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의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

유전자변형, 줄기세포, 나노기술…. 어제의 기초과학, 기초연구 성과가 오늘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나온, 또는 나오려는 과학/기술에는 소비자의 부푼 기대와 함께 까칠한 걱정도 인다. 김훈기 교수와 과학에 친숙한 시민 박문영, 이인옥 님이 글을 쓴다.

나도 살고 환경도 사는 살균과 위생은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 


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00bacteria.jpg » 박테리아(세균). 출처/ Wikimedia Commons


름이 되니 겨울에는 잊고 있어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벌레들을 불러들여 골칫거리입니다. 습한 날씨 탓에 잘 마르지 않는 빨래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목욕탕의 방수 실리콘 위에는 까만 곰팡이가 핍니다. 냉장고에 넣는 것을 깜박하고 상온에서 하룻밤을 지낸 음식물은 상해버려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균을 죽여 더 이상 미생물이 작용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살균비누, 살균세제, 항균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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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살균 방법은 화학 성분 살균제의 사용입니다. 효과도 확실합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어릴 때 살균용품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살균비누, 살균주방세제는 기본이고 항균스프레이도 자주 이용했습니다. 빨래에는 탈취 효과를 지닌 소독제를 뿌려주고, 욕실에는 염소계 소독제 희석액을 분무기에 담아 구석구석 뿌려주었습니다.


혹시나 아이가 병원균에 감염될까 걱정되어 집안에 있는 모든 균을 없애겠다는 마음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각종 살균제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살균제를 쓰는 것이 영 찝찝합니다. 살균제의 독성이 직간접적으로 나와 환경에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지금처럼 화학 성분 살균제의 종류가 많지 않았고, 사용할 필요도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간편하면서도 확실한 효과를 지닌 다양한 살균 제품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공기 오염, 물 오염 등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질병을 염려하며 공기청정기나 정수기 사용을 비롯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한 가습기, 제습기 등 기구 제품에 의존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이런 제품들의 살균에도 관심이 모아지면서 정말 다양한 살균제가 출시되었고 그 수요도 계속 증가했습니다.



손길 가는 EM, 더 많은 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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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에 의존하기 전까지 우리는 삶고, 끓이고, 햇볕에 널어 말리고, 환기하는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미생물은 pH(수소이온농도), 온도, 습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이런 방법만으로도 충분히 살균이 가능합니다. 더욱이 이런 방법의 살균은 나와 환경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삶고 끓이지 못하는 것은 소다나 식초 청소로 살균효과를 내는 분들도 계시고 더 나아가 이엠(EM, Effective Micro-organisms, 이로운 세균의 복합체, 주로 효모, 유산균, 광합성균으로 이루어짐)을 이용해서 살균 효과를 누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살균제를 사용하면 모든 균을 죽이지만. EM을 사용하면 유용한 균이 유해한 균의 증식을 막아 살균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살균제를 사용하면 모든 균이 죽은 이후에 유해한 균이 오히려 빨리 증식할 수 있으므로 점점 더 많은 살균제를 자주 사용해야 하지만, EM을 사용하면 살균제를 사용할 때보다 좀 더 지속적인 살균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1) 또한 EM을 사용해 하천의 질을 개선했다는 보고가 많은 것을 보면 EM은 살균효과를 누리면서도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EM이 효모, 유산균, 광합성균을 모두 포함해야 하는데도 EM 원액 제조사에 따라 광합성균이 없는 경우도 있고, 원액을 배양하는 과정에서 배양조건에 따라 유리한 세균종이 우세하게 번식하여 원액과 성분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2) 또한, EM의 생활 속 활용 사례와 경험담은 많지만, 과학적으로 조사되고·분석된 것이 적어 EM을 민간요법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기에 EM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위생 관리, 멸균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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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위생 관리입니다. 위생 관리의 시작과 끝은 청소인데 청소용품 TV 광고를 보고 있으면 광고는 청소란 정리 정돈과 더러움을 없애는 것을 넘어 병을 직접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살균단계까지 거쳐야 청소가 끝난 것이라고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런 광고들에는 살균의 필요성을 과장하는 부분도 있고, 환기처럼 간편한 방법으로도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데도 꼭 살균제품을 써야 살균이 되는 것처럼 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건강한 면역체계를 지닌 보통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살균은 유해한 균을 없애는 것이지 멸균 상태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지나치게 살균용품을 많이 사용한 저로서는 뒤늦게 알게 된 위생가설이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듭니다. 감염성 질환이나 미생물에 대한 노출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한다는 가설입니다. 가족력도 없는데 비염으로 시도 때도 없이 코를 훌쩍이는 큰 아이와 몸 여기저기를 긁어대는 통에 상처가 가득한 작은 아이를 생각하면서 위생가설이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균을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근거로 요구르트 광고로 많이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H. pylori) 관련 연구를 들 수 있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종양연구국(IARC)의 실행위원회가 정한 암 유발 물질 제1군(WHO 1994)에 속한 균이지만, 미국과 유럽 지역의 연구 중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감소하면서 위식도 역류 질환과 식도선암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소아의 알러지성 천식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 등 특정 지역의 경우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의 보균율이 매우 높은데도 위암의 발생률은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낮은 경우도 있었습니다.3)



해롭고 이로운 미생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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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위험성이 과장되어 미생물 전체를 적으로 생각하거나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은 미생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옳은 접근방법과 거리가 멉니다. 무엇이든 양면이 있습니다. 우리 몸 안의 좋은 균, 나쁜 균 모두를 죽일 경우, 우리에게 이득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거의 모든 생물들이 미생물과 복잡하고 직접적으로 쌍방향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것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 결과임이 밝혀지기도 하는데 턴바우(Turnbaugh) 박사 등은 장속의 박테로이데테스 균의 증가가 체중 감 와 관련 있음을 밝혔고, 돌연변이 비만 쥐 실험을 통해 장내 미생물 종류의 변화만으로도 체중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4)


살균이 중요한 요즘, 미생물이 일으키는 각종 질병에 위축되어 주변의 모든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독성을 가졌을지 모르는 화학 살균제를 남용하기보다 원하는 살균 효과를 얻으면서 환경도 살릴 수 있는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진 믿을만하고 좋은 방법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박문영 시민, '참사이' 회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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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영 시민, 과학콘텐츠창작모임 참사이(CharmSci) 회원
아줌마에게 과학은 참 멀고 어렵다. 그러나 과학이 좋다. 과학의 주체에 과학자가 아닌 다양한 일반인이 들어갈 때 사람냄새 나는 과학으로 완성될 것이라 믿기에 용기를 내본다.
이메일 : vipmyj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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