술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현실적으로 연구를 끝낼 수 없다면, 전문가 사이에 찬반 논란이 팽팽하게 이뤄져 위험성에 대한 감시 효과라도 생겼으면 하는 얌체 같은 생각도 해본다.



여전히…확실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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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어차피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인데 하릴없이 별걱정을 다한다는 식으로 냉소적인 사람부터, 식물에 한정해서 유전자재조합을 찬성한다는 주장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사실 소비자는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지식이 대부분 부족한 편이다. 품종개량4)과 유전자재조합기술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거나, 제초제에 강한 식물은 인간이 농약 사용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차피 언젠가는 생기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유산균 같은 균류는 안전한가 하고 벌벌 떠는 사람도 있고, 유전자변형 식품이 정말 식량난에 도움은 되는지, 누가 제일 이익을 보는지 따져보거나 국가 경쟁력과 생명공학기술(BT)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비자도 있다. 어떤 관점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불안이나 분노의 수치도 다르다. 이러한 소비자를 위해 소비자의 대표든 정부의 관리든 과학자든 누군가는 소비자의 입장과 행정적 규제, 과학적 규명을 연결해주고 가감 없이 소비자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불경기, 엥겔지수, 가축사료, 고기 소비 등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배나 절대 빈곤이 문제인 곳의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당장 경제적 면에서 유전자변형 식품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사료 값이 비싸져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도 비싸진다면 안 먹을 수도 있겠지만, 프라이드치킨 집의 영업 문제부터 차세대 기술인 생명공학기술, 특허문제, 사회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생각하면 쉽게 생각하기엔 이미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을 눈감거나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도 없다.


콩, 옥수수, 면화, 유채가5) 원료가 아닌 다른 식용유를 선택해 쓰면서 혹시 발연점이 낮아 조리 중 폐에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쓸데없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스멀스멀 화도 난다. 선택하는 것은 나의 권리인데 선택할 방법이 없으니 화나는 것이 당연하다.


멜라민 분유, 불량 김치, 가짜 달걀 등의 사건이 있었던 이웃 나라가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하니6)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고 한국인이 늘 먹는 콩나물 콩, 두부 콩, 김치 배추 생각이 나면서 앞으로 먹을거리 걱정이 더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또 앞선다.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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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 식품은 위해성만 가지고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딸기 속에 동물의 유전자가 있다면 그 딸기를 먹지 않겠다는 채식주의자의 권리는 물론이고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싫다는 사람의 권리까지 존중해야 한다. 이유 없는 거부감을 피해 가려고 유전자변형 재료를 쓴 상품이라고 표시하기를 꺼린다는 것은 공장바닥이 깨끗하다고 스스로 믿어서 바닥에 쏟았던 음식을 다시 모아 싸게 판매하는 행위처럼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품 가격으로만 선택하도록 할 일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소비자가 알고 선택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GM 두부 파동 때나 지금이나 소비자를 속상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위험할 수도 안전할 수도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소비자가 선택하는데 도움이 안 되는 품질 표시는 속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식품임을 판매자가 밝히기 꺼리거나 현행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 제도처럼 유전자변형 단백질이나 디엔에이(DNA) 비(非)함유 품목은 표시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면,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엄격한 기준을 세워 GMO가 아님을 표시하는("non-GMO" 또는 "GMO-free" 식으로) 것이 옳다는 주장도 타당해 보인다. 특히 유전자변형 농산물 함량이 순위로 5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엔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은 수긍하기가 조금 어렵다.

00gmo5.jpg » 식약처가 밝힌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 대상. 출처/ 식약처 홈페이지 http://www.mfds.go.kr/gmo

소비자는 참 고단하다. 유전자변형 식품의 유해성에 대해서 소비자가 가늠하기란 너무도 힘들다. 분명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 양, 그리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어떤 결과가 올지 관심을 두지 않고, 알고자 하는 사람까지 비난하는 맹목적 무지도 옳지 않다. 유전자변형 식품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것이 사실이라면 소비자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인지하면서 소비자 내부의 의견부터 수렴해야 한다. 언제 이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논란이 끝나고 결론이 날지 기약이 없기에 소비자는 더욱 신속하게 논의에 개입해야 하고, 현명하고 실질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초코파이 사이에 있는 하얀 머시멜로우가 하도 맛있어서 그것만 잔뜩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루는 초코파이 네댓 개에서 머시멜로우만 모아 볼이 불룩하도록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먹어보았다.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해본 뒤에 들었던 생각은 아쉬움과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이었다. 먹고 싶은 것은 가축을 괴롭혀서라도 꼭 다 먹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인간에게 다른 생물의 유전자까지 바꿔놓을 권리가 과연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식량 증산을 위한 다른 기술은 더는 연구할 수 없는지, 웰빙 시대에 유전자변형 원료가 들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왜 꼭 유전자변형 식품을 이용하려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 인스턴트 식품이 천대받는 것처럼 훗날 유전자재조합에 오염되지 않은 식품을 먹기 위해 거대 돔을 짓고 종자를 복원하고 재배하며 사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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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옥 /시민, 과학콘텐츠 창작모임 회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고침] 각주[2]에서 "독일 제나대학교"는 "독일 예나대학교"의 오자이기에(독자 fallup 님의 지적), 바로잡습니다. 2013년 8월21일 오전 10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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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옥 시민, 과학콘텐츠창작모임 참사이(CharmSci) 회원
과학·기술 소비시대에 소비자로 산다는 것은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아는 것이 병이라지만 ‘대충 적당히(?)’라도 알아야 생존할 수 있겠다 싶다. 평화롭고 기쁜 소통이 있는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는 뚱딴지 여인.
이메일 : jet38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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